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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30 16:4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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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356

작성
24.06.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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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7. End Game

DUMMY

“너희 엔드게임 봤어?”

“봤지 임마, 그걸 안 봤겠냐?”


“언제?”


나영이가 울상이 되어 길길이 날뛰었다.


“뭘 언제야? 월요일 쉴때 정수랑 봤지.”

“야!! 니들은 나한테 말도 안 하고!! 허어엉 치사해!!”


나랑 정수는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나도 마블 좋아한단 말야!!! 어떻게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야.. 한나영, 영화는 거 있잖아? 어지간하면 남친 사귀어서 남친이랑 봐.”

“웃기지마!! 야, 니들이 더 이상해. 게이냐? 남자새끼들끼리 영화 보게?”


나영이는 때를 썼다.


“알았어, 알았어. 같이 보자, 우리 한 번 더 봐도 돼, 그치 정수야?”

“어, 그럼. 그런건 어차피 뭐.. 스토리 보려고 보는 것도 아니니까..”


그제서야 풀어진 나영이,


“헤헤, 근데 Endgame이 최종단계라며?”

“그거 우린 이제 끝장이야 아냐?”

“아냐, 그거 번역 오역한거래. 야, 그럼 무슨 영화제목이 영원한 전쟁: 우린 이제 끝장이야 냐?”

“크크크크”

“하하하하”


우린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 셋은 뭔 일만 있으면 우린 엔드게임이야 하면서 아재 개그를 하며 킬킬거렸다.




****


‘그게 몇 번째 삶때 일이었지? 원래의 삶? 두번째는 아니었고 세번째였나? 네번째였나? 기억도 가물가물.. 이젠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회귀의 부작용인지도 모르겠다.

6번의 삶을 반복하면서 점점 기억이 꼬여갔다.

원래는 명확히 구분하던 일들이 이제 점점 뒤섞여져 몽롱해져갔다.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뭐가 몇 번째 삶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육신은 그대로인데 영혼이 늙는건가? 뇌만 늙는건가?’


나는 거의 90년을 살았다.

그냥 제대로 인생을 살았다면 이제 90이 된 할아버지일 것이다.


‘왜 지금와서 그런 생각을..’


나는 공허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공허할 때는 보통 좋은 일이 없었는데..


예전에 고척돔 덕아웃에 머리를 기댔을 때,

트윈스 시절 플레이오프에서 역투했던 그 시절,

그때의 공허함이 떠올랐다.



“Hey, Nebula, Are you OK?”


로버츠가 와서 나를 쳐다본다.

내가 멍하니 그라운드를 보고 있으니 걱정이 된 모양이다.


“Next Inning, OK?”

“Sure.”(당연하죠.)


나는 웃어 보였다.

사실 로버츠도 조마조마할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퍼펙트였다.

투구수도 충분히 던질만 했다.

불펜에는 두 명의 투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여차하면 나를 내릴 것이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찬스에서 번번히 헛치는 타격,

답답함의 극치였다.


우리는 7회말이 끝난 시점에 0-0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점수가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냥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지는 것이 좋았다.


마치 그 옛날,

잠실구장 마운드에서,

루게릭병에 신음하던 그 마지막 마운드가 떠올랐다.


‘그 때는 따뜻한 봄날이었지.. LA는 너무 더워.’


8회는 상대 4, 5, 6번이다.


4번타자 크리스티안 워커

5번타자 가브리엘 모레노

6번타자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


물론 이들 중 누구도 지금껏 내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오늘 세 번째 만남이지.. 그래도 너희는 날 처음 만난 거야.’


나는 또 다시 다른 패턴으로 이 타자들을 공략했다.


세 명은 모두 우타자,

지금껏 사이드암의 변칙 패턴에 고생해왔다.


‘첫타석은 로우 스리쿼터, 두번째 타석은 사이드 암이었지, 세번째는 하이스리쿼터로 간다.’


사이드암 투수와 하이스리쿼터 피처는 전혀 다른 타입의 투수이다.

당연히 공이 꺾이는 각도도 전혀 다르다.


나는 스위퍼와 커브, 그리고 스플리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봉인했던 스플리터 맛을 봐라.’


사이드암으로 스플리터를 던지는 건 어렵다.

그래서 사이드암일때는 체인지업만 던진다.

물론 벌칸 체인지업 구사도 쉽지 않기 때문에 주로 슬러브와 슬라이더로 공략했다.


슈우우우웅




첫타자 워커는 2구만에 3루 땅볼로 아웃,

투심 패스트볼에 적응하지 못한다.


다음타자는 가브리엘 모레노,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모레노의 저항이 거칠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공들을 파울로 걷어내고 볼을 잘 고르고 있다.


딱!!!


맞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틀 연속 홈런??


모레노의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하지만 폴대를 살짝 비켜가는 아슬아슬한 파울,

운이 살렸다.


8회 1아웃까지 85구였는데 모레노 한 명에게만 공 8개를 던졌다.

9구째 떨어지는 스플리터


팡!!!


