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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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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3.07.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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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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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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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 세르빈

DUMMY


북부 신대륙을 태평양 연안에서부터 대서양 연안까지 가로지르는 특급 열차.

전자기장의 양자적 현상과 유사 초전도체를 응용하여 만들어진 첨단 교통 수단.

반쯤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특성 덕에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항력은 제로.

연비와 효율성도 극히 높으며 안정성도 최고 수준이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또한 없다시피 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비행기만큼은 아니기에 많은 제국민들이 애용하곤 했다.

더불어 비행기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열차만의 낭민이 또 있지 않은가.


이러한 로망은 황후 세일린의 개인적인 취향에도 잘 맞았다.

오늘 그녀는 으레 그랬듯 열차를 통해 대륙 동서를 가로지르는 편을 택했다.


물론 대중이 같이 이용하는 시설이다보니 보안 책임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귀중한 VVIP의 동선이 외부에 노출되면 그만큼 위험 가능성은 높아지니까.


하지만 설마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기겠는가.

게다가 몇 개월 전 황태자가 ‘문제의 그 종교’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린 이후로 지구 상에서 테러 범죄의 대부분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아울러 타르타로스라는 이름의 판도라 상자를 연 이후로는 경범죄마저도 격감하여 현재는 경찰들이 할 일이 대폭 줄은 상태였다.

더욱이 가디언엔젤이라는 그 신묘막측한 인공지능들이 세계 곳곳에서 자경단 노릇을 감당하고 있는 마당에 범죄 조직에 어디에 발을 붙이겠는가.


세일린은 평온해진 세계 치안의 열매를 만끽하며 여유로이 차를 홀짝였다.


출발한 지 30분쯤 지났을 때 그녀만의 공간인 프라이빗 VVIP 룸의 자동문이 열리며 한 사내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참고로 최고 레벨의 보안이 이뤄지는 이 방은 황후의 허락 없이는 직속 보안관들과 비서들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이다.

즉 별도의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존재란 그녀의 피와 살이나 다름없는, 매우 깊은 유대감과 신뢰감으로 연결된 인간뿐이다.


“엄마, 그간 강녕히 잘 지내셨어요?”


큰 키에 다부지고 잘 잡힌 체형의 한 남자.

푸른 색채를 옅게 머금은 흑색에 가까운 결 좋은 반곱슬 머리카락은 그의 이지적이고 도도한 아우라를 돋보이게 하였다.

어느 누가 보아도 귀족 중의 귀족이라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젊은이였다.

실제로 그는 현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가문에서 자라난 도련님이었다.

그것도 무려 맏이, 정확히는 황후의 맏이이긴 했지만, 어쨌건 황가의 직계였다.


“우리 아들, 요새 얼굴 보기가 어렵네.”


40대 초반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외모의 고고한 미인이 품위 있는 미소를 머금고 아들을 반겨주었다.


“워낙에 회사일이 많아서요.”


“하긴, 한창 호황기이니 이것저것 프로젝트가 많겠구나. 그래도 식사랑 수면은 잘 챙기렴. 너무 일에만 열중한 것 같아. 얼굴 살이 쭉 빠진 걸 보니 말야.”


젊은 남자는 인상부터가 천연 지배자였다.

남들 위에 군림하는 태도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삶.

일부는 성격 탓도 있겠지만 딱히 지배하려 해서 지배한다기보다는, 그저 그것이 그의 자연스러운 소명과도 같았다.

그는 영리했으며 영특했고 유능했다.

천성이 왕자님이었고 그만큼 재수도 없었지만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훌륭한 성과의 창조자였다.


그런 차가운 도시의 사내도 어머니 앞에서만은 천덕꾸러기로 비치는 것일까.

한 순간에 그는 감정적 무장 하나 없는 온순한 아이가 되어, 살가운 태도로 어머니의 기쁨을 충만케 해주었다.


좋은 표현으로는 효자, 부정적인 표현으로는 마마보이.


제국의 둘째 황자이자 황후의 첫째인 세르빈 루베노스 브라이틀란트는 그런 흥미롭고 입체적인 사내였다.


세르빈은 숙녀를 에스코트하는 훌륭한 브리튼 신사에 빙의하여 어머니 옆 좌석에 앉아 그녀의 손에 경례의 키스를 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황후와 황자의 관계도 공적인 관계에서는 존칭을 필요로 하는 사이이지만 남들 눈치 볼 필요 없는 이곳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세일린은 고운 면장갑을 벗어 접어넣은 후 잘생긴 아들의 두 뺨을 메만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귀여움을 만끽하려는 듯 얼마 되지도 않는 볼의 살을 주물거리기도 했다.

세르빈은 입술을 살짝 비죽이며 장난스레 투정을 부렸다.


“아파요, 엄마.”


“어휴, 누구 아들인데 이렇게 잘 생겼대.”


“엄마랑 아버지 덕분이죠, 뭐.”


“말도 참 예쁘게 하지. 격식만 좀 더 있었으면 좋으련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저도 잘 하잖아요.”


