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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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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00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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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수 :
566,324

작성
24.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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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 배신 그리고 죽음

DUMMY

중학교 입학식 날,

김완기는 입학식이 끝나자 준하를 데리고 고깃집으로 갔다.


-“준하야! 옛말에 인위재사(人爲財死)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사람은 재물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다. 준하야! 나중에 어른이 되면 재물에

대한 탐욕보다 친구나 지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지?”

-“예, 아빠!”


준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 말씀보다 라면만 먹고 살았던 때를 생각하자.’

준하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아버지! 저는 아직 어른이 안 됐나 봐요. 이해해 주세요.’

지도를 접은 준하는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틀 후,


“준하야! 그러니까 이게 일본놈이 남긴 보물 지도라는 거야?”

“응! 내가 모두 해석했어.”


준하가 만든 보물 지도를 본 두 사람의 시선이 자주 부딪쳤다.

집주인들에게 말해 폐가 철거를 며칠 후로 미룬 준하는 두 사람과 함께 경기도 강화도의 산으로 갔다.

‘휴-우! 강화도에도 이렇게 깊은 산속이 있었나? 산 넘어 산에 금괴를 숨기다니? 미즈노! 이 쪽발이는 지도 속에서는 충성 운운하면서 마음속에는 오로지 자기 후손만 챙겼네!’


세 사람은 수동 도르래를 이용해 콘크리트 뚜껑을 들어 올렸다.


“어둡고 좁아서 겨우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겠다. 누가 들어갈래?”


준하가 물었다.


“아무래도 네 몸이 우리에 비교해 호리호리하니 네가 들어간 것이 제일 낫겠다. 위에서 금괴를 들어 올리려면 힘을 많이 써야 하니.”

“그래! 니가 들어가는 것이 더 낫겠다.”


배상철과 변명근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이젠 내가 힘쓰는 것까지 해야 해? 휴-우! 들어가서 올려줄 테니 위에서 잘 받아, 랜턴은 어디 있어?”


밧줄을 몸에 감으려던 준하가 물었다.


“아! 랜턴은 차에 둔 것 같다.”


변명근이 대답했다.


“그럼 그냥 내려갈게.”


허리를 숙여 콘크리트 뚜껑 사이로 들어가려던 준하가 일어났다.


“왜?”

“아니, 점퍼가 걸리적거려서 벗고 내려가는 것이 낫겠어!”


준하는 핸드폰이 들어있는 점퍼를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밧줄을 몸에 감은 다음 수직 동굴로 내려갔다.

바닥에 도착한 준하는 삽으로 바닥을 파보았다.

캉!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흙을 걷어보니 얇은 철판으로 된 철제 상자가 나왔다.

준하는 부식된 철판을 손으로 들었다.


“와! 진짜 금이다!”

“빨리 올려봐. 우리도 좀 보게,”


준하는 가지고 온 포대에 금괴를 담아 밧줄로 묶었다.


“잡아당겨.”

“오케이!”


포대가 위로 올라갔다.


“이게 금괴야?”

“나도 처음 봐.”


금괴를 본 두 사람이 호들갑을 떨자 밑에 있던 준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 세 사람의 지긋지긋한 거지 같은 생활도 오늘로 끝이다!’

포대와 밧줄이 내려오자 준하는 계속해서 금괴를 담아 위로 올렸다.


“이게 마지막이다.”


바닥을 손으로 쓸어 확인한 준하는 위를 향해 말했다.


“알았어!”


마지막 금괴가 위로 올라가자 준하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닦았다.

‘오늘 발견한 금괴가 대충 100kg이니 총 80억이다. 이런 장소가 백 곳이 넘으니 모두 발굴하면 돈이 얼마야? 오늘 해봤으니 다른 곳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겠다.’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툭!

힘없이 떨어진 밧줄은 교미에 실패한 늙은 뱀이 아무렇게 벗어놓은 허물처럼 보였다.

밧줄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놀란 준하가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쿵!

수동 도르래에 고정되어 있던 콘크리트 뚜껑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빛이 차단된 동굴 안은 암흑으로 변했다.


“사..상철아, 명근아! 왜 그래?”

“거기서 푹 쉬고 있어. 시간 나면 데리러 올게. 킥-킥-킥!”


준하의 공포에 질린 질문에 배상철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야, 배상철! 장난치지 마, 새꺄!”


콸-콸-콸!


“준하야! 나는 바빠서 못 와, 미안하니 불이라도 밝혀주고 갈게.”


변명근이 뭔가를 부었다.


“킥-킥-킥! 빨리 가야 하니 그냥 다 부어버려.”


