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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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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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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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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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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융합 마법진

DUMMY

“아야야···”


하범은 부어오른 양쪽 뺨을 어루어만지며 셀레나의 뒤를 따랐다.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진의 전당.”

”오. 뭔가 재밌는 이름이다. 근데 거긴 왜 가는거야?”

“융합 마법진에 대해 알려 달라며.”


목소리에서 흐르는 냉기가 살벌하다.

백조가 아니라 이제보니 설녀다.


두 사람은 아카데미의 북쪽에 위치한 시니어 클래스 구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퍼스트, 세컨드 클래스가 낭만과 여유를 상징한다면, 시니어 클래스는 근엄을 상징한다.


보이는 모든 학생들이 모범생 특유의 지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럴만 하다.

마의 3위계 벽을 순수히 자력으로 깬 노력가들이니까.


한적한 시니어 클래스 교사를 구경하다, 진의 전당에 도착했다.


불붙은 화로를 떠받이는 붉은 기둥.

널찍한 대리석 계단으로 이루어진 입구.

전당은 숭고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내부로 들어가니, 대리석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사람 셋이 팔 벌려야 겨우 감싸질 정도의 둘레를 가진 기둥이 2열로 끝없이 나있고, 벽면에는 마법진이 음각된 문이 수없이 많았다.


“와··· 얼마나 넓은거야.”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일 기미가 안보였다.

문마다 마법진의 모양이 다른 걸 보니, 이곳은 세상에 존재하는 마법진을 기록하는 곳인 모양이다.


‘슬슬 다리가 아픈데.’


기록하는 건 좋은데 왜 이렇게 방을 만들어서 쓸데없이 공간 낭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참을 걸은 끝에 도달한 곳은 공동의 끝이었다.

정면에 다섯 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문과 다르게 이중문인데다 마법진의 크기도 컸다.


“뭐가 융합 마법진이지?”


다섯 개 모두 모양과 크기가 달랐다.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갈수록 모양이 복잡하고 크기도 더 컸다.


”전부다 융합 마법진이야. 마법진을 잘봐. 비슷한게 있을테니까.”


융합 마법진은 큰 마법진에 상대적으로 작은 마법진이 교접한 모양이었다.

다시보니 작은 마법진의 개수와 전체적인 마법진의 크기가 다를뿐, 문양은 거의 비슷했다.


셀레나는 그중 가장 왼쪽에 있는 문에 다가갔다.

가장 마법진의 크기가 작고 교접한 작은 마법진도 하나뿐이었다.


“미라클 듀오. 그나마 가장 간단한 융합 마법진이야.”

”그럼 제일 어려운 융합 마법진도 있겠네?”


하범은 가장 오른쪽 문을 살폈다.

무려 다섯개의 작은 마법진이 교접한, 복잡한 형태의 거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야···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올것 같네.”

“그건 볼 필요없어. 따라와.”


셀레나는 가장 왼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보니 작은 방이 나타났다.

바닥에 문에 그려져 있었던 융합 마법진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벽면에는 방어 마법의 술식이 새겨져있었는데, 기록이 훼손되지 않도록 장치를 해둔 것 같았다.


하범은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에 다가갔다.


“와··· 생각보다 좀 많이 큰데··?”


자가 마법진이 어깨 길이 정도 반지름을 가진 원이라면, 융합 마법진은 반지름이 사람 둘을 나란히 세운 길이보다 더 컸다.


“집짓고 살아도 되겠네.”


마법진의 크기가 크다는 건 곧, 거기에 들어가는 술식과 마력량 또한 배가 된다.

하범은 마법진에 새겨진 수천개의 술식을 살피다가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이거. 자가 마법진이랑 똑같잖아?”


교접하는 작은 마법진은 모양 뿐만 아니라 술식도 판박이라 그냥 자가 마법진이었다.


뭔가 느낌이 쎄하다.


지금까지 봐왔던 마법진은 모두 한개.

당연하다. 마법진은 시전자를 중심으로 생기니까.


이렇게 마법진이 교접한 형태는 본적도 없고, 그런걸 만들어 낼 수 있을리도 없다.


“설마··· 이거 혼자서 발현하는 마법진이 아닌거야?”


하범은 셀레나를 돌아보았다.

셀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융합 마법진은 중앙 제어 마법진이야. 마법진과 마법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지.”


낭패다.

단순히 자가 마법진의 상위 개념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맥락이 달랐다.


“고작 마법진을 잇는게 다야?”


그것 뿐이라면 그냥 2구짜리 콘센트다.


”마력과 술식 계산을 서로 공유할 수 있어.”

”오. 그건 확실히 좋네.”