“알지. 너무 차갑고 냉정하다고들 그래서 오히려 걱정이야. 엄마 앞에서 하는 것 반만큼만 좀 굴어봐. 그래야 부하 직원들도 좀 가슴 펴고 살지. 이래서 유능한 상사 밑에서는 고통이 필연이라고 하는구나 싶어.”


보통 경영자의 경우 유능함과 가혹함은 일정 부분 비례를 띠는 것이 일반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겠는가.

사람의 개인적 성정을 떠나 성과와 창조성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채찍질이 필요한 법이니까.

유사 이래로 인류는 그런 성장통을 감수해가며 자라왔다.

따뜻함과 시장 경제란 본래 온전히 조화되기 어려운 단어인 법이다.


아, 물론 예외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뛰어난, 규격을 벗어난 수준의 능력자라면 따스함도 겸비할 수 있겠지.

세르빈이 아는 한 이 지구상에 그런 인간은 하나뿐이었다.


“우리 아들은 언제쯤 결혼하나 싶어.”


느닷없이 던져진 황후의 돌직구에 세르빈은 사래가 들려 기침을 하였다.

그는 재빨리 입가를 닦으며 어머니의 눈치를 보았다.

한 치의 장난기도 없이 품위로 다져진 어머니의 고풍스러운 모습.

황자의 직감은 이 상황이 단순한 말장난의 시간이 아님을 감지했다.


“하하, 우리 어마마마께서 그게 왜 궁금하실까요?”


“너도 참. 황위 계승권이 없는 열두 남매 중에서는 그래도 네가 가장 나이가 많잖니. 네가 계승자라도 되었다면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세르빈은 이 자리가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직 연애를 해보지 않은 숫총각이었다.


어찌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유명 배우들보다도 잘생긴 얼굴에 워커홀릭답지 않게 꼼꼼한 자기 관리로 다져진 적절한 근육질의 몸, 그리고 눈부신 유능함에 막대한 재력까지.

탁월한 여자들이 제 발로 줄을 서도 이상하지 않은 조건 아닌가.

성격이 조금 까칠한 남자라고는 해도 그 조건이면 감수할 만 하다.

게다가 집안으로 따지면 지구상에서 그보다 더한 배경이 없지 않던가.


그런데도 평생 일과 성과에만 매몰되어서 그런지 세르빈은 연애다운 연애에 관심이나 신경을 기울여본 바 없었다.


“유타는 벌써 작년에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잖니.”


어머니가 점잖게 형제의 이름을 거론하자 세르빈은 다시 입술을 비죽였다.


그와 동년배에 몇 달 더 늦게 태어난 형제, 유타 나탈리프 브라이틀란트.

원래는 형제가 아닌 사촌형제였지.

아니, 유타는 죽은 숙부와 숙모의 재혼으로 인해 들어온 아이이니 엄밀히는 원래 사촌 형제도 아니었다.

직계 혈통인 세르빈 입장에서는 유타가 처음 들어왔을 때 약간 굴러들어온 돌처럼 느껴질 법도 했다.


사이가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지금도 둘은 친밀한 우애의 관계라기보다는 선의의 라이벌에 가까웠다.

지금이야 그래도 같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만큼 진전되긴 했지만 어린 시절에는 정말 별 것 아닌 이유로도 자주 티격태격했었다.


어쨌건 그런 이유로 유타와 세르빈은 지금까지도 모든 이슈로 서로를 의식하며 은근 경쟁심을 불태우곤 했다.

학창 시절에는 성적을 두고 겨루었고 지금은 성과를 두고 그러하였다.

두 사람 다 기업인이라 그런지 더욱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둘의 종합적인 역량과 실력은 막상막하였다.

세간에서도 이 점을 알았기에 둘의 경쟁 관계는 호사가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단골 소재였다.

원래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가 따위의 주제들이 유치하지만 재미있기 마련 아닌가.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대략 무승부에 가까웠다.


‘그 자식한테 밀릴 수야 없지.’


어떤 의미에서는 유타의 대단함이 더 돋보였다.

세르빈은 무려 지구 상에서 가장 똑똑한 유전자를 지닌 혈통의 후예이며 심지어는 ‘언약’이라는 축복의 수혜자 중 하나이다.

반면에 유타는 순전히 본인의 역량으로 그 같은 천재성을 깨우친 것이다.

어찌 고평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그런 걸출한 인재로 하여금 기어코 황가에 입양되도록 이끈 운명 또한 언약으로 인한 축복의 일환이겠지만.


“두 사람 모두 빼어나고 일을 잘한다면 아무래도 가정의 지도자가 되어 인간답게 다듬어진 쪽이 장기적으로는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니?”


어머니의 지적에 세르빈은 토를 달지 못한 채 침묵하였다.


“유타 그 아이가 얼마나 애처가인지 너도 봤지.”


“그야 그렇죠. 아주 죽고 못 사는 수준으로 안달이던데요.”


“내 생각에는 너도 애인이 생기면 그런 애처가가 될 것 같더구나. 엄마가 널 키워봐서 누구보다도 잘 안단다.”


