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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akdo
작품등록일 :
2019.04.01 20:13
최근연재일 :
2020.08.29 22:04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48,344
추천수 :
517
글자수 :
443,039

작성
20.06.19 00:49
조회
488
추천
3
글자
7쪽

ETERNAL

DUMMY

-




영원이라는 것은 허상에 불가하다.

살아있는 것, 살아있지 않은 것, 그 모든 것이 결국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그것만이 진실이다.


어머니가 특히나 맘에 들어 하던 리본의 원단도.

아버지가 매일 아침으로 드셨던 타르트의 메이커도.

우리가 열광했던 초승달의 액션 게임 시리즈도.

서로 영원히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죽마고우까지도.


결국엔 어떤 이유로든 끊어지고, 부서지고, 사라지며 가라앉는다.


‘영원’이 혹시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플레이어가 있는가?

단언하건대···


영원은 없다. 적어도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그런 단어는 이미 사어(死語)가 된 지 오래다. 과거의 유물이다. 그 옛날 어리석은 인간들이 아등바등 매달려서 버티던 썩은 동아줄이다.


그래서.

난 이 세계를 만들었다.

‘영원’이 없는 세계를 떠나서, ‘영원’이 사어가 되어버린 이 세계는 버리고,


한없이 이어지는 ‘영원’을 꿈꾸기 위하여.


-


[플레이어 일행. 4칸 이동.]

[주사위 게임의 쪽지 1개 획득. 남은 쪽지 3개.]


나와 피오는 피오가 굴린 주사위의 숫자대로 맘능 이동하고 쪽지 아이템을 회수했다. 칸에 있는 쪽지 아이템은 서서히 테오의 몸에 흡수되었고 테오의 몸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

저번까지 보이던 하얀 빛이 아니라,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이.


[SKIP을 사용하려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을 걸어줘. 알았지?]

“피오. 넌 괜찮아? 이대로 진행해도?”

“나야 괜찮지. 형이 나보다 더 조심해야 될걸?”


안 그래도 눈에서 이상한 게 뿜어져 나오질 않나, 약간 과격하게 나를 안지를 않나, 되게 이상하다니까? 형. 피오는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뭐. 피오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려나··· 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시작할게.]


[?????년 ????월 ?일


어딘가에 누워있는 나.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느껴진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엄마와 아빠의 얼굴.

요새 연구로 바쁘셨다고 들었는데, 연구는 다 끝나신 걸까? 오랜만에 엄마 아빠 얼굴을 본 것 같아서 나는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엄마 아빠도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다행이다, 다행이다고 말하며 나를 안는다.


나를 안으시는 엄마의 왼쪽 손에는 붉은 판이, 아빠의 오른쪽 손에는 푸른 판이 제각기 들려있다.


“아아. 우리 아가. 다행이다, 다행이야! 너 죽을 뻔했어.”

“죽을 뻔?”

“···그래. 테오 넌··· 죽을 뻔했어. 오랜만에 연구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더니 네가··· 쓰러져 있더구나.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데려와서 치료했지.”


“여기에서?”


엄마는 눈물을 닦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래. 그래도 여기는 간단한 치료제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안심해라. 여기서 널 해치는 자는··· 아무도 없으니.”


아직 의식이 멍한 상태. 솔직히 이전에 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때 어떤 상황이었기에 엄마 아빠가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시는 지도 모르겠다.

(외상이 없어서 지독한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은 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지만.)


하지만, 지금은 엄마의 눈동자와 아빠의 눈동자가 나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너무나 기뻤다.


나는 눈물을 닦았는데도 아직도 물기가 조금 남아있는 엄마와 약간 창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빠에게 한번씩 안겼다.


“고마워요! 엄마! 아빠!”


생애 처음으로 입에 담아본 감사의 말이었다.]


“······.”


[쪽지는 이게 끝이야.]

테오가 쪽지를 읽을 동안 피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뭔가를 참듯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후드 사이에서는 붉은 오라가 새어 나오는 듯했다.


[어이··· 플레이어 피오,. 괜찮은 거냐?]

