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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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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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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4
추천수 :
23
글자수 :
566,324

작성
24.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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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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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 만년설삼

DUMMY

준하는 아이들의 수만큼 꿩을 잡았다.

오후가 되자 준하는 아이들에게 구리 돈을 나눠주었다.


“오늘은 너희들이 열심히 일했으니 꿩도 한 마리씩 줄게.”

“와-아!”


꿩을 받아든 아이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좋아했다.


****


하남성 정주

이곳 정주는 화북과 화남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정주에서 남서쪽으로 백 팔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는 숭산이 있고 숭산의 기슭에는 소림사가 있다.

소림사는 발타대사가 창건했으며 달마대사 이후 소림사는 칠백 년이 넘게 중원 제일의 무명(武名)을 자랑했다.


제왕문!

삼백 년 전 하남성 정주에 자리를 잡았고 약 백 년 전부터 소림사의 무명을 덮어버린 중원 최고의 검가(劍家)다.

제왕문은 두 명의 무림 맹주를 배출했다.

두 명의 무림 맹주 중 한 명인 석중광은 제왕산에 있는 제왕문주의 전용 연공실을 나왔다.

‘휴-우! 십 년에 걸쳐 천마의 빙천수라공의 빙기를 몰아냈다.’

석중광은 제왕문의 전각들을 내려다보다가 몸을 날렸다.

‘십 년 동안 벽곡단만 먹었더니 오늘은 돼지기름이 둥둥 뜬 시전의 국밥을 먹고 싶다!’

석중광은 허공에서 역용술을 펼쳤다.

그러자 석중광의 얼굴은 오십 대 학자의 모습에서 상단에서 일하는 사십 대 장한 모습으로 변했다.

‘흠! 국밥 냄새에 벌써 침이 고이는구나!’

국밥집으로 들어간 석중광은 화주와 국밥을 주문했다.


“이보게 밑밥 맹주의 소식은 아직 없나?”

“한 달 전 무림맹에 갔었는데 밑밥에 대한 말은 없었네.”


상단에서 쟁자수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밑밥 맹주? 누군가의 별호 같은데 웃기는 별호군!’

석중광은 국물을 한 모금 떠먹은 뒤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쪽은 어느 상단 소속이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석중광에게 물었다.


“왜 물으시오?”

“혹시 밑밥 맹주의 소식을 알고 있나 해서요.”

“밑밥 맹주? 밑밥 맹주라면 누구를 말 하시오?”


-“제왕문의 찌질이 석중광 말이오.”

-“석중광을 왜 찌질이라고 하시오?”


상대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석중광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천년 검객’과 ‘천년 마인’을 아직 읽지 않았소?”

“‘천년 검객’과 ‘천년 마인’이 뭐요?”

“허! 전 중원을 진동한 두 편의 소설을 아직도 읽지 않았단 말이오?”

“예! 멀리 서역을 다녀오느라 읽지 못했소.”

“여기 앉아 내 대답을 듣는 것보다 소설부터 먼저 읽는 것이 더 낫겠소.”

“.....,”


상대의 말에 석중광은 분노가 치밀었다.

‘밑밥 맹주가 나 석중광이며 내가 찌질이라고? 소설을 쓴 놈이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맹의 조직들을 점검한 후 잡아다 죄를 물어야겠어!’

벌컥-벌컥!

석중광은 국밥은 먹지도 못하고 독한 화주를 병째 들고 마셨다.

‘내 명예를 짓밟다니? 도저히 안 되겠다.’

국밥집을 나온 석중광은 서점으로 갔다.

‘이런 쓰레기 같은 소설 때문에 문으로 가지 못하고 다시 연공실로 가야겠어!’


“으-아-아-악 위겸! 이-노-옴! 죽여버리겠다!”


석중광이 ‘천년 마인’을 가지고 연공실로 들어간 지, 칠 일이 지나자 석중광의 절규가 제왕산에 울려 퍼졌다.


****


휙 팍!

‘지천에 널린 것이 비둘기지만 한국에서의 삶이 생각나 비둘기 고기는 도저히 못 먹겠어!’

준하는 망개 열매로 잡은 비둘기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서울 사람들은 비둘기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했다.

비둘기의 똥이 차량을 부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하는 자신의 서울 삶이 비둘기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푸-드-덕!

천마지의 강도를 조절한 탓에 잠깐 기절한 비둘기는 다시 날아가 버렸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으니 나중에 다시 시도해보자.’

와-자-작!


“으! 떫어!”


생각을 마친 준하는 자기도 모르게 손에 쥔 망개 열매를 입에 넣어 씹고 말았다.

‘배고팠던 전생의 기억 때문에 무엇이든지 입에 넣으려는 습관부터 고쳐야겠어!’


