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7,728
추천수 :
23
글자수 :
566,324

작성
24.05.10 06:00
조회
200
추천
1
글자
12쪽

8. 무림맹주 석중광

DUMMY

휙-휙!

접시를 흔들어 가장자리에 있는 모래를 씻어내자 누런 사금이 보였다.


“성공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패닝 접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준하는 큰소리로 외친 뒤 사금을 말려 가죽 주머니에 넣었다.

‘대충 1g쯤 된 것 같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금 채취에 성공했으니 오늘 밤부터는 소설을 쓰자.’

내일부터는 더 많은 금을 채집할 거라 기대한 준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아빠! 무림 맹주 이름이 뭐예요?”


‘제갈세가에서는 무복을 줬으니 무림 맹주는 나를 초대해 명검이라도 줄지 몰라? 킥-킥 그걸 팔면 아마 큰돈이 되겠지?’

준하가 집으로 오면서 한 생각이다.


“천리현검 석중광이다.”

“천리현검 석중광이요?”

“그래! 무림 맹주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아직 생각 중이에요.”


‘천리현검 석중광! 뭐지? 이 구타유발자 같은 느낌은? 옆에 있으면 한 대 때리고 싶은 이 이름, 석중광! 도대체 어디서 들어봤을까?’

저녁을 먹는 내내 준하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총명한 머리에 벼락을 처맞아 메모리 능력이 엄청 하향된 것 같다!’

준하는 석중광이란 이름이 불쾌했지만, 그냥 무림 맹주에 관해 쓰기로 했다.

꾸벅-꾸벅!

저녁을 먹고 유등을 밝힌 준하는 졸고 있었다.

‘휴! 역시 불면증엔 중노동이 특효야! 자야지 도저히 안 되겠다.’

훅!

입바람을 불어 유등을 끈 준하는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음날

평소 같으면 새벽부터 일어나 장원을 설치고 다닐 준하가 보이지 않았다.


“겸아! 어디 아프니?”


해가 중천에 뜨자 두운경은 준하의 방문을 열었다.


“으-악! 몇 시 아니, 내가 확인할게요.”


마당을 가득 채운 햇빛을 본 준하는 마당으로 나왔다.

‘사시(巳時 09:00~11:00) 말이다. 오늘 오전 일당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겸아! 오늘도 어딜 가는 거니?”

“예! 약초 공부하려고 산에 가요.”

“공부도 좋지만, 항상 조심해.”

“예, 엄마!”


서둘러 세수한 준하는 아점을 먹고 태금산 계곡으로 올라갔다.

준하는 늦게 온 만큼 더 열심히 흙을 퍼 날랐다.

하늘에 떠 있는 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채집기에 흙을 부은 준하는 마포를 걷어 패닝 접시에 털었다.

‘어제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 오늘도 1g이네.’

실망한 준하는 사금 주머니를 품 안에 넣고 집으로 왔다.


“산에 갔다고 하더니 이제 오냐?”


준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형주서점 주인 양계광이었다.


“아저씨가 우리 집에는 웬일이에요?”

“그냥 안부 인사나 하러 왔다.”

“예? 안부 인사는 보통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찾아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왕 오셨으니 앉으세요.”


양계광이 자리에 앉자 준하는 말려서 덖어놓은 금잠초(金潛草 민들레) 차를 끓였다.


“드세요.”

“오! 향기가 좋은데 무슨 차냐?”

“금잠초 차요.”

“맛도 좋구나! 어디서 샀어?”

“내가 핸드 메이드 아니, 내가 심산유곡에서 채취하여 직접 만든 것이에요.”


‘누가 겸이를 여섯 살이라고 할까? 차 마시는 것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나보다 훨씬 더 윗줄로 보이는데,’

양계광은 차를 마시는 동안 준하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안부 인사의 답례를 받았으니 그만 일어날까요?”

“.그..그래야지. 겸아! 그런데 이제 소설은 안 쓸 작정이냐?”

“아, 소설! 쓸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한데 유통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해 그만 쓰려고요.”

“합리적이지 않다니? 쉽게 말해주면 안 되겠니?”

“혀 빠지게 쓴 놈은 찬밥에 나물만 처먹는데 코딱지만 한 가게를 가진 놈은 매일 주루에서 기녀 끼고 술만 퍼마신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내가 언제 기루에서 술 마셨다고 그러냐?”

“아저씨! 기억 안 나요? 한 달 전에 고주망태가 된 아저씨를 월향루의 기녀들이 부축하여 나오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요.”

“아! 그때는 황도의 대형서점에서 계약하러 온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접대차 간 것이다.”

“떽! 접대는 그 며칠 전에 황도의 대형서점에서 온 사람이 아저씨에게 한 것 같았는데 무슨 접대를 했다고 거짓말하세요? 혼자 마셨으면서,”

“내가 계산하는 것을 봤냐?”

“그래요. 그만 가요. 더 말하면 열 뻗치니까.”


