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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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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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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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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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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천마 염무상

DUMMY

양계광이 주문한 술은 일명 화주로 불리는 가장 싸고 독한 백건아였다.

‘크-으! 독주를 마셨으니 다시 달려보자.’

준하의 젓가락은 다시 바빠졌다.

탁!

양계광이 책을 덮었다.


“겸아! 정말 재밌는데 뭔가 이상하다?”

“뭐가요?”

“어린 네가 그럴 리는 없지만, 작가가 주인공에게 금자를 받고 영혼을 판 느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쉽게 말하세요.”

“그럼 쉽게 물어볼게, ‘천년 검객’의 집필을 전후로 해서 석맹주를 직접 만났거나 석맹주의 측근들을 만난 적이 있어?”

“내가 그렇게 높은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요.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이 석맹주라고 직접 언급한 것도 없는데 내가 석맹주에게 돈을 받고 영혼을 팔았겠어요? 줄 놈도 아니겠지만,”

“그래? 그렇다면 넌 역시 천재다!”

“천재라니요?”

“네 소설이 현실이라고 가정하면 너는 아무 대가도 없이 석맹주를 향해 손바닥의 지문이 없어지도록 비비며 아부를 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아저씨! 그냥 그러려니 해요. 나도 ‘천년 검객’을 쓰면서 이삼일에 한 번씩 비위가 상해 헛구역질을 했으니까요.”

“그래 알았다. 단신으로 마교에 쳐들어가 십만 마도를 죽이고 천마의 팔까지 자르는 내용이니 영웅 탄생을 기다리는 정도인들에게 불후의 명작이 되겠다. 이제 식사나 해볼까?”


젓가락을 든 양계광은 무서운 눈으로 준하를 노려보았다.

요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추잡하게 먹는 것 가지고 그럴래요?”

“아니다. 나는 저기 길 건너편 노점에서 파는 소면 한 그릇이면 충분해!”


벌컥-벌컥!

양계광은 백건아를 들고 안주도 없이 들이켰다.

분노의 화주질이었다.


“씨발! 더럽게 독하네!”


계산대로 가는 양계광의 입에서는 한숨과 함께 씨발을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 성인병 예방에는 기름진 요리보다 이 소면이 더 낫대요.”


땅바닥에 앉은 양계광이 젓가락을 들었다.

준하는 양계광의 뒤통수에 대고 말한 뒤 몸을 돌렸다.

‘손바닥의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비빈 느낌? 양계광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나는 이제 석중광의 초대만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준하는 집으로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천년 검객’ 활자가 만들어지는 동안 준하는 금 채집에 열을 올렸다.

몇 달이 지나자 중원은 ‘천년 검객’으로 들썩였다.

그래서 준하는 무림맹이 있는 섬서성의 장안을 다녀온 상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아저씨! 장안에도 ‘천년 검객’이 화제던가요?”

“장안뿐이겠냐? 전 중원이 진동하지. 그런데 그걸 왜 묻느냐?”


준하는 대답 대신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게 무슨 표현이냐?”

“아니 됐어요.”


‘천만(千萬)의 독자를 거느린 작가일수록 자기 자신을 숨기고 낮춰야 해! 얼마나 해보고 싶었던 겸손이냐.’

준하는 관인들의 팔자걸음을 걸으며 상인의 집을 나왔다.

다음날 태금산으로 가기 전 두운경의 방으로 갔다.


“엄마! 나를 찾아온 사람이 있으면 태금 계곡에 있다고 말해줘요.”

“그럴게. 그런데 널 찾아올 사람이 있기나 해?”

“혹시나 해서요.”


준하는 금을 채취하는 동안 간혹 계곡을 나가 태금리 쪽을 내려다보았다.


“힘들게 죽 쒀서 광견병에 걸려 집구석을 뛰쳐나온 호로 개새끼에게 줘버린 느낌이다!”


‘천년 검객’이 출간한 지 일 년이 지나자 기다림에 지친 준하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다.

‘복상사할 새끼!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직접 거둔다.’

준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석중광의 인기를 확 끌어내리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소설을 써야 하니 금 채집은 아이들에게 맡겨야겠어.’


“애들아! 내가 시킨 일을 하면 하루에 구리 돈 한 푼씩 나눠줄게.”


태금 계곡으로 아이들을 부른 준하가 말했다.


“와-아! 우리가 할 일은 무슨 일인데?”

“여기 이곳에 흙을 쏟고 물이 흐르게 하면 되는 거야.”


준하는 사금이 모이는 채집기의 마포 위를 판자로 덮어 아이들이 볼 수 없게 했다.


“얼마나 흙을 쏟아야 하는데?”

“이 광주리로 한 사람당 삼십 번이야.”

“서두르자. 모두 하려면 시간이 없겠다.”


준하는 동네 아이들을 두 패로 나눠 한쪽은 금잠초를 채취하게 하고 나머지 한쪽은 금 채취를 하게 한 뒤 집으로 왔다.

