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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30 16:4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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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356

작성
24.06.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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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5. 2023 NLDS(1)

DUMMY

불안감은 있었다.


커쇼는 어깨가, 나는 팔꿈치가 안 좋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완벽한 원투펀치였다.


흔히 가을 새가슴이라는 평을 받는 커쇼이지만 그건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하는 소리다.


큰경기 새가슴이라는 말은 투수가 큰 경기에 얼어서 볼 넷을 남발하던가, 아니면 반대로 한가운데로 공이 몰리는, 즉, 커맨드가 망가지는 경우를 뜻한다.


하지만 커쇼는 달랐다.


제구가 망가져서 맞는게 아니었다.


커쇼의 제구는 완벽, 아니 그 이상이었다.


따악!!!!


“좋았어, 평범한 센터 플라이야.”


어떤 투수건 가장 어려운 타자는 첫 타자다.

게임의 첫 타자, 이닝의 첫 타자, 특히 포스트시즌 같이 중요한 경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첫 타자 상대는 말 할 것도 없이 중요했다.



첫타자 케텔 마르테가 카운트 0-1에서 2구 바깥쪽으로 잘 떨어지는 커브를 받아쳤다.

바깥쪽 낮게 완벽하게 제구된 볼을 퍼 올렸다.


타구는 중견수 왼쪽으로 뻗어나갔다.


‘아웃맨 멍청아 들어오면 안 돼, 뒤로 나가!!’


덕아웃 앞쪽 철망에 기대어서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순간 머릿속에서 외쳤다.

타구가 생각보다 빠른데 중견수 제임스 아웃맨이 너무 느긋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


대형사고가 터졌다.


중견수 아웃맨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느릿하게 걸어들어오다가 타구가 생각보다 뻗어나가자 주춤주춤 물러서며 점프를 했다.




“He dropped the ball!!! Oh my Gosh, Jesus!!”



글러브 포켓에 들어갔던 볼은 강한 회전력과 함께 튀어나오고 말았다.

점프를 하던 아웃맨의 앞에 툭하고 떨어졌다.


심지어 떨어지던 볼도 오른 손으로 잡을 수 있었건만 아웃맨은 두 번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선두타자 2루타


“아아~~~”

나는 탄식이 나왔다.


가뜩이나 선발 등판때마다 극도로 긴장하는 걸로 유명한 커쇼, 심지어 약하기로 유명한 포스트 시즌이다.

나는 순간 철망에 고개를 파묻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졌어.’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인터넷 댓글창은 난리가 났다.

ㄴ 저 새끼 저거 아웃맨이냐? 세잎맨이냐?

ㄴ 아.. 커쇼 또 시작이네

ㄴㄴ 저게 왜 커쇼 잘못이냐? 저건 사회인 야구에서도 잡는다.

ㄴ 어떻게 저걸 놓치냐?



“Calm down, Let’s go~!!!”


나는 고개를 다시 들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 순간,


딱!!!


87마일 완벽히 제구된 보더라인 피치의 좌타자 바깥쪽 슬라이더


그대로 통타 당해 적시타가 된다.

허리가 빠지면서 툭 쳤는데 시프트가 없는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다.


순식간에 1-0, 점수를 주고 시작해 버렸다.


“괜찮아!! 이제 1회야, 차분하게 가자!!!”


다음 타자는 3번타자 우타자 토미 팸,


88마일 백풋 슬라이더, 무릎 아래로 오는 볼이다.


딱!!!


깨끗한 좌전안타.


‘저걸 저렇게 친다고?!!’


순간 눈을 의심했다.

못 던진 공이면 맞을 수 있다.

커쇼의 18번 슬라이더가 정교하게 무릎을 파고들었다.

심지어 볼이다.

그만큼 깊숙한 볼을 정확히 때려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4번타자 크리스티안 워커, 여전히 노아웃이다.


나는 어느새 깍지를 끼우고 기도하는 심정이 되어 있었다.


슈우우우우웅


우타자 몸쪽으로 큰 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볼,


따악!!!


‘이번에도 정확하게 받쳐놓고···’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


“싱크 문제야. 상대가 뭘 던지는지 다 알고 있어. 저렇게 완벽하게 들어가는 슬라이더, 커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쳐놓고 치는 건.. 젠장..”


강성이 형한테 말했다.

나는 투수, 강성이 형은 포수, 싱크가 뭘 의미하는지 잘 안다.


투수가 굉장히 안 좋은데도 꾸역꾸역 버티는 날이 있는 가 하면 아무리 잘 던져도 맞는 날이 있다.

소위 합이 맞는다고 한다.


투수가 뭘 어떻게 던져도 안 되는 날인 것이다.

제구는 계속 완벽하다.

눈으로 보고, 덕아웃의 화면으로 확인해도 4점 모서리의 완벽한 곳에 찍힌다.

심지어 토미 팸에게 맞은 안타는 칠 수 없는 볼이었다.

그런데 모두 정타가 된다.


이런 날의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다.


“바꿔··· 야.. 해.”


