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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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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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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3. 위기

DUMMY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에이스 커쇼는 명불허전이었다.

다만 자주 아팠다.

나이도 꽤 많았고, 이제 그의 어깨, 허리, 엉덩이는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 몸을 하고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는 게 더 존경스러웠다.


“헤이, 커스, 너무 무리하지마, 너는 나한테는 항상 무리하지 말라고 하면서 너는 왜 무리하냐고?”


내가 커쇼에게 말을 걸어도 그는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릴 뿐이었다.


“넌 젊어, 난 이제 마지막 불꽃이고..”


“무슨 소리야? 너도 아직 30대 중반이잖아? 아직 충분하다고..”


하지만 말을 하면서도 알 수 있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이지만 커쇼의 몸이 성치 않았다.


그리고, 토니 곤솔린과 훌리오 유리아스는 많이 안 좋았다.

2022년에 최고의 성적을 올린 두 사람은 동반으로 부진했다.


토니 곤솔린은 5월까지는 좋았다.

작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 했다.


그러나 6월부터 부진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나빠졌다.

6월에 월간 방어율 5.82를 찍을때만 해도 일시적인 부진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구단의 큰 오판이었다.

그게 최고의 성적이었으니까..


곤솔린은 점점 나빠져서 7월에 6점대, 8월에 7점대 방어율을 찍더니 8월 19일에 시즌 아웃되었다.


“토니는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었어.”


그게 내가 프라이어 투수코치에게 들은 마지막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야, 드디어 유리아스가 살아났으니까..”


시즌 내내 부진하던 훌리오 유리아스가 드디어 8월에 4승 1패 ERA 2.90으로 살아났다.

특히 31이닝에서 WHIP가 0.87을 기록한 것은 경이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청천벽력같은 재앙이 구단을 덮쳤다.


“야, 성운아 큰일 났다.”

“왜?”


9월이 시작된 9월초이 아침, 인터넷 신문을 보던 강성이 형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유리아스가 체포됐데.”


“뭔 소리야?”


“DV, 가정폭력으로..”


“Shit!”


나도 모르게 욕이 절로 나왔다.

미국에서 가정폭력은 중범죄다.


출전은 고사하고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심지어 구단은 바우어 사태를 겪었다.

예전에는 푸이그가, 그 이후에는 바우어가, 그리고 그 다음엔 유리아스가 점점 더 대형사고를 쳤다.


구단에 출근하자 분위기가 살벌했다.


좋을 수가 없었다.


한 달 사이에 두 명의 선발투수가 사라져 버렸다.


6월에 어깨염증이 재발한 커쇼가 8월에 겨우 복귀했지만 구속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 구속으로도 어찌어찌 좋은 투구는 이어갔지만 구단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도 지속적인 팔꿈치 관리를 위하여 한 텀 건너 한 번씩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팔꿈치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트레이너와 감독, 투수코치가 모였다.


“네뷸라, 팔은 어때?”

“사실 조금.. 무거워요. 팔 스피드도 떨어졌고요.”


나는 8월말이 끝난 시점에서 구단 최다승, 최다이닝 투수였다.

쉬어가면서 던져도 워낙 많이들 빠져서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난 전반기에 많이 던졌다.


9월 초가 시작되는 당시 나는 이미 17승을 거두고 있었다.


181이닝 17승 5패 45실점 39자책점 WHIP 1.25 ERA 1.94

이정도면 전생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구단에서는 나를 두고 갑론을박이 연일 오갔다.


“여기서 성운마저 쓰러지면 대형참사야, 그의 팔꿈치는 지금 시한폭탄이라고.”

“하지만 지금 선발들이 다 아웃되었는데 성운이 안 던지면 누가 던져?”

“침착해, 우리는 지금까지 잘 달려왔어. 작년만은 못해도 우승할 수 있어.”


나는 이왕이면 3승을 더해서 20승을 채우고 싶었다.


이닝도 181이닝을 던져서 19이닝만 더 던지면 200이닝도 채울 수 있었다.


“헤이, 성운, 잠깐만.. 강성도 같이.”


다저스 사장인 프리드먼이 나를 직접 불렀다.

사장이 직접 부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회의실에는 트레이너, 사장, 단장, 감독, 투수코치가 모두 모여있었다.


“성운, 너의 1년동안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 우리는 모두 깊이 감사하고 있어. 그리고, 야구 외적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너의 영어실력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다만, 중요한 이야기니까 강성도 같이 듣는게 좋을거야.”


프리드먼 사장이 직접 이야기했다.


“우리는 결단을 내렸어. 성운, 너는 9월에 휴식을 가질거야. 마지막 정도에 테스트로 3이닝 정도 던지게 될거야. 그 외에는 휴식이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결정이다.


사이영상을 생각하면 아쉽다.