‘이럴 때 보면 살벌한 왈패들은 저리 가라 야,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겸이가 다시 소설을 쓸까?’

준하의 조리 있는 말과 단호한 태도에 양계광은 머리를 굴렸다.


“겸아! 이제부터 한 편당 두 냥을 줄게.”

“그럼 계약금의 절반으로 오늘 열 냥을 주세요.”

“계약금의 절반이면 한 냥이지 왜 열 냥이냐?”

“이번에는 한 권짜리 단편이 아니라 열 권짜리 장편을 쓰려고 하니까요.”

“열 권이나, 그게 가능할까?”

“이것 봐, 내가 이래서 황도의 대형서점과 직거래 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니까.”

“헉! 아니 믿는다. 믿어!”

“열 권짜리 계약서는 내일 쓸 테니까 황금 열 냥은 천하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로 준비해주세요.”

“그럴게. 겸아! 그런데 내가 방금 마신 금잠초 차를 팔아보고 싶은데 가능할까?”


‘맞아! 현재 중국은 화차를 잘 모르니 내가 선점해서 팔면 되겠어!’

준하는 양계광의 말에 황금이 수레째 집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금잠초 차는 향기를 유지하는 차로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니 생각해 보고요.”

“그것도 내일까지 결정해 주면 고맙겠다.”

“알았어요.”


양계광이 집을 나가자 준하는 양계광을 다시 부르려다가 그만두었다.

‘양보하고 가는데 밥까지 사라고 하면 짜증 낼 거야!’


****


아침 되어 집을 나온 준하는 형주서점으로 가서 계약서를 썼다.


“자, 여기 천하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다.”


양계광은 황금 열 냥짜리 전표를 내밀었다.


“아저씨! 내가 지금 잔돈이 필요해서 그러는데 구리 돈 스무 문만 빌려주세요.”

“구리 돈 스무 문?”

“예!”

“여기 있다. 이 돈은 그냥 줄게.”

“고마워요! 헤-헤!”


준하가 형주서점을 나가자 양계광은 준하의 뒤 모습을 노려보았다.

‘내 고혈을 짜는 탐관오리 같은 놈!’

그러거나 말거나 준하는 당과 가게로 갔다.


“당과 스무 개 주세요.”

“엥? 그렇게나 많이.”


가게주인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예!”

“자! 여기 있다.”


준하의 손에 있는 수북한 구리 돈을 본 주인은 빠르게 당과 스무 개를 집어 준하에게 주었다.


“여기 돈이요.”


당과를 들고 가게를 나오는 준하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저 사람! 당과를 팔아 성공하기는 진작 틀렸어! 스무 개를 사면 한 개 정도는 끼워 줄줄 알아야지, 쩝!’


준하는 입맛을 다시며 아이들이 모여 노는 곳으로 갔다.


“다들 모여봐.”


당과를 양손 가득 든 준하가 말하자 아이들이 달려왔다.


“너희들 금잠초 꽃 알지?”

“응!”

“그럼 지금 태금산으로 가서 금잠초 꽃을 한 근 따오면 이 당과를 한 개씩 줄게. 두 근이면 두 개고,”

“정말?”

“그래! 꽃을 따오면 주려고 산 거야.”

“와-아! 빨리 가자.”


아이들이 태금산으로 달려가려고 하자,


“잠깐, 나는 계곡에 있을 테니 꽃을 따면 계곡으로 와,”

“알았어!”


준하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다시 태금산 쪽으로 달렸다.

‘저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사금 채취를 시키려고 하는데 지금은 어려울까?’

태금산 계곡에 도착한 준하는 부지런히 흙을 날라 채집기에 부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본 준하는 계곡물에 손을 씻었다.

‘염병! 이게 어떻게 여섯 살 먹은 어린아이 손이야?’ 준하는 중얼거리며 물에 퉁퉁 불어터진 손으로 점심 보자기를 풀었다.

준하가 막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몰려왔다.

‘어-휴! 밥은 나눠주고 간 뒤에 먹어야겠어!’

준하는 점심을 쌌던 보자기에 아이들이 따온 금잠초를 모았다.

당과 스무 개가 순식간에 다 나갔다.


“쩝-쩝! 겸아! 이건 뭐야?”


한 아이가 당과를 빨며 물었다.


“궁금해?”

“응!”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 다음에 너희들이 더 크면 그때 설명해 줄게.”

“알았어. 내일도 금잠초를 따야 해?”

“당연히 따야지,”

“왜 따야 하는데?”

“왜냐면 너희들은 내일도 당과를 먹고 싶을 테니까.”

“아, 맞다! 그럼 우리는 간다.”


아이들이 모두 가자 준하는 허겁지겁 점심을 먹었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육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당과 냄새에 침이 나와 미치는 줄 알았네!’

점심을 먹은 준하는 대충 금 채집 일을 마쳤다.

금잠초를 말리 뒤 덖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달려보자.’

