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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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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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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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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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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카데미 재판

DUMMY

“후. 이 정도면 충분해.”


눈을 뜨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마력 운용을 갈무리하고 일어섰다.


그들은 테일러만 데려갔다.


‘눈치채지 못한 거야.’


푸른 불꽃은 마녀의 마법.

그 힘으로 아티팩트를 동작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교수들이 마력의 흔적을 알아냈더라도, 그것이 하범의 것이라 생각치 못한 것이다.


틴더 기숙사로 돌아갔다.

지금쯤이면 테일러도 있겠지.


기숙사 1층 복도는 저녁 시간만 되면 붐빈다.


남녀가 분리되어 있어도, 3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숙식하는 곳이다.

점심시간의 카페테리아처럼 저녁 시간의 기숙사는 매우 번잡스럽다.


무엇보다 게시판의 존재가 크다.

아카데미 내의 중요한 공지 사항은 모두 1층 복도에 비치된 게시판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게시판을 확인한다.

어쩌다 눈길을 끄는 공지가 올라오면 복도는 금방 마비되곤 한다.


지금이 딱 그랬다.

하범은 게시판에 몰린 학생들을 발견했다.


평소였다면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폭죽 사건의 전말』


게시판 중앙에 대문짝만한 게 적힌 공지글.

모두가 그것을 보고 있었다.


공지글엔 테일러의 초상화가 박혀있었다.

폭죽 아티팩트로 아카데미를 혼란에 빠트렸다는 내용과 함께.


문제는 그에 대한 처벌이었다.


“영구 정학?”

”퇴학이나 다름없군.”

”내쫒을 순 없으니, 알아서 나가라는 뜻이겠지요.”

”교칙과 어긋나는 행동이긴 했지만 엄한 처사로군.”

”그러니까요.”


영구 정학.

입에서 쓴맛이 났다.


누가 다친 것도 아니다.

그저 불꽃놀이일 뿐이었다.


칼부림한 아론도 용서했으면서, 고작 폭죽 몇 개 터트렸다고 영구 정학을 때린다고?


하범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왜 이렇게 일이 커졌는지 차분히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화력이 세긴 했어.’


폭죽은 생각보다 더 크고 밝았다.

게다가 무려 1시간 동안 끊임없이 터졌다.


만약 그것 때문이라면.


‘내 탓이잖아.’


하범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씨발. 이게 아닌데.’


계획을 세운 건 테일러였지만, 일을 키운 건 하범이었다.

푸른 불꽃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던 것이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생도님들.”


학생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하인이 새로운 소식을 걸었다.


파이어 제국의 황태자가 내일 아카데미에 방문한다는 소식이었다.


“황자 전하께서 내일 오신다고?!”

”매년 시찰을 나오신다고 듣긴 했는데, 보통 연말이었잖아?”

”너무 급작스럽군. 폭죽 때문이 아닐까?”

”그럴만해. 그 정도 화력이면 수도 밖에서도 보였을 테니.”

”과하긴 했지.”


하범은 게시판에서 떨어져 나왔다.

뭐가 어찌 됐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좇됐다.”


학원장을 골탕 먹이겠단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도중에 아론의 수작을 방해하려고 화력을 높였던 건데.


그것이 제국의 황태자를 움직이게 할 정도로 큰일이 된 것이다.

테일러가 중징계를 받은 것도 그것 때문이 확실했다.


하범은 서둘러 6층으로 올라갔다.


604호.

테일러의 방이다.


똑똑.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반응이 없다.


“여기서 뭐 해?”


뒤를 돌아보니 테일러가 서 있었다.

눈이 풀린 데다 볼이 불그스름한 걸 보니 술을 마신 것 같았다.


“술 마셨냐···?”

”일단 들어와라.”


테일러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났다.

테일러의 몸에서 항상 나는 향기였다.


책상에는 온갖 종류의 화장품과 액세서리가 구비되어 있었다.

루시나 하범의 방과는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한쪽 벽면에 걸려있는 세계지도는 뭔가 이질적이었다.


테일러는 침대에 흐트러져 있는 옷가지를 대충 치웠다.

그리곤 하범에게 거기에 앉으라고 손짓하곤 찬장을 열어 브랜디와 잔 두 개를 꺼냈다.


그가 술을 잔에 따르는 동안 하범이 먼저 말을 텄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어.”

”그래. 게시판에 올라왔겠지.”


테일러는 하범에게 잔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그나마 나 혼자 걸려서 다행이야.”

“혼자 짊어질 셈이야?”


테일러는 브랜디를 원샷한 뒤에 다시 술을 따랐다.


”왜. 너도 자수하려고? 아서라. 제국의 위상이 걸린 문제로 번졌으니까.”


하범은 브랜디를 또다시 원샷하려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만 마셔.”


테일러는 아랑곳 않고 잔을 비웠다.

녀석은 진지한 분위기가 싫었는지, 금세 낄낄 거리며 말했다.


”그거 알아? 학원장도 그렇게 화를 낸 건 거의 처음 봤어. 목표 초과 달성이야. 큭큭.”


하범은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녀석에게서 브랜디를 빼앗았다.


“내일 황태자가 온다고 하던데.”

”황태자가 친구를 보고 싶어 하는 거 같더라고.”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취해서 헛소리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 뭐냐··· 아르웬의 추천장? 친구가 입학할 수 있었던 게 그것 때문이라며.”

”어떻게 알았어?”

”학원장이 수정구로 떠드는 걸 엿들었거든.”


그러고 보니 학원장과 처음 만났을 때, 추천장에 대한 내용을 황실쪽에 알린다고 했던 것 같았다.


테일러는 다시금 브랜디를 빼앗듯 들고 술을 따랐다.


