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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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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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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9,203

작성
24.03.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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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성동구를 사수하라(1)

DUMMY

[현재, 광진구, 성동구, 송파구에 다수의 게이트 폭주가 발생했으니, 주변에 계신 분들은 신속히 대피소로 이동 부탁드립니다.]


“뭐해! 빨리, 전국구에 있는 헌터들도 소집시켜!”

“네, 넵!”


헌터 협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게이트를 넘어온 몬스터만 해도 무려 100마리가 넘는 수였기 때문이다.


확인된 것이 100마리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의견이었다.


이에 헌터 협회에서는 각지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대처를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그, 서울 길드들은?”

“다행히 제일, 운명, 천하 길드는 이미 전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거···참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하지만, 이상했다.


차원 전쟁부터 지금까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아온 협회장은 한 가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차원 전쟁에선 다양한 몬스터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지금은···.’


하늘을 뒤덮은 와이번, 도심에는 그라운더와 드레이크, 그리고 리자드맨.


마치 용의 형상을 닮은 몬스터들만이 쳐들어왔다는 것이었다.


- 끼이이이이이악!


그들은 하늘과 땅, 그리고 호수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이 곳곳을 파헤치고 있었다.



* * *



“보스가 없는 게이트도 있는 건가?”

- 메엥?

- 몽···.


있었는데 전투 중에 죽임을 당한 것이었나. 아니면, 보스가 없는 게이트도 존재하는 걸까.


이때의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서 몬스터가 빠져나간 경우’를 말이다.


내가 몬스터를 잡는 동안,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면, 보스 몬스터가 없는 게이트라는 게 말이 되는 것이었다.


“뭐, 모르겠고, 일단은··· 모두 고생했으니까! 일단 밥부터 먹자!”

- 메엥!

- 몽! 몽!

- 사아아악···? (혹시 저희도···.)

“사아악! 삭! (당연하지, 너희도 잔뜩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아.)”


내 말에 샐러맨더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번졌다.


망고는 높게 솟은 돌벽을 발길질 한 번으로 낮게 만들었다.


그렇게, 냄비 모양이었던 돌벽은 순식간에 접시 모양으로 변했다.


각자 저마다 코를 모래에 갖다 대며 그라운더나 드레이크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다!”


나는 모래 한 가운데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감자 냄새를 쫓아 그 밑바닥에 창을 찔러 넣었다.


- 푸욱.


창끝에 무언가가 걸려 쑤욱 들어가는 느낌이 났고, 나는 그 주변으로 모래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으로 보이는 것은··· 가죽이 까맣게 익어있는 드레이크 한 마리였다.


모래를 거둬내자, 구운 감자 특유의 구수하고 담백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내 키보다 큰 드레이크의 다리 하나를 쑤욱 뜯어냈다.


중간에 관절에 걸렸는지, ‘터억’ 하고 끊어진 다리 살은 거대한 모습을 자랑하며 내 손에 들려졌다.


- 모오옹! 몽!


여태까지 보인 적 없던, 가장 빛나는 눈빛을 한 자몽이 내게 달려든 탓에, 그 다리를 어쩔 수 없이 자몽에게 건네주었다.


< 너그럽구나. >

“그렇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나는 다시 다른 쪽 다리를 뜯어낸 뒤, 손으로 주변에 묻은 모래들을 털어냈다.


‘가죽··· 먹고 싶은데··· 모래가 너무 많이 묻었어···.’


어떤 느낌일까. 질겅한 감자 껍질 맛일까, 아니면 바삭한 감자전의 맛일까.


하지만 다음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 얼른··· 얼른 그 살점을 먹어보거라. 냄새가··· 너무 구수해서 미칠 지경이다! >


곰의 재촉에 나는 가죽을 뜯어 없앤 뒤, 푹신해 보이는 살점을 한 입 물어뜯었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드레이크를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드레이크 종족의 괴식 수치 2.5%]

[이계 기생충이 새로운 음식에 만족합니다.]

< 너무··· 너무나도 담백하고 폭신하구나! 이건 뭐랄까··· 구름을 뜯어먹는 기분이다. >


극찬하는 곰의 대화창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입 안에 있는 드레이크의 살점을 음미했다.


기생충의 말처럼, 구름이 입 안에 들어온 듯한 폭신함이 제일 먼저 느껴졌다.


그 뒤론 담백한 맛이 폭발했다.


기존, 소금이든, 설탕이든 찍어 먹어야 했던 일반 감자와는 달리 드레이크는 담백함이 미쳐 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었다.


- 몽! 모오오옹!

- 메에엥. 멕. 메겍겍. 메헥!


두 마리의 도마뱀도 맛있는지 연신 코를 박고 드레이크를 잡아먹고 있었다.


망고는 어찌나 급했는지 목에 살점이 걸려 기침을 하기까지 했다.


“천천히 먹어! 망고야!”

- 메엥···.


정말 한가로운 한때였다.


한 시간가량, 우리는 드레이크 회식을 하고 있었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드레이크를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드레이크 종족의 괴식 수치 68.5%]

[드레이크의 발동 스킬인 ‘레레이크’를 획득했습니다.]


와! 스킬이다!


정말 오랜만에 얻는 기분이었다.


나는 서둘러 어떤 스킬을 얻었을지 기대하며 스킬창을 클릭했다.


[발동 스킬 : 레레이크]

시전자의 주변으로 모래바람을 일시적으로 일으킨다. 이 모래바람과 모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혹시나, 다른 ‘지진’ 같은 스킬이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역시나 내가 공격받은 스킬이었다.


