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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캡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13.11.01 11:32
최근연재일 :
2013.11.20 14: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80,268
추천수 :
5,129
글자수 :
60,500

작성
13.11.01 14:13
조회
12,114
추천
294
글자
7쪽

제 1 장 부모

DUMMY

제 1 장 부모





2천년 1월 1일

오늘은 21세기가 시작되는 첫 날이다.

박진섭과 윤수현은 세기의 첫 걸음을 치악산 정상에서 해맞이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새로움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때문인지 해가 뜨는 광경이 다른 때와는 달리 유난히 찬란했으며 또 장엄하게 보였다.

지금 이들은 그 깊은 감동 끝에 남은 여운을 음미하는 중이다.

“확실히 정동진과는 또 다른 깊음이 있어.”

“그래요,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저는 치악산에서 보는 해맞이가 훨씬 생동감도 있고 좋아요.”

“맞아, 생동감이 있지. 어? 갑자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윤수현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던 박진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뒷말은 혼자 중얼거린 소리였다.

“뭐가요?”

“으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잘 못 들었나 봐.”

윤수현이 무슨 일인가 싶어 묻는 것을 박진섭은 얼버무리고 말았다.

‘분명히 아기울음소리였는데?’

다시 생각해 보아도 자신이 잘 못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갸웃거리는 박진섭을 윤수현이 빤히 쳐다보고 있다.

“예쁘다.”

급히 신색을 고친 박진섭이 윤수현을 보며 말했다.

어색함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윤수현은 미인이다.

그것도 미스코리아 강원지역 선발대회에서 당당히 진에 선발된 경력이 있다.

“네?”

뜬금없는 소리에 윤수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박진섭의 생각은 삼천포로 빠졌다.

일단은 조금 전의 상황이 넘어간 것이다.

‘아기울음이라……. 하긴 이 엄동설한에, 더구나 이런 첩첩산중에서 아기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상식을 놓고 볼 땐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애써 털어내려 했지만 한 번 들었던 아기의 울음소리는 마치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환청이겠지…….’

박진섭이 내심 고소를 지었다.

윤수현이 자신을 보며 불안해하고 있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만큼 혼자만의 생각에 몰두한 까닭이다.

박진섭과 윤수현은 부부다.

그것도 무려 결혼 10년차의 베테랑 부부다.

갑부라고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산도 많이 모았고 사회적으로 이름도 꽤나 알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예술가다.

음악은 물론 미술과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이들은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시간까지 제약을 받지 않고 산다.

그만큼 자유로웠고 또한 그런 자유로움이 담긴 이들의 작품은 아주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니 누구라도 이들 부부를 보게 되면 당연히 부러워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자신의 삶에 백 프로 만족하지는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리고 ‘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라는 말도 있다.

이와 비슷한 뜻의 말을 찾으려 든다면 아마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결론은, 굳이 그런 말들을 언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 역시 남다른 고민을 안은 채 살아간다는 얘기다.

겉에서 볼 때 이들의 삶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고 해맞이를 하면서 그 문제가 해결되기를 빌었다.

“소원 빌었어요.”

“응?”

생각에 잠겼던 박진섭은 제대로 못 들었다.

“소원 빌었다고요.”

윤수현이 계면쩍은 듯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박진섭은 묵묵히 아내를 보았다.

“해돋이를 보면서, 아니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때 진정 간절한 염원을 담아서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뭘 빌었는데……?”

박진섭은 그녀가 무엇을 기원했는지 안다.

자신도 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굳이 묻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지만 아내가 말을 꺼낸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럴 때 대꾸를 하지 않으면 아내가 토라지게 될 것이고 그리된 이후는 차마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펼쳐지는 까닭이다.

“알고 있잖아요?”

“…….”

“당신도 빌었지요?”

“그럼, 나도 당연히 빌었지…….”

박진섭이 말끝을 흐렸다.

아주 절실한 마음으로 빌었다.