Ball!!


배트가 나오려다 참는다. 드디어 오늘 처음 맞이하는 풀카운트.


‘후우.. 쉽지 않네.’


상태창을 봤다.


‘피안타 확률 24.8%라..’


대략 2할5푼, 낮다면 낮고 높다면 높다.

하지만 이것도 스트라이크를 던질때의 이야기.


이미 특능도 거의 다 썼다.

힘이 떨어진 지금 슈트인 천룡섬격이나 구슬치기는 큰 의미가 없다.

수룡승천이나 흑룡잔영은 더이상 남은게 없다.


‘그냥 던져야지.’


“Sweeper, Outside low”


포수로부터 사인이 피칭컴을 타고 귀에 들어온다.

나는 별 저항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결국 제구의 싸움, 나는 최선을 다해서 스위퍼를 던졌다.


‘힘이 들어가면 안 돼, 그냥 초구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면 100% 볼이다.

최대한 무심한 상태로 손에서 공을 놓았다.


슈우우우우우웅


‘아.. 젠장, 빠졌어.’


분명히 최대한 평정심을 가지고 던진다고 던졌는데 힘이 들어갔나?

아니면 악력이 떨어져서 그랬나?

순간적으로 빠졌음을 직감했다.


부우우우우우웅


모레노의 배트가 허공을 가른다.


팡!!


스트라이크 아웃!!!


‘하아.. 다행이야.’


관자놀이 부근으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아, 우리 진성운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 퍼펙트 잖아요. 3-2 풀카운트에서 유인구를 던져 삼진을 잡다니.. 이건 말이죠, 정말 타고난 배짱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어요. 진성운 선수는 사자의 심장을 갖고 태어났어요.”

“아니 사자의 심장이라뇨. 성간의 제왕입니다.”

“하하하, 맞습니다. 제가 실례했네요. 정말 대단한 피칭을 봤습니다. The Pitching이에요.”


한국 중계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3-2에서 그런 완벽한 유인구를 던지다니.

모레노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덕아웃으로 들어간다.




‘운이 좋았어. 공이 빠졌는데 스윙을 해 주다니..’


나는 로진백을 집어 들고 손에 두어번 털었다.

모레노에게 공 10개를 던졌다.

이제 96구째


타석에는 구리엘 주니어가 들어왔다.

초구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각이 큰 커브, 카운트를 잡을 요령이었다.


슈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웅


딱!!!!


“어?”


나도 모르게 어? 소리가 나왔다.


‘어? 이게 뭐지?’


바깥쪽 낮은 코스에 떨어지는 커브를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기울이며 퍼 올린다.

저걸 노려서 친다고?


“어? 어? 어?”


한국 중계진도 설마설마 하면서 화면만 보고 있었다.

현지 중계가 아닌 스튜디오 중계이기 때문에 화면밖에 볼 수 없었다.

큰 포물선을 그리는 타구





아아아아아아아~~~~

다저 스타디움이 탄식에 잠긴다.


좌측 펜스 끝부분을 살짝 넘기는 솔로 홈런

비거리가 100미터? 105미터? 정말 딱 저 코스가 아니라면 넘어가지 않을 큰 포물선을 그리는 타구였다.


“하하, 하하..”


나는 웃음이 나왔다.

참 인생이 허탈하구나 싶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전장을 해매던 역전의 용사라도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죽는 게 인생이다.

야구는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


실투는 아니었다.

나름 잘 제구된 커브였다.

그걸 노리고 친 구리엘 주니어가 미친놈이었다.


‘어떻게 그걸 노렸지? 초구 커브는 거의 안 던졌는데?’


몸이 완전히 기울어지며 체중을 실어 퍼 올렸다.


'악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가?'


덕아웃에서 감독 로버츠가 나를 향해 걸어 올라오고 강성이형이 서둘러 따라온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미안함과 연민이 가득하다.


“Good job, how are you?”

(잘했어, 어때?)


항상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쉬운 말 만을 골라쓰는 로버츠.


“I can, Please, let me finish this inning.”

(할 수 있어요. 이번 이닝은 내가 끝내게 해주세요.)


로버츠의 눈빛이 약간 흔들린다.


내 어깨를 두 번 두드리더니 살포시 웃는다.

나도 웃었다.


난 다음 타자인 7번타자 토마스를 2루 땅볼로 잡아내고 8회를 마쳤다.


8이닝 1피안타(1피홈런) 1실점, 무사사구 12탈삼진 98구.


이것이 오늘 나의 피칭내용이었다.


NEBULA!!

NEBULA!!

NEBULA!!

NEBULA!!


8회를 마치고 내려오는 나에게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해주었다.


나는 모자를 벗었다.

1루 파울 라인 앞에 멈춰섰다.


그라운드 안에 멈춰서서 모자를 들어 360도로 돌며 모자를 흔들었다.

난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게 나의 마지막 투구임을..


그리고, 이것으로 나의 오랜 여정도 끝임을..


“엔드 게임이네.”


