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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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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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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9,822

작성
23.06.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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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4화 달콤한 제안

DUMMY

254화 달콤한 제안


“끄응.”


그저 연락원 삼아 한양에 두는 인원과 그들이 거할 장소를 살피러 왔던 교신사 야규 미츠요시는 돌아가는 길에 생각지도 못한 고민거리를 얻었다.


“도이고 나발이고 나는 들은 적도 없는데 청나라라고 해도 말이지.”


나직이 중얼거리나 조선왕이 걱정하는 말이며 전하는 말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심이었다.


한편으로는 일본과 청나라 사이를 벌리기 위함인가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런다고 조선이 얻을 이득이 없었다.


또한 청나라가 수군을 얻으면 그걸로 일본을 침탈할 걱정은 미츠요시 역시 이미 한 바가 있었으니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렸다.


“가마쿠라, 아니 헤이안 즈음 일인가?”


들은 바를 따져 역으로 세어본 미츠요시는 헛웃음을 흘렸다.


“흐하, 과거의 영광이라? 그 단맛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그걸 당하니 좀 그런걸.”


미츠요시는 그렇게 말하며 한양을 한번 보고 이어서 철원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아무래도 아직 보내지 않은 쇼군께 쓸 편지가 길어질 거 같았다.



***



“보국친왕이 배를 구하고자 한다?”


심양 외조에서 조선에서 온 연락을 받은 소현세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저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윽고 조선에서 온 내용이며 그 우려를 모두 안 소현세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바깥을 향해 외쳤다.


“박 내관, 게 있는가?”

“예, 저하.”

“가서 우빈객과 정랑을 좀 불러 와라.”

“알겠습니다.”


박 내관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소현세자는 생각에 몰두했다.


조선에서는 그저 겉핥기로 아는 일이 여기서는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으니, 소현세자는 지금 청나라에 장정이란 장정은 거진 다 전방이든 후방이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걸 잘 알고 있었다.


“일손 늘리기라. 왜인들이 잘 싸운다고 하였지.”


청나라는 자신들의 목숨을 대신할 이들이 있다면, 특히나 그걸 재물로 살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당장 대학사 범문정이 몇 번이고 소현세자를 불러서 은근히 이에 대해 타진 한 적이 있으나 조선도 사람이 없고 그 없는 사람도 물자 이송을 위해 모두 달려들고 있음을 논해 피하곤 했었다.


멀리 갈 거 없이 어제도 그러한 말을 들었던 소현세자는 점차 청나라가 행할 일이 눈에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저하, 봉림대군이 뵙기를 청하나이다.”

“봉림이?”


부른 사람은 아직 오지 않고 부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찾아왔다는 말에 소현세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부른 사람들과 한번 논의한 후에는 어차피 봉림대군에게도 일러두어야 했으니 이도 나쁘지 않았다.


“들여라.”

“예, 저하.”


심부름을 떠난 박 내관을 대신하여 바깥을 지키던 내관이 문을 조심스럽게 여니 곧장 봉림대군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얼굴색이 딱딱한 걸 보니 어지간히 중한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냐? 얼굴색이 좋지 않구나.”

“형님,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봉림대군이 곧장 들어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앉아서 입을 여니 소현세자는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


“상황? 설마 전황을 이르는 것이냐?”

“예, 아무래도 전황이 청나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청나라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말에 소현세자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고민하다가 이내에 고개를 흔들었다.


“전에 한번 부딪치고 깨졌다는 말은 나도 들었다.”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그간 살핀 것을 비교하여 따지니 그제부터 전령이 오가는 간격이 짧아졌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전령이 오가는 간격이 짧아졌다.


이 말은 다시 말해 명나라가 이전보다 심양 가까이 진군했음을 뜻했다.


이것이 정녕 사실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명나라의 우세며 청나라가 그 세를 잃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소현세자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우세할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도 알겠지만, 명나라와 청나라는 우리에게 양곡을 사고 있다.”

“그야 저도 압니다.”


다 아는 이야기를 무엇 하려 하는가 싶어서 바라보며 대답을 요구하니 소현세자는 봉림대군의 기대에 응해 금세 대답을 돌려주었다.


“나는 누가 하나 우리에게 더는 양곡이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을 아직 듣지 못했다.”

“······아!”


싸울 사람이 줄면 그 양곡도 필요하지 않게 되는 법.


그런 의미에서 양곡을 덜 들이려는 모습이 없다는 것은 그 싸우는 이들, 먹어야 하는 이들의 숫자는 크게 변함이 없다는 말이었다.


당장은 아니라도, 그리고 굳이 약세에 처한 것을 드러내진 않더라도 무언가 구실을 대며 양곡을 더 들이지 않을 법하건만 그런 말을 하나도 없었다.


그저 더 많은 병사를 바랄 뿐이었으니 소현세자가 보기에 이는 영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령이 오가는 간격이 짧아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얼굴을 기억한 전령이 오는 것을 아랫사람이 보고 알린 것입니다.”