나는 조심스럽게 강성이 형에게 말했다.


안다.


아직 1회다.

심지어 노아웃이다.


하지만 잘 던져서 이겨낼 수가 없다.


차라리 공이 날려서, 제구가 안되서라면 희망이라도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구사하는 공기 계속 맞아나가는 건 방법이 없다.


게다가 커쇼의 치명적인 약점,

구속이 떨어지고 구종이 단순하다.


포심, 커브, 슬라이더의 3조합,

나같이 구종이 다양한 투수는 어떻게든 여러가지 바꿔 던지며 탈출구를 모색하지만 커쇼에게는 탈출구가 없다.


전성기 97마일을 던지던 포심 구속이 이제는 90마일(144.9km) 근처다.

이정도 구속이면 KBO에서도 난타당하기 일수다.


“힘들지만.. 어려워.”


나도 이를 악물었다.

강성이 형이 조용히 옆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로 내 어깨를 주물러 준다.


“휴우”


투수코치가 불펜에 선수를 대기시킨다.

감독이건, 투수코치건 커쇼가 어떻게든 이겨내기를 바랬을 것이다.


다음 타자는 5번타자 가브리엘 모레노,

아직 최저연봉을 받는 신인급 포수이다.


슈우우우웅


부우우우웅


딱!!!


맞자마자 커쇼의 허리가 굽는다.

고개를 떨구고 양 손으로 무릎을 짚어버린다.


누구나가 알 수 있다.

그 타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레노는 시즌 홈런이 7개밖에 없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커쇼의 주무기인 인코스 꽉찬 슬라이더를 홈런더비 치듯이 넘겨버렸다.



‘끝났어.’



누구나가 알 수 있었다.

다저 스타디움이 쥐죽은듯이 고요해졌다가 이제 야유가 흘러나온다.


우우우우우우

다저 스타디움에서 커쇼한테 야유라니?!



“굿 바이!!! 아디오스!!!!! 사요나라!!!!!!!”

애리조나 중계진의 신이 난 멘트가 울려퍼진다.




타자 다섯명이 나와서 노아웃 5연속 안타에 5-0,


이것은 꿈인가?


뭔가 잘못되었다.

몸이 붕 뜬 느낌이다.


뭔가가 잘못 되었다.


6번타자 구리엘 주니어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한참 벗어난 91마일 직구를 억지로 끌어당긴다.


유격수 땅볼, 원 아웃


와아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원아웃이 잡혔다.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면 안 돼.’


공 두개는 빠진 볼이었다.


다음 타자 알렉 토마스는 3-2 풀카운트에서 볼 넷,

커쇼답지 않은 볼 넷이었다.


어쩔 수 없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맞고 볼을 던지면 안 친다.


평소 커쇼의 반대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 배트를 간결하게 휘두르고 있어. 마치 배팅 프렉티스를 하듯이.. 커쇼의 구위로 이겨내기가 어려워.”


디백스의 타자들은 짧고 간결하게 모두 휘둘렀다.

하지만, 커쇼의 구위가 약하다 보니 모두 정타가 되어 맞아 나갔다.


커쇼는 구속이 떨어진 이후에도 속구 구위가 대단히 좋은 투수였다.

흔히들 RPM이 무브먼트의 모든걸 결정하는 줄 아는데 꼭 그렇지 않다.

RPM은 회전수이다.


그 회전에는 야구적 입장에서는 쓸모없는 회전도 들어있다.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를 좋게 만드는 회전, 커쇼의 공은 회전수도 회전수지만 그 무브먼트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고 어깨가 아프면서 그 무브먼트가 떨어진 것이다.

헛스윙이 되어야 할 공이 맞아나간다.


그리고 이제, 원아웃 1루에 어느새 8번타자 에반 롱고리아 타석까지 왔다.


따악!!!


“갈랐어.”


맞자마자 알 수 있었다.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 첫 타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

중견수 아웃맨이 점프를 해 몸을 날리지만 택도 없이 벗어난다.


“멍청한 녀석, 뛸 걸 뛰어야지.”


1루주자가 다시 홈으로.. 롱고리아의 걸어들어가는 2루타였다.


스윽


굳은 표정의 로버츠가 마운드로 향한다.

커쇼에게 공을 건네받으며 엉덩이를 친다.


0.1이닝 6실점, 심지어 남겨놓은 주자가 2루에 있다.


포스트시즌 최악의 참사,

아무리 포스트시즌에 약한 커쇼라지만 2019년을 능가하는 최악의 참사였다.


커쇼가 덕아웃으로 돌아온다.


사람의 표정이 아니다.

이건 죽은 사람의 표정, 이 세상 모든걸 내려놓은 참담한 표정이었다.


누구도 옆에 가지 못한다.

위로도 해 줄 수 없다. 그냥 내버려 두는 수 밖에 없었다.


Kershawing


미국 현지에서도 이렇게 조롱한지 오래되었다.

매시즌 반복되는 포스트시즌에서의 좌절이 이번시즌에도 반복되었다.


