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15 22:2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4,013
추천수 :
108
글자수 :
478,340

작성
24.03.04 22:20
조회
59
추천
1
글자
11쪽

융합 마법진

DUMMY

“내일 보자. 친구.”

”뭐야. 또 강의 있어?”

”그럼~ 빠졌던 건 다 들어야지.”


테일러는 그렇게 말하곤 먼저 강의실을 떠났다.

녀석은 근래 들어 공부벌레가 됬다.


“나도 여유 부릴 때가 아니지.”


셀레나와 약속한 지 한 달째 되는 날.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술식은 완벽해.”


한달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이제는 술식이 머릿속에 알아서 그려질 정도다.


하범은 퍼스트 클래스 교사에서 나와 근처 공원으로 이동했다.

한적한 잔디들판에 자리를 잡고 심호흡했다.


“다시 해보자.”


정신을 심장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잠들어있는 마녀의 마력을 일순간 뽑아낸다.


“후우.”


크게 심호흡하며 체내에 폭발적으로 흘러드는 마력을 모조리 받아들인다.

마력의 순환이 가속화되며 유동이 피부 위로 느껴졌다.


“지금이야.”


발끝을 기점으로 마력을 흘려보내, 술식과 정량의 마력을 부어 마법을 발현한다.

푸른 빛을 띤 마력이 융합 마법진의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뻗어나간 마력은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을 완성했다.

융합 마법진의 형태는 완벽했다.

한 달간 연습을 반복한 덕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마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큭···! 조금만 더 버텨···!”


마력이 움직이니 간격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균형이 깨졌다.

마법진은 도미노처럼 형태가 무너져 내림과 동시에 소멸했다.


“젠장.”


집중력의 한계였다.

마력이 제멋대로 날뛰는 만큼 끝까지 확실하게 붙잡아놔야 하는데, 항상 이쯤에서 집중력이 깨진다.


“후.”


일단 머리를 식혔다.

이놈의 융합 마법진은 술식이 드럽게 복잡해서 쉬어가는 타임이 없으면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파온다.


“에라이.”


털썩.


하범은 그대로 들판에 드러누웠다.

4월 초의 봄바람은 하범의 머리칼을 선선히 쓰다듬었다.

그게 기분이 좋아 눈을 감았다.


“으음···”


어느 순간 얼굴이 뜨거웠다.

눈을 뜨니 태양이 머리 위에 있었다.

턱에 흐른 침을 닦았다.


“아이··· 한시가 급한데 자버렸네.”


툭.


하범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바닥에 뭔가 떨어졌다.

다시 보니 그건 쪽지였다.

거기엔 딱 한 줄이 적혀있었다.


「루시를 구하고 싶다면 구교사로 와라.」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하범은 다시 쪽지를 노려보았다.

이런 쪽지를 보낼 녀석은 그놈뿐이었다.


“아론···!”


내용을 보아하니 루시를 인질로 삼은 모양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패악질을 꾸미고 있었다니.


구교사는 아카데미 서쪽 끝에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자가 마법진과 함께 3위계 바람 마법을 발현했다.


“헤이스트!”


평소의 3배에 달하는 신속한 움직임으로 가도를 빠르게 주파했다.

순식간에 퍼스트 클래스의 교사를 지나치는 하범의 눈에, 마리엔과 셀레나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보였다.


하범은 발걸음을 돌려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헤이스트 마법 때문에 외풍이 불며 두 사람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마리엔!”

”뭐, 뭐야. 너···”


마리엔은 하범이 갑자기 다가와 아는 척하니 멋쩍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너. 아직도 내 마력을 추적하고 있지?”

”어, 어?! 어.”


마리엔은 눈에 띄게 당황해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셀레나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셀레나 역시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하지만 하범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루시가 위험해. 아론 녀석이 나한테 이런 쪽지를 보냈어. 넌 교수님이든 직원이든 아카데미 쪽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날 쫒아와.”


하범은 쪽지를 강제로 마리엔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들이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다시 구교사로 뛰었다.


헤이스트 마법을 써서 가니 서쪽 끝에 있는 구교사도 10분 만에 도착했다.


“헉! 헉!”


