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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캡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13.11.01 11:32
최근연재일 :
2013.11.20 14: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80,252
추천수 :
5,129
글자수 :
60,500

작성
13.11.03 22:14
조회
10,688
추천
314
글자
8쪽

제 1 장 부모

DUMMY

“그게……. 최대한 먼 곳으로 가서 죽을 거라고 쓰여 있어.”

박진섭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그럼, 보육원에서는 언제 데리러 온다고 했대요? 아니 그전에 아기 엄마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늘 아침에 오라고 했대. 편지는 어제 오후 네 시에 쓴 걸로 되어 있어…….”

박진섭은 아기 엄마의 죽음을 인정한 것처럼 말을 맺지 못했다.

아픔이 가득한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럼 어제 집을 나갔다는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어떻게 찾아? 어디로 간 줄 알고? 거기에 이런 칼바람을 뚫고 죽으러 나간 사람이야.”

윤수현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안달을 했지만 박진섭은 냉정하게 잘랐다.

“어머머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이대로 손을 놓고 있어요? 사람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그나저나 아기는 어떻게 해…….”

윤수현이 침을 튀겨가며 소리치더니 어느새 아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편안해.’

하린이 품을 더욱 파고들며 연신 방긋거린다.

그 얼굴 위로 윤수현의 눈물이 떨어졌다.

“흑흑! 불쌍해서 어떻게 하니…….”

윤수현이 하염없이 흐느꼈다.

박진섭은 아내의 곁을 말없이 지켰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윤수현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강렬하다.

꿀꺽!

박진섭은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이자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런데 여보, 편지 내용대로라면 보육원에서 벌써 왔어야 하잖아요?”

윤수현의 말에 박진섭이 눈을 껌뻑거렸다.

그러고 보니 벌써 도착했어야 한다.

그녀의 말마따나 시간이 한참 지난 것이다.

“조금 늦는 것 아닐까?”

박진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표정을 보아서는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늦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기다려 보기로 해요. 그나저나 불쌍해서 어떻게 하니…….”

품에 안긴 아기의 웃음이 환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아기는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천진스럽게 웃고만 있었다.

그게 또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다.

“그래, 이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보육원에 얘기해서 우리가 입양하면 되겠다.”

아내를 보고만 있던 박진섭이 느닷없이 말했다.

“네에?”

윤수현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너무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던 터라 그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말이다.

“입양 말이야.”

“입양이라고요?”

윤수현이 계속 반문했다.

그녀의 눈은 초점이 잡혀있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것이다.

내친걸음이라고 박진섭이 말을 이었다.

“이건 하늘의 뜻이 분명해. 아기가 없는 우리를 위해 하늘이 인연을 맺어준 거라고. 그러니 이 아기는 우리 자식인 거야.”

박진섭은 확고한 어투로 말을 맺었다.

결심을 말해 주듯 그는 표정까지 굳히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이다.

“난 지금 믿어지지가 않아요.”

“나도 그래.”

부부는 오지도 않을 보육원 사람들을 기다리며 아기를 돌보았다.

‘휴우, 다행이다.’

하린은 한 숨을 놓았다.

급하게 작성하다보니 편지내용이 어딘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버려두고 죽으러 갈까? 그것도 갓난아이인데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의문을 품게 되는 내용이다.

한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그런대로 넘어가는 것 같다. 안도한 하린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오른다.


어느덧 오후에 접어들었다.

윤수현은 처음에 하린을 품에 안은 이후로 한시도 떼어놓지 않았다.

입양을 결정하고 나니 아기가 더욱 예뻐 보였다.

배가 고플 텐데 전혀 보채지도 않고 방긋 웃는 하린에게 윤수현은 푹 빠졌다. 그녀는 심지어 남편인 박진섭마저도 안중에 없었다. 그저 하린을 데리고 어르며 노느라 연신 싱글거렸다.

물끄러미 아내의 하는 양을 지켜보던 박진섭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보, 더 기다리는 건 무의미 한 것 같아.”

“그래요, 아기도 배가 고플 텐데 내려가서 분유라도 먹여야겠어요. 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먹은 게 없을 텐데 보채지도 않네?”

