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누군가의 서재입니다.

무한회귀로 메이저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22 16:4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29,514
추천수 :
859
글자수 :
615,419

작성
24.06.08 16:40
조회
145
추천
7
글자
12쪽

88. 스프링 캠프의 의미

DUMMY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캠프는 수라도이다.

눈에 안 보이는 치열한 전쟁,


팀 훈련은 짧지만 개인훈련은 미친듯이 한다.

새벽 5시, 6시부터 출근하는 선수들도 있다.


예전에는 어린 마이너 선수들 중에 자기관리가 안 되는 선수들도 많았지만 요새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

음식, 술, 담배 등등에 있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칼로리 계산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는 훈련이 길지도 않고, 팀 훈련이 많지도 않다.

그래서 개인이 어떻게 훈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프링 트레이닝이지, 스프링 캠프라는 건 한국 일본 이야기고..”


강성이 형 말이 맞다.

메이저리그는 스프링 트레이닝이다.


겨우 2주 정도 되는 스프링 트레이닝동안 코치들의 눈 안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2월말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커쇼, 뷸러 같은 에이스 투수들은 한 없이 여유롭다.

자신들의 루틴대로 훈련을 하고 그들의 훈련에 대해 언제건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 스프링 트레이닝은 단순한 몸 상태 점검, 컨디션 점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타자들도 마찬가지,

주전이 확고한 선수들이나 FA로 큰 돈을 받고 이적해 온 선수들에게는 큰 의미는 없다.


메이저 리그 = 돈이다.


몸 값이 모든 걸 말해준다.

감독은 몸 값이 높은 선수들 위주로 써야 한다.

미국 4대 스포츠 중에 메이저리그 감독만큼 권한이 적은 감독도 없을 것이다.


사장과 단장이 만들어 놓은 팀에서 정해진 연봉대로 써야하는게 감독이다.


그리고 나정도 되는 선수들은 ‘애매한 안정권’이다.


3년 1200만불,

결코 작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큰 돈도 아니다.


쉽게 버리지는 않지만 아니다 싶으면 포기한다.

기회는 받을 수 있지만 확신은 없는 메이저리그 문지기 정도의 역할이 딱 내 위치다.


그래서 나는 시범경기동안 어느정도 보여줘야 한다.


망치지만 않는다면 마이너로 강등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망친다면 마이너에서 시작할 수 도 있다.


“성운아, 형이 너 전담불펜포수 역할 할테니까 언제 어디서건 던지고 싶을 때 던져.”


강성이 형은 든든한 내 지원군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놀랍게도 포수를 잘 봤다.


“아니, 형, 진짜 좋은 포순데? 프레이밍*도 훌륭하고..”

“그럼 뭐해? 타격이 안 되는데.. 거기다 어깨부상까지.. 그냥 공 받는 것만 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강성이 형은 활짝 웃었다.


나는 강성이형과 항상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내 공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


“성운아, 헛스윙을 많이 이끌어 내야 해.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코치들이 그런 걸 많이 봐. 그리고, 포심(직구)으로도 헛스윙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응, 알고 있어.”


나는 첫 등판 3이닝 퍼펙트 이후에 구단으로부터 다양한 피칭 데이터를 받아봤다.

물론 내 경우엔 상태창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구단의 데이터와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포심 최고구속은 94.4마일, 그리고 포심 회전수는 2344라.. 흐음..”


내가 생각에 빠져있자 강성이 형이 격려해준다.


“포심 회전수 그정도면 괜찮은거야. 2200대가 보통인데 뭐.. 루헌진이나 오승한도 2200대 나올까 말까였어.”


하지만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보다 많이 줄었어. 한국에서는 2600대까지 찍어 봤거든, 2650인가? 최대한 끌어올려야 해.”

“공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어, 성운아.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마.”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원래의 삶에서도 나는 MLB 기준 2500대의 RPM을 자랑하는 투수였다.

그래서 제구가 불안해도 공의 회전력과 구속으로 그걸 커버해내는 투수였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KBO 공인구에 비해 모든 면에서 투수에게 불리하다.

일단 크기가 미묘하게 더 커서 손이 작은 동양인에게 불리하다, 하지만 난 손이 많이 큰 편이라 이건 OK.

또 흔히 Seam이라고 부르는 실밥의 돌기 높이가 KBO공인구보다 낮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채는데 덜 채진다.

거기에 더해 세번째가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미끄럽다.


미국 공이 한국 공보다 훨씬 미끄럽다.

미끄럽다보니 강하게 채기가 어렵다. 그래서 동양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가면 회전수가 뚝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게 머드를 발라도 미끄러워, 어쩔 수 없더라고.”

“그래서 온갖 부정투구 많이 했잖아, 파인타르 바르고..”


미국에서 한 때 부정투구 검사 붐이 불었었다.

공이 너무 미끄럽다보니 생긴 문제였다.


한국은 부정투구가 거의 없는 이유가 공 자체가 손에 착착 잘 달라붙으니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성운아, 내가 지켜보면서 헛스윙율, 삼진율, 이런거 다 기록해줄테니 넌 걱정말고 투구만 잘 해.”