하범은 최대한 숨을 고르며 구교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구교사는 나무 덩굴이 건물을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지어진 지 적어도 몇백년은 된 것 같았다.


오래전에 아티팩트 전시장으로 쓰였던 건지, 안에는 녹이 슨 아티팩트들로 가득했다.

루시를 발견한 건 그 중심을 지나고 있었을 때였다.

어느 넓적한 아티팩트 위에 루시가 눕혀져 있었다.


“루시!”


하범은 황급히 루시 쪽으로 뛰어갔다.

그녀는 쇠사슬에 양손과 발이 묶인 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범이 루시에게 거의 다가갔을 때, 힘없이 갈라진 루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이론··· 오면··· 안돼···”


그 순간 루시가 눕혀진 아티팩트가 동작했다.

뜨겁게 달궈진 철붙이가 루시 몸 위로 만들어졌고, 원통기둥 형태의 얼음이 철붙이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 아티팩트의 목적은 확실했다.

죄인을 달군 철붙이로 지져버리기 위한 고문 및 처형 아티팩트였다.


거기까지 파악했을 때, 아티팩트 뒤에서 숨어있던 아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 이 개새끼!”

”그만. 한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면 루시는 죽어.”


아론은 손에 아티팩트의 리모컨을 들고 있었다.

그는 리모컨을 흔들며 하범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으라고.”

”니가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기나 해?”


아론은 죄의식을 못 느끼는 듯한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 알려주지. 지금 네가 서 있는 발밑을 잘 봐.”


근처 바닥에 마력석이 두 개 박혀있었다.


“그게 뭔 줄 알아?”


하범은 아론의 물음을 무시하고 터져 나오려는 분노를 삼키며 말했다.


”루시를 풀어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이건 내 마지막 경고야.”

”경고?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모양이네.”


아론이 리모컨을 누르자 얼음기둥이 일순간 녹아내리며 철붙이가 떨어졌다.


“꺄아악!”

”루시!”


철붙이는 루시의 복부 바로 위에서 멈췄다.


“리모컨을 빼앗으려 해도 소용없어.”


아론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보라는 듯 비켜섰다.


루시 옆에는 녀석의 똘마니 둘이 망치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하범이 허튼짓을 하는 순간 철붙이를 지탱하는 얼음 기둥을 완전히 깨부수겠다는 눈으로.


“자. 다시 눈 깔아.”


하범이 순순히 바닥을 내려다보자, 아론은 바닥에 꽂힌 마력석을 발로 차 부숴버렸다.


쩌저적!


그러자 철붙이를 지탱하던 얼음 기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론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저 얼음 기둥을 생성하는 마력 공급원이야. 이제 마력 공급이 안되니, 얼음은 당연히 열기에 녹게 되겠지.”


얼음 기둥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미친 새끼!”


하범은 마력석이 꽂혀있던 바닥에 두 손을 각각 대었다.

마력을 흘려 넣자 얼음기둥에 다시 냉기가 차기 시작했다.


“큭큭큭! 그래!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지! 바닥을 기는 꼴이 네놈과 참 어울리는 구나.”

”이제 됬잖아! 루시를 풀어줘!”


그때 아론이 하범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퍼억!


복부를 얻어맞은 하범은 신음을 흘렸다.


“감히 내게 명령을 해?”


아론은 하범의 정수리를 질근질근 밟았다.


“적당히 기어올라야지. 버러지 같은 것.”


뻐억! 퍽! 퍼억!


아론은 본격적으로 하범에게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굴러들어 온! 놈인지! 몰라도! 아주 죽여버리겠어!”


복부를 집중적으로 얻어맞자 하범은 결국 피를 토했다.


“아직 멀었어.”


퍽! 퍼억! 뻑!


그의 발길질은 무자비했다.

하범이 피를 토하건 말건, 고통에 부르르 몸을 떨건 말건 쉴 새 없이 걷어찼다.


“파이론··· 파이론··· 미안해···”


루시는 무방비하게 얻어맞는 파이론을 보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가 토해낸 피가 이미 바닥을 시뻘겋게 적셨다.


뻐억! 퍽! 빠악! 빠각!


살점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고, 피를 토하고, 온몸에 시퍼런 멍이 생겨도, 하범은 악착같이 마력을 주입했다.