-형주 외의 다른 지역에서 온 비둘기 한 마리당 두 마리로 교환해 줌

유시(17:00~19:00)부터 가능

운남이나 신강 등 먼 거리의 비둘기는 세 마리로 교환함

장소: 만검문

준하가 형주서점을 비롯해 형주의 큰 가게에 붙인 글이다.


“겸아! 한 마리를 두 마리로 바꿔주다니? 이건 누가 봐도 손해 보는 일인데 왜 이걸 붙이는 것이냐?”


양계광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다 생각이 있어서 붙인 것이니 떼지 마세요.”

“이것도 돈 버는 일이냐?”

“예!”


약간 망설이다 대답한 준하는 형주서점을 나왔다.

만검문으로 온 준하는 닭장으로 갔다.

구-구-구!

닭장에는 닭 대신 수 많은 비둘기가 있었다.

준하는 닭장 안에 잡곡을 뿌렸다.

‘산에 있으면 알아서 모이를 먹었을 텐데 이것도 낭비니 비둘기의 수급 조절부터 해야겠어.’

글씨를 붙인 지 십일 정도 지나자 비둘기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태금산에서 온 준하는 금잠초 꽃을 덖어놓고 유시가 되자 만검문의 문을 활짝 열었다.


“어디서 온 비둘기입니까?”

“우리는 광동에서 온 광동상단이다. 총 세 마리인데 아홉 마리로 바꿔주냐?”

“증명할만한 서류가 있어요?”

“이건 관청에서 발행한 통행증이다.”


통행증을 확인한 준하는 아홉 마리의 산비둘기를 주고 훈련을 받은 전서구를 받았다.

‘광동성!’

준하는 전서구의 다리에 광동성이라고 쓴 다음 비어있는 닭장에 전서구를 넣었다.

한 달이 지나자 형주서점을 비롯해 형주의 큰 가게에 종이가 붙었다.


-하오문을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소식을 중원 전역으로 전해 줍니다.

비용은 비급으로 받습니다.

육합검법 등 물론 하찮은 비급도 받습니다.

신공절학은 반 초식만 있어도 가능합니다.


며칠 전 준하는 하오문의 형주 지부로 갔다.


“오 위겸 작가! 어서 오시게.”


하오문의 형주 지부장 주유선은 형주는 물론 중원 전역에 필명을 날린 준하가 왔다는 보고에 지부장실을 뛰쳐나왔다.


“주지부장님! 제가 하오문에서 전서구를 보내려고 하는데 얼마를 내야 하나요?”

“얼마라니? 내가 어떻게 위작가에서 돈을 받겠어? 서역만 아니면 중원은 어디든지 무료로 보내주겠네.”

“그럼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전서구를 보낸다는 가정하에 말해주세요.”

“그래? 그럼 혹시 우리 하오문에 대해 소설을 쓰려고 그런가?”


‘으-이-구! 진짜 주먹을 부르는 인간이다.’


“휴-우!”


준하는 말하기 전 심호흡부터 했다.


“주지부장님! 제 말씀을 잘 들으세요.”

“그래! 말해보게, 내 세이경청(洗耳敬聽)하겠네. 허허!”

“제가 중원 각지에서 온 전서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전서구들의 다리에 서신을 매달아 하오문의 지부들을 통해 보낼까 하고 왔어요.”

“응? 그럼 우리 하오문은 남는 것이 없잖은가?”

“서신을 보내고 나면 전서구가 남잖아요. 그 전서구들은 하오문에 그냥 줄게요.”

“정말?”

“예!”

“그런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네.”“제가 계약서를 작성해 왔으니 읽고 보고 수결해 주세요.”

“어디 보자.”


주유선은 준하가 준 계약서를 꼼꼼히 읽었다.


“여기에 수결하면 되나?”

“예!”


계약서에 수결한 주유선이 계약서를 내밀었다.


“위작가! 다음 소설은 내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나?”

“그럴까요? 그럼 주지부장님이 천마와 생사를 걸고 대결하세요. 그 소식이 들리면 바로 쓸게요.”


준하의 말에 낯빛이 변한 주유선이 입을 벌리고 준하를 쳐다보았다.


“대답이 없으니 그만 갈게요.”


만검문으로 온 준하는 밤이면 악착같이 천마심공을 수련했다.

‘좁쌀 같은 내공이 주먹만큼 커진 느낌이다. 전서구 대행을 통해 신공절학이라도 들어오면 거기에 걸맞은 깊은 내공이 있어야 하는데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영약이 어디 없을까?’

아침이 되자 준하는 태금 계곡으로 갔다.

‘이제 곧 겨울이라 계곡이 얼면 이마저도 못하는데 아이들이 더 많은 흙을 옮기도록 독려 좀 해야겠어.’


“오늘부터 흙을 마흔 번 옮기면 꿩 한 마리를 상금으로 줄게.”

