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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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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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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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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6,324

작성
24.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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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 만검문

DUMMY

****


벼락에 맞아 의식이 가물거리자 준하는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준하의 몸은 운석 반지에서 나온 화려한 공간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갔다.

.

.

.

준하는 입에 거친 것이 들어오자 눈을 떴다.

‘이게 뭐지?’

준하는 입안으로 들어온 것을 혀로 더듬어보았다.

‘나무 같은데 수저인가?’

입안으로 들어온 것은 나무로 만든 숟가락이었다.

숟가락이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미음으로 느껴지는 액체가 흘러내렸다.


“퉤-퉤!”


준하는 미음을 힘껏 혀로 밀어냈다.

미음에서 공사장 햇빛 아래에 며칠 두었던 시큼한 막걸리 맛이 났다.

쉰밥으로 만든 것 같았다.

‘내가 죽은 거야? 산 거야?’

구토를 참은 준하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실내는 너무 어두웠다.

‘헉! 귀신이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눈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응애-응애”


말하는 의도와 달리 자신의 입에서 힘찬 아기 울음소리가 나자 준하는 눈을 감아버렸다.

‘내 입에서 왜 아기 울음소리가 날까?’

준하는 자신의 몸을 더듬어보았다.

‘이건 성인 몸이 아니라 아기 몸이다.’

준하는 실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가죽만 씌워 놓은 것 같은 여자의 까만 피부 얼굴에서 땟물이 줄줄 흐르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난민? 아 씨발! 쓰레기 수거 차량을 피하려다가 분뇨차에 치인듯한 이 절망스러운 느낌은 뭐지?’

아기 몸에 아프리카 난민 엄마!

이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다시 태어나 눈을 뜨니 단 한 번도 싸워보지도 못하고 회복 불능의 데미지를 입은 것 같은 큰 절망감!

준하의 입으로 다시 나무 수저가 들어왔다.

아기의 혀로 수저를 밀어내기에 수저를 잡은 난민 엄마의 수저질은 너무 억세고 무자비했다.


“꿀꺽-꿀꺽!”


난민 엄마의 수저질에 굴복하려는 순간 살고자 한 본능이 먼저 입을 벌리게 했다.

얼떨결에 쉬어버린 미음을 마신 준하는 입에 남은 미음을 혀로 밀어냈다.


“%%$#^@ *&%%”


여인이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자신의 젖꼭지를 준하의 입에 물렸다.

그러자 따뜻한 체온이 전해왔다.

준하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꺼내 보았다.

여인이 한 말은 중국말 같았다.


“우-웁!”


준하는 혀로 젖꼭지를 밀어내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넣다 만 물풍선 같은 젖가슴이 자신의 코를 막자 준하는 호흡하기 위해 젖을 빨고 말았다.

꿀-꺽!

젖꼭지에서 모유가 나왔다.

개미가 하품할 때 눈가에 맺힌 눈물 정도의 적은 양이었다.

‘어..엄마!’

모유를 먹은 준하는 죽은 임영미가 생각났다.

‘현재 내 몸은 한 살 정도의 아기다. 그럼 이 여자가 나를 낳은 엄마일까?’


“%%$#^@ @@#@#”

-안 나오는 젖을 어떡하라는 말이니?


준하가 추론한 여인의 말이었다.

여인이 준하를 고쳐 안았다.

그리고 나무 수저에 미음을 떠서 준하의 입안에 흘려 넣어 주었다.

‘죽지는 않겠지? 또 죽으면 어때?’

준하는 거부하지 않았다.

배가 불렀다.

포만감을 느낀 준하는 곧바로 졸음이 몰려왔다.


덜-컹!

문이 열리고 환한 빛이 들어오자 준하는 눈을 떴다.

남자가 들어왔다.


“우리 겸이는 뭐하오?”

“하품하는 것이 자려나 봐요.”


남자의 질문에 여인이 대답했다.

‘두 사람이 나를 낳아준 부모인가?’

준하는 밖에서 들어온 빛에 의지해 두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밝은 빛에 보니 여인의 얼굴은 꽤 예쁜 얼굴이었으며 남자의 얼굴 또한 준수한 호남형이었다.

‘동굴이야 흙집이야?’

둥근 천장이며 흙이 보이는 방안은 집이라고 하기에 동물들이 동면하는 굴속 같았다.

‘내가 환생한 것일까 아니면 차원 이동을 한 것일까? 빨리 말을 배워 물어봐야겠어!’

준하는 생각하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쩝-쩝!”


뭔가 먹는 소리에 준하는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두 부부는 음식을 바닥에 놓은 채 먹고 있었다.

‘죽인가?’


“어-머!”


여인과 눈이 마주친 준하는 얼른 눈을 감아버렸다.

자신의 입에 죽을 흘려 넣을지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

.

두 살이 되자 걷게 된 준하는 방(토굴)을 나와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앞에 섰다.