아론 역시 오기가 생겨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아론님···? 이제 그만하면···?”

”닥쳐! 데이빗!”


아론은 계속해서 발을 휘둘렀다.


“아직도 버텨? 아직도? 짐승마냥 맷집은 좋구나.”

“그만··· 제발 그만···”


루시가 아무리 애원해도 아론은 멈추지 않았다.


“네놈 때문에 내 체면이 얼마나 구겨졌는지 알아? 기어도 모자랄 판에 감히 내게 대들어? 여기선 내가 곧 법이고 신이야! 죽어! 죽어버려! 버러지 같은 것!”


아론은 한참을 더 발길질하다 물러섰다.

그의 상체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후. 이제야 좀 후련하네.”


아론은 에드가 가져다준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하범을 내려다보았다.


하범의 손이 부르르 떨었다.

마력 고갈의 징조였다.

아론은 씨익 웃었다.


“하나 알려줄까? 마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마력을 쥐어짜 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끝이야. 그걸로 끝. 마력의 그릇이 깨져버려서 다시는 마법을 못 쓰게 되지.”


아론은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었다.


“내가 말했지.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어디 잘해봐. 루시를 버리고 그릇을 살릴지, 그릇을 버리고 루시를 살릴지 말이야.”


빠직!


아론은 손에 든 리모컨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즈려밟아 부쉈다.

그리곤 그대로 똘마니들과 함께 구교사를 빠져나갔다.


“파이론··· 손을 떼··· 나 때문에 네가 마법을 못 쓰게 되면···”

”마법을 못쓰게 되더라도··· 널 죽게 놔두진 않을 거야···”


죽을 만큼 괴롭다.

이미 마력 고갈 상태.

현기증과 함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졌다.


이대로면 진짜로 마력의 그릇이 깨질 것이다.

마녀의 마력을 이용해야 한다.


‘성공해야 해.’


아티팩트의 마력은 섬세하다.

조금이라도 마력 값을 어긋 내는 순간 작동이 멈춘다.

그렇게 되면 루시도 끝장이다.


하범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이겨내고 정신을 심장에 집중했다.


제어하지 못하면, 티끌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루시는 죽는다.


‘제발···! 제발!’


마녀의 마력이 아티팩트로 흘러 들어갔다.

그럼에도 아티팩트는 이상 없이 동작했다.

얼음 기둥은 여전히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가··· 구해줄 게··· 루시.”


하범은 기존 수치의 정확히 두 배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얼음 기둥은 이전보다 크게 자라나면서 철붙이를 밀어냈다.


쿵! 쿠구궁!


철붙이는 일정 선 위로 올라서자,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고 튕겨져 날아갔다.


하범은 바닥을 기어, 루시에게 다가갔다.


“파이론···!”


하범은 푸른 불꽃을 피워 올려 그녀를 묶은 쇠사슬을 녹여냈다.


---


---


철컥!


수갑이 떨어져 나가자 황급히 그를 끌어안았다.


“테라그노시스···!”


두 손을 복부에 대었다.

심각한 타박상에, 갈비뼈가 세 대나 골절되어 있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가 느끼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일을···”


그는 피투성이 손으로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게 너무나 다정하고 자상해서.

네 탓이 아니라고.

울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서.


웃었다.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그의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수습 24.04.29 19 1 15쪽
60 반란 24.04.27 20 1 13쪽
59 반란 24.04.26 16 1 9쪽
58 재회 24.04.25 22 1 8쪽
57 재회 24.04.23 22 1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18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8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7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7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7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9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9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8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9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3 1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18 1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20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3 1 12쪽
43 이별 24.04.04 22 1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1 1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27 1 12쪽
40 회생 24.03.30 37 1 14쪽
39 회생 24.03.29 33 1 13쪽
38 대재앙 24.03.28 30 1 11쪽
37 대재앙 24.03.26 32 1 11쪽
36 내기 결투 24.03.25 30 1 14쪽
35 내기 결투 24.03.23 34 1 13쪽
34 내기 결투 24.03.22 36 1 11쪽
33 내기 결투 24.03.21 36 1 12쪽
32 수련 24.03.19 4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