애인, 약혼, 그리고 결혼이라.

복잡한 과제 앞에 세르빈의 머리가 잠시 지끈거렸다.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님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다른 형제들은 미리 신중하게 잘 준비해오던 그 거사를 그는 너무 오래 미뤄두었던 것일까.


세르빈의 고민은 일반인들이 으레 겪는 인생사의 고민과는 달랐다.


황족에게 있어서 연애와 약혼과 결혼이란 대단히 중대한 이슈다.

보통의 명문 가문의 자제들이나 부잣집 자녀들도 그러하겠거늘 하물며 지구 유일의 황족이야 오죽하겠는가.

더욱이 세르빈처럼 직계 후손인 경우, ‘언약’의 문제도 연루될 수 있으니 가문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극도로 신중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

2황자 쯤 되면 여느 여인 정도로는 그 옆자리에 다가갈 수도 없다.

검증된 자, 선택받은 자, 온전한 자만이 도전의 기회를 얻는다.

그 사실을 세르빈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유타나 에드윈이나 리키처럼 황실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경우는 조금 더 연애의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그 자유로움이란 것도 보통의 명문가를 넘어서는 수준의 엄격함이긴 하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숨막힐 정도로 높은 기준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왜 또 생각나는거냐?’


자기 자신에게 정직할 줄 모르는 세르빈.

그의 마음 속에 이 순간 떠오른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곁에 늘 가까이 있던 인물이었다.

누구보다도 유능하고 영특한 그의 비서관, 카밀라 루이지아나.


그는 자신에게 질문했다.

자신은 카밀라에게 단순한 우정이나 동지애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는가.

연애라고는 해본 적 없던 그였기에 섣불리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답을 내려서 뭐.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황제와 황후의 아들로 태어난 이상 반려를 마음대로 정한다는 것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잠깐의 연애만이라면 눈감아 줄 있다고 해도 평생의 동반은 그렇지 않다.


물론 외적인 조건의 차이가 그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역대 황자들의 아내들 가운데는 불우하거나 부족한 배경의 인물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 그 자체의 품격과 본질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게 이뤄질 것이다.

온전한 잠재력, 온화한 지혜, 배신하지 않을 신실함, 안정적인 품성, 그리고 바른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더욱이 브리튼 황가의 유산인 언약에 위배되지 않으려면 그 후보는 영적인 잣대 또한 통과해야만 한다.

단순히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신실하고 신앙심 좋은 반려를 고를 것을 요구하는 보통의 관습, 고작 그 정도의 차원이 아니었다.


“아직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요?”


세르빈은 일부러 말을 에둘러 회피하였다.


“게다가 저보다 손위의 형제도 있잖아요. 저보다 여덟 살이나 많은 형한테도 아직 짝이 없는데, 제가 먼저 혼인한다면 상도덕이 아니죠.”


“그 아이, 아니 태자께서는.”


세일린은 아들의 말을 대신 가로챈 뒤 잠시 침묵하였다.


“알잖니.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걸.”


중년 여인의 고운 얼굴 위로 깊은 수심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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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2부] 19. 강강약약 (2) 24.07.13 6 0 13쪽
97 [2부] 18. 강강약약 (1) 24.07.10 6 0 12쪽
96 [2부] 17. 인공비서 24.07.07 8 0 16쪽
95 [2부] 16. 왕들의 식탁 24.07.02 11 0 13쪽
94 [2부] 15. 생일 (3) 24.06.27 10 0 12쪽
93 [2부] 14. 생일 (2) 24.06.25 11 0 13쪽
92 [2부] 13. 생일 (1) 24.06.23 13 0 15쪽
91 [2부] 12. 새해 첫날 (2) 24.06.19 11 0 17쪽
90 [2부] 11. 새해 첫날 (1) 24.06.18 10 0 19쪽
89 [2부] 10. 아델바이스 24.06.07 11 0 18쪽
88 [2부] 9. 테서렉틴 (2) 24.06.07 10 0 14쪽
87 [2부] 8. 테서렉틴 (1) 24.06.03 10 0 14쪽
86 [2부] 7. 에쉬튼 24.06.01 11 0 15쪽
85 [2부] 6. 이안 (下) 24.05.25 17 0 19쪽
84 [2부] 5. 이안 (上) 24.05.23 17 0 12쪽
83 [2부] 4. 에드윈 24.05.18 20 0 12쪽
82 [2부] 3. 제로스 24.05.17 17 0 14쪽
» [2부] 2. 세르빈 24.05.15 21 0 12쪽
80 [2부] 1. 황제의 반려 24.05.12 27 0 11쪽
79 라하토브 (1부 完) 24.03.27 21 0 23쪽
78 호크마 (2) 24.03.22 20 0 18쪽
77 호크마 (1) 24.03.20 16 0 12쪽
76 대언자 (2) 24.03.18 17 0 15쪽
75 대언자 (1) 24.03.16 17 0 11쪽
74 아저씨와 아이들 24.03.15 16 0 22쪽
73 정산 (4) 24.03.08 18 0 15쪽
72 정산 (3) 24.03.07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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