‘이번 소설의 제목은 ‘천년 마인’으로 천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욕심 많고 뺀질거리고 ‘천년 검객’ 개자식을 죽이는 내용으로 하자.’

‘천년 마인’의 집필은 ‘천년 검객’에 비해 집필 속도가 빨랐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석중광에게 실망한 준하의 복수심 때문이었다.

아니 석중광과 빼다 박은 한국 정치인에 대한 복수심인지도 몰랐다.

‘천년 마인’의 집필한 지 육 개월이 지났다.

‘크-하하하! 양옥미금(良玉美金:빼어난 문장)으로 이루어진 불후의 명작을 완성했다.’

두문불출한 준하는 기어코 ‘천년 마인’을 완성했다.


****


천산의 마교,

와-아!

천마 염무상은 삼십 년이 넘는 폐관수련(閉關修練)을 마치고 십만 마도의 환호성을 받으며 출관했다.

도열한 마교의 장로들 앞으로 총관인 마뇌 강노군이 나왔다.


“주군! 출관을 경하드립니다.”

“별일 없었지?”


상기된 마뇌와 달리 염무상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예, 주군! 천마전으로 모시겠습니다.”


마뇌가 천마전 쪽을 보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염무상이 나온 연공실에서 천마전까지의 길에는 천산에만 산다는 새하얀 설표 가죽이 깔렸다.

염무상은 설표 가죽을 밟고 천마전으로 들어갔다.


“마뇌! 이게 뭐냐?”


자리에 앉은 염무상이 탁자에 있는 책을 보며 물었다.


“예, 주군! 호북성 형주에 사는 위겸이란 작가가 쓴 소설입니다. 전편인 ‘천년 검객’은 정도 맹주가 디질려고 지랄 염병한 내용이고 후편은 주군에 관한 내용으로 정도 맹주가 주군의 반 초식에 디지는 내용입니다. 주군께서 오랜 세월 수련하시느라 무료하셨을 것 같아 속하가 준비했습니다.”

“위겸이란 자가 썼다고?”

“예, 주군!”

“책은 무슨? 이제 곧 밤이니 술상이나 들이라고 해.”

“예, 주군!”


마뇌가 천마전을 나가자 호기심이 생긴 염무상은 ‘천년 검객’의 일 편을 펼쳤다.

‘위겸이면 만검문의 위양전 아들인가?’

‘천년 검객’을 읽는 염무상은 몇 번이고 책을 던지려다 차마 던지지 못하고 다시 책을 읽었다.

‘무림 맹주 석중광 이놈은 무공도 낮고 겁도 많은 놈인데 내용이 너무 잘못됐어. 그래도 마뇌의 말에 의하면 석중광 이놈이 하는 모든 행위는 나에게 디지려고 지랄한다고 했으니 조금만 더 인내하고 읽어 보자.’

일 편을 절반 정도 읽자 천마전의 문이 열리고 술상을 든 시녀들이 들어왔다.


“교주님! 여기다 두고 나가겠습니다.”

“그래! 두 명만 남고 모두 나가라.”

“예, 교주님!”


책을 보며 말했던 염무상이 고개를 들었다.


“너는 내 입에 술을 붓고 너는 내 입에 요리를 넣어라.”

“예, 교주님!”


두 명의 시녀가 술과 안주를 번갈아 넣어 주는 사이 염무상은 책을 읽었다.

‘허-어! 석중광 이 새끼! 작가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처발랐으면 이런 표현을 해줬을까? 술을 마시며 읽으면 속이 너무 거북해 절대 고수가 아니면 읽기조차 힘들겠어!’

‘천년 검객’을 읽다 보니 석중광을 칭송하는 글까지 재미가 있었다.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

실내가 밝아지자 염무상은 창문을 보았다.


“너희 둘은 나가서 아침상을 들이라고 하고 밥시중은 다른 애들에게 들라고 해라.”

“예, 교주님!”


아침상이 들어오고 염무상이 시녀들의 밥시중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는데 마뇌가 들어왔다.


“주군! 주군의 결재가 필요한 서류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모두 삼십 년을 미뤄온 서류들입니다.”

“며칠 후에 하겠다.”

“..예!”


염무상의 말에 마뇌는 나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뭐해? 삼십 년을 미뤄온 서류라면서?”

“예?”

“삼십 년을 미뤄왔으면서 며칠을 못 기다려?”

“아닙니다. 주군! 신선놀음 아니, 독서를 방해해 송구합니다.”


마뇌는 얼른 천마전을 나갔다.


“너희들도 그만 나가고 이따 점심때는 다른 아이들을 보내라.”

“예, 교주님!”


시녀들이 나가자 염무상은 기지개를 켰다.

‘무림맹 찌질이가 이제 이 손에 디지는 일만 남았군!’

염무상은 ‘천년 마인’의 일 권을 펼쳤다.

‘에-이!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시원시원한 내 성격에 너무 못 미쳐, 그래도 나를 모르는 작가가 썼으니 이 정도는 이해하고 읽어줘야겠지?’