강성이 형은 우직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머리도 굉장히 스마트하고 인품도 좋은 사람이다.

전생에서도 많이 챙겨주려고 했는데 그 땐 내가 귀찮다고 필요없다고 했었다.


·····················.

“아이 형은 참.. 사이트 보면 다 나오는데 쓸데 없이 그런걸 왜 해? 어차피 내 공 못 쳐. 쓸데 없는 짓 좀 하지마.”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곤 했다.

·····················.


‘진짜 내가 형을 너무 막 대했었구나.’


“고마워요, 형. 나 형 실망 안 시키게 열심히 할게.”

“야, 내가 뭐라고.. 너 잘하면 국민들이 좋아하지.”




****


“성운, 처음에 한 3번은 선발로 등판 할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불펜으로 등판 할거야. 일단 우리는 너를 선발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냥 가능성 측면에서의 테스트야. 알았지?”

“오케이”


피칭코치는 친절하고 자세하게 나한테 설명을 해줬다.


‘마크 프라이어. 진짜 오랜만이네.’


그 싸가지 없던 시절에도 내가 제일 존경하고 의지하던 코치 마크 프라이어.

부상과 혹사로 망가진 비운의 명투수 출신.

항상 선수를 존중하고 편하게 살피는 걸 좋아하는 코치였다.


내 두번째 등판 전날 아르만도 모랄레스가 등판하여 4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결과가 1실점이지만 커맨드는 엉망이야. 메이저에서 쓸 수 있는 레벨이 아냐.’


하지만 그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선수들은 하루라도 더 버티기 위해 피눈물을 쏟는다.

클럽하우스에서 라커 자리도 없어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지만 버티고 또 버티는 하루살이 목숨인 것이다.


“저 녀석은 천하 태평이네.”


워커뷸러와 농담 따먹기를 하는 키가 큰 백인 녀석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바비 밀러,


다저스 팀 내 유망주 투수 1위,

지금은 비록 마이너에 있지만 가까운 시일내에 콜업 가능성이 겁나게 높은 투수이다.


“저 녀석은..”

“알아, 형, 평균 98 마일 최고 102마일까지 던지는 놈이지?”

“응, 맞아. 저런 녀석이 29번이라니.. 진짜 미국은 괴물 천지야.”


바비 밀러는 1라운드 29번 지명자였다.

즉, 이친구 앞에 28명이 더 있었다는 소리다.


‘하긴. 옛날에 우리 팀에 왔던 켈슨도 1라운더였으니까..’


똑같은 1라운더라도 누군가는 메이저 대스타가 되고, 누군가는 아시아로 가고, 누군가는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나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한 두 번째 등판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딱!!


1회에 상대 2번타자로 나선 아쿠냐 주니어에게 낮은 직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꽤 제구가 잘 된 볼이었음에도 어김없이 넘겨 버린다.


‘148.8km 정도는 가볍게 넘긴다 이거지?’


나는 숨겨놓았던 사이드 암 피칭을 섞어서 던지기 시작했다.

우타자들이 배트가 춤을 춘다.


“Shit!!”

“Damn it!!”

“What the..”


메이저리그에 사이드암이 적은 것도 있고 고속 사이드암은 더 적다.

내 장점은 사이드암으로도 152~153까지 던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이드 암 일때만 던질 수 있는 그 구종,

바로 신성락 선배의 하드 커브를 던지자 우타자들의 배트가 춤을 췄다.


“헤이, 저 친구 뭐지? 갑자기 사이드 암으로 던지기 시작했어.”

“저 녀석 한국에서 왔다고 했나? 마치 BK를 보는 것 같은데?”


애틀란타 벤치가 술렁였다.


“BK? BK가 누구지?”

“바보야, 애리조나 마무리 BK 몰라?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 뛸 때 마무리를 하던..”

“아아~~ 누군지 알아. 진짜 그런가?”

“헤이, 알비스 한 번 어떤지 봐봐.”



다음 타자로 아지 알비스가 나오고 있었다.

애틀란타의 또 하나의 히트 상품 아지 알비스, 이 친구도 체격은 작지만 전년도에 30홈런을 쳤을 만큼 다부지다.

심지어 스위치 히터, 피해갈 구석이 없다.


‘좌타석에 서면 스리쿼터로 던지면 돼.’


슈우우우웅


부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시범경기라서 그런가? 기다리지도 않고 각이 큰 커브에 배트가 나온다.


‘이 스위핑 커브로 아지 알비스한테 헛스윙을 끌어내다니.. 김정태 코치님이 보면 감격해 했을텐데.. 전생 이야기라 다 부질없구나.’


나는 타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헛스윙을 하더니 알비스의 표정이 변한다.


2구는 바깥쪽 높은 공으로 던지는 청룡섬격 슈트.


팡!!


보올~~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래?’


3구는 스플리터


슈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스윙을 하지는 않았지만 존 안에 밀어넣었다.


약간 놀란듯한 표정, 바깥쪽 모서리 꼭지점에 찍은 제구였으니 놀랄만도 하다.


