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15 22:2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4,004
추천수 :
102
글자수 :
478,340

작성
24.02.26 22:20
조회
71
추천
2
글자
9쪽

아카데미 재판

DUMMY

붉은 플레이트 갑옷과 도마뱀이 그려진 망토를 입은 기사들.


아카데미를 방문한 리자드 기사단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았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알터 공작의 기사단인가.”

”전부 소드 익스퍼트라네. 중급 마수 정돈 맨손으로 때려잡는다더군. 굉장해.”

”어머. 근육 좀 보세요.”

”눈이 즐겁군요.”


하범도 학생들 틈 사이에서 기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사단과 마차는 아카데미 중심부에 있는 대강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파이론 학생.”


고개를 돌려보니 고깔모자에 별빛 자수가 박힌 로브를 착용한 교수가 서 있었다.


“오울란 교수님?”


그는 원소특화계 담당 교수로, 이미 몇 번 강의를 들은 터라 안면이 있었다.


“황태자 저하께서 당신을 찾으십니다.”


테일러를 통해 들은 바가 있기에 하범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텔레포트(Teleport).”


일전에 목격했던 6위계 공간 이동 마법.


하범은 교수의 자가 마법진에서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술식과 방대한 마력량에 내심 감탄했다.


마법이 동작하자 주변 풍경이 허물어지고, 공간이 뒤틀리며, 대강당 내부의 모습으로 변했다.


하범과 오울란은 대강당 무대 뒤편에 있었는데, 거기엔 다른 교수들도 모두 모여있었다.


무대에 올라있는 학원장을 발견한 오울란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학원장님. 파이론 학생을 데리고 왔습니다.”


학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서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하범은 교수들 틈 사이로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고풍스러운 의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의자와 마주 보는 쪽에는 테일러가 있었는데, 그는 무릎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테일러는 분명 영구 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 모양새가 꼭 처벌을 기다리는 죄인의 행색이 아닌가.


하범은 대강당을 둘러보았다.

적기사들이 복도마다 줄지어 서 있었다.


누가 봐도 황태자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설마··· 황태자가 직접 처벌하려는 건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황태자 저하께서 입장하십니다!”


기사 하나가 대강당이 울리도록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든 기사들이 발을 맞춰 구르며 일제히 절도 있는 자세를 취했다.


이윽고 정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띈 인물은 선두에서 걸어오는 황태자였다.


금빛 기장을 단 화려한 제복에, 드래곤 모양의 자수가 박힌 붉은 망토를 걸치고.

번쩍이는 왕관 아래 금발 적안의 미소년은, 권력과 재력을 모두 겸비한, 명실상부 황족의 면모를 뽐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중년 기사와 로브를 걸친 노마법사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황태자는 기사의 호위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네가 폭죽을 터트린 놈인가.”


막 변성기가 오기 시작한 목소리에 테일러는 고개를 숙였다.


“예. 그렇습니다. 저하.”


황태자는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느긋한 자세로 턱을 괴었다.


“동기가 무엇이냐.”

”마법이 무기나 도구로만 소비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황태자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구나. 마법은 인간의 도구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너는 사상에 치우쳐 제국의 중요한 교육기관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했다.”


황태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메먼 학원장.”

”예! 저하!”

“저 죄인에게 징계를 내렸다지.”

”그렇습니다. 영구 정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부족하다. 죄인은 제국의 위신에 흠집을 남겼다. 짐은 제국민이 이에 동요할까 심히 염려된다. 따라서 저 죄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사형.

그 단어를 듣자마자 학원장은 무릎 꿇었다.


”저, 저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죄인이 네 아들이라 들었다. 블로우 백작.”


황태자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말했다.


“자네가 제국에 바치는 충성심을 의심하는 건 아니네. 그러나 자네의 아들이라 해서 죄업을 경시할 수는 없는 법. 이러한 짐의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라네.”


학원장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무지하고 무지하여 경망스럽고 산만한 아이입니다! 분명 이러한 과오를 예상치 못하고 벌인 일일 것입니다! 제가 엄히 다스릴 테니 사형은 면해 주십시오!”


이마를 땅에 대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사형은 아니 되옵니다! 저하! 차라리 제 목을 베어주십시오!”

“내 어찌 그대에게 죄를 묻겠는가. 허할 수 없네.”


하범은 주먹을 쥐었다.

황태자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적응이 되질 않았다.

열다섯 정도 되는 애가 마흔이 넘는 어른을 상대로 겁박하는 모습이.


하범은 테일러를 바라보았다.

그는 사형이라는 단어를 들었음에도 하범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하범이 나설 차례였다.


“거기까지 하시죠.”


대강당에 하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엄하다! 어느 놈이 감히 저하의 허락 없이 목소리를 내느냐!”


