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캡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13.11.01 11:32
최근연재일 :
2013.11.20 14: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80,256
추천수 :
5,129
글자수 :
60,500

작성
13.11.01 20:18
조회
11,024
추천
281
글자
7쪽

제 1 장 부모

DUMMY

하린은 오십년이라는 세월을 외롭게 살아오면서 한 가지 일에 매진했다.

할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오행일기비공의 완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게 끝난 상황이다.

허나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니 현현곡에서의 생활이 걱정된다.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살아가는 삶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사람은 어울려서 살아야 해…….’

하린은 더 이상 혼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으니 굳이 여기 있을 필요도 없고…….’

딱히 등선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등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제는 세상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렸다.

‘이 몸으로 어떻게 세상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린은 갈수록 세상을 그리고 있었다.

‘하아, 몸이 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새해 첫 날인가……. 그럼 새해 첫날 새 몸이 되었다는 말이잖아!’

문득 해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건 하늘의 뜻이 분명한 게야.’

해가 바뀜과 동시에 자신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다.

‘그렇지, 하늘이 외로워하는 나를 불쌍히 여긴 게야. 좋아, 우선 옷부터 해결해야겠다.’

하린은 몸을 띄웠다.

자연과 이미 일체가 된 까닭에 굳이 기운을 일으킬 것도 없었다.

‘으음, 어떻게 줄여야 하지?’

맞는 옷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당연히 지금까지 입고 있었던 옷을 줄여서 입어야 한다.

‘일단 몸에 맞게 옷을 자르고 기운을 이용해서 바느질을 해 보자.’

하린은 우선 자신을 푹 덮어버린 옷부터 분리했다.

옷의 솔기들을 모두 제거하자 상의 하나만으로도 꽤 넓은 천이 나왔다.

아기 옷 세벌쯤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분량이다.

‘실하고 바늘이 어디에 있더라…….’

두리번거리며 가구가 놓인 곳을 돌아보니 마침 반짇고리가 눈에 들어온다.

‘옳지, 서랍장 위에 있구나.’

하린이 반짇고리에 기운을 보냈다.

그러자 뚜껑이 열리고 안에 들어있던 무명실과 바늘이 허공에 둥둥 떠서 날아왔다.

재단하는 일에 칼이나 가위는 필요치 않았다.

무명실에 기운을 담으니 녀석이 금방 고개를 치켜든다. 녀석은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양 쏜살같이 바늘코를 꿰찼다.

그렇게 바늘과 한 몸이 된 무명실이 재단된 옷감을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옷 한 벌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좋네.’

허공으로 붕 떠오른 아기 옷에 하린이 몸을 넣었다.

천상에서 내려 온 아기천사가 따로 없다.

바닥에는 옷을 만들고 남은 천들이 가지런히 포개져 있었다.

그 위에 내려 곧바로 몸을 눕혔다.

‘아기의 몸이 되어서 그런가? 어째 이렇게 누워있는 게 편하네.’

앉아 있는 것 보다는 훨씬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허나 조금 지나자 등이 배겼다. 워낙 얇은 천이다 보니 방바닥과 다름없는 까닭이다.

‘천 아래에 기운을 뭉쳐서 넣어 보자.’

곧바로 실행하니 한결 편하다.

‘허허, 행복이란 게 뭐 별거야? 이처럼 마음 편하고 걱정거리가 없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한껏 기분을 내며 속말을 하던 하린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클 때까지 내내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에이, 그건 나중에 걱정해도 되는 거야. 그나저나 이제 뭐하나?’

막상 옷을 입고 나니 딱히 할 만한 게 없다.

‘아, 산이나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돌아본다고 직접 몸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날아다닐 수도 있지만 지금은 왠지 이대로 있는 것이 좋았다.

기운을 이용해서 만든 침대가 푹신푹신하다 보니 굳이 일어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또한 한 편으로는 기운을 펼쳤을 때 어디까지 감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알아 볼 필요가 있었다.

예전과는 많이 차이가 날 게 틀림없었다.