“그래? 허면 심양 근처까지 물러났다는 것 자체는 사실인 모양이구나.”


잠시 생각하던 소현세자는 여전한 생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정녕 세가 기울었다면 이렇게 조용하진 않겠지.”

“기울었다면 심양이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말씀입니까?”


수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건 상당히 소문에 밝으며 이득 따지는 일에 밝다.


더불어서 태생이 그곳인 사람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지역에 비해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잠시 몸을 사리고자 하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심양은 청나라 사람들이 중히 여기는 곳이라고 하나 번화하게 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니 봉림대군이 하는 말을 소현세자는 이해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주목하고 있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그것도 있고.”

“그것도?”

“아는지 모르나 난 어제 대학사와 만났다.”

“그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또 같은 말이지 않습니까?”


봉림대군은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말을 덧붙였다.


“조선사람이 남의 전쟁에 가서 뭘 얻겠다고 가겠습니까? 지면 얻는 것이 없고 잃기만 할 것이고, 이겨도 저희 몫이 제대로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 네 말이 옳다. 그래서 어제도 나는 거절했다. 헌데 그렇게 다급하거나 아쉬운 기색이 없었어.”


그제야 소현세자가 이상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안 봉림대군은 알겠다는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은 통제 가능한 범위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의도한 영역이거나 말이다. 다만 네 말을 들으니 하나는 알겠다.”

“하나요?”

“그래. 아쉬우냐?”


소현세자가 물으니 봉림대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하나도 뭔지 모르겠는데 무슨 아쉬움을 따집니까?”

“하하, 그렇구나.”

“아우 놀리지 말고 속 시원히 그 하나 좀 알려주십쇼.”


볼멘소리로 말하는 동생을 보며 소현세자는 빙그레 웃었다.


“어느 쪽이든 청나라가 일본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사실이다.”

“예? 일본의 제안? 왜놈들 이야기가 왜 여기서 나옵니까?”

“저하, 세자시강원 우빈객 남이웅과 외조 정랑 송시열이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봉림대군은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튀어 나가는 걸 알고 당황하며 물었으나 미처 대답을 듣기 전에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외조의 일이군요.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남아서 들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너도 알아두어야 하는 일이니까.”

“저도 알아야 한다고요?”

“그래. 안 그래도 이들과 한차례 논의한 후에는 너도 부를 생각이었다.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준 소현세자는 바깥에 목소리를 높에 두 사람을 안으로 들이게 했다.


그러자 남이웅과 송시열이 들어와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있음을 보고 잠시 안색을 굳히더니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세자시강원 우빈객 남이웅, 세자저하와 대군자가를 뵙습니다.”

“외조 정랑 송시열, 세자저하와 대군자가를 뵙습니다.”

“두 사람은 이리로 앉으시오.”


소현세자가 권하는 말에 남이웅과 송시열은 각각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자리한 것을 본 소현세자는 봉림대군으로 시작해서 남이웅 그리고 송시열을 둘러본 소현세자는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상께서 말씀을 보내셨는데, 작게는 일본 사람들이 조선땅과 바다를 통하여 명과 청하는 일이오.”


소현세자가 하는 말을 들은 세 사람은 저마다 귀를 의심했다.


이만해도 작은 일이 아니건만 작다고 하니 이어질 말이 무엇일지 사뭇 두려웠다.


“그리고 크게는 옛 도이가 부활하여 천하를 어지럽히는 일이 될까 하니 진중하게 논하고자 그대들을 불렀소이다.”


소현세자가 이렇게 말하니 세 사람은 고하도 잊고 서로를 보았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연 것은 우빈객 남이웅이었다.


“도이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청나라가 여진이라 불리던 시절, 그것도 전조 시절에 해안을 약탈하던 무도한 이들을 이름이지 않습니까?”

“그렇소이다. 나는 이것을 보고 알았는데 그대는 이미 알고 있으니 참으로 그 지식이 깊으시오. 과연 우빈객이라 하겠소.”

“작은 칭찬에 감사합니다. 허나 그것은 지금 즐기기 여의치 않으니 잠시 미루고자 합니다.”


고개를 끄덕여 소현세자가 그러라고 표하니 남이웅은 곧장 말을 이었다.


“무도하던 이들이라고 하나 당시에는 여진족 대다수가 그러했다고 들었습니다. 허면 세자저하꼐서는, 아니 상께서는 설마하니 청나라 전체가 나라를 버리고 도적질하던 시절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시는 겁니까?”


남이웅이 이르는 말에 소현세자는 미처 생각지 못한 방식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발상은 놀라우나 다행스럽게도 아니외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다행은 다행이나 그저 하신 말씀은 아닐 터, 허면 청나라에서 새로이 배를 모으고자 하는 정황이 드러난 모양입니다.”