허나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아내의 물음에 대답을 하면서도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렇게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새해 그것도 새롭게 시작되는 21세기의 첫 날이다.

일부러라도 힘을 내야만 한다.

“될 거야.”

박진섭이 조금 전과는 달리 단호하게 말했다.

윤수현이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희망이 가득하다.

“금년에는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질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그럼, 당연하지요.”

아내에게 힘을 실어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박진섭이 주먹을 쥐어 올리며 흔들었다.

윤수현이 남편의 행동을 따라하며 가볍게 웃었다.

“다들 내려갔나 보네요…….”

해맞이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사람들로 빼곡했던 치악산 정상은 이제 이들 부부밖에 없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대는 맹추위에 사람들이 서둘러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러네, 이제 우리도 내려가자.”

“네.”

사람들이 내려간 뒤로 시간이 꽤 흘러서인지 앞서가는 이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길은 참으로 험했다.

원래부터 쉬운 길이 아니었던 데다가 쌓인 눈까지 얼어붙어 있었다.

거기에 바람마저 쉬지 않고 불었다.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 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위험한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면서도 이들 부부의 얼굴은 밝았다.


하린은 갓난아기의 몸으로 옷 속에 파묻힌 채 궁리하고 있었다.

‘허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살아갈 길이 막막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아기의 몸이다 보니 이래저래 제약이 많겠지만 혼자 살아가는 데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몸 움직이는 거야 별게 아닌데…….’

팔 다리를 놀리는 게 아니다.

기운을 이용하면 물건을 움직이는 일 따위는 물론이고 심지어 날아다니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다.

하린이 고민하는 문제는 그런 것과는 달랐다.

‘이대로 또 다시 혼자 살아야 한다면…….’

끔찍한 생각이다.

나이 육십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를 여읜 뒤로 제자들을 들였다.

허나 제자들은 십년 만에 하산했다.

그 뒤로 하린은 무려 오십 년을 혼자 살았다.

하산한 제자들이 가끔씩 들렸지만 녀석들은 기껏해야 하루 이틀을 머물다 갔을 뿐 하린의 외로움을 달래주진 못했다.

‘괘씸한 놈들 같으니…….’

공연히 제자들을 탓해 본다. 허나 진정으로 화가 난 것은 아니다. 그저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하는 말일 뿐이다.

‘별일은 없겠지? 바빠서 못 오는 게야…….’

제자들은 십여 년 전부터 현현곡을 찾지 않았다.

나름대로 일가를 이루어냈으며 그만큼 성공한 삶을 산다고 들었다.

하긴 제자들의 나이도 어느덧 칠십이 다됐다.

장제자는 무슨 기업인지의 회장이고 둘째는 정치인이며 마지막 셋째는 검찰총장인가 까지 지내고나서 지금은 법무법인의 대표가 되었다고 했다.

제자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째 연락 한 번을 안 할 수가 있어…….’

하린이 속으로 푸념을 해 본다.

엔간히 바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서운함을 감추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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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 4 장 보복과 복수 그리고 이별 +6 13.11.11 7,588 249 7쪽
14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5 13.11.11 7,479 222 7쪽
13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4 13.11.09 7,328 256 7쪽
12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7,521 210 7쪽
11 제 3 장 전예린과 변태수 +2 13.11.09 8,309 20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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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 2 장 고진감래 +11 13.11.05 9,998 241 7쪽
7 제 2 장 고진감래(苦盡甘來) +9 13.11.04 10,284 266 7쪽
6 제 1 장 부모 +7 13.11.03 10,690 314 8쪽
5 제 1 장 부모 +2 13.11.02 10,309 307 7쪽
4 제 1 장 부모 +2 13.11.02 10,737 270 8쪽
3 제 1 장 부모 +5 13.11.01 11,025 281 7쪽
» 제 1 장 부모 +2 13.11.01 12,115 294 7쪽
1 서장 어째 이런 일이…… +3 13.11.01 13,040 30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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