윤수현이 고개를 돌려 남편을 보았다.

그녀가 아기에게서 눈을 뗀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윤수현은 아기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못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말을 마친 그녀는 당장이라도 내려갈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어차피 보육원에 가야 하는 처지이니 그냥 우리가 데려가서 키우는 게 더 나을 거야.”

“그래요, 그렇게 해요. 이 예쁜 아기를 어떻게 보육원에 맡겨요? 그럴 수는 없어요. 누구보다도 더 잘 키울 거예요. 부모를 잃은 슬픔 같은 것은 기억에 자리 할 틈도 없이, 항상 기쁘고 행복해 할 수 있게, 그렇게 남부럽지 않게 해줄 거예요.”

윤수현이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눈에 또다시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아가야, 이제 내가 엄마가 되어 줄게…….”

마침내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진정이 가슴에 와 닿았다.

‘뭐 뭐야? 왜 눈물이 나는 거야…….’

하린도 울었다.

내심 당혹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하린은 그렇게 백이십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품에 안긴 기쁨을 원 없이 눈물에 담았다.

“여보, 이제 일어나야지…….”

하염없이 눈물짓는 아내를 박진섭이 부축해 일으켰다.


하린은 반선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서 태어났을 때부터의 기억을 오롯이 떠올릴 수 있었다. 과거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났고 그렇게 자신이 살면서 겪었던 모든 것들이 기억창고의 한 쪽에 빼곡하니 자리를 잡았다.

이전엔 부모님의 사랑을 느껴보기도 전에 두 분 모두 여의고 말았다.

자신을 그렇게도 안아주고 싶어 했건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은 어머니.

‘아아, 어머니…….“

어떻게라도 살려보기 위해서 기를 쓰던 아버지.

‘아버지…….“

하린의 눈물이 옷을 적셨다.

새롭게 만난 부모님의 품은 따뜻하고 아늑했다.

드디어 현현곡을 벗어나는 순간이다.


결혼한 지 십년이 되었음에도 아이가 없었다.

박진섭과 윤수현은 하린을 하늘이 자신들을 가련히 여기고 내린 아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이 되자 이들 부부는 하린을 정식으로 호적에 올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황당하게도 박하린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하린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말로 하늘이 내린 인연이란 말인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은 결국 하늘의 뜻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그런데 더욱 어이없는 일이 이어졌다.

“내 아들……. 하린아, 내가 바로 엄마란다. 엄마 이름은 윤수현이고 옆에 아빠 보이지? 아빠는 박진섭이야. 그러니까 우리 아들은 당연히 박하린이 되는 거야.”

윤수현이 하린을 보며 말했다.

‘허억! 예전 부모님과 함자가 똑 같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허나 그뿐이 아니다.

‘모습도 닮았어. 아니, 이건 닮은 게 아니야. 똑 같은 거야.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환생이야……!“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났다.

‘이건 절대로 우연이 아니야! 나를 정말로 불쌍하게 여긴 하늘이 선물을 준 거라고 볼 수밖에 없어!’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아, 하늘이시여…….’

내심으로 하는 말에 경외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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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6 13.11.11 7,588 249 7쪽
14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5 13.11.11 7,479 222 7쪽
13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4 13.11.09 7,327 256 7쪽
12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7,521 210 7쪽
11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8,309 20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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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 2 장 고진감래 +13 13.11.06 9,072 245 7쪽
8 제 2 장 고진감래 +11 13.11.05 9,997 241 7쪽
7 제 2 장 고진감래(苦盡甘來) +9 13.11.04 10,283 266 7쪽
» 제 1 장 부모 +7 13.11.03 10,689 314 8쪽
5 제 1 장 부모 +2 13.11.02 10,308 307 7쪽
4 제 1 장 부모 +2 13.11.02 10,736 270 8쪽
3 제 1 장 부모 +5 13.11.01 11,024 281 7쪽
2 제 1 장 부모 +2 13.11.01 12,113 294 7쪽
1 서장 어째 이런 일이…… +3 13.11.01 13,039 30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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