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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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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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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6,324

작성
24.05.0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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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지도

DUMMY

두 사람과 같이 일한 지 육 개월이 지났다.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가 온다고 하자 일이 끝난 세 사람은 식당으로 갔다.


“준하야! 우리도 이제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변명근이 물었다.


“맞아! 일당을 보면 우리가 많이 버는 것 같지만 비가 와서 노는 날을 빼면 겨우 먹고 사는 수준 밖에 안 되잖아?”


배상철도 변명근의 말에 동의했다.

‘폐가 철거 일을 해보면 어떨까? 며칠 전 뉴스에 나온 것을 보면 시골은 폐가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하던데!’

부모로부터 시골 땅과 집을 상속받은 도시인은 먼저 팔기 쉬운 농지부터 팔았다.

그래서 폐가만 남게 되는데 이로 인해 세금이 나왔다.

폐가를 철거하여 세금이 나오지 않은 농지로 만들고 싶어도 시골에는 폐가를 철거할 인력이 없었다.


“내가 전부터 생각한 일이 있는데 한번 말해볼까?”

“그래!”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준하는 두 사람에게 폐가 철거에 대해 말했다.


“좋긴 한데 영업이 힘들겠어!”

“맞아! 하루하루를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게 좀 문제가 되겠다.”


두 사람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으로 영업하려고 해.”

“인터넷? 인터넷으로 어떻게?”


배상철이 물었다.


“먼저 블로그에 올려서 어느 정도 철거를 수주하면 그 후에는 홈피를 제작할 생각이야.”

“역시 대졸자답다! 우리 둘은 컴맹이라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변명근이 물었다.


“준하의 말은 우리가 영업하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은데 맞아?”

“그래! 철거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도 영업은 인터넷으로만 할 거야.”

“자! 우리 사업을 위해 건배!”


배상철이 잔을 들며 건배를 외쳤다.


“술 마시는 것도 좋지만 마지막 한 가지, 큰 사업은 아니지만, 초기 사업 자금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일 인당 백만 원씩 내면 어떨까?”


준하의 말에 두 친구는 서로 눈치를 보았다.


“왜 없어? 그럼 무슨 배짱으로 같이 사업하자고 한 거야? 백만 원도 없으면서,”


준하가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내 통장에는 이십 정도 있을 거야.”


배상철이 말했다.


그래서 준하는 혹시나 하며 변명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어제 고시원 방세를 내느라 겨우 몇만 원 있어.”

“너희 둘은 돈을 모아야지 왜 맨날 노래방이나 유흥주점을 다니는 건데?’


준하는 두 사람이 한심했다.


“앞으로 너희 둘은 술 좀 줄여야겠다. 어떻게 백만 원도 없어? 나이가 몇 갠데!”

“....”


준하의 말에 두 사람은 침묵했다.


“좋아! 큰돈 드는 것도 아니니 자금은 내가 댈게. 대신 열심히 할 거지?”

“응!”

“당연하지.”


준하의 말에 두 사람은 대답하며 술잔을 들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준하는 피시방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에 폐가 철거에 관한 글과 사진을 올렸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준하는 두 친구와 함께 폐가 철거를 시작했다.

열 채가 넘는 폐가를 철거하자 본격적인 철거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폐기물은 처리업체로 보내고 목재와 돌은 모두 재활용했다.

시골집이라 폐기물로 나온 것은 슬레이트뿐이었다.

슬레이트 지붕은 폐기물 처리업체로 보냈고 재활용이 어려운 목재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으로 보냈다.

땔감으로 사용하게 한 것이다.

철거가 순조롭게 이루어지자 세 사람의 통장에는 돈이 쌓여갔다.

‘초기 자본은 내가 냈고 블로그 운영도 내가 하는데 왜 돈은 셋이 나눠야 해?’

준하는 짜증이 났다.


“너희 둘, 컴퓨터는 언제 배울래?”


준하가 짜증 난 목소리로 물었다.


“비 오는 날에 배우려고.”


배상철이 대답했다.


“이번 주만 해도 이틀이나 비 왔어. 그때 안 배우고 뭐했어?”

“그때는 밀린 빨래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술 마실 시간은 있고?”

“준하야! 최대한 빨리 배울게. 그러니 그만하자.”


변명근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철거를 시작한 지 육 개월이 지났다.


“우-와! 이거 돈 아냐?”