2스트 1볼의 유리한 카운트


슈우우웅


부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아웃!!!


함덕수 선배에게 배운 벌칸 체인지업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결국 두번째 시범경기에서는 5이닝 1실점의 쾌투를 했다.



“잘했어, 성운아.”

덕아웃에서 강성이 형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맞아준다.


“형, 나 마크랑 이야기 좀.. 통역 좀 해줘.”

“응? 응.”


나는 마크 프라이어를 불러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말 해줘, 이미 두 번의 등판에서 내가 어떤 투수인지는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성적에 연연해야 할 게 아니라면 나도 테스트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조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 할 필요는 없다. 개막하면 실전모드로 던질테고, 당신이나 로버츠가 원한다면 언제든 실전모드로 던질 수 있다.”


내 말에 약간 주저하는 듯 하더니 강성이 형이 투수 코치에게 설명을 한다.

마크 프라이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강성이 형에게 이야기를 한다.


비록 50년 넘는 세월속에 영어를 대부분 까먹었지만 그래도 무슨 말인지는 대강 안다.


“어, 성운아, 되게 좋은 생각이고 자신은 너를 지지한대. 응, 개막하기 전에 충분히 해보고 싶은 것 해보고 언제든 상의하래.”

“오케이.”


결국 한 달간 펼쳐진 시범경기에서 하나, 둘, 탈락자들이 마이너리그에 사라졌다.


나는 여러가지 피칭 디자인을 테스트 해봤다.

그리고 내가 헛스윙을 이끌어내기 가장 좋은 조합에 대한 테스트를 이리저리 해 봤다.


시범경기 19이닝 ERA 3.79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성적,

하지만 감독과 투수코치가 주목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놀라운데 저 녀석? K/9*이 11.3이야,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보다 오히려 늘었어. 게다가 이 회전수, RPM이 2600이 넘어. 와우~ 이정도면 메이저에서도 상위권인데?”


로버츠 감독은 연신 감탄해했다.


그리고, 마크 프라이어 투수코치가 나에게 다가왔다.


“콩그레츄레이션 성운, 너는 올 시즌 우리 팀의 5선발로 시작할거야. 잘 부탁해.”


툭!


주먹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이제 나는 그 어렵다는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을 뚫었다.

2022 메이저리그 시즌의 시작이었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작가의말

* 프레이밍 - 포수가 티 안나게 미트를 움직여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받을 수 있게 공을 받아주는 기술, 소위 말하는 미트질.

* K/9 - 9이닝당 삼진 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회귀로 메이저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필독] 향후 연재에 대하여 +4 24.04.07 150 0 -
공지 연재를 시작합니다. 6/1수정 주5일이상, 오후 4시 40분) 24.03.16 595 0 -
102 102. 레전드의 분석 NEW +4 20시간 전 58 7 13쪽
101 101. MLB 올스타전 +4 24.06.21 71 8 11쪽
100 100. Nebula King +4 24.06.20 86 9 12쪽
99 99. 2023시즌 첫 등판 +4 24.06.19 96 5 13쪽
98 98. 마지막 비장의 무기 +3 24.06.18 105 8 12쪽
97 97. 나의 불사신 +4 24.06.17 112 8 12쪽
96 96. 저녁식사 +2 24.06.16 108 5 12쪽
95 95. 금의환향 +4 24.06.15 102 5 12쪽
94 94. 크리스틴 앤 윌리엄스 +6 24.06.14 110 5 14쪽
93 93. 끊임없는 부상 악령 +2 24.06.13 110 7 13쪽
92 92. 한국인의 날 +4 24.06.12 123 8 13쪽
91 91. 수영장 파티 +4 24.06.11 134 6 12쪽
90 90. 인밴드 이론 +2 24.06.10 130 5 13쪽
89 89. 메이저 첫 등판 +5 24.06.09 146 7 11쪽
» 88. 스프링 캠프의 의미 +4 24.06.08 146 7 12쪽
87 87. 스프링 캠프 +4 24.06.07 152 9 12쪽
86 86. 메이저리그 입성 +6 24.06.06 167 8 12쪽
85 85. 히어로즈의 진성운입니다. +4 24.06.05 164 7 11쪽
84 84. 6회차 삶의 시작 +4 24.06.04 170 8 12쪽
83 83. 우승과 두 여자 +6 24.06.03 164 9 12쪽
82 82. 29년만의 우승 +6 24.06.02 152 7 17쪽
81 81. 의도치 않았던 전개 +4 24.06.02 127 5 12쪽
80 80. 인간이 밤 하늘에 하얀 별을 쏘아 올릴 때 +6 24.06.01 138 5 12쪽
79 79. 우주전쟁 +2 24.05.31 142 5 13쪽
78 78. 대망의 한국시리즈(4) +4 24.05.30 138 8 14쪽
77 77. 대망의 한국시리즈(3) +6 24.05.29 137 7 14쪽
76 76. 대망의 한국시리즈(2) +4 24.05.28 140 7 12쪽
75 75. 대망의 한국시리즈(1) +4 24.05.27 148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