드래곤볼로 따지면 퓨전을 하는 것이고, CPU로 따지면 싱글 코어가 듀얼 코어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즉, 마력 운용, 술식, 발현의 모든 면에 걸쳐서, 적어도 두 배 이상의 능력치가 올라간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란 말이지···”


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해보자.”


하범은 마법진의 중심에 섰다.

바닥에는 술식이 그려져 있다.

따라그리기 책처럼 술식을 따라 발현하면 된다.


하범은 체내에 흐르는 마력에 정신을 집중했다.


우웅.


발밑을 중심으로 하얀 빛을 내뿜는 마력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마력은 조심스럽게 마법진의 술식을 따라 번지기 시작했다.


“큭!”


저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나왔다.

거기에 더해 현기증까지 느껴졌다.

극심한 피로를 느낀 하범은 그대로 주저 앉았다.

마력 고갈 현상이었다.


---


---


셀레나는 쓰러지듯 주저 앉는 파이론을 바라보았다.

그는 융합 마법진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너 자가 마법진에 드는 마력 비용이 얼마야?”


마력 비용은 개인의 마력 그릇과 마법에 드는 마력을 백분율로 환산한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

그렇기에 특히나 자가 마법진의 마력 비용은 마법사의 자질을 쉽게 알 수 있는 척도다.


”27퍼센트.”


풀 마력 100퍼센트를 기준으로 했을때, 그는 자가 마법진을 시전하는데만 전체 마력의 3분의 1을 소모한다는 뜻.


‘겨우 27퍼센트 밖에 안되다니.’


아카데미생들의 평균은 20퍼센트.

평균에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마력 고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융합 마법진에 드는 마력 비용은 자가 마법진의 제곱이니까.


셀레나는 돌아섰다.

역시나. 볼 것도 없다.


“이제 알겠지? 네가 뭘 하려고 했는지.”


시간이 아깝다.

남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하건만.

자신은 무엇을 위해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


문고리에 손을 대었을 때였다.


“포기 안해.”


그 한마디가 어째선지 멈춰서게 했다.

이런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너한텐 불가능한 일이야.”

“불가능이라는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입술이 비쭉 올라갔다.


“불가능을 불가능이라고 말한것 뿐이야.”

”해내면 어쩔건데.”


헛소리.

코웃음이 나왔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 바란다고 이뤄졌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거야.”


그러자 그가 말했다.


“우리 내기하는거 어때?”


고개를 돌렸다.

그는 호기롭게 제안했다.


“한달이야. 그 안에 융합 마법진을 발현해 낸다면, 그때부터 우린 친구인거야. 못한다면 네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게. 어때?”


허세와 객기.

한심한 남자들의 지키지 못할 약속.


지금껏 모조리 거절하고 무시했다.

하등, 승낙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좋아.”


그는 왠지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가 호기심을 간질였다.


---


---


셀레나가 떠나자마자 드러누웠다.


“후···”


말은 멋드러지게 했는데, 융합 마법진은 차원이 다르다.


자가 마법진도 토나올 것 같았는데, 이건 진짜 말도 안될 수준이다.


“마력량도 턱없이 부족해.”


고작 발밑에 새겨진 술식을 짜는데 마력이 고갈났다.

적어도 지금의 여덟 배, 아니 열 배 이상의 마력량이 필요하다.


“반년만에 겨우 이정도. 열 배면 최소 5년은 더 걸려.”


그럼에도 겁도 없이 내기를 건 이유.


“후우···”


심장에 정신을 집중한다.

마녀의 마력이 체내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닥났던 마력 그릇은 순식간에 마녀의 마력으로 채워졌다.

그 때문인지, 몸에 푸른 빛 광채가 흐르기 시작했다.


“해보자.”


곧장 일어서서 마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우우웅!


푸른 빛 마력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곧 단숨에 융합 마법진을 푸른 빛으로 가득 채웠다.


“역시···”


마력을 거두어 들였다.

확실히 마력량은 과할 정도로 넘쳐흘렀다.


하지만 융합 마법진은 발현되지 않는다.


마법은 오차범위 제로의 정교한 기계공학.

조금이라도 삐끗해 술식에 마력값이 잘못 부여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마녀의 마력을 컨트롤 하지 않으면 안돼.”


마력 운용을 통해 흡수, 정제된 마력은 인공적으로 만든 블럭처럼 섬세하고 일정하다.

즉, 다루기가 매우 쉽다.


반대로 마녀의 마력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다.

마력에 자아라도 달린것 마냥 제멋대로 움직이는 통에 다루기가 무척 까다롭다.


하범이 푸른 불꽃 마법을 쓸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1위계의 마법이 다 그렇듯, 그저 마력을 장작불처럼 소모하면 되니까.


“다시 한 번 더.”


하범은 마녀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


---


”그냥 가서 덮치면 안되나요?”

”조용히 해! 데이빗!”