나도 모르게 조용히 읊조렸다.

미소가 흘러나왔다.

후회없다.


정말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


전성기에는 못 미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불살랐다.

6번의 삶을 거치면서..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을 해 왔다.


난 아무렇지 않았다.


덕아웃에 들어와 한 명, 한 명 껴안았다.


모두가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우상 커쇼와 껴안았다.


우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토닥임에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모든 감정이 섞여 있었다.


결국 2차전은 1-0으로 졌다.

우리 팀은 끝까지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하루를 쉬고 적지인 체이스 필드에서 맞이한 3차전.

우리는 선발인 랜스 린과 텐덤으로 붙은 바비 밀러가 모두 무너지며 3차전도 4-2로 내주고 말았다.

작년보다 더 나빴다.

한참 밑으로 평가받던 애리조나 디백스에게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난 그냥 홀가분했다.

내가 어떻게 역사를 바꾼단 말인가?


많은 역사를 바꿔왔지만 못 바꿀 수도 있는 거지.

애당초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투수 한 명이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라커룸을 떠났다.

23시즌은 원래 탱킹시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도전했고 환희와 한계를 같이 맛보았다.


“성운아, 수고했어.”

“아냐 형, 형도 수고했어.”


나는 담담했다.


상태창의 메시지가 변한 것도 확인했다.


[미션 실패]


붉은 글씨로 실패라고 번경되어 있었다.


‘미션 실패는 이렇게 뜨는 구나. 메인미션 실패는 처음 보네.’


[당신의 미션이 실패했습니다. 당신의 삶은 이번 회차 까지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잘 정리했다. 이만하면 멋지게 살았다.


내일 모레면 유세아가 온다.

마지막 가는 길, 유세아 얼굴 한 번 보고 가면 그걸로 족할 것 같았다.


‘부디 내일까지는 죽지 말았으면..’


미션이 실패로 끝난 이상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장 오늘이라도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고, 집에서 피를 흘리고 죽을 수도 있다.

어차피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형, 나 LA에서 일정 있어서 며칠만 있다 한국 들어갈거야. 이제 집에 가, 고생 많았어.”

“그래, 내년에 보자. 한국 들어가면 연락 줘.”

“어, 형, 고생 많았어요. 내년에 봐.”


하지만 강성이 형을 내년에 보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

다행이었다.


나는 유세아가 올 때까지 살아있었고, 그녀가 출연하는 K con도 관계자석에서 봤다.

그리고 다음날, 유세아와 오후에 데이트가 약속되어 있었다.


‘설마 화장실에서 또 쓰러지지는 않겠지? 제발 하루만 버텨다오.’


나는 놀이공원 놀러가는 어린아이마냥 잠을 설쳤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에 약속장소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꿈에서도 그리던 그녀, 유세아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중무장한 채 호텔 주차장에 서 있었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작가의말

괜한 우려겠지만.. 제목의 End와 Game은 일부러 떨어뜨려 쓴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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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 마지막 데이트, 어게인 +6 24.06.28 98 6 14쪽
» 107. End Game +10 24.06.27 102 7 12쪽
106 106. 2023 NLDS(2) +4 24.06.26 97 8 11쪽
105 105. 2023 NLDS(1) +2 24.06.25 93 7 12쪽
104 104. 회상 +4 24.06.24 104 6 12쪽
103 103. 위기 +4 24.06.23 109 6 12쪽
102 102. 레전드의 분석 +4 24.06.22 106 7 13쪽
101 101. MLB 올스타전 +4 24.06.21 107 8 11쪽
100 100. Nebula King +4 24.06.20 118 9 12쪽
99 99. 2023시즌 첫 등판 +4 24.06.19 125 5 13쪽
98 98. 마지막 비장의 무기 +3 24.06.18 132 8 12쪽
97 97. 나의 불사신 +4 24.06.17 136 8 12쪽
96 96. 저녁식사 +2 24.06.16 132 5 12쪽
95 95. 금의환향 +4 24.06.15 130 5 12쪽
94 94. 크리스틴 앤 윌리엄스 +6 24.06.14 136 5 14쪽
93 93. 끊임없는 부상 악령 +2 24.06.13 133 7 13쪽
92 92. 한국인의 날 +4 24.06.12 145 8 13쪽
91 91. 수영장 파티 +4 24.06.11 160 6 12쪽
90 90. 인밴드 이론 +2 24.06.10 156 5 13쪽
89 89. 메이저 첫 등판 +5 24.06.09 170 7 11쪽
88 88. 스프링 캠프의 의미 +4 24.06.08 170 7 12쪽
87 87. 스프링 캠프 +4 24.06.07 178 9 12쪽
86 86. 메이저리그 입성 +6 24.06.06 194 8 12쪽
85 85. 히어로즈의 진성운입니다. +4 24.06.05 193 7 11쪽
84 84. 6회차 삶의 시작 +4 24.06.04 196 8 12쪽
83 83. 우승과 두 여자 +6 24.06.03 18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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