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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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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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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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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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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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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송충이와 솔잎

DUMMY

거실만 해도 50평은 넘어 보였고 바닥과 벽은 비취색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준하씨도 치려고?”


성재욱이 물었다.


“예! 못 쳐도 한번 쳐보려고요.”

“그래요. 같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성재욱은 준하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의자에 앉은 준하는 지갑을 꺼냈다.


“준하씨! 얼마나 있어요?”


성재욱이 준하의 지갑을 보며 물었다.


“삼천 정도 요.”


재벌 2세들과 어울리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준하는 항상 삼천만 원을 가지고 있었다.


“예? 그걸로 어떻게 카드를 쳐요? 겨우 두세 번 돌리면 끝날 텐데.”

“카드를 치는 줄 몰라서요.”

“하긴 정기 모임이 처음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성재욱의 말처럼 준하는 열판이 돌아가기 전에 삼천만 원이 모두 없어졌다.

‘그냥 구경만 하는 건데..’

자리에서 일어난 준하는 밖으로 나왔다.

‘몇 잔 마시지 않았지만 깨려면 좀 걷자.’

준하는 수원지를 따라 걸었다.

하늘의 달과 수면에 비친 달이 도로를 훤히 비춰주었다.

수원지를 한 바퀴 돈 준하가 별장으로 오자 회원들은 주차장에 있었다.


“다음 달 정기 모임은 준하씨 차례에요.”

“예! 준비할게요.”

“그래요. 그럼 다음 달 임모는 없는 것으로 하고 정모 때 만납시다.”


뿌-아-앙!

회원들은 하나같이 속도를 올려 서울로 향했다.

‘정모를 어디서 하면 좋을까?’

맨 나중에 별장을 나온 정모 장소를 생각하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날짜가 지나 정모 날이 되었다.

준하는 자신이 옛날 알바했을 때 숯불을 피웠던 최고급 한우 전문점으로 장소를 정했다.

준하가 예약한 곳은 후원의 별관,

별관은 빌리는 비용만 해도 삼십만 원이었다.

별관으로 회원들이 모였다.

준하의 우려와 달리 불평하는 회원은 없었다.

호스트가 된 준하는 회원들의 테이블을 살피며 부족한 것을 주문하며 고기를 구웠다.

‘연기를 마셔서 그런가?’

준하는 머리가 아팠다.

‘잠시만 나갔다 오자.’

밖으로 나온 준하는 후원의 의자에 앉았다.


“준하야! 네가 어쩐 일이야?”


준하에게 말을 건 사람은 식당의 실장이다.


“모임이 있어서 왔어요.”

“그래? 그럼 좀 도와주라.”

“예? 뭘 도와줘요?”

“숯불 다섯 개만 피워줘. 숯불 담당하는 새끼가 말도 없이 안 나와서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오늘은 좀..”

“인마! 숯불 하면 너잖아? 내가 택시비 정도는 챙겨줄게. 빨리?”


준하는 별관을 보며 실장을 따라 숯방으로 갔다.

‘헐! 저 새끼! 진짜 정체가 뭐야?’

후원의 나무 뒤에서 나온 강동혁이 준하가 간 방향을 보았다.

숯방으로 간 준하는 최대한 빠르게 숯불을 피웠다.

‘오랜만에 피웠더니 씻어야지, 안 되겠다.’

별관의 화장실로 간 준하는 재킷을 벗고 세수를 했다.


“준하씨! 어디 갔다 왔어요?”


강동혁이 물었다.


“예? 통화 좀 하느라 잠깐 나갔다 왔네요.”

“예! 그런데 벨트가 특이하네요.”


강동혁이 준하의 자동 벨트를 보며 말했다.


“이게 편해서요.”


준하가 화장실을 나가자 강동혁은 손을 씻었다.

‘숯불 담당에 라떼들이나 차는 자동 벨트?’

핸드폰을 꺼낸 강동혁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모가 끝났다.

회원들이 모두 떠나자 준하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강동혁의 차,


“따라가서 뭐 하려고?”


조수석에 앉은 성재욱이 물었다.


“뭐하긴? 내 예감이 맞았다면 저 새끼는 거지야! 우리가 거지새끼와 어울릴 순 없잖아?”

“하긴 그래! 혹시 저 새끼가 나중에 내 회사에 입사해서 나에게 아는 척할 걸 상상하면 기분부터 나쁘다.”


준하가 버스를 타자 강동혁의 차는 버스를 따라갔다.


“동혁아! 내렸어.”


성재욱이 말했다.


“나도 보고 있어.”


강동혁은 준하가 들어간 골목 입구에 얼른 차를 세웠다.

그리고 준하의 뒤를 따라갔다.


“그래도 원룸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준하가 원룸으로 들어가자 성재욱이 말했다.


“저 정도 건물은 내 통장에 있는 돈으로도 당장 살 수 있어.”


대답한 강동혁은 원룸 건물을 보며 걸었다.

