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어째 이런 일이……
가부좌를 취한 채 백이십년의 세월을 반추하던 하린은 묘한 경험을 했다.
자연과 자신이 구분되지 않는 느낌.
자연은 자신이고 또 자신이 곧 자연이었다.
이제껏 맛 볼 수 없었던 황홀함이 전신을 지배했다.
조금만 더 몰입하면 육신이 스러지고 등선에 오르는 상황이다.
‘혹시 우화등선하는 거 아니야?’
그때 등선이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면서 깊은 몰입이 깨졌다.
‘이런…….’
안타까웠다.
‘허어…….’
후회해본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러나 비록 깨달음은 멈췄지만 하린의 신체는 점점 시간을 거슬렀다. 그리고 어느새 막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누워서 버둥거린다.
하린이 입고 있던 옷은 커다란 이불이 되었다.
신체의 변화는 거기까지였다.
더 붙잡고 있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된 하린이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어째 이런 일이……”
하린이 경악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허나 그것은 말이 되지 못했다.
“으아아앙!”
갓난아기의 고고성이 깊은 산을 울리며 퍼져 나갔다.
- 작가의말
박하린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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