“와-아! 오늘은 돈도 주고 꿩도 준단다. 빨리 일하러 가자.”


준하의 말에 아이들은 계곡 위로 올라갔다.

‘내가 아이들의 임금착취나 하는 악덕 사업주도 아니니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이나 만들어 주자.’

만검문으로 오면서 당과를 산 준하는 당과를 철 그릇에 담아 화로 위에 올려두고 밀가루를 반죽했다.

‘반죽이 숙성된 것 같으니 당과를 넣은 호떡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먹으면 다들 미쳐 쓰러질 거야!’

구-구-구!

반죽을 떼려고 했던 준하는 전서구들이 있는 닭장으로 갔다.

‘어-휴! 보름 동안 전서구 대행으로 들어온 비급은 꼴랑 육합검법과 육합권법 뿐이니 어느 세월에 천하제일인이 될까? 깜박하고 아침에 모이를 안 줬더니 시끄러워서 안 되겠어!’

전서구들에게 잡곡을 뿌려준 준하는 정성스럽게 손을 씻었다.

‘나는 이 순간 천하제일인의 후보에서 중원 제일의 숙수로 탈바꿈한다.’

치-이-이!

솥뚜껑에 들기름을 붓자 솥뚜껑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 삼겹살이 먹고 싶다!’

침을 삼킨 준하는 반죽을 떼 내 당과를 넣은 호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준하야! 뭐하니?”


만검문을 뒤흔든 고소한 냄새에 두운경이 왔다.


“엄마! 이거 하나 드세요.”

“이게 뭔데?”

“떡이요.”


두운경은 호떡을 굽는 준하 곁에 앉아 호떡을 먹기 시작했다.


“준하야! 맛있다. 이 떡 이름이 뭐야?”

“호떡 아니, 환장 떡이요.”


준하는 얼떨결에 호떡 이름을 바꿨다.


“환장 떡? 이름이 왜 하필 환장 떡이야?”

“한번 먹으면 또 먹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 되니 환장 떡이요.”

“너무 맛있는데 엄마가 한번 만들어 팔아볼까?”

“그럴래요? 내가 만드는 것 잘 보세요.”


준하는 부지런히 호떡을 구웠다.


“다 배웠죠?”

“응!”

“이건 엄마랑 아빠가 드세요.”


호떡을 남겨둔 준하는 아이들에게 줄 호떡을 가지고 태금 계곡으로 갔다.

‘모두 모이라고 하면 일의 능률이 떨어질 거야. 내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나눠줘야지.’

준하는 태금산을 돌아다니며 흙을 푸거나 나르는 아이들에게 호떡을 나눠주었다.


“아-악! 안 돼, 그걸 먹으면 큰일 나!”


아이 한 명이 흙을 퍼낸 언덕에서 뽑은 무처럼 생긴 것을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준하가 보기에 독초 뿌리 같았다.


“헤헤! 배가 고파서 그래!”


준하의 비명에 놀란 아이가 무처럼 생긴 것을 던지며 말했다.


“그건 버리고 대신 이걸 먹어. 환장 떡이라는 거야.”

“우-와! 맛있어!”


호떡을 베어 문 아이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나는 점심이나 먹을까?’

준하는 언덕을 내려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혹시 저거 만년설삼 아닐까?’

준하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아이가 먹으려다 던진 무 같은 것이었다.

준하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시-있-어!”


준하와 눈이 마주친 아이가 호떡이 가득 든 볼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저 아이 모르게 만년설삼을 집어야겠다.’

쭈-르-르!

언덕에 엉덩이를 붙인 준하는 몸이 미끄러지자 만년설삼을 집어 품속에 넣었다.

‘큼-큼! 틀림없는 인삼 냄새다. 종두득두(種豆得豆)라고 하더니 내가 착한 일을 하니까 하늘에서 복을 내린 것 같다!’

아이에게 사기 친 준하는 종두득두를 떠올리며 양심의 가책을 눌러버렸다.

초겨울 산에는 금방 어둠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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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단서 24.05.15 124 0 12쪽
16 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24.05.14 137 0 12쪽
15 15. 태금맹 +3 24.05.14 143 0 12쪽
14 14. 뇌정검법 24.05.13 149 1 12쪽
13 13. 야명주 24.05.13 155 1 12쪽
12 12. 암흑신공 24.05.12 162 1 12쪽
» 11. 만년설삼 24.05.12 174 2 12쪽
10 10. 무공입문 24.05.11 178 1 12쪽
9 9. 천마 염무상 24.05.11 188 1 12쪽
8 8. 무림맹주 석중광 24.05.10 201 1 12쪽
7 7. 제갈세가 24.05.10 236 1 11쪽
6 6. 만검문 24.05.09 2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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