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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캡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13.11.01 11:32
최근연재일 :
2013.11.20 14: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80,257
추천수 :
5,129
글자수 :
60,500

작성
13.11.02 23:02
조회
10,308
추천
307
글자
7쪽

제 1 장 부모

DUMMY

21세기 첫 해맞이는 그 운치와 감동이 더했다.

오죽했으면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가 눈물까지 흘렸을까.

허나 그 짠했던 감동조차도 지금 이곳에서 느끼는 것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했을 뿐이다.

“허어, 어떻게 이런 일이…….”

“말도 안 돼요! 우리가 치악산을 도대체 얼마나 누비고 다녔는데…….”

박진섭은 집이 원주였기 때문에 치악산을 잘 알았다.

어려서부터 구석구석 골짜기 하나 빼놓지 않고 쑤시고 다녔던 터였다.

그건 아내인 윤수현도 마찬가지.

그런 그들에게 지금 눈앞에 나타난 곳은 너무도 생소했다. 장담컨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곳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겨울임에도 울울창창한 초목들과 온갖 기기묘묘한 꽃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물이 흐르고 있어!”

심지어는 졸졸 흐르는 계류까지 보였다.

그 맑은 물에 버드나무 가지가 담겨 하늘거렸다.

세상은 한겨울이건만 이곳은 초여름이다.

박진섭은 눈을 있는 대로 치켜떴으며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여보, 나 좀 꼬집어 봐.”

도무지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허리를 조금 숙인 박진섭이 아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

윤수현 역시 현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던 참이다. 그녀가 박진섭의 볼 살을 잡고는 힘껏 비틀었다.

“아아아아! 그만 그만해!”

박진섭이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어머! 미안해요 여보, 확실히 꿈이 아니네요.”

윤수현이 서둘러 사과했다.

“괜찮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 그나저나 이건 진짜 뭐에 홀린 것도 아니고…….”

박진섭은 빨갛게 부어 오른 볼을 문지르며 도원경을 떠올렸다.

“우선 아기부터 봐야겠어요.”

이번에도 역시 윤수현이 먼저 나섰다.

그녀의 뒤를 따라 발을 내딛던 박진섭이 어느새 나란히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칸의 모옥을 발견하는 순간 윤수현은 이내 탄성을 터트렸다.

“그림 같아요!”

“정말 놀랄 일이네. 여기에 집까지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박진섭은 그저 눈만 껌뻑거렸다.

그는 지금 이성적인 사고를 할 여유가 없었다.

“계세요?”

박진섭이 망연해 하는 사이 윤수현은 집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 들었다.

제법 큰 소리로 불렀음에도 대답이 없다.

“누구 없어요?”

윤수현이 재차 주인을 불렀다.

허나 집안은 여전히 적막했다.

“밖에 나간 걸까?”

혼잣말을 하던 윤수현은 혹시 집주인이 밖에 있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현곡이 제법 크다고는 하지만 한 눈에 거의 다 들어오는 규모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그곳은 그냥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아무도 없나?”

윤수현은 주인이 출타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서성거렸다.

“여보, 주인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이리와. 앉아서 기다리자고.”

정신을 차린 박진섭이 아내의 손을 끌어 툇마루에 앉혔다.

바로 그때였다.

“아…….”

“아…….”

그들 부부가 나란히 툇마루에 앉는 순간 알 수 없는 감동이 찾아들었다.

심장이 이때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뛰고 있었다.

쿵쿵쿵쿵!


쿵쿵쿵쿵!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거야?’

하린은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허어, 갈수록 더 심해지잖아?’

심장은 밖에 있는 부부가 툇마루에 앉는 순간 급격히 요동쳤다.

‘정말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란 말인가!’

하린은 저들 부부와 자신의 인연이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마음까지 덩달아 급해졌다.

‘에혀, 아무래도 주인을 기다린다고 마냥 저렇게 앉아 있을 모양이네.’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하린이 지켜 본 바로는 부부의 심성이 참으로 선량했다. 그것으로 판단할 때 만일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몇 시간이고 마냥 기다릴 것이 틀림없었다.