원룸 앞으로 온 두 사람은 준하를 지켜보았다.


“저기 3층 제일 우측 방에 불이 켜졌어.”

“그래! 올라가 보자.”


두 사람이 원룸 건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안에서 나왔다.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강동혁이 말했다.


“예! 말씀하세요.”

“여기 건물주는 어디 삽니까?”

“정확히 모르는데 강남 어디라고 했어요. 왜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예!”


안에서 나온 사람은 두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며 멀어졌다.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3층으로 올라가 준하의 방 앞으로 갔다.

‘뭘까 이 느낌은?’

옷을 벗던 준하는 뭔가 불안했다.

‘피곤해서 그런가?’

준하는 옷을 갈아입었다.

딩동-딩동!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올 사람도 없는데 누구지?’

준하는 문을 열지 않고 욕실로 들어갈까 생각했다.

‘혹시 옆방일지도 몰라?’

문을 연 준하는 불안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문밖에 있는 사람이 바로 강동혁과 성재욱이기 때문이다.


“너 새끼! 정체가 뭐야?”


강동혁이 준하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


“정체라니?”

“재벌 2세인데 천민 코스프레 하냐고? 이 새끼야!”

“내..내가 하나 물을게.”

“그래! 우리나라의 천민새끼들은 항상 재벌에게 양보하라고 엎드리니 들어줄게.

“스톤 회원이 되는데 재벌 2세들만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어?”

“없어, 없지만 이런 거지 같은 곳에 살면 니가 가진 습성 정도는 숨기지 말았어야지.”

“숨기다니? 내가 뭘 숨겼는데?”

“원래 천민 양아치 새끼들은 떼로 모이면 우리 같은 재벌을 물어뜯으려 하는데 보통 너처럼 혼자가 되면 허리를 숙이고 종처럼 굴어야 하잖아?”


강동혁은 검지로 준하의 이마를 밀며 말했다.


“내가 천민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지.”


준하는 강동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퍽-퍽 캑!


“너! 한 번 만 더 나오면 그땐 죽여버린다. 알았어? 거지새꺄!”


강동혁이 주먹으로 준하의 복부와 턱을 치며 말했다.


“자꾸 나에게 거지라고 하고 양아치라고 하는데 너는 니 손으로 단돈 만 원이라도 벌어본 적 있어?”


넘어진 준하는 악을 쓰듯 말했다.


“푸-하하! 해가 뜨라고 노력하지 않아도 해가 뜨듯이 노력하지 않아도 돈이 벌리는데 내가 왜 노력을 해?”

“....,”

“병신아! 재벌들의 삶은 다 그래. 길지 않은 인생인데 돈 번다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면 되겠어?”


‘맞는 말이다. 내가 어쩌면 재벌들의 삶을 동경해 소설을 핑계로 이들과 어울렸는지도 모르겠어?’

준하는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다시 연락하면 그땐 디진다.”


캬-악 퉤!

강동혁이 준하의 얼굴에 가래 침을 뱉었다.

준하는 그런 강동혁을 보며 대항하지 못했다.


“가자.”

“응!”


강동혁과 성재욱이 돌아갔다.

‘큭-큭! 소설을 포기해야겠어!’

준하는 회원권을 찢었다.

이후 양승혜와 황승환이 번갈아 가며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준하는 연락하지 않았다.

다음날,

컴퓨터를 다시 판 준하는 노가대 할 때 입을 작업복을 샀다.

‘열심히 살다 보면 노력하지 않아도 해가 뜨는 날이 오겠지!’

새벽이 되자 준하는 근로자대기소로 갔다.


“거기 나하고 갑시다.”


운 좋게 준하는 첫날부터 선택을 받았다.

준하가 간 곳은 실내 철거 현장이었다.

오래된 천장을 뜯어내자 몇십 년 동안 쌓였던 먼지가 떨어져 내려 준하의 콧속으로 들어왔다.

준하의 얼굴은 금방 땀과 먼지로 까맣게 변했다.


“자네 몇 살인가?”


준하를 식당으로 데려간 철거업자가 물었다.


“스물일곱입니다.”

“내일부터 대기소로 가지 말고 바로 내 현장으로 오게.”

“예! 감사합니다.”


준하가 철거업자를 따라다니며 철거한 지 육 개월이 지났다.

콜록-콜록! 우-웩!

자다가 기침 때문에 잠이 깬 준하는 토를 하고 말았다.

‘헉! 피다.’

불을 켜고 보니 목에서 넘어온 것은 피였다.

‘하긴 매일 석면가루를 담배 연기 마시듯 마셔 댔으니 기관지라고 온전했겠어?’

새벽이 되자 준하는 철거업자에게 몸이 안 좋아 그만둔다고 전화하고 대기소로 나갔다.


“거기 세 사람 나를 따라와요.”


준하는 바로 선택받았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다.’

비슷한 또래의 두 사람과 현장으로 간 준하는 삽을 들고 시멘트 섞는 일을 했다.