배상철이 웃었다.


“사-살-려-줘!”


준하의 절박한 목소리는 콘크리트 뚜껑에 막혀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작은 굴속에는 액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숨이 막힐듯한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역한 기름 냄새에 호흡이 힘들어진 준하는 본능적으로 냄새가 덜 나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퍽!

폭발음과 함께 작은 동굴 안은 환해졌다.

변명근이 쏟은 것은 휘발유였으며 휘발유에 불을 붙인 것이다.


“불 켜줬으니 우린 간다. 우-차!”

“명근아! 그냥 가면 어떡해?”


배상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또 남았어?”

“그냥 가기보다 돌을 던져 불에 타죽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자.”

“아! 그렇구나, 내가 살짝 무정할 뻔했어.”


끼-이-이!

콘크리트 뚜껑이 밀려나는 소리가 났다.

퍽-퍽!

위에서 던진 돌멩이에 불붙은 휘발유는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졌다.

‘나를 돌로 맞혀 죽이려는 것 같다!’

준하는 돌멩이를 피할 방법을 생각했다.

퍽-퍽!


“아-아-악!”


바닥에 돌이 떨어짐과 동시에 준하는 비명을 질렀다.

불붙은 휘발유가 튀어 티셔츠에 불이 붙은 것이다.

준하는 얼른 티셔츠를 벗어 건너편 쪽으로 던졌다.

‘아! 제발..’

준하는 자신의 운명을 부정했다.

죽음을?

아니다.

준하는 고통 없는 죽음을 기도했다.

‘내 몸이 불타더라도 죽은 후 탔으면..’

몸이 불타는 고통을 상상하자 식은땀이 났다.

격렬한 열기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맨살을 파고들었다.



“야! 내가 맞혔다!”

“아냐, 내가 맞힌 것 같아!”


돌을 던져 개구리를 희롱한 듯한 두 사람의 대화,

끼-이-이!

콘크리트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야! 다 닫으면 어떡하냐?”


배상철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왜 또? 뭐가 잘못됐어?”


변명근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공기가 들어가야 시체가 타지.”

“아 맞다!”


끼-이!

콘크리트 뚜껑의 틈이 조금 벌어졌다.

.

.

준하는 질식하여 쓰러질듯한 매캐한 연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떠났는지 정적이 흘렀다.

정적은 절망감으로 변해 공포를 안겨주었다.

불빛에 동굴 바닥이 보였다.

휘발유가 고인 바닥은 탐욕스러운 두 친구의 눈빛처럼 살기를 품은 채 번들거렸다.

준하는 휘발유가 없는 곳으로 몸을 옮겨 동굴 벽에 최대한 붙였으나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에 눈을 뜰 수도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동굴 벽을 향해 돌아선 준하는 등과 종아리에 참기 힘든 열기가 느껴졌다.

퍽-퍽!

준하는 있는 힘을 다해 맨손으로 동굴 벽을 팠다.

툭 와-르-르!

황토로 된 벽이 조금 무너졌다.

손으로 더듬어보니 몸 하나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느껴졌다.

준하는 공간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우-웩 콜록-콜록!”


휘발유는 작은 동굴 속의 모든 공기를 삼키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다.

산소가 적어지자 호흡이 힘들어진 준하는 기침을 하며 눈물을 닦았다.

‘상철과 명근! 이 개새끼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

이곳은 백 군데가 넘는 곳 중 한 곳, 할머니가 위독해서 도와 달라고 했으면 그냥 다 줬을 것인데!

그런데 너희 둘은 그것조차 하기 싫었지?

자존심 때문에?

아니, 내가 본 너희 둘에게는 자존심 따윈 없었어!

부탁이라도 해서 착하게 사는 것보다 속이는 것에 더 익숙한 사악한 악마 같은 놈들이야!

그냥 혼자 발굴하는 건데,

아니, 큭-큭! 금괴를 찾아 밑바닥 인생을 벗어나려고 한 것 자체가 잘못됐어!

나란 놈은 노가대나 하며 버둥거리며 살아야 했었는데,

씨발 기가 막히니 눈물도 안 나오네!’


“큭-큭-큭! 야 개새끼들아! 아직도 나에겐 금괴를 숨긴 곳이 백 곳이나 남았어, 씨발놈들아! 헉-헉”


준하는 두 친구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큰 복수처럼 느껴졌다.

나약하고 소심한 복수지만,

불길이 공기를 잡아먹는지 호흡이 가파 왔다.

‘고시원에서 짐승처럼 사는 두 사람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어.