남이웅이 제가 생각하던 최악이 비켜 갔음을 아니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니 송시열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소현세자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랑이 말한 그대로요. 보국친왕이 배를 얻고자 하는데, 그 의도며 저의가 우리로서는 여러모로 의심스럽소이다. 그리고 때를 같이, 아니 엄밀히 따지면 그보다 조금 전에 일본에서 사람을 보냈고, 그자는 앞으로 제물포에 거하며 우리 외조와 같은 역할을 할 모양이오.”


외조와 같은 역할이라는 말에 송시열은 얼추 그림이 잡히는 걸 알고 다시 입을 열었다.


“허면 왜에서 제 나라 사람들을 이번에는 병사로서 써보라고 권한 것입니까? 임진년 이후로 믿을 것이 아니라 여기는 이들이지 않습니까?”

“그것은 또 다르오. 저들은 그럴 생각까진 없었는데, 명나라에서 그것을 요청했다고 하더군.”

“예에?”


무언가 자꾸 논하면 곁다리가 붙으니 송시열은 물론이고 귀를 기울이면 남이웅이나 봉림대군도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거 아무래도 모든 설명이 먼저겠소. 하긴, 나도 직접 읽지 않았다면 믿기 어려웠겠지. 아니, 읽었다고 한들 그것이 상께서 보내신 것이 아니었다면 장난하지 말라고 답신을 보냈을지도 모르오.”


이해한다는 얼굴로 말한 소현세자는 이윽고 그가 전해 받은 상황을 세 사람에게 상세히 전했다.


이윽고 그 전말을 모두 알게 된 세 사람이나 당황은 얼굴에서 가시지 않으니 이 일은 그 정도로 그들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이제 모두 알았으니 이후 벌어질 일이나 그 대책이며 태할 태도 등을 논해봅시다. 참, 미리 말해두겠소.”


미리 말하겠다고 하니 세 사람의 시선이 다시금 소현세자에게 모였다.


모인 시선을 느끼며 소현세자는 자신의 추측을 입에 담았다.


“이 일을 논함에 있어서 적어도 청나라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을 저들 전쟁에 쓰고자 함은 사실상 이루어진 일로 여기고 논하시오.”


소현세자는 그렇게 말하며 근래 몇 번이고 얼굴을 마주한 자, 범문정을 떠올리며 말을 덧붙였다.


“이것은 순전히 내 추측이나 청나라는 다른 것은 몰라도 싸울 사람을 사라고 하는 이 제안을 아주 달콤하게 여길 것이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3.06.17 07:26
    No. 1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전을 벌이는 나라들은 다 용병업이 발달해있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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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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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269화 우선할 사람 +2 23.07.01 339 19 11쪽
269 268화 부족한 숫자 +5 23.06.30 356 25 13쪽
268 267화 계승과 충성 +1 23.06.29 358 23 15쪽
267 266화 다음가는 자 +4 23.06.28 344 26 14쪽
266 265화 하늘의 부름은 피할 수 없다 +1 23.06.27 350 17 13쪽
265 264화 사랑을 크기로 표현하면 23.06.26 341 21 12쪽
264 263화 알맞은 일 +2 23.06.25 339 20 11쪽
263 262화 소식을 전하는 순서 +4 23.06.24 370 22 15쪽
262 261화 두 전령 +2 23.06.23 356 21 13쪽
261 260화 보따리 뺏을 궁리 +5 23.06.22 341 23 17쪽
260 259화 쫓고 쫓기고 +1 23.06.21 340 20 12쪽
259 258화 누구도 바라지 않은 결과 +3 23.06.20 351 22 13쪽
258 257화 이기기 위한 손실 +4 23.06.19 367 23 16쪽
257 256화 정해진 선택 +1 23.06.18 331 22 13쪽
256 255화 죽음의 무게는 같지 않다 +2 23.06.17 337 21 14쪽
» 254화 달콤한 제안 +1 23.06.16 345 17 12쪽
254 253화 보이는 것과 의도는 다르기 십상이다 +2 23.06.15 345 20 13쪽
253 252화 도이 +2 23.06.14 357 24 12쪽
252 251화 거짓은 항상 커진다 +2 23.06.13 348 18 12쪽
251 250화 은밀한 일 +2 23.06.12 340 19 12쪽
250 249화 오래전에 했던 일 23.06.11 343 19 12쪽
249 248화 다가온 구실 +1 23.06.10 340 16 13쪽
248 247화 바다를 향한다 +3 23.06.09 367 19 11쪽
247 246화 소년의 마음은 +3 23.06.08 357 24 13쪽
246 245화 윗사람과 거리는 적당한 게 좋다 +2 23.06.07 345 23 12쪽
245 244화 어린 친왕 +2 23.06.06 384 21 12쪽
244 243화 오고 감은 같아야 한다 +4 23.06.05 366 25 13쪽
243 242화 왕의 옆, 신하의 위 +2 23.06.04 361 21 13쪽
242 241화 오래가지 못 할 일 +3 23.06.03 355 25 12쪽
241 240화 이가 없는 입술 +2 23.06.02 373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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