기사단장은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교수들은 자신이 아님을 어필하듯 일제히 그 자리에서 비켜섰다.


하범의 모습이 모두에게 드러났다.

그는 무대 위로 올라섰다.


기사단장이 검을 뽑으려 하자, 황태자가 손을 올려 저지했다.


“넌 누구냐.”

”파이론입니다.”

”네 이놈! 무엄하다! 어서 무릎 꿇지 못할까!”


황태자는 다시금 손을 올려 조용히 시켰다.

그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상대에게 흥미가 생긴듯 했다.


“네가 그 가론이로구나. 아르웬이 추천한.”

”그렇습니다.”


막상 독대하니 황태자의 위용이 장난이 아니다.

그의 적안과 마주친 순간 괜시리 몸에 힘이 들어갔다.


“자네를 보고 싶었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발 빠르게 하범을 훑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라. 자네. 노스 대륙 출신인가?”


노스 대륙.

아홉 대륙 중 12시 방향인, 북쪽에 위치한 대륙이다.

아무래도 노스 대륙은 지구로 치면 동양인 것 같았다.


“저는···”


지구라는 다른 세계에서 전생한 마녀의 아들입니다. 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범은 어릴 때부터 곧잘 하던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는 고아입니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출신도 잘 모릅니다. 아르웬에게 우연히 거둬졌을 뿐입니다.”

“그렇군.”


변명이 자연스러웠는지, 황태자는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았다.


“그대가 생각하기에 아르웬이 왜 그대를 위해 추천장을 써줬을 것 같은가.”


하범은 입을 다물었다.

의도가 뻔히 느껴졌다.


황태자는 지금 하범을 특별히 여기고 있다.

그것은 아르웬의 존재 때문이다.


만약 하범이 아르웬의 제자라면?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

무려 800년 동안 숨어지내다 갑자기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가론 하나를 아카데미에 추천했으니까.


“듣자 하니 그대는 아카데미에 간신히 입학했다고 들었다. 생각보다 유능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런데도 아르웬이 자네를 아카데미에 추천했단 말이지. 그 의중이 궁금하네.”


황태자는 답을 꼭 들어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렇겠지.

하범이 아르웬의 제자로서 대마법사의 재능이 있는지 알아야만 할 테니까.


하범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테일러의 죄를 용서해 주신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일순간 대강당에는 정적이 흘렀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그들의 반응을 보며 하범은 방금 뱉은 말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발언인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


---


기사단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황태자의 명을 무시하는 것은 중죄니까.

하지만 그 명만 없었더라면 가론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을 것이다.


기사단 또한 몸에 긴장을 넣었다.

황태자를 상대로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으니까.

황태자가 당장 목을 치라고 말한다면 모두가 일제히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황실 마법사와 아카데미 교수진들은 또 어떤가.

황당한 표정.

황태자 저하에게 감히 거래를 제안하다니.

얼마나 불경한 모습인지 모른다.


슬픔에 빠져있는 학원장도, 낙담하고 있는 테일러도 놀라 하범을 쳐다보았다.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황태자는 가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때였다.


“크하하하!”


황태자가 웃었다.

그것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배를 잡고 웃었다.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해맑게 웃는 황태자를 보는 건, 그가 국정을 맡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아르웬이 거둔 사내답구나. 오랜만이야. 누이와 형님 외에 이런 허례허식 없는 대화를 나눠보는 건.”


황태자는 흡족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좋아. 거래하자는 거로군. 아주 재밌어. 질질 짜면서 용서만 바라는 누구와는 다르게 말이지.”


그 말에 학원장의 어깨가 움찔했다.

황태자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허나 거래하려면 그에 걸맞은 값을 내놓아야 하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만약 자네의 대답이 마음에 들면 저자를 용서하겠네. 이번 사건도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주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네는 죽어.”


황태자의 마지막 말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자. 이제 자네의 답을 들려주게.”


모두의 시선이 하범에게 쏠렸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황태자에게 거래를 제안했을까.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하범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수습 24.04.29 19 1 15쪽
60 반란 24.04.27 20 1 13쪽
59 반란 24.04.26 16 1 9쪽
58 재회 24.04.25 22 1 8쪽
57 재회 24.04.23 22 1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18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8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7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7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7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9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9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8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9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3 1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18 1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20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23 1 12쪽
43 이별 24.04.04 22 1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1 1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26 1 12쪽
40 회생 24.03.30 37 1 14쪽
39 회생 24.03.29 33 1 13쪽
38 대재앙 24.03.28 30 1 11쪽
37 대재앙 24.03.26 32 1 11쪽
36 내기 결투 24.03.25 30 1 14쪽
35 내기 결투 24.03.23 34 1 13쪽
34 내기 결투 24.03.22 36 1 11쪽
33 내기 결투 24.03.21 36 1 12쪽
32 수련 24.03.19 4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