물론 지금 성적 만으로도 수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9월에도 잘 던진다면 거의 쐐기라고 할 수 있었다.


“난, 더 던질 수 있어요.”


내가 어필하자 프라이어 투수코치가 말한다.


“성운, 너 지난 번 등판에서 평균구속이 1.5마일(2.41km)이 떨어졌어. 무엇보다 팔 회전이 정상적이지 않아. 통증 여부는 너만 알겠지만 지금 네 팔은 위험수위에 달했어. 많이 던진 것도 사실이고..”


나는 지난 등판에서 5이닝 3실점 패전투수가 되었다.

내 스스로도 팔 회전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다만 통증이 심하지 않은 편이라 참고 던지고 있었다.


“성운, 너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저기 짐, 앞으로 짐과 남은 한 달간의 재활 트레이닝을 같이 하면 돼, 너를 도와줄거야. 고마워.”


감독 로버츠가 쐐기를 박았다.

구단에서는 나를 DL에 올릴거라고 했다.


“올해 반드시 우승해야 합니다.”

나는 로버츠에게 눈으로 싸웠다.


“성운.”


로버츠가 나를 네뷸라가 아닌 성운으로 부른다.

그만큼 표정이 진지하다.


“우리는 좀 더 길게 봐야 해. 너는 올해만 하고 끝나는 게 아냐.”

“난 올해만 하고 끝난다는 각오로 던지고 있어요.”


그러자 모인 사람들이 놀란다.

내 영어가 부족하다 보니 표현도 매우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헤이, 성운, 우리 모두가 같은 골을 보고 달리고 있어. 당연히 올해도 목표는 우승이야, 너무 걱정하지마. 우승을 위해 너를 쉬게 하려는 거니까.”


사장 프리드만의 결정으로 결국 쉬는 걸로 결론이 났다.


한국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다.

갑작스러운 DL 등재, 그리고 한달간의 휴식


로버츠가 기자회견을 가지고 내가 휴식을 가질거라고 했지만 국내 언론은 수 많은 추측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나도 난리가 났다.


내 DL 등재와 함께 같은 날 난 연예부 기사



[톱스타 커플 탄생, 퓨리티스 유세아 ❤️ 아이돌출신 배우 김준우]


눈에서 동공지진이 일었다.



『또 한 명의 스타 커플이 탄생했다. 최고의 탑스타 퓨리티스 유세아와 아이돌 출신으로 배우로 전향해 성공한 김준우이 열애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같은 드라마에 상대역으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가까워져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공통분모로 급격히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있던 파타야 로케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이 보여져 주위를.. (중략)』


‘유세아가.. 세아가 다른 놈이랑 사귄다고?’


순간 머릿속이 띵했다.


생각해보니 유세아의 스캔들을 본 기억이 없다.

나 말고 다른 남자와의 스캔들을 본 적이 없었다.


‘뭔가.. 뭔가 잘못된 걸거야.’


한국시각으로 아침시간, 세아는 자고 있을 것이다.

난 집으로 돌아와 앉아있었다.


강성이 형이 눈치를 챈 듯 나한테 와서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너.. 혹시 유세아랑 무슨 사이야?”

“아아.. 형, 그냥 이건 좀 이야기하면 길어서.. 별 사이는 아닌데 좀 그냥 모른 척 해 줘.”

“아, 알았어. 그럴게. 쉬어 나 거실에 있을테니 필요하면 부르고..”


강성이 형한테 처음으로 비밀로 했다.

뭐든지 오픈하고 상의하는 강성이 형이었지만 유세아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하아.. 이게 뭐냐?’


“후우”


책상을 짚고 일어난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마음을 정리했다.


마음 같아선 한국으로 지금이라도 날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몸도 떨어져 있고, 이번 삶의 그녀는 나에게 별 관심이 없고..

나는 시간이 없다.


‘한국 다녀 올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구단에서 짜 준 재활 프로그램이 있다.

그냥 먹고 노는 게 아니다.


막말로 그녀가 내 연인도 아니고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써 평정심을 찾고 루틴대로 회복훈련을 더 한 후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 씨.. 미치겠네.”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반이다.

이 시간에 깨는 일이 없는데..


선 잠을 자다 깼다.


이제 나의 시간이 끝나간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작년보다도 전력은 더 떨어진다.

장담할 수 없다.


‘한 달? 두 달? 반 년?’


얼마나 삶이 남았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지난 번 삶에서 코피를 흘리며 쓰러져 죽은 후 급사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휴우.. 지금 내가 짝사랑을 하고 있는 건가?”


뭔가 믿기지가 않았다.

초조함, 초조함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달그락,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시계를 봤다.


2시 42분


‘한국은 저녁쯤일까?’


