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캡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13.11.01 11:32
최근연재일 :
2013.11.20 14: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80,251
추천수 :
5,129
글자수 :
60,500

작성
13.11.02 11:14
조회
10,735
추천
270
글자
8쪽

제 1 장 부모

DUMMY

응애!

응애!

“이게 무슨 소리야?”

박진섭이 소리쳤다.

이건 분명히 아까 들었던 소리다.

환청이라며 넘겨버렸던 울음소리.

아직까지도 머리 한 쪽에 선명하게 남아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틀림없다.

윤수현도 들은 모양이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박진섭을 보며 말했다.

“아기울음소리 같지 않아요?”

“이런 산중에 무슨 아기가 있다고?”

박진섭은 내심과 달리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긴 그러네요.”

윤수현이 의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처럼 깊은 산 속에 아기 울음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둘은 서로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허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대화의 주제를 바꿔 놓았다.

“여보…….”

“네?”

아내를 불러놓고 잠시 뜸을 들이던 박진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안 되면 내 계획대로 할까?”

“그건…….”

박진섭은 아내가 비록 뒷말을 잇지는 않았지만 그 뜻을 능히 짐작한다.

“후유…….”

남편의 한숨이 윤수현의 가슴을 찌른다.

“김박사님도 이번엔 될 것 같다고 했잖아요…….”

아내 윤수현이 입술을 지그시 물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허나 그녀의 말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5프로의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자신도 익히 아는 까닭이다.

“…….”

박진섭은 한숨을 내 쉰 이후로 말이 없다.

가파른 길이 아래로 구불구불 보인다. 등산로이긴 하지만 워낙 산세가 험하다. 삐죽 튀어나온 돌부리들이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다.

윤수현이 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슬며시 남편 박진섭의 얼굴을 본다.

“믿고 기도하면서 차분히 기다려 봐요.”

침묵하는 남편에게로 고개를 돌린 윤수현이 애써 웃음을 지었다.

박진섭 역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아내의 그 웃음을 보았다.

“…….”

처연하다.

그리고 애처롭다.

아내 윤수현의 웃음은 그러했다.

응애!

응애!

“들었어요?”

“으응.”

“틀림없이 아기 울음소리예요!”

윤수현이 소리를 질렀다.

잔뜩 고조된 목소리가 그녀의 들뜬 감정을 알려준다.

“갓난아기가 틀림없어요!”

윤수현이 또 다시 소리쳤다.

평소의 성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디서 우는 거야?”

박진섭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누가 해맞이를 하러 아기를 데리고 온 걸까요?”

“설마?”

이 엄동설한에 누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산을 오를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메아리가 심해서 어딘지 모르겠어요.”

둘은 두런거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응애!

응애!

다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저 아래 쪽에서 들렸어요!”

“그래, 아래쪽이네.”

이번엔 어느 쪽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는데 메아리가 없기 때문이다.

윤수현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허나 그녀는 물론이고 박진섭도 메아리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가 봐야겠지?”

“네, 서둘러야겠어요.”

아기라는 말만 들어도 사족을 못 쓰는 윤수현이다.


하린은 현현곡의 오두막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행히 성공한 것 같으니 대문을 열어두어야겠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들을 불러야 할까 고민했었다.

허나 하린은 곧바로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고민은 해결됐다.

‘문 좀 열어주렴.’

오행현현기진의 입구에 의지가 발현되었다.

환상이 걷혔다. 그러면서 서너 명이 동시에 드나들 정도의 길이 나타났다.

‘좋아, 이제 길을 잃지 않도록 중간에 안내만 해 주면 되겠다.’

예전에는 결계를 여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공부했던 덕을 보네.’

참으로 오랜 세월이다.

하린은 그동안 여러 가지 진법을 연구했다.

그중에서도 백미를 꼽는다면 당연히 현현곡에 펼쳐진 오행현현기진이다.

그런 것을 의지만으로 제어한다.

등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반선은 되는 것이다.

‘아! 그런데 나 혼자 이곳에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저들이 과연 그냥 데리고 갈까? 이런, 뭔가 대책을 세워해.’

하린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완벽한 계획을 위해 또 다시 머리를 굴렸다.


박진섭은 아내와 같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저기는 사암절벽이 있는 곳인데?”

“어? 그러네요? 바위 부스러기들이 수시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인데 어떻게 저곳에서 아기 울음이…….”

조금만 더 가면 사암절벽이 나타나게 된다.