‘자, 어디 한 번 보자…….’

하린은 모옥 주변으로 기운을 퍼트렸다.

자연과 일체가 된 터였기에 어느새 현현곡을 벗어난 기운은 순식간에 정상까지 퍼져나갔다.

겨우내 찬바람을 버티고 있는 소나무의 푸른 잎이 보였다. 풍상에 닳고 닳은 비로봉의 커다란 바위도 눈에 들어왔다.

‘허어, 마치 눈으로 보는 것 같잖아?’

지금의 이 현상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야, 이건 진짜로 보고 있는 거야.’

하린은 소나무와 바위를 비롯해서 모든 것을 실제로 보고 있었다.

‘심안(心眼)이 발전해서 신안(神眼)이 되었구나!’

뜻밖의 소득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입을 다물 생각도 못할까.

‘응?’

그때 그렇게 넓게 퍼진 기운에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기척이 잡혔다.

그쪽으로 기운을 집중했다.

사물이 윤곽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조금 전처럼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네?’

삼십대 후반의 남자와 여자였다. 여자가 조금 어리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참으로 애틋하다.

‘허어, 감정까지 읽을 수 있는 거야?’

신안의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예전에는 결코 경험해 볼 수 없었던 능력이다.

하린은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읽었다.

‘나이로 보아 연인은 아닐 것이고 그럼?’

감정이 깊고 나이 또한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 부부로구나.’

잠깐의 생각에 이어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이러지?’

평소에도 많은 움직임을 느껴왔다.

특히나도 한 여름의 주말에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치악산이다. 당연히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겪어왔던 터였다.

헌데 지금 느껴지는 것은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그들이 조금씩 다가오는 만큼 기대가 생겼다.

‘가만, 어차피 세상에 나갈 생각이었잖아?’

세상에 나가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이다.

그런 와중에 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다가온다.

‘하늘의 뜻일까?’

문득 든 생각이다.

‘그래, 이건 하늘의 뜻이 틀림없어.’

하린은 확신했다.

등선을 하지 못하고 아기의 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오랜 세월동안 현현곡에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현현곡의 입구에 경고표지판이 생긴 뒤로는 완전히 발길이 끊겼다.

그런데 두 가지 상황이 딱 맞게 돌아간다.

‘만나봐야겠다.’

하린은 저들을 현현곡으로 들일 생각을 했다.

‘어떻게 데려오지?’

이젠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몸을 날려 저들에게 다가갔다가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난리가 날 터였다.

그렇다고 소리를 쳐 부를 수도 없었다.

‘옳지!’

잠시 궁리하던 하린이 마침내 방법을 찾아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캡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간 공지입니다. 14.01.27 1,162 0 -
20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15 13.11.20 7,231 301 9쪽
19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7 13.11.19 6,368 211 7쪽
18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10 13.11.18 6,655 205 7쪽
17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8 13.11.14 7,804 244 7쪽
16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9 13.11.12 7,413 285 7쪽
15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6 13.11.11 7,588 249 7쪽
14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5 13.11.11 7,479 222 7쪽
13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4 13.11.09 7,328 256 7쪽
12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7,521 210 7쪽
11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8,309 202 7쪽
10 제 2 장 고진감래 +5 13.11.08 8,435 220 7쪽
9 제 2 장 고진감래 +13 13.11.06 9,072 245 7쪽
8 제 2 장 고진감래 +11 13.11.05 9,998 241 7쪽
7 제 2 장 고진감래(苦盡甘來) +9 13.11.04 10,284 266 7쪽
6 제 1 장 부모 +7 13.11.03 10,689 314 8쪽
5 제 1 장 부모 +2 13.11.02 10,308 307 7쪽
4 제 1 장 부모 +2 13.11.02 10,736 270 8쪽
» 제 1 장 부모 +5 13.11.01 11,025 281 7쪽
2 제 1 장 부모 +2 13.11.01 12,113 294 7쪽
1 서장 어째 이런 일이…… +3 13.11.01 13,039 30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