‘또 울어야 하나?’

결국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공연히 헛기침을 한다거나 인기척을 냈다가는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터였다.

아기의 몸으로 그나마 타당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허어, 평생 울어야 할 것을 오늘 다 뽑나 보네.’

처해 있는 상황이 어이없었지만 하린은 한 번 더 울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아까 들렸던 아기의 울음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난 거야?”

박진섭이 문득 생각난 것처럼 물었다.

그때서야 윤수현도 아기에게 생각이 미쳤다.

현현곡의 풍경에 넋을 잃다 보니 깜빡 잊었던 것이다.

“설마 방 안에 아기 혼자 있는 것 아니에요?”

“그럼 울다가 잠이 든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막 울음을 터트리려던 하린은 부부의 말에 멈칫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어쩌면 울지 않아도 방문을 열지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방을 확인해 볼까요?”

‘옳지!’

윤수현의 말에 하린이 얼굴을 활짝 폈다.

허나 그의 표정은 곧바로 바뀌고 말았다.

이어진 박진섭의 말 때문이다.

“으음, 그래도 그건 예의가 아니잖아.”

박진섭은 고지식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부의 대화는 엉뚱하게 흘렀다.

“하긴 그래요. 주인도 없는데 벌컥 문을 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만약에 아기만 두고 나간 거라면 금방 돌아 올 거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여기 정말 좋지 않아요?”

“그래, 꿈에서나 있을만한 곳이야.”

“이런데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을 지그시 감은 윤수현은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평안한 얼굴이다.

“이따가 주인을 보게 되면 넌지시 얘기 해볼까?”

“무슨 얘기요?”

“가끔 놀러 와도 되냐고.”

“그렇게만 해 줘도 좋을 것 같아요.”

박진섭의 말에 윤수현이 눈을 빛냈다.

응애!

응애!

결국 하린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방문이 열렸다.

“어머!”

하린을 보는 순간 그들은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뽀얀 피부와 통통한 젖살은 물론이고 흑요석 같은 눈망울이다.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마력이 거기 있었다.

“세상에나 이렇게 예쁜 아기라니!”

윤수현은 정신없이 탄성을 질렀다.

저도 모르게 살며시 하린을 안은 윤수현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내가 배 아파 낳은 아이 같아요…….”

그저 갓난아기일 뿐이다. 허나 윤수현은 마치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윤수현이 하린을 안고 감상에 젖은 사이 박진섭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이거 편지 같은데?”

“네?”

“편지야!”

박진섭은 서둘러 편지를 펼쳤다.

곱게 접힌 채 서랍장 위에 놓여있던 편지는 하린이 마련해 둔 완벽한 계획의 정점이다.

“뭐라고 쓰여 있어요?”

윤수현이 급히 물었다.

아기를 본 뒤로 진정되었던 그녀의 심장이 또 다시 급하게 뛰었다.

“남편을 잃고 혼자 아기를 키웠는데 병이 들어서 더 이상 살지 못한다네.”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수현이 놀라며 물었다.

“지인도 없고 오늘 내일 죽을 상황이라 보육원에 아기를 맡아달라고 했대.”

“그럼 아기 엄마는 지금 어디 있대요?”

“아기만 놓아두고 죽은 모양이네.”

박진섭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윤수현이 가뜩이나 큰 눈을 있는 대로 치켜떴다.

“죽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윤수현의 목소리는 뾰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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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5 13.11.11 7,479 222 7쪽
13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4 13.11.09 7,328 25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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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8,309 20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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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 2 장 고진감래(苦盡甘來) +9 13.11.04 10,284 26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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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장 부모 +2 13.11.02 10,309 307 7쪽
4 제 1 장 부모 +2 13.11.02 10,736 270 8쪽
3 제 1 장 부모 +5 13.11.01 11,025 281 7쪽
2 제 1 장 부모 +2 13.11.01 12,113 294 7쪽
1 서장 어째 이런 일이…… +3 13.11.01 13,039 30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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