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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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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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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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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경계(2)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에릭 차는 딜런을 간호하느라 꼬박 하룻밤을 새다시피 했다.

물론 자신이 노숙자들에게 식사배급 봉사를 하는 동안에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딜런의 상태가 그리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딜런의 상처를 다시 드레싱하기 위해서 붕대를 연 에릭은 고개를 갸웃했다.

목에 생긴 상처는 봉합도 잘 되었고, 덧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목에서 만져지는 림프절이 상처에 비해 너무 많이 부었던 것이다.

에릭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볼 때, 딜런에게 감염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분명히 증식은 된 것 같은데, 싸움터를 몸 깊숙한 곳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에릭 차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뉴욕의 노숙자가 되었다.

한국에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차명훈이란 이름으로 학창시절을 보내던 에릭은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태평양을 건넜다.

학벌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던 부모의 기대도 기대였지만, 어렸을 적부터 자립심이 강했던 에릭은 스스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내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공립학교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들은 친절하고 자발적으로 분담해서 에릭의 생활을 돌봐주었다.

다행히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는 있었지만, 중학생의 나이로 영어도 불완전한 상태에서 한국인 친구들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까지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과 대학에 무난히 입학한 뒤로도 친분을 이어나갔지만, 이들에게 수시로 저녁에 출입하던 클럽이 생긴 것이다.

뉴욕주립대학교의 빙엄턴 캠퍼스에 입학한 에릭은 중독과 관련된 뇌과학을 연구하고 싶은 마음에 늦은 밤에도 공부에 매달리고 싶었지만, 친구들의 잦은 호출은 결국 그의 발걸음을 클럽으로 이끌었다.


클럽에서 그에게 다가온 엑스터시와 마리화나의 유혹은 그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다.

마약은 숨어서 쾌락의 절정을 느끼며 하는 것이라고 여기던 그에게 클럽에 온 남녀 젊은이 모두가 엑스터시와 마리화나를 태연히 공유하면서 즐겁게 노는 모습이 예상과 달랐던 것이다.

술 몇 잔이 들어가고 경계심이 해제된 상태에서 에릭은 권유를 못 이긴 채 엑스터시를 집어 들었고, 그날 밤 쏟아지는 세로토닌 덕분에 아주 평안하고 여운이 남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는 오래지 않아 아침이 되면 클럽에 갈 때까지의 남은 시간을 재고 있는 학생이 되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IMF 경제위기 사태가 벌어지고, 에릭은 고국에서 부모님의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문을 닫으면서 더 이상 유학비용을 댈 수 없다는 얘기였다.

결국 갑자기 귀국한 에릭은 그 당시 유행하던 테크노빠 등을 다니면서 자신처럼 유학에서 중도 귀국한 학생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들도 자신처럼 엑스터시와 마리화나를 수시로 접했던 학생들이었고, 그때의 경험들을 나누면서 머릿속에 눌러 놓았던 유혹이 다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시로 엑스터시와 마리화나에 대한 열망이 불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강렬한 플래시백 현상은 군복무를 마친 후에도 에릭을 놔주지 않았고, 결국 에릭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만들었다.

그리고 접시닦이라도 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마약에 중독된 그의 두뇌는 24시간 집요하게 마약만을 요구했다.

에릭은 더 이상 성실하게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에릭은 값싼 코카인 부산물로 만든 크랙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노숙자의 길로 떨어져 버렸다.

촉망받는 유학생의 신분에서 1년도 안되어 뉴욕의 노숙자가 된 것이다.

만약 에릭이 노숙자가 되지 않았으면, 마약 한 줌을 얻기 위해서 코사 노스트라 같은 마피아 조직의 총알받이가 되었을지 모른다.

결국 거리를 떠돌다 우연히 정착한 한인 노숙자 전용 셸터에서 꼼꼼한 보살핌을 받고 다시 갱생하다시피 돌아온 에릭은,

다른 노숙자들을 돕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 셸터에서 주야로 봉사하게 된 것이다.

이 에릭의 변화된 삶은 단 한명의 노숙자도 놓치지 않으려 했고, 상처 입은 딜런을 업어 이곳까지 데려오게 된 것이다.


에릭이 숙식까지 하면서 봉사하고 있는 노숙자 셸터는 방이 많지 않아서 딜런에게 단독으로 방을 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을 내주면, 딜런 한명을 쉬게 하기 위해서 유일한 작업공간을 포기해야 했다.

결국 다른 노숙자들과 좀 떨어뜨려 침대를 배치하고 수시로 간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밤에 딜런은 각성했다.


기억속에 마지막 남아있는 장면대로 자기 영역을 침범한 후드티의 불청객이 자신의 목을 갑자기 물어뜯은 순간, 딜런은 고통과 충격에 혼절했었다.

그리고 딜런은 사흘째 되던 날 저녁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갈증 때문에 눈을 떴다.

아직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로 딜런은 기억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냄새나는 남자들이 일자 침상에서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이곳은 노숙자 셸터가 분명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여기로 데려다 놓은 것을 알았다.


내일 아침에 영문을 알아보면 되겠지만, 눈에서 이글거리는 듯한 느낌을 가라앉힐 수도 없었고, 어느새 갈증은 자신의 몸을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시키듯이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딜런은 방문을 나가기 전까지 침상에 누워서 곤한 잠을 청하던 노숙자들을 물기 시작했다.