내가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이해를 못하겠는데 어느새 나는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쿵쾅쿵쾅


심장이 요동친다.


‘받지 마라, 차라리 받지 마.’


쫄보가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받지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여보세요?”



유세아였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 저.. 안녕하세요? 저.. 미국에 있는 야구선수 진성운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뜬금없이 죄송합니다. 그냥.. 좀.. 잘 지내시는지 너무 궁금.. 해서..”

“네?”


“하아~”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세상 찌질하게..


“그냥요. 세아씨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요. 미친 놈 같죠? 제가 좀 또라이에요.”

“아.. 아뇨. 그런건 아닌데.. 저 혹시..”

“네?”

“혹시 기사 때문에 전화하신 거예요?”


얼굴은 안 보이지만 말꼬리에 살짝 미소가 묻어있다.


“어.. 네, 맞아요. 네, 그렇습니다.”


“호호호 아아.. 그렇구나.”


갑자기 확 풀어진 목소리,


“근데 왜요? 저한테 관심있으세요?”


놀린다.

나의 저의를 알아챈 유세아가 날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놀린다.

그런 그녀의 놀림이 싫지 않다.

오히려 안심감이 든다.


정말 싫었다면 지금쯤 전화를 끊었을텐니까..


“그럼요, 관심.. 있죠. 전에도 말 했잖아요. 우리나라 남자들이 다.. 네, 나도 우리나라 남자니까..”

“호호, 과찬이세요. 아니에요. 인터넷 보면 맨날 저 싫다는 남자들이 한 트럭인데요?”

“그 트럭에서 저는 빼주세요.”


“근데요, 제가 준우 오빠랑 사귀면 왜요? 어떡하실 건데요? 호호”

“안 사귀죠?”

“어? 나 안 사귄다고 한 적 없는데?”

“에이, 안 사귀니까 이렇게 말하죠. 안 사귀는 거 알아요, 됐어요.”

“치잇, 무슨 운동선수가 그렇게 눈치가 빨라요?”


나도 모르게 위기에서 삼진을 잡은 듯이 마음이 놓였다.


“고마워요. 갑자기 전화했는데 미친놈 취급 안 해줘서..”

“원래 안 받으려고 했어요. 전화가 폭주중이라 오늘 스케줄 취소하고 집에 있거든요. 근데 국제전화라서.. 받아봤어요. 어차피 회사에서 대응하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신생 매체가 이름 알리려고 노이즈 마케팅 하는 거에요. 그나저나..”


“네.”


“몸이 많이 안 좋으세요?”


그녀는 내가 부상자 명단에 오른 걸 아는 모양이었다.


“아.. 괜찮습니다. 그냥 휴식 차원이에요. 많이 던져서요.”

“아아.. 다행이네요. 저 근데..”


“네, 말씀하세요.”


“저 LA 가면 정말 관람차 태워주실 건가요?”


“네? 물론이죠. 오시기만 하면 하루종일이라도 태워드리죠.”

“후훗”


수화기 너머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근데 포스트시즌 일정이 어찌 되는지 모르겠네요? 저 10월달에 LA 갈 것 같은데..”

“아.. 네.”


그녀는 방송국의 미국 K Con 콘서트에 맞춰 미국에 오는데 콘서트 끝나고 휴가겸해서 겸사겸사 좀 쉬다 갈 예정이라고 한다.


‘세아를.. 만난.. 다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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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레전드의 분석 +4 24.06.22 100 7 13쪽
101 101. MLB 올스타전 +4 24.06.21 102 8 11쪽
100 100. Nebula King +4 24.06.20 114 9 12쪽
99 99. 2023시즌 첫 등판 +4 24.06.19 122 5 13쪽
98 98. 마지막 비장의 무기 +3 24.06.18 128 8 12쪽
97 97. 나의 불사신 +4 24.06.17 133 8 12쪽
96 96. 저녁식사 +2 24.06.16 129 5 12쪽
95 95. 금의환향 +4 24.06.15 125 5 12쪽
94 94. 크리스틴 앤 윌리엄스 +6 24.06.14 132 5 14쪽
93 93. 끊임없는 부상 악령 +2 24.06.13 129 7 13쪽
92 92. 한국인의 날 +4 24.06.12 143 8 13쪽
91 91. 수영장 파티 +4 24.06.11 155 6 12쪽
90 90. 인밴드 이론 +2 24.06.10 150 5 13쪽
89 89. 메이저 첫 등판 +5 24.06.09 164 7 11쪽
88 88. 스프링 캠프의 의미 +4 24.06.08 164 7 12쪽
87 87. 스프링 캠프 +4 24.06.07 171 9 12쪽
86 86. 메이저리그 입성 +6 24.06.06 18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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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인간이 밤 하늘에 하얀 별을 쏘아 올릴 때 +6 24.06.01 1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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