에드의 핀잔에 데이빗은 머리를 긁적였다.


“둘 다 닥쳐. 생각중이니까.”


아론의 호통에 두 사람은 황급히 고개숙였다.


세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 저 멀리 텃밭에서 약초를 수확하고 있는 루시를 주시했다.


“니들 생각은 어때? 그 가론 녀석이 저 여자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러자 에드가 답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론이 루시에게 신세를 졌다는 건 확실합니다. 가론과 결투하신 당시에 학원장을 불러 낸게 루시였습니다. 최근에 치료 시설에서 루시가 가론의 상처를 치료해줬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호오. 신세를 졌다 이거지··· 데이빗.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 가론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입시 성적을 발표했던 그날, 아론 님께 덤볐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죠.”


아론은 턱을 쓰다듬었다.


”좋아. 미끼로 쓰기에 나쁘지 않단 얘기네.”


세 사람은 루시쪽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이야. 루시.”


허리 숙인채 열심히 약초를 캐던 루시는, 아론과 마주하자 기겁하듯 한발짝 물러섰다.


”아론···!”


루시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아론은 코웃음 쳤다.


“많이 컷네? 이젠 그런 눈도 할줄 알고.”

”당신도 많이 변했어요.”


루시의 당돌한 언사에 아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렸을때 좀 어울렸다고 건방진 소리를 하는 구나. 변방 자작가의 딸 주제에 감히 중앙 공작가의 장남에게 말이야.”


아론은 루시의 어깨를 밀쳤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약초 바구니가 바닥에 떨어지며 내용물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루시는 저항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파르르 떠는 루시의 입술을 보고 아론은 입고리를 올렸다.


“우리 가문이 빈곤한 너희 가문에 후원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됬을까? 잘 생각 해봐. 네가 지금 여기 있는 게 누구 덕분인지 말이야.”

”워, 원하는 게 뭐에요.”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에 아론은 흡족하게 웃었다.


---


---


마리엔은 도서관 주위를 서성이다, 북쪽 가도를 따라 내려오는 셀레나를 발견했다.


“셀레나 님!”

”마리엔.”

“어디계셨던 거에요? 도서관에 가셨던거 아니셨어요?”

”잠깐 산책 같다온거 뿐이야. 책도 이미 빌렸고. 가자.”


셀레나가 먼저 걸어가자 마리엔은 뒤늦게 따라와 물었다.


“셀레나 님. 피부톤이 조금 붉어요. 혹시 감기라도 걸리신건···”


새하얀 피부를 가진 셀레나이기에, 조금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마리엔은 그녀의 얼굴이 약간 붉으스름 한걸 단번에 눈치챘다.


그러자 셀레나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아니. 잠깐··· 뛰어서 그래.”


애매한 반응에 마리엔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알려야 할 사실이 있어, 거기에 집중했다.


“셀레나 님. 본국에서 특이 사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무심하던 셀레나의 태도가 확 돌변했다.


“무슨 일 인데? 원탁의 기사들이 또 움직였니?”

”그, 그건 아니구요···”


마리엔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섀도우 대륙의 마수들이 심상치 않아요. 정보 길드의 보고에 따르면, 이스트 대륙 남동쪽 블랙비치에서 워프 게이트가 발견됐데요.”

”워프 게이트라고···?”


마리엔은 심각해지는 셀레나의 목소리를 듣고 급히 답했다.


“걱정마세요. 셀레나님. 근방의 자경단이 게이트를 부쉈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일단 알겠어.”


마리엔은 수심이 깊어지는 셀레나를 보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끝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아홉 대륙의 남동쪽 섀도우 대륙.


이미 예지의 마법사들로부터, 마수왕 켈베로스가 섀도우 대륙에서 깨어났다는 예언이 널리 알려진 상황.


섀도우 대륙과 가장 가까운 이스트 대륙은, 워터 제국은 물론 대륙내 모든 왕국이 켈베로스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었다.


본국을 두고 유학을 떠난 셀레나 황녀에게 시간은 많지 않았다.


대대적인 마수들의 침공이 시작된다면.

그 순간 황녀의 유학은 끝이 날테니.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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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재회 24.04.25 22 1 8쪽
57 재회 24.04.23 22 1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18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8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7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7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7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9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9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8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9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3 1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18 1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20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3 1 12쪽
43 이별 24.04.04 21 1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1 1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26 1 12쪽
40 회생 24.03.30 37 1 14쪽
39 회생 24.03.29 32 1 13쪽
38 대재앙 24.03.28 30 1 11쪽
37 대재앙 24.03.26 32 1 11쪽
36 내기 결투 24.03.25 30 1 14쪽
35 내기 결투 24.03.23 34 1 13쪽
34 내기 결투 24.03.22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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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수련 24.03.19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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