“아마 동경이던 테오가 그런 꼴을 당한 걸 분해하는 거일 거야.

그치?”

[······진짜?]

“···다는 모르겠지만 아마.”


“됐어. 나는 괜찮아. 그대로 빨리 진행해.”


[그럼 그대로 그림자의 턴.]


검은 연기가 주사위를 감싸고, 주사위는 그대로 뱅글뱅글 돌다가 멈췄다.

나온 숫자는 1.

다행이다. 별로 안 갔다. 저 정도면, 우리도 따라잡을 수 있겠는데?


“······.”

“···피오?”

“···곧 마지막이야.”


피오는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이 약간 긴장되는지,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바지를 붙잡고, 계속 떨고 있었다.


“피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모든 것이 다 잘될 거야. 모든 것이. 괜찮아. 형. 나 걱정하지 말고 얼른 주사위를 굴려.”


“아, 알았어.”


[그럼, 플레이어의 턴. 지오가 다이스 롤을 선언하는 거로 결정?]

“응.”


[알았어. 플레이어의 턴. 다이스 롤, 개시.]


주사위는 제자리에서 돌다가 이윽고 멈췄다. 주사위가 앞으로 내놓은 숫자는, 3이었다.


[나온 숫자 : 3]

[플레이어 일행. 3칸 이동.]

[주사위 게임의 쪽지 2개 획득. 남은 쪽지 1개.]


휴우. 무사히 쪽지 존에 도달했군.

나는 도착지까지 가는 도중에, 아까부터 걸리는 점을 테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 테오. 궁금한게 있는데.”

[왜?]

“이번 쪽지. 왜인지 위화감이 느껴졌어. 쪽지에 대화도 있었고. 뭔가 있어? 뒷이야기라던지.”


[······역시, 너라면 눈치챌 줄 알았어.]


“뭐, 뭐가 있어?”


[이 기억은 본래 ‘테오’에게는 없는 기억. 여기 나오는 쪽지들 중에서 이 쪽지만은 내가 내 기억을 토대로 작성한 아이템이라는 거지.]


그렇다는 건···.


나는 옆에서 같이 이동하는 서포트 캐릭터를 바라보았다. 테오는 원래 있던 눈의 생기는 없어지고, 약간 슬픈듯한 눈빛으로 나와 피오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주사위가 정해준 칸에 도착했다.


[너희들, 준비됐어?]


“응.”


[···피오는?]

“···진행해.”


[······. 알았어.]



···처음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피오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는, 테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쪽지를 흡수했다.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환한 빛이 테오를 감쌈과 동시에 검었던 하늘이 순식간에 밝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스케치북처럼.


[혹시라도 SKIP 기능을 사용하려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을 걸어줘.]


“그래.”

“이제 와서··· SKIP을 시키겠냐···”


테오는 그런 피오의 말을 듣고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시고 쪽지를 읽을 준비를 했다.


[그럼 시작할게.]

[ X일


오늘. 아빠에게서 아빠와 엄마가 갈라서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 어째서


나는

우리 엄마와 아빠가

왜 이혼을

무슨 이유로

언제부터


······

싫어.]




······순간.

내 머릿속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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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20.07.31 406 3 6쪽
120 SOS - 너의 세계에서. 20.07.28 480 3 12쪽
119 SOS - 먼 옛날의 우리, 지금의 우리. 20.07.24 394 3 9쪽
118 찰나 20.07.21 430 3 4쪽
117 WAVE 20.07.16 381 3 7쪽
116 YOUR BEST FRIEND 20.07.13 417 3 9쪽
115 너를 가두는 방법 20.07.09 406 3 8쪽
114 죽은 아이들의 진혼가 20.07.06 395 3 9쪽
113 흑백 스크린 너머에 20.07.02 429 3 9쪽
112 아아, 맛있었다. 20.06.29 389 3 7쪽
111 나락 20.06.25 412 3 8쪽
110 나와 함께 왈츠를. 20.06.22 398 3 8쪽
» ETERNAL 20.06.19 489 3 7쪽
108 GAME :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20.06.15 39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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