‘아! 쓰러질 것 같다.’

일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준하의 호흡은 거칠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삽질은 너무 힘들었다.

준하는 이를 악물었다.

‘헉-헉! 저 두 사람은 뭐야?’

준하와 달리 두 사람은 여유 있게 땀조차 흘리지 않으며 삽질을 해댔다.


“얼굴이 창백한데 잠깐 쉬어요. 우리 둘이 할 테니.”


한 사람이 준하에게 말했다.

‘노가대만 했던 사람들이라 순박하구나!’

준하는 고마움을 느꼈다.


“예! 고맙습니다.”


그늘로 간 준하는 물부터 마셨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는데 내일부터가 더 큰 일이다.’

5분 정도 쉰 준하는 다시 삽을 들었다.


“사장이 없으니 더 쉬어요. 조금만 하면 끝나니.”

“아닙니다.”


준하는 손바닥의 통증을 참고 삽질을 시작했다.

늦은 오후가 되자 건축업자가 현장으로 왔다.


“세 사람! 내일도 우리 현장으로 올 수 있나?”


만족스러운 표정의 건축업자가 물었다.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준하가 대답하려고 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준하는 십이만 원의 일당을 받았다.

‘편의점에서 열두 시간을 알바 해도 십이만 원은 받지 못하는데 몸은 힘들어도 수입은 편의점보다 훨 나은 것 같다!’

준하는 두 사람이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렸다.


“두 분께 해장국에 소주라도 사고 싶은데 어때요?”

“예! 좋습니다.”

“좋아요,”


준하는 두 사람을 데리고 대기소 근처의 해장국 집으로 갔다.


“나는 스물일곱 살, 김준하라고 합니다.”

“어? 우리랑 나이가 같네요. 나는 배상철입니다.”

“나는 변명근입니다. 우리 서로 나이도 같으니 말놔요.”

“그러자.”


두 사람과 인사한 준하는 두 사람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자, 위하여!”

“위하여!”


‘밑바닥 인생을 계속 살자는 것일까?’

준하의 의문과 달리 무엇을 위하자는 것인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준하에게 잔을 내밀며 ‘위하여’를 외쳤다.


“준하야! 학교는 어디 나왔어?”


배상철이 물었다.


“공부를 못해 국문과 나왔어.”

“와! 우리 둘은 고졸인데 대학까지 나왔어? 그래서 일하는 것이 서툴렀구나!”


준하를 바라보는 배상철과 변명근의 눈빛이 짧은 순간 이질적으로 바뀌었다.


“현장이 우리 집하고 가까우니 오늘 우리 집에서 잘까?”


배상철이 준하에게 물었다.


“그럼 오늘 하루만 신세 질게.”


준하는 배상철을 따라 배상철이 사는 고시원으로 갔다.

사-사-삭!

배상철이 문을 열자 놀란 바퀴벌레들이 구석으로 달아났다.

‘대박! 여긴 방이 아니라 콘크리트 곰팡이로 가득한 사각 침낭이다.’

두 평도 안 되는 고시원의 내부를 처음으로 본 준하는 충격 받고 말았다.

‘내가 사는 원룸은 완전 호텔이다. 웁! 이건 구질구질한 냄새가 아니라 가난 냄새 그 자체다!’

역한 냄새에 준하는 고시원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상철아! 아침에 세탁기를 돌렸는데 건조하는 것을 깜박 잊었어. 다음에 와서 신세 질게.”

“그래! 날씨가 더워 빨리 건조하지 않으면 빨래에서 쉰 냄새 나겠다.”


몸을 돌린 준하는 코를 막고 고시원을 빠져나왔다.

며칠 후 술을 마신 준하는 이번에는 변명근이 사는 고시원으로 가게 됐다.

바퀴벌레가 돌아다녔고 역한 냄새가 났다.

변명근이 사는 고시원은 배상철이 사는 고시원의 분점처럼 느껴졌다.

준하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고시원을 나와버렸다.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젊음이 저런 고시원에 갇혀 살까?’

준하는 고시원 골목을 나와 고시원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삶을 생각하자 견디기 힘든 서글픔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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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24.05.14 1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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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암흑신공 24.05.12 163 1 12쪽
11 11. 만년설삼 24.05.12 175 2 12쪽
10 10. 무공입문 24.05.11 178 1 12쪽
9 9. 천마 염무상 24.05.11 189 1 12쪽
8 8. 무림맹주 석중광 24.05.10 201 1 12쪽
7 7. 제갈세가 24.05.10 236 1 11쪽
6 6. 만검문 24.05.09 269 1 12쪽
5 5. 배신 그리고 죽음 24.05.09 264 1 12쪽
4 4. 지도 24.05.08 243 1 11쪽
» 3. 송충이와 솔잎 24.05.08 255 1 12쪽
2 2. 재벌 2세들 24.05.08 355 1 12쪽
1 1. 롤러코스터 +2 24.05.08 48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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