이 권을 읽는 염무상의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위겸! 이놈은 나이를 좀 먹은 놈 같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나를 잘 묘사할 수는 없어, 나를 추측해서 쓴 소설인데 정말 대단한 놈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점이야!’

점심때가 되었는지 점심상이 들어왔다.

‘나에게 구리 돈 한 푼도 안 받고 이런 호방한 글을 쓰다니? 위겸! 이놈은 요즘 드물게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다. 직접 만나서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다!’

염무상은 무려 보름 동안 천마전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쩝! 무림맹 찌질이가 디지고 나니 소설도 끝났군! 교를 나가 위겸이 쓴 소설을 더 구해봐야겠어.’

염무상은 마뇌가 가지고 온 서류를 결재한 다음 마교를 나왔다.

‘내 나이 백수(99세)를 지난 지 삼십 년이 되었다. 교에 있어봤자 장로들이 찾아와 중원 정벌이니 뭐니 하면서 귀찮게만 할 뿐이니 위겸 이놈을 만나 세상 사는 이야기나 듣고 책을 사서 돌아와야겠다.’

염무상은 황도의 대형서점과 소형서점을 거쳐 형주서점으로 왔다.

준하가 사는 곳을 물어물어 찾아온 것이다.


“위겸이란 작가를 만나러 왔는데 사는 곳을 알 수 있겠소?”

“댁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오?”


양계광은 염무상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염무상은 외모는 적으면 삼십 대 후반, 많으면 사십 대 초반의 나이로 보였다.

‘이런 천박한 장사치 놈을 봤나?’

염무상은 치밀어 오르는 살심을 꾹 눌렀다.


“허허! 나는 멀리 천산에서 왔소이다.”

“허허! 못 알려주니 그냥 천산으로 돌아가시지요.”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은 양계광이 먼 산을 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지만, 무공을 모르는 일반 양민이라 참아야겠어.’

형주서점을 나온 염무상은 양계광이 바라보던 먼 산을 향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계광이 바라보던 먼 산은 준하가 금을 채집하고 있는 태금산이었다.

‘놈의 시선이 저곳을 향했으니 위겸은 지금 저곳에서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른 염무상의 신형은 쭈-욱 늘어났다가 이내 점으로 변했다.

바로 천마의 독문 경공인 천마비행술을 펼친 것이다.


“겸아! 여기 금잠초 따왔어.”

“자, 구리 돈 한 푼.”

“겸아! 삼십 번 다 부었어.”

“그럼 너도 구리 돈 한 푼.”


염무상은 준하와 아이들이 있는 근처의 나무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겸아? 이름은 같지만, 소설을 쓰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려! 내가 잘못 짚은 것인가? 위겸을 못 찾으면 나를 능멸한 죄로 서점 주인 놈을 죽여 버려야겠어!’

염무상이 몸을 날리려는 순간 준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태금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와서 바위에 걸터앉았다.


“석중광은 그런다 쳐도 천마는 왜 안 오는 거야?”


‘헉! 저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준하의 혼자 말을 들은 염무상은 준하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해가 넘어가려고 하자 남아있던 아이들이 금잠초를 가져왔다.

준하는 미소 띤 얼굴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구리 돈 나눠주었다.

‘금잠초를 뭐 하려고 살까?’

궁금증이 더해가는 염무상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계곡을 나가자 준하는 사금이 모인 마포를 패닝 접시에 털었다.

그리고 접시를 흔들어 사금을 채취했다.

‘아이들을 이용해 사금을 채취하다니? 하는 행동을 보면 저놈은 절대 어린아이가 아니다. 하는 짓을 보면 저 아이가 ‘천년 검객’과 ‘천년 마인’을 집필했을 수도 있어! 그런데 저 많은 금잠초는 무엇에 쓰려고 저렇게 모을까?’

염무상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모르는 준하는 채취한 사금을 가죽 주머니에 털어 넣고 금잠초를 감싼 보자기를 메고 계곡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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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단서 24.05.15 125 0 12쪽
16 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24.05.14 137 0 12쪽
15 15. 태금맹 +3 24.05.14 1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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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야명주 24.05.13 155 1 12쪽
12 12. 암흑신공 24.05.12 163 1 12쪽
11 11. 만년설삼 24.05.12 175 2 12쪽
10 10. 무공입문 24.05.11 178 1 12쪽
» 9. 천마 염무상 24.05.11 189 1 12쪽
8 8. 무림맹주 석중광 24.05.10 201 1 12쪽
7 7. 제갈세가 24.05.10 236 1 11쪽
6 6. 만검문 24.05.09 269 1 12쪽
5 5. 배신 그리고 죽음 24.05.09 264 1 12쪽
4 4. 지도 24.05.08 243 1 11쪽
3 3. 송충이와 솔잎 24.05.08 254 1 12쪽
2 2. 재벌 2세들 24.05.08 354 1 12쪽
1 1. 롤러코스터 +2 24.05.08 485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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