그리고 대문 위의 달린 현판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만검문(萬劍門)? 차라리 망검문(亡劍門)이라고 하지! 전생의 삶도 벌레처럼 꿈틀거리다가 어이없이 패배했는데 이번 생은 출발부터 전생보다 더 비참한 것 같다. 전생에서는 굶지는 않았는데, 이번 생도 쉽게 패배하겠어!’

준하가 태어난 곳은 만검문이라는 무가였다.

‘아버님! 마당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무너져 있는 전각들은 어느 시대의 건물입니까? 큭! 두 살인 내가 이렇게 물어보면 순진하게 생긴 두 번째 아버지는 기절하고 말겠지?’

준하는 나이에 맞는 말투를 쓰기로 했다.


“아빠! 마당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있는 무너져 있는 전각들은 뭐예요?”


준하가 태어나서 위사륭에게 한 첫 질문이었다.


“원래 우리 집안은 강호에서 알아주는 무가였다.”

“예? 무..무가요?”

“그래!”


자신이 태어난 집이 무가라는 말에 준하는 뛸 듯이 기뻤다.

‘무가라면 나도 무공을 배울 수 있겠어. 하늘을 날아 태산을 무너뜨리며 대해를 가르는 절대 무공 같은 것 말이야!’

그러나 준하의 기쁨은 위사륭의 몸을 본 순간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그럼 아빠가 익힌 무공은 뭔가요?”

“아빠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예? 왜요?”

“그게.....,”


만검문의 독자로 태어난 위사륭은 만검문의 초식은커녕 육합검법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준하가 태어난 만검문은 호북성의 성도인 형주와 약간 떨어진 곳으로 태금산 자락의 태금리였다.

위사륭의 말은 이랬다.

삼십 년 전 천산에서 웅크리고 있는 마교가 발호했다.

그 이유는 오백 년 만에 천마의 진전을 이은 이대 천마로 인한 것이다.

이대 천마가 나타났다는 소문에 군소 방파는 물론 무림맹의 맹주까지 무림맹을 버리고 깊은 산속으로 피해버렸다.


“미친 개새끼! 아니, 의협심도 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준하는 처음 위사륭에게 이 말을 들고 분노했었다.

‘미친 개새끼? 한 번도 집 밖을 나간 적이 없는데 험한 욕을 누구에게 배웠을까?’

준하의 욕설에 위사륭이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냐, 내가 무협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현실과 혼동한 거야! 천마의 가공할 무위에 제대로 저항조차 못 하고 바로 목숨을 잃는데 누가 그 앞을 막겠어? 미친놈이라면 몰라도,’

그런데 만검문의 전임 문주, 즉 준하의 조부인 위양전은 무협 소설의 영웅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위양전은 천산파와 곤륜파를 휩쓸고 청성파를 넘어 호북성으로 들어온 천마와 마교의 무인들을 만검문의 무인들과 함께 막았다고 했다.

그 결과 무공을 익힌 만검문의 무인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위양전에게 한쪽 팔에 상처를 입고 열이 뻗친 천마는 만검문의 모든 무인을 죽인 뒤 만검문의 비급을 찾아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그중 다행인 것은 위사륭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만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던 날은 위사륭의 생일이었다.

그날 위사륭은 하남성의 외갓집에서 태어나 만검문의 일족 중 천마의 살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런데 준하가 복덩이였는지 위사륭은 준하가 태어난 지 이 년 되던 해에 상단의 서기로 들어갔다.

두 살이 되자 말과 걸음을 배웠던 준하는 세 살이 되자 책을 보기 시작했다.


“엄마! 현재 나라 이름은 무엇이며 황제의 이름은 뭔가요?”

“원나라로 혜종이란다. 그건 왜 묻니?”


이제 세 살인 준하의 질문에 두운경은 준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궁금해서요. 헤-헤!”


‘혜종이면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다. 혜종의 재위 기간은 1333년부터 1370년이고,’

대충 자신이 태어난 시기를 짐작한 준하의 눈에 토굴이 보였다.

‘빨리 돈을 벌어 집을 짓고 무공 비급도 구해 만검문을 세워야겠어! 그러는 의미에서 무관이나 가볼까?’

만검문을 나온 준하는 무관의 담장 위로 올라가 관장이 하는 동작을 유심히 보았다.

‘헐! 저걸 배우느니 차라리 삼재검법을 익히는 것이 훨 낫겠다.’

만검문으로 돌아온 준하는 위사륭이 보고 쌓아둔 책을 모두 꺼냈다.

대부분 소설책과 야한 춘화도였다.

‘일은 안 하고 토굴 속에 처박혀 이런 책들만 보니 짐승처럼 산 거야! 그래도 무가의 후손이니 허접한 비급이라도 있겠지.’

준하는 꼼꼼히 책 내용을 확인했다.

‘헐! 이걸 소설이라고 쓴 거야?’

