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고진감래
“어? 기저귀가 멀쩡하네?”
“그러게요? 그럼 왜 울었지?”
배연희와 임다인이 벗겨 낸 기저귀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차피 깝데기까지 다 벗겨졌는데 뭘 망설일까. 에혀, 남우세스러워라,’
얼굴빛을 살짝 붉힌 하린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그래, 결심을 굳혔으면 실행해야지. 그래야 사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망설임이 끝났다.
마침 고릴라 모녀가 하린의 작은 고추를 보고 있었다.
‘가라! 고릴라 모녀의 최후다!’
으애애앵!
쏴아아아!
“컥! 퉤퉤!”
“엄마야! 이걸 어째!”
모녀가 연신 얼굴을 훔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린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무려 한 시간 넘게 시달린 복수가 완료된 것이다.
윤수현은 조기교육을 지향한다.
예술적인 것이야 어차피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보니 그녀는 체력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바로 수영이다.
허우적거리는 것이 전부이겠지만 그래도 어려서부터 물에 익숙해지는 게 좋다.
오전 열 시 실내수영장이다.
하린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채 탈의실에 들어섰다.
‘그나저나 수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실력을 제대로 보였다가는 신동이라고 난리가 날 텐데.’
딴에는 꽤나 심각한 고민이다.
그렇다고 부러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반선의 체면상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허어, 대충 넘어가는 것도 쉬운 게 아니야.’
하린이 골몰하고 있을 때 탈의실 문이 열리며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권혜진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하얀 치아가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이다.
윤수현의 젊은 시절에 견주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듯싶은 미모가 돋보인다.
“안녕하세요. 어머, 강사님이시네.”
무심코 인사를 받아주던 윤수현이 권혜진을 보고 반색했다.
그녀는 하린에게 수영을 가르쳐줄 개인 강사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어휴, 아니에요. 몸매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물살이 잡히잖아요.”
감탄을 발하는 권혜진에게 윤수현이 옆구리와 아랫배를 잡아 보이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저보다도 몸이 좋으신데요. 그런데 얘가 하린이에요?”
윤수현을 띄워주던 권혜진이 소파에 앉아있는 하린을 보고 물었다.
“어머, 정말 귀엽게 생겼네요. 제가 한 번 안아 봐도 될까요?”
“당연하지요.”
허락이 떨어지자 권혜진이 하린을 안아 들었다.
‘에이, 또 당하는 거야?’
고릴라 때와 같은 일이 발생할까 봐 거부하려 했던 하린은 이내 마음을 바꿨다.
생각에 몰두하느라 주변을 무시했던 하린이 그제야 권혜진을 본 것이다.
‘오오, 이런 미인이라니! 아리따운 처자, 얼마든지 안아도 된 다오.’
하린이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그런데 울음이 나오지 않는다.
고릴라에게 호되게 당했던 하린이 결국 울음을 제어하는데 성공한 까닭이다.
‘고릴라를 통해 시련을 겪게 하시더니 이제 드디어 그 보상을 주시는 구나.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권혜진의 품에 안긴 하린은 먼저 감사의 인사부터 올렸다.
등선의 문턱에서 물러났기에 어렴풋이나마 하늘의 존재에 대해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아, 막 깨물어 주고 싶어.”
하린을 품에 안은 권혜진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의 몸에서 잘 익은 살구 향이 풍긴다.
기회를 놓칠 하린이 아니다.
하린은 코를 벌름거리면서 그 향기를 맡았다.
‘아아, 좋구나…….’
후흡!
‘하아, 천국이 따로 없도다…….’
이번엔 아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 모습이 또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권혜진이 참지 못하고 부비부비를 했다.
‘환영하오. 얼마든지 감당할 터이니 마음껏 부비부비를 하시오.’
하린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권혜진에게 온 몸을 맡겼다.
“저 먼저 나가 있을 게요. 하린이는 강사님이 데리고 오세요.”
윤수현이 문을 열며 말했다.
하린을 안은 권혜진이 정신 줄을 놓은 듯 보이자 주의를 일깨우기 위함이다.
“아, 죄송해요. 금방 나가겠습니다.”
윤수현은 어디까지나 수강료를 낸 손님이다.
급히 사과를 한 권혜진이 하린을 소파에 앉혔다.
쪼옥!
권혜진이 하린의 볼에 뽀뽀를 하는 소리다.
‘컥!’
권혜진의 입술 감촉이 꿀처럼 부드럽다.
하린은 잠깐 동안 천상을 노닐었다.
“하린아, 누나가 금방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권혜진의 향기에 취해있던 하린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그저 눈만 깜빡거릴 뿐이다.
권혜진이 소파의 정면에 놓인 옷장으로 다가갔다.
‘어어, 지 지금 뭐하는 것이오! 아아, 하늘이시여…….’
하린이 눈을 있는 대로 키웠다.
꿀꺽!
마른 침이 목울대를 자극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눈꺼풀은 한껏 올라간 채 내려 올 생각조차 못한다.
백이십년을 살아 온 하린이지만 여자의 몸을 볼 기회는 없었다.
‘어찌하여 이런 축복을…….’
아찔한 뒤태다.
하린은 넋을 놓았다.
으애애앵!
제어하지 못한 탓에 울음이 나오고 말았다.
옷을 모두 벗고 막 수영복에 발을 꿰려던 권혜진이 황급히 달려왔다.
‘커헉!’
주르르륵!
뒤태만으로도 넋이 나간 하린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보다 몇 배나 더하다.
‘우워어어! 제발 나 좀 살려주오!’
하린은 절규했다.
“어머! 하린아!”
순식간에 다가 온 권혜진이 하린을 안으며 소리쳤다.
“하린아, 어디가 아프니? 갑자기 웬 쌍코피야? 화장지가 어디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소파 한쪽에 화장지가 보였다.
재빨리 몇 장을 뽑아 든 권혜진이 하린의 코피를 닦으며 울먹였다.
그녀의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코피는 금방 멎었다.
‘이 이건 축복이 아니라 고문이야.’
간신히 울음을 제어했지만 하린은 기진맥진한 채 축 늘어져버렸다.
권혜진은 그런 하린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깊숙이 끌어안았다.
맨살이다.
수영으로 단련된 매끈하고 탄력 있는 피부가 달콤한 살구 향을 풍기며 하린을 압박한다.
처음에 안겼을 때와는 천양지차다.
‘우워어어! 살려줘!’
으애애앵!
또다시 울음이 터졌다.
아기를 다뤄 본 경험이 없는 권혜진이다.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그녀가 울먹거렸다.
“강사님, 아직 멀었어요?”
때마침 윤수현이 들어왔다.
“어머, 왜 그러고 계세요?”
“어머니, 하린이가 갑자기 쌍코피를 흘렸어요. 흑흑, 어떻게 해요…….”
권혜진이 마침내 울음을 터트렸다.
“네에? 이 녀석이 어디 아픈가? 안되겠어요. 병원부터 가야겠어요.”
급히 옷을 갈아입은 윤수현이 하린을 안고 뛰었다.
하린은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휴우우우, 살았다.’
하린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