오래된 장롱을 해체하던 변명근이 돈뭉치를 들고 말했다.


“어디서 나온 거야?”


마스크와 장갑을 벗은 배상철이 물었다.


“장롱 바닥에서.”


변명근이 돈을 세기 시작하자 준하는 변명근의 옆으로 갔다.


“명근아! 이 집의 주인은 할머니인데 지금 요양병원에 계신다고 해. 그러니 그 돈은 그냥 할머니께 돌려드리자.”

“우리가 왜?”


돈을 세던 변명근이 인상을 썼다.


“나는 너희 두 사람이 폐가에서 나온 민속품을 판 것도 알아, 하지만 그 정도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런데 돈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돌려드리자.”

“준하야! 너 말하는 투가 꼭 사장 같다! 컴퓨터 배우라고 윽박지르지 않나? 돈을 내놓으라고 쥐어짜질 않나? 내 씨발 더러워서..”


배상철이 담뱃불을 붙이며 말했다.

‘아까 목마르다며 뭘 마시더니 그게 술이었어!’

말하는 배상철의 입에서 역한 술 냄새가 났다.


“따지고 보면 내가 사장이지 누가 사장이야? 그리고 이건 범죄야. 알아?”

“우리 모두 입을 다무는데 뭐가 범죄라는 거야?”

“알았어. 나는 너희 둘이 하찮게 여기는 양심이나 지켜야겠다. 너희 둘이 나 몰래 민속품을 팔았던 것처럼 이 돈 또한 나는 모르는 것이다.”


준하가 체념한 듯 말했다.


“니가 그렇게 나오면 우리가 미안하잖아?”

“괜찮아! 돈은 이따 일이 끝나고 너희 둘이 나누는 것으로 할 테니 일이나 하자.”


준하의 말에 변명근과 배상철은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준하와 두 사람 사이에 간격이 더 벌어지는 날이다.


****


오늘은 비가 왔다.

하루 쉬게 된 준하는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를 자르고 모처럼 마트로 갔다.

반찬을 사기 위해서였다.


-나는 고택을 해체하여 다시 조립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만날 수 있을까요?


준하에게 문자가 왔다.


-예! 이쪽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주소를 찍어주면 금방 가겠습니다.


문자를 보내준 준하는 마트에서 산 것을 집에 두고 커피숍으로 갔다.


“김사장님! 며칠 후 철거하기로 한 한옥 한 채를 나에게 넘기면 안 되겠습니까?”


차를 주문한 고택 업자가 준하에게 물었다.


“그걸 왜요?”

“원래 그 한옥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고관이 살았던 집인데 일본에 사는 고관의 후손이 그 집을 그대로 뜯어서 일본에서 다시 조립하고 싶다네요.”


‘내가 일본놈들 때문에 받은 피해가 얼만데 그 집을 그냥 달라는 거야?’

준하는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집주인과 한 계약 사항이 있어서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철거하여 없애느니 그냥 일본으로 보내줍시다. 우리 쪽에서 철거하는 조건으로 일억을 내겠소.”


‘헉! 일억이면 적은 돈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빨대를 꼽고 살았던 일본놈 집인데 그렇게는 할 수 없지!’

생소하고 어색한 준하의 애국심이 일억을 거부했다.


“집주인이 기와와 목재를 다시 쓴다며 챙겨 놓으라고 해서 안 되겠습니다.”

“그래요? 혹시 집주인의 생각이 바뀌면 연락해 줘요.”


고택 업자와 헤어진 준하의 머릿속에 일억이 맴돌았다.

‘내가 그깟 일억 때문에 갈등하니 옛날 독자들에게 친일파라는 소릴 들었던 거야! 훗날 태어날 내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려면 절대 쪽발이와 타협하지 말자!’

준하는 고택 업자가 타고 온 외제 차와 명품 시계가 부러웠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의 씀씀이에 배도 아팠다.

그래서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며 떳떳한 아빠를 택했다.

며칠이 지나자 준하는 갈등하지 않기 위해 다른 폐가보다 먼저 한옥 철거에 들어갔다.


“준하야! 기와와 목재는 다시 써도 되겠는데?”


중장비를 기다리던 배상철이 물었다.

‘이 새끼! 또 돈 냄새를 맡았네!’

준하는 짜증이 났지만,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집주인이 모두 없애 버리래.”