가끔 자신을 이런 비참함으로 이끈 현실을 부정한 나머지 정서에 문제가 생긴 노숙자들이 자다 말고 심한 잠꼬대를 하는 적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세 번째 사람의 비명과 신음이 귀청을 흔들어 댈 때까지 일어나려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일어나서도 어두움 때문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비좁은 침상에서 몸을 붙이고 잠을 자던 노숙자 열여섯 명 중 열 명이 딜런에게 목숨을 잃거나 감염자가 되었다.


딜런의 케이스는 감염의 초기 확산 때 독일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프레드가 일으켰던 사건보다 훨씬 파급력이 큰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시리아 난민촌은 가족끼리 같은 숙소를 쓰는 경우가 많아, 프레드가 이동할 때 기동성을 떨어뜨린 반면, 노숙자 숙소는 여러 개의 방이 붙어 있어 문만 열고 들어가면 감염시킬 숙주들이 수두룩했던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딜런이 세 번째 방에 들어갈 때 즈음, 에릭이 뛰어왔다.

그리고 딜런에게 생긴 변화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를 뒤에서 붙잡았다.

딜런은 에릭을 뒤에 매단 채로 세 번째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에릭은 한 명이고, 좀비의 특성상 더 많은 숙주가 있는 쪽으로 우선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에서는 해석하고 있었다.


“딜런, 뭐하는 거야? 정신차려 제발, 더 이상은 안돼”

80킬로 정도의 몸무게를 가진 에릭을 매달고도 딜런은 거침없이 세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이미 방에서는 잠에서 깬 노숙자들이 한 쪽으로 슬슬 대피하고 있었지만, 딜런이 문을 막아서고 있는 바람에 당장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에릭은 자신의 힘이 딜런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딜런에게서 떨어져 그의 앞을 막아섰다.


“더 이상은 못가, 딜런. 네 친구들이야, 가족들이고.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절대 보내줄 수 없어”

딜런의 눈에 에릭은 몇 발 먼저 앞에 나선 새로운 숙주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번에 에릭의 어깨를 물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에릭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손짓으로 다른 노숙자들에게 어서 나가라는 표현만 했다.


눈치를 챈 노숙자들이 방문 쪽으로 다가가자. 딜런은 에릭을 물고 있는 상태에서 문을 다시 막아서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빨리 평정을 회복하고 용기를 낸 도미닉이 옷걸이를 들어 딜런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주춤하면서 딜런의 입이 벌어졌고, 에릭의 몸이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딜런이 도미닉을 향해 다가갈 때, 다른 노숙자들은 일제히 문 쪽으로 달렸다.

하지만 딜런은 마치 순간제어계측 능력이라도 있듯이 다시 노숙자들 쪽으로 몸을 날렸다.


딜런이 문을 막아 서기 전, 에릭은 그의 다리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바지춤을 잡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딜런, 제발...”

이미 거의 탈진한 에릭이 필사적으로 딜런을 잡았고, 그 방에서 잠자던 사람들은 2/3가 넘게 탈출에 성공했다.

이웃 건물에서 야간 경비를 서던 프레드릭이 셸터의 비명과 소란을 듣고 911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NYPD소속 기동대가 셸터에 진입했을 때는 사망자 여러 명과 즐비한 부상자들만 남았다.


뉴욕 경찰들은 헌신적인 봉사자로 꽤 얼굴이 익숙한 에릭의 죽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공한 딜런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까지, 아니 그 후 한참 동안 그 셸터에서 딜런에게 상처를 입고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한 노숙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로 갔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 중 다수는 뉴욕 지하철역으로 몸을 피하면서 이미 그곳에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노숙자들과 섞여 버렸다.


이제 뉴욕의 좀비감염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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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60 포효하는양
    작성일
    18.05.20 08:40
    No. 1

    추천글 보고 정주행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좀비에대해 서술하시는게 매력적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5.20 10:09
    No. 2

    초보작가에게 큰 힘이 되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세스카
    작성일
    18.05.20 11:30
    No. 3

    추천글 타고 왔습니다. 바이러스 전개과정이 정말 흥미롭네요.
    그런데 엑스트라급에 해당하는 인물들에 대한 지면할애가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사건 전개를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정도면 누가 주인공인가 헷갈릴 정도군요.
    주죠연에 대한 분량/서술 분량조절만 된다면 수작대열에 올라갈 것 같습니다. 엄지척!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5.20 12:11
    No. 4

    조언 감사합니다 늘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세스카
    작성일
    18.05.20 11:31
    No. 5

    죠연(X) 조연 (O)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제팔이
    작성일
    18.05.20 21:20
    No. 6

    추천글타고왔습니다.
    다양한 각도로 동시에 사건을 전개하며 이해를 높이고 집중을 유발하는점 무척 뛰어납니다. 하지만 주요 이야기 만큼 부수적인 에피소드가 상세하니 그만큼 부진한 느낌을 받는점도 없지않아 있는것 같습니다.
    소설 정말 재밌습니다. 언제나 건필 기원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5.20 22:26
    No. 7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향후 더 노력해서 단점을 보완해나가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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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인간의 경계(1) +8 18.05.18 880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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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2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1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4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4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5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9 23 15쪽
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50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7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20 적자생존(10) +2 18.05.10 973 22 12쪽
19 적자생존(9) 18.05.10 958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3 16 10쪽
17 적자생존(7) +3 18.05.09 1,014 20 12쪽
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14 적자생존(4) +4 18.05.07 1,224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8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3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4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6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1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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