차 덖는 일을 끝낸 준하는 소설의 아우트라인을 썼다.

제목은 ‘천년 검객’으로 석중광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었다.

협의지사 석중광!

준하는 양계광을 통하여 하오문에서 수집한 석중광의 정보를 샀다.

큰맘 먹고 산 정보였다.

정보를 읽는 준하는 석중광에 대한 정보를 읽을수록 회의감이 들었다.

‘석중광! 이 새끼는 완전 양파 같은 새끼야! 까면 깔수록 시궁창 냄새가 너무 진해!’

소설을 쓰던 준하는 붓을 던져버렸다.

‘같다! 이상할 정도로 너무 똑같아. 이 새끼는 한국의 비리 정치인과 한 틀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너무 똑같아! DNA도 같을까? 휴-우! 그나저나 양계광에게 계약금을 받아 안 쓸 수도 없고 내가 스스로 내 코를 꿨어!’

위약금을 생각한 준하는 이를 악물고 소설을 썼다.

‘비리가 많은 인간일수록 찬사에 환장하는 법이지! 내가 구역질을 참으며 찬사가 가득한 내용을 썼으니 내 소설을 읽은 석중광은 나를 초대하여 큰 선물을 하고 말 거야. 그리고 이 인간의 비리에 대한 평가는 훗날 역사가 할 테니 나는 그저 떡이나 얻어먹고 손뼉 치는 것이 자본주의를 먼저 경험한 선구자의 길이야!’

생각을 바꾸자 집필은 순풍에 돛 달 듯 탄력을 받았다.

그래서 준하는 금 채집을 뒤로 미루고 집필에 매달렸다.

육 개월이 지나자 준하는 지치기 시작했다.

‘이 새끼에게 없는 협의와 선행을 쓰자니 너무 힘들다! 의무감이 없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비리 정치인의 자서전을 대필했던 대필작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준하는 대필작가들을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소설을 쓴 지 일 년이 지났다.

‘휴-우! 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석중광을 추앙하다 못해 석중광이 디지면 사당까지 세울 거야, 관우의 관제묘처럼 말이야!’

준하는 열권에 달하는 ‘천년 검객’을 가지고 양계광에게 갔다.


“허허! 소설을 쓰느라 고생했으니 내가 요리를 사 줄게.”


양계광은 준하를 데리고 형주서점 옆에 있는 주루로 갔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이 나는 요리접시 다섯 개가 왔다.


“아저씨! 책은 왜 가지고 왔어요?”


준하는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키며 물었다.


“네가 요리를 먹을 동안 읽으려고 한다.”

“저는 먼저 먹을 테니 한자도 빼지 말고 꼭 정독하세요.”


‘이왕 본 김에 내가 요리를 배불리 먹을 때까지 보면 좋겠다.’

준하는 입안 가득 요리를 넣고 먹기 시작했다.

‘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어보는 맛있는 맛이다! 라면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요리를 절반 정도 먹은 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맛이 없어?”


책을 읽던 양계광이 물었다.


“입안이 개운해지는 뭐가 없을까요?”

“왜? 입안이 텁텁하냐?”

“예! 입안의 기름을 씻어내면 더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준하의 말에 양계광은 요리 접시들을 보았다.


“헉! 네가 다 먹은 것이냐?”

“예!”

“어지간한 어른들도 이렇게 먹지 못하는데 그 작은 배가 정말 놀랍구나!”


양계광은 준하의 배를 경이롭다는 시선으로 보다가 차림표를 들었다.


“여긴 주루라 차가 없으니 술이라도 시켜줄까?”

“그럼 딱 한 잔만 할까요?”


‘크! 입안을 핑계 삼아 술을 한잔해봐야겠어.’

준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양계광이 주인에게 가서 술을 주문했다.


“콜록-콜록!”


술을 마신 준하는 기침을 하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인 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7. 단서 24.05.15 124 0 12쪽
16 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24.05.14 137 0 12쪽
15 15. 태금맹 +3 24.05.14 143 0 12쪽
14 14. 뇌정검법 24.05.13 149 1 12쪽
13 13. 야명주 24.05.13 155 1 12쪽
12 12. 암흑신공 24.05.12 162 1 12쪽
11 11. 만년설삼 24.05.12 173 2 12쪽
10 10. 무공입문 24.05.11 178 1 12쪽
9 9. 천마 염무상 24.05.11 188 1 12쪽
» 8. 무림맹주 석중광 24.05.10 200 1 12쪽
7 7. 제갈세가 24.05.10 236 1 11쪽
6 6. 만검문 24.05.09 269 1 12쪽
5 5. 배신 그리고 죽음 24.05.09 264 1 12쪽
4 4. 지도 24.05.08 242 1 11쪽
3 3. 송충이와 솔잎 24.05.08 254 1 12쪽
2 2. 재벌 2세들 24.05.08 354 1 12쪽
1 1. 롤러코스터 +2 24.05.08 485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