”아무튼. 친구. 보통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그 아르웬의 추천을 받다니.”

”겨우 추천을 받았을 뿐인걸.”


그러자 테일러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아니지. 그분은 인류 최고의 대마법사야. 전 세계에서 모셔가겠다고 난리 피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친구를 위해 추천장을 썼단 말이야. 그럼 당연히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겠어?”

”그래서 황태자가 날 보고 싶어 하는 거구나. 아르웬의 추천을 받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술에 강한 타입인 것 같았다.

몇번이고 잔을 비웠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아무튼, 내 가문은 제국에 공헌을 많이 했으니 조용히 넘어갈지도 몰라. 그러니 넌 쥐죽은 듯이 잠자코 있어.”

”있잖아. 새삼 묻는 거긴 한데, 넌 왜 이 일을 계획한 거야?”


녀석이 학업엔 관심 없고 놀기 좋아하는 귀족 도련님이란 건 안다.


이런 악동 같은 계획도 거기에서 비롯된 심심풀이였겠지.


하지만 그런 것치곤 꽤 적극적이다.

그리고 왜 하필 학원장을 골탕 먹이려 하는 걸까.


지금까진 목적이 중요했는데, 이 순간 하범은 그 계기가 궁금해졌다.


테일러는 예상외로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학원장은 내 어머니야.”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메먼 넬라 블로우.

테일러 느 블로우.


이제 보니 같은 가문이다.

왜 여태껏 눈치채지 못했을까?

성격이 딴판이어서 그런 것 같다.


“아버지는 윈드 제국의 황실 수석 마법사셨어.”

”와. 완전 마법사 집안이네.”


엄마는 마법 아카데미 학원장.

아빠는 황실 마법사.


현대 사회로 따지면 대법원장 아빠에 로스쿨 학장 어머니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아다만티움수저를 봤나.


하범이 부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으니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집안이 좋으면 뭘 해. 가족 관계는 형편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두고 떠났어. 완전히 가버렸단 말이야.”

”어디로?”


테일러는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버지는 마법사이기도 했지만, 모험가이시기도 했어. 소위 말하는 떠돌이 마법사. 그게 아버지의 정체성이었지.

어머니는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있길 바라셨어. 어려서부터 집 밖으로 한발짝도 안 나가본 요조숙녀 셨으니까. 그만큼 가족관계를 중시했지.

열 살 때부터 배 타고 대륙 간 여행을 했던 아버지와는 완전 반대야.”


테일러는 잔을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열 살 때 다시 모험을 떠났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배신감을 느꼈지. 어머니에게 그것은 가족을 저버렸다는 의미였던 거야.”


테일러는 한쪽 벽면에 걸린 세계지도를 가리켰다.


”사실 나도 아버지를 따라 모험을 떠나고 싶었어.“

”왠지 넌 그럴 거 같더라. 넌 어디에 매여있으면 안 되는 성격이야.”

”그래. 하지만 어머니는 날 가만두지 않았어. 어딜가든 감시를 붙였고, 진로도 어머니가 결정했지.”


힘없이 내려가는 테일러의 눈빛이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도 어머니의 결정이야.”


하범은 이해했다.


그가 유급을 당할 정도로 방탕한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학원장을 골탕 먹일 계획을 세웠던 것도.


모두 자신을 옭아매는 어머니의 사슬에서 발버둥 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사라가 없었다면 난 진작에 죽어버렸을 거야.”


테일러는 허공을 향해 키스를 날렸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남자.

그에게 바람의 정령이 붙은 건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세상 편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던 테일러에게 이런 깊은 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친구. 이제 가봐. 나 많이 취했나 봐. 가정사까지 말하게 될 줄은 몰랐네.”


---


---


다음날.

아카데미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불을 뿜는 드래곤이 그려진 깃발.

붉은 플레이트 갑옷을 착용한 기사들.

행진을 알리는 나팔과 북소리가 아카데미 전역을 깨웠다.


위용이 넘치는 기사단의 행진.

그 중심에 황금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카데미생들은 모두 나와 마차를 향해 꽃잎을 날렸다.


엠비시오닌 도미닉 파이어.

미드 대륙을 지배하는 파이어 제국의 2황자이자 황태자.


그는 금실 장식의 제복을 입은 채, 창가에 앉아 아카데미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황자 전하.”


적토마를 탄 기사가 황태자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제 2 황실 기사단 단장. 루히 크룰루 알터.


다부진 사각턱에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그는, 강자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폭죽을 터트린 진범을 잡았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그에 대한 처벌부터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


황태자는 건성으로 답했다.

그는 옆에 앉은 황실 수석 마법사 카발라에게 물었다.


“범인이 한 명이 아니라고 들은 것 같은데. 그중 하나가 마녀일지도 모른다지?”

”예. 그렇습니다. 황자 저하. 발화에 쓰인 마력은 마녀의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래. 화력이 굉장했지. 내 침실에서도 보였으니까.”


황자는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으로 이야기했지만, 카발라는 그것은 일종의 꾸짖음처럼 여겨 고개를 숙였다.


“그래. 범인은 누구였는가.”


루히 단장이 답했다.


“발화를 일으킨 자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공범은 메먼 학원장의 아들인 테일러 느 블로우로 밝혀졌습니다.”


카발라도 거들었다.


“학원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영구 정학을 처분을 내렸으나, 최종 결정은 저하께 맡긴다 하였습니다.”

”알겠네. 하지만 아쉽군. 난 발화를 일으킨 자가 궁금했는데.”


루히 단장과 카발라는 송구함에 고개를 조아렸다.


“뭐,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재밌게됬어. 퓨리 백작의 외동딸. 그녀의 자식이 사고를 쳤으니까.”


엠시비오닌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 잘난 원로에게 목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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