두 사람은 폐가의 장롱 속에서 발견한 할머니의 돈을 고시원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두 사람에게 할머니의 돈을 돌려주자고 했으니 두 사람은 나를 자신들에게 갑질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어.

다 자업자득이다.

쓸데없는 정의감이 날 함정으로 빠뜨린 거야!

.

.

생각해 보니 내가 두 사람에게 했던 유일한 잘못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방법으로 복수하는 건 아닌데..!

.

.

내가 이곳을 나간다면 똑같이 해줄게.’


퍽!

작은 폭발음이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금괴를 파낸 자리에 고여 있던 휘발유에 불이 붙었다.

폭발음과 함께 동굴 안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해졌다.

눈이 멀 것 같은 느낌에 준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동굴 바닥을 보았다.

‘혹시 저게 일본 놈이 언급한 운석 반지일까?’

불꽃보다 더 강렬하던 복수심은 금방 호기심으로 변했다.

허리를 숙인 준하는 바닥을 주시했다.

운석 반지로 보이는 반지는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자 석철운석에 박혀 있던 감람석을 비롯해 여러 보석은 강한 열기에 가열되어 화려한 빛을 뿜어냈다.

작은 반지에서 나온 빛은 둥근 기둥이 되었다.

둥근 빛기둥은 명품 백화점의 둥근 엘리베이터처럼 보였다.

‘큭-큭! 이 기둥 안으로 들어가면 왠지 위로 올라갈 것만 같다! 갇힌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폐소 공포증에 미쳐가는 것일까?’

준하는 빛기둥 안으로 손을 뻗어 보았다.

덥석!

휙!

알 수 없는 강한 힘이 준하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준하는 끌려가면서 본능적으로 왼손을 뻗어 반지를 주었다.


“아-아-악!”


번갯불에 맞으면 이런 고통이 올까?

반지를 집은 손에서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나와 콧속으로 들어왔다.


“크-아-악!”


반지가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손에서 시작된 고통은 온몸을 뚫고 정수리까지 전해졌다.

‘큭-큭! 고통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어!’

빛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던 준하는 몸에서 정신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영원히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지옥의 유황불에 떨어져도 다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남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공정 사회를 외칠 때 나는 광장 근처의 공사장에서 쉼 없이 삽질하며 끼니를 준비했다.

그것도 공사장 근처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치 속에,

항상 남의 눈치나 보며 살아야 했던 지긋지긋한 삶!

정말 두 번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고통 속에서 현타가 왔다.

꽈-꽝!

수동 도르래 위로 벼락이 떨어졌다.

촤-르-르!

벼락에 맞아 끊어진 도르래의 쇠사슬은 콘크리트 뚜껑 틈으로 내려와 동굴 안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동굴 안은 강렬한 불빛으로 환해졌다.

쿠-쿵!

또다시 벼락이 내려왔다.

도르래의 쇠사슬을 찾아 동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벼락에 맞은 쇠사슬은 살아 있는 뱀처럼 위로 솟구쳤다.

쿵-쿵!

준하의 몸 위로 쇠사슬과 함께 벼락이 떨어졌다.


“아-아-악!”


언젠가 폐가를 철거하다 위에서 떨어진 기둥의 못이 손 위에 박힌 적이 있었다.

기둥에 삐져나온 대못은 그대로 손가락을 관통했다.

녹이 슬어 부풀 대로 부푼 대못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었다.

.

.

“아-아-악! 그만 죽여줘.”


벼락이 준 고통은 손가락을 관통한 대못 천만 개를 합친 것보다 더 컸다.

온몸에 있는 신경 세포 전체에 대못이 박힌 것 같았다.

혀를 씹어 고통에 대항하던 준하는 정신을 잃고 천천히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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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단서 24.05.15 123 0 12쪽
16 16. 위사륭과 두운경의 죽음 24.05.14 136 0 12쪽
15 15. 태금맹 +3 24.05.14 1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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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암흑신공 24.05.12 162 1 12쪽
11 11. 만년설삼 24.05.12 173 2 12쪽
10 10. 무공입문 24.05.11 177 1 12쪽
9 9. 천마 염무상 24.05.11 188 1 12쪽
8 8. 무림맹주 석중광 24.05.10 200 1 12쪽
7 7. 제갈세가 24.05.10 235 1 11쪽
6 6. 만검문 24.05.09 268 1 12쪽
» 5. 배신 그리고 죽음 24.05.09 264 1 12쪽
4 4. 지도 24.05.08 242 1 11쪽
3 3. 송충이와 솔잎 24.05.08 2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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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롤러코스터 +2 24.05.08 484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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