사실 기록만 보면 그렇게까지 욕먹는 건 억울하다.


역대 커쇼의 포스트시즌 기록은,


39게임 13승 13패 1홀드 1세이브 194.1이닝 ERA 4.49 WHIP 1.11이다.

탈삼진은 213개로 역대 2위이다.


이번 0.1이닝 6실점을 합쳐서 이렇다.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다만, 에이스라는 기대값, 사이영상 3회 수상 및 MVP, 명예의 전당 확정 투수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인 패배가 많았다는 점에서 커쇼의 가을은 잔인했다.



“휴우”


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커쇼보다 내가 담담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무슨 개이름도 아니고..’


지난 삶에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신이 도왔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뭐.. 뭔 의미가 있어?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을 달리 해보면 남들보다 더 행복한 삶이다.


90년 가까이를 살았는데 20대만 70년을 살았다.

결혼을 못 한건 아쉽지만 인생의 가장 밝고 멋진 시기만 계속 반복해서 살았다.


“뭐.. 이렇게 살다 가는게 나쁜건 아니니까..”

“응? 성운아 뭐라고?”

“아.. 아냐. 그냥 내일 내가 잘 던져야지.”


마음은 내려놨다.

이제 한게임, 한게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해야겠다.


결국 1차전은 11-2의 완패였다.

상대 투수가 통산 다저스전 0승 11패의 메릴 켈리였음에도 우리는 허무하게 게임을 내주고야 말았다.

1회에 선발이 그렇게 무너지는 데에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시합이 끝난 후 라커룸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흥이 많은 라티노들, 흑인 선수들도 이 날 만큼은 조용히 있었다.


어지간히 못했으면 커쇼가 미안하다고 할텐데 커쇼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구석에 앉아있었다.

프리먼, 베츠 같은 슈퍼스타 베테랑들이 어깨를 한 번 툭 쳐주고 갈 뿐이었다.


“휴우..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데..”


영어에는 우리말의 수고했다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

그래서 good job, great job 이런 식으로 말하는게 일반적인데 지금 그러면 엿먹으라는 소리 아닌가?


내가 아무리 영어가 짧아도 바보는 아니다.


내가 조심스럽게 커쇼쪽으로 다가가자 커쇼의 슬픈 눈과 마주쳤다.

슬픈 눈,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하루이틀 일도 아니라는 듯한 슬픈 눈망울은 너무나 지쳐있었다.


마치 백발의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이 커쇼의 기운은 쇠해있었다.

나는 커쇼의 손을 잡아주었다.


“Sorry.”


커쇼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한 마디가 나왔다.

입을 앙다물고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Nothing Change, You’re my hero, Nothing Change.”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어, 넌 나의 영웅이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난 고개를 끄덕이며 커쇼의 손을 두 번 토닥여주었다.

우린 더 이상 말을 나누지 않아도 서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아즈아!!!!!!”


팡!!!


Strike Out!!


“NLDS 2차전이 시작된 다저 스타디움, 진성운 선수 폭주하고 있습니다. 1회초 세타자 연속삼진입니다.”

“아, 진성운 선수, 지금 덕아웃으로 돌아가면서 관중들을 향해 팔을 들어올리며 분위기를 돋우네요. 이제 완전한 에이스이자 리더입니다.”




‘내가 커쇼를 4차전에 다시 세운다.’

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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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6. 2023 NLDS(2) +4 24.06.26 96 8 11쪽
» 105. 2023 NLDS(1) +2 24.06.25 93 7 12쪽
104 104. 회상 +4 24.06.24 104 6 12쪽
103 103. 위기 +4 24.06.23 109 6 12쪽
102 102. 레전드의 분석 +4 24.06.22 106 7 13쪽
101 101. MLB 올스타전 +4 24.06.21 107 8 11쪽
100 100. Nebula King +4 24.06.20 118 9 12쪽
99 99. 2023시즌 첫 등판 +4 24.06.19 125 5 13쪽
98 98. 마지막 비장의 무기 +3 24.06.18 132 8 12쪽
97 97. 나의 불사신 +4 24.06.17 136 8 12쪽
96 96. 저녁식사 +2 24.06.16 132 5 12쪽
95 95. 금의환향 +4 24.06.15 130 5 12쪽
94 94. 크리스틴 앤 윌리엄스 +6 24.06.14 136 5 14쪽
93 93. 끊임없는 부상 악령 +2 24.06.13 133 7 13쪽
92 92. 한국인의 날 +4 24.06.12 145 8 13쪽
91 91. 수영장 파티 +4 24.06.11 160 6 12쪽
90 90. 인밴드 이론 +2 24.06.10 156 5 13쪽
89 89. 메이저 첫 등판 +5 24.06.09 170 7 11쪽
88 88. 스프링 캠프의 의미 +4 24.06.08 170 7 12쪽
87 87. 스프링 캠프 +4 24.06.07 17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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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6회차 삶의 시작 +4 24.06.04 196 8 12쪽
83 83. 우승과 두 여자 +6 24.06.03 18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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