현현곡의 입구로부터 20미터쯤 전방이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곳의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좁은 길을 거의 가로막은 탓에 지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이 지역은 낙석의 위험이 있는 곳으로…….]

빨간 색의 굵고 커다란 글씨가 흰색 바탕으로 인해 두드러지게 보인다.

바위 앞에 떡하니 세워진 그것은 위험을 알리는 경고 표지판이다.

박진섭은 걸음을 멈췄다.

아내 윤수현의 말처럼 지금 향하는 곳은 상당히 위험했다.

‘엥? 잘 오다가 왜 멈추지?’

하린은 박진섭과 윤수현이 망설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을 살폈다.

경고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기껏 저 따위 표지판 때문에 망설인다는 거야? 우워어어, 갑자기 생각도 못했던 게 나타나서 염장을 지르네…….’

다된 밥에 재가 빠진 셈이다.

하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나저나 어쩌지…….’

궁리한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를 리 없다.

‘방법은 역시 하나뿐인데…….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까? 아, 안 되면 몰래 쫓아가도 되잖아!’

결정은 이내 행동으로 이어졌다.

하린은 곧바로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이 얼마나 구슬펐으면 초목들까지 가지를 축 늘어트렸다.

허나 그렇게 목 놓아 우는 하린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또 울어요!”

윤수현이 소리쳤다.

“저 곳이 맞는데…….”

“어떻게 저리 위험한 곳에 아기가 있게 된 거죠?”

박진섭은 아기가 있는 곳을 대충 가늠했지만 선뜻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윤수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너무 구슬퍼요…….”

느닷없이 차오른 감정으로 인해 윤수현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으음, 위험하지만 일단 가 봐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당신은 이곳에서 기다리는 게 어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득하니 배어나오는 말이다.

허나 윤수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저도 갈래요. 어떻게 당신 혼자 보내요? 더군다나 아기가 저리 울어대는데 그럴 수는 없어요.”

윤수현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윽고 굳은 표정의 그녀가 남편에 앞서 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 여보! 위험해!”

“어서 와요, 남자가 뭘 그렇게 재고 그래요?”

당황한 박진섭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그녀는 오히려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박진섭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기분이 묘해.”

“심장이 마구 뛰고 있어요.”

“그런데 왠지 익숙한 것 같지 않아?”

“그러게 말이에요. 저쪽에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현현곡에 한발씩 가까워질수록 공연히 가슴이 뛰었다. 저 앞에서 뭔지 모를 익숙함이 마치 자신들을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보!”

“이게…….”

박진섭의 입에서 당혹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윤수현은 말도 못하고 있었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광경을 본 때문이다.

“여긴 분명히 사암절벽이 있는 곳인데?”

박진섭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허나 윤수현은 지금 자신의 입이 벌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계곡이 있을 수가…….”

박진섭은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망연히 서서 중얼거렸다.

“여보, 일단 들어가 봐요.”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윤수현이 남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현현곡은 한 겨울임에도 파릇한 초목들이 서로를 뽐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캡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간 공지입니다. 14.01.27 1,162 0 -
20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15 13.11.20 7,231 301 9쪽
19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7 13.11.19 6,368 211 7쪽
18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10 13.11.18 6,655 205 7쪽
17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8 13.11.14 7,804 244 7쪽
16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9 13.11.12 7,413 285 7쪽
15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6 13.11.11 7,588 249 7쪽
14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5 13.11.11 7,479 222 7쪽
13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4 13.11.09 7,327 256 7쪽
12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7,521 210 7쪽
11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8,309 202 7쪽
10 제 2 장 고진감래 +5 13.11.08 8,435 220 7쪽
9 제 2 장 고진감래 +13 13.11.06 9,072 245 7쪽
8 제 2 장 고진감래 +11 13.11.05 9,997 241 7쪽
7 제 2 장 고진감래(苦盡甘來) +9 13.11.04 10,283 266 7쪽
6 제 1 장 부모 +7 13.11.03 10,688 314 8쪽
5 제 1 장 부모 +2 13.11.02 10,308 307 7쪽
» 제 1 장 부모 +2 13.11.02 10,736 270 8쪽
3 제 1 장 부모 +5 13.11.01 11,024 281 7쪽
2 제 1 장 부모 +2 13.11.01 12,113 294 7쪽
1 서장 어째 이런 일이…… +3 13.11.01 13,039 30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