“왜?”

“이 집은 일제강점기 때 쪽발이가 지었던 한옥인데 집에 귀신이 붙어 밤이면 혼불이 나온다고 하더라.”

“그..그래? 그래서 몸이 으스스하고 추웠구나!”


준하가 지어낸 말에 배상철은 겁을 먹었는지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쿵-우-지-쿵!

중장비가 와서 한옥의 지붕을 내리찍었다.

‘대형 불도저로 확 밀어버렸으면 좋겠다!’

일본 관리가 지었던 한옥이 무너지자 준하는 자신을 괴롭혔던 친일이란 댓글도 함께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준하는 깨진 기와를 덤프차에 실어 도로공사 매립지로 보냈다.

수많은 국산 차들이 일본 쪽발이들을 짓밟으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흙으로 구운 기와에서는 환경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윙-윙!

준하는 대들보를 잘라 땔감으로 만들기 위해 엔진 톱을 들었다.

‘골동품인가?’

준하는 엔진 톱의 엔진을 끈 뒤 대들보에 붙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뗐다.


“그걸 뭐 하려고?”


배상철이 물었다.

한옥을 철거하는 동안 배상철과 변명근은 보이지 않았었다.

심하게 붉은 얼굴에 약간 비틀거리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은 오늘도 낮술을 마시고 온 것 같았다.


“부적 같아서 떼 내려고,”

“그게 부적이면 니 말이 사실이었구나!”

“그래!”

“준하야! 그걸 가지고 다니면 처녀 귀신이 몸에 붙겠다. 킥-킥!”


변명근이 건들거리며 말했다.

두 사람은 장롱 속의 돈 때문에 준하와 다툰 이후 거의 매일 준하를 따 시켰다.

모른 척했지만, 그냥 따를 시킨 것이 아니라 술 취한 날에는 아예 적대감을 보이곤 했다.

‘위아래도 모르는 무식한 새끼들!’

한심하다는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본 준하는 두 사람이 그늘로 가자 대들보에 붙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엔진 톱으로 대들보를 잘랐다.

한옥 잔해물을 모두 치우고 중장비로 바닥을 긁어 밭을 만들고 나니 오후가 되었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모레 만나자.”

“그래!”


두 사람과 헤어져 피시방으로 간 준하는 대들보에서 떼 낸 종이를 꺼냈다.

‘헉! 상처 입고 도망가다가 숨긴 지도인가?’

대들보에서 떼 낸 종이에는 피떡이 뭉쳐져 있었고 먹으로 그린 조잡한 우리나라 지도에는 긴 문장의 한문이 쓰여있었다.

준하는 한자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지도에 쓰인 글자를 해석했다.

‘대박! 이게 보물 지도라고?’


-나는 대일본제국의 아시아 정보국장 미즈노다.

1945년 8월 14일, 분하고 억울하게도 천황폐하께서 항복을 선언하셨다.

그래서 나는 내 부관 타쿠미와 함께 아시아에서 징발한 금괴를 이곳 조선과

숨겨놓고 내 후손들에게 이 지도를 남긴다.

금괴와 같이 숨긴 운석 반지는 중국인에게 빼앗은 것으로 신비한 힘이

숨겨져 있다.

후손들은 반지의 비밀을 풀어 우리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는데.....,


‘우리나라에 금괴를 숨긴 지도의 지명 중 몇 곳을 제외하고 거의 알 것 같다.’

피시방을 나온 준하는 한지를 사서 집으로 왔다.

한지를 편 준하는 붓 펜으로 보물 지도에 나온 형태로 우리나라 지도를 그린 다음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한곳의 지명을 표시했다.

그리고 한지에 작업복 빤 물을 뿌려 오래된 지도처럼 만들었다.

‘금괴를 발굴하는 것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무식한 새끼들을 믿을 수 없으니 먼저 이걸로 시험해 봐야겠다.’

지도를 앞에 둔 준하의 머릿속에 아버지 김완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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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24.05.14 137 0 12쪽
15 15. 태금맹 +3 24.05.14 1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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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암흑신공 24.05.12 162 1 12쪽
11 11. 만년설삼 24.05.12 174 2 12쪽
10 10. 무공입문 24.05.11 178 1 12쪽
9 9. 천마 염무상 24.05.11 188 1 12쪽
8 8. 무림맹주 석중광 24.05.10 20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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