위사륭이 읽었던 책은 모두 소설책으로 내용은 엉망이었다.

‘내가 쓴 소설과 비교하면 이건 소설이 아닌 초딩들 일기 수준이야! 소설의 수준을 알았으니 내가 직접 소설을 써서 집도 짓고 비급을 사서 익힐까?’

준하는 먹과 종이를 찾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천하제일인’으로 회귀한 무인이 의와 협을 실행하는 무협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준하의 기억 속에서 나온 소설로 과거 공모전에 떨어진 준하의 소설이었다.

단 하루 만에 소설책 한 권을 쓴 준하는 형주서점으로 갔다.


“아가! 우리 서점에는 무슨 일 때문에 온 것이냐?”


서점 주인은 세 살 정도 보이는 준하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걸 팔려고 왔는데요.”

“무슨 책이냐?”

“소설책이요.”

“제목을 보니 처음 본 것 같은데 한번 보자.”


주인에게 책을 준 준하는 주인이 책을 읽을 동안 서점에 있는 책들을 구경했다.


“허! 이런 내용이 있다니?”


‘천하제일인’을 읽는 주인은 간혹 감탄과 탄식을 했다.

‘대충 읽고 살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부터 하지.’

네 시간이 지나자 준하는 배가 고팠다.


“중간에 멈출 수가 없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글이구나!”


주인은 혼자 말하며 책을 읽었다.

‘아직 안 읽은 양이 절반이나 남았는데 집에 가서 밥이나 먹고 올까?’

의자에 앉아 있던 준하는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내가 책을 읽느라 너를 깜박했다. 우선 이거라도 먹으며 조금만 기다려라.”


서점 주인이 준하에게 당과를 건넸다.


“예!”


의자를 서점 입구로 가져간 준하는 당과를 빨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오후가 되자 서점 주인이 책을 덮었다.


“이걸 누가 쓴 것이냐?”


서점 주인이 격정적인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요. 내가 썼어요.”

“허-어! 어른을 놀리면 못 쓴다. 아빠가 쓴 것이냐?”

“아닌데, 내가 썼는데요,”


준하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표정을 서점 주인은 준하가 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럼 이 종이에 글을 써보아라.”


붓을 쥔 준하는 글씨를 써 보였다.


“저..정말이구나! 아저씨 이름은 양계광인데 이름이 무엇이냐?”

“위겸(魏鎌)이요.”

“위겸이라면 만검문의 아들이냐?”

“예!”

“만검문에서 무공 천재가 아니라 글 천재가 태어났구나! ‘천하제일인’을 목판으로 찍고 싶은데 얼마에 팔겠느냐?”

“금자 한 냥이요.”

“뭐? 한 냥?”

“예! 비싸서 사고 싶지 않으면 안 사도 돼요.”


참고로 위사륭이 상단에서 받는 한 달 급료가 은자 한 냥이었다.

준하의 작은 손이 책을 향했다.

탁!


“어린애가 성질도 급하네! 살 테니 잠깐만 기다려라.”


준하의 손을 막은 양계광은 안으로 들어갔다.

‘‘천하제일인’ 정도의 소설은 일 년이면 삼백육십 오 권이 아니라 사백 권도 쓸 수 있다. 마구 써서 돈을 긁어모아야겠어. 그래서 큰돈을 모아 천마의 비급을 사서 가공할 무공을 익혀야겠어!’

양계광이 준하의 주먹만 한 금원보 한 개를 가지고 나왔다.


“이건 양과 값이다.”


준하의 손에 금원보를 건네준 양계광은 은자 한 닢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겸아! 다음에도 소설을 쓰면 꼭 우리 서점으로 와야 한다.”

“그럴게요.”


은자 한 닢으로 돼지 다리를 산 준하는 집으로 갔다.

만검문에는 고기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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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단서 24.05.15 124 0 12쪽
16 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24.05.14 137 0 12쪽
15 15. 태금맹 +3 24.05.14 143 0 12쪽
14 14. 뇌정검법 24.05.13 149 1 12쪽
13 13. 야명주 24.05.13 155 1 12쪽
12 12. 암흑신공 24.05.12 162 1 12쪽
11 11. 만년설삼 24.05.12 173 2 12쪽
10 10. 무공입문 24.05.11 178 1 12쪽
9 9. 천마 염무상 24.05.11 188 1 12쪽
8 8. 무림맹주 석중광 24.05.10 200 1 12쪽
7 7. 제갈세가 24.05.10 235 1 11쪽
» 6. 만검문 24.05.09 269 1 12쪽
5 5. 배신 그리고 죽음 24.05.09 264 1 12쪽
4 4. 지도 24.05.08 242 1 11쪽
3 3. 송충이와 솔잎 24.05.08 254 1 12쪽
2 2. 재벌 2세들 24.05.08 353 1 12쪽
1 1. 롤러코스터 +2 24.05.08 485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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