< 적의 시야를 차단하는 데에는 좋겠구나. >

“그렇긴 하겠네.”


빠르게 몬스터를 뜯어먹던 도마뱀들은 서서히 배가 불러오는지, 먹는 것을 그만하고, 그대로 모래에 누워 몸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샐러맨더들도 모래에 몸을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 사아악, 삭, 사아아악. (다들 이제 배가 부른 모양이군요.)

“사악···. 삭, 사아아악? (그런가 봐. 그럼 남은 애들은 창고에 보관 좀 해줄래?)”

- 사아악. (물론입니다.)


모래를 퍼내고, 그 안에서 잘 익은 드레이크의 시체 세 구, 그라운더의 시체 다섯 구를 꺼냈다.


샐러맨더들은 내 명령에 다섯 마리가 모여 한 구씩 시체를 등에 이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사악. 사아아악. (드라코, 너도 이만 들어가. 오늘 고생했다.)”

- 사아아악! 삭! (뭘요! 오늘,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젠 게이트를 빠져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우리가 들어온 게이트가 성동구의 한 폐공장이라곤 해도, 밖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드라코도 집어넣는 편이 안전했다.


내 말에 드라코는 망고와 자몽에게 다가가 얼굴을 부비적거리더니, 엉덩이 냄새를 한 번씩 서로 교환해서 맡고는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 메엥···. 멩···.

- 몽! 모오옹!

- 사아악···. (나도, 친구들.)


두 마리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마 다음에도 또 보자는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자, 우리는 저쪽에 있는 시체들을 들고 나가자!”

- 메엥!

- 몽!


어느샌가, 자몽이 역시 내 말을 따르고 있었다.


“자몽아, 오늘 먹은 거, 우리들만의 비밀인 거 알지?”

- 모옹!

“그래, 형이 당연히 비밀로 해줄게!”

- 모옹···?

“형 믿어. 형 좋은 사람이야.”


내 말을 알아듣는지, 알아듣는 시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몽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모습이 웃긴지, 망고는 괜히 피식 웃고 있었다.


“망고 왜 웃어!”

- 메엥?

“어? 또 웃어?”

- 메에에엥~?

“뭐가 아니야! 웃었잖아!”


그렇게 우리는 여유롭게 게이트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게이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광경에 우리 셋은··· 방금 전까지 지었던 미소를 거두었다.



* * *



[실제 상황입니다. 지금 성동구 근방에 경계경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방송을 들은 주민들은 신속하게 주변 대피소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몇 번이나 울려 퍼졌을까.


아니. 저 소리 말고, 사람들의 비명 말이다.


“제발··· 누구든지··· 도와주세요···.”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는 좁디좁은 골목길.


교복을 입고 있는 한 남자아이가 쓰레기 더미를 사이에 몸을 웅크리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정상 수업을 한다는 학교의 방침을 따르다가 피해를 입고 도망가던 중, 골목에 숨은 것이었다.


함께 도망치던 친구들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때, 순간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쿠라아아아아아샤아악! (그놈은 어디 있느냐!)


그리고, 그것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눈앞에 있던 건물 하나를 가볍게 쓰러뜨린 것은 다름 아닌,


드래곤이었다.



* *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는 사람?”

- 메엥···.

- 몽···.


방금 전까지 나랑 게이트 안에 있던 도마뱀즈는 알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여보세요?”

- 야, 너 이 개x끼야! 어딘데 전화를 이렇게 안 받아!

“게이트 토벌하고 왔지. 왜 욕이야.”

- 지금 광진구, 성동구, 송파구에 경계경보 내려졌다. 지금 네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일단 대피해.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둘도 없는 나의 도모다치! 정준혁이었다.


나는 그에게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물어봤고, 그에게서 지금 벌어진 상황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거의 동시에 터졌다더라. 그라운더, 리자드맨, 드레이크, 그리고 하늘에는 와이번, 강이나 호수에는 시-드레이크랑 플레시오가 나타났어.

< 어디서 많이 본 조합이지 않느냐. >


곰의 말대로였다.


지금 인간 세계로 쳐들어온 몬스터는 전부··· 용과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들이었다.


“군단장···.”


몇 번이고 샐러맨더들에게서 언급되던 군단장이 떠올랐다.


“이번 게이트··· 녀석들은 전부 전쟁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

< 그렇네···. >


어쩌면, 우리가 들어가지 않았어도··· 게이트는 폭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 얘기 듣고 있어? 그러니까 일단 대피해. 검은색 게이트래···. 너 같은 A급은 뭣도 못 하는···.

“준혁아. 게이트 폭주가 일어난 지 얼마나 지났어?”

- 한 시간도 넘었지. 그동안 넌 연락도 안 됐고. 그러니까, 빨리 도망쳐···.

“너도 몸 잘 숨기고 있어.”


나는 전화를 끊었다.


계속 준혁과 통화를 했다면, 난 결국 그의 말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대로 도망쳤을 것 같아서.


하지만 난, 지금 일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까··· 내가 나서야 해.”


결정을 내린 나는 내 양옆에 선 두 마리의 도마뱀을 바라보았다.


- 멩!

- 몽!


저마다 의지가 확고한 모습이었다.


“내가 너희를··· 데려가는 게 맞을까?”

- 메엥! 멩! 메에엥! 멩? 멩!


그때였다.


“도마뱀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당연히 함께지! 얼른 하고 같이 놀자! 형아!”


무언가가 내 귓가를 스친 느낌이었다.


그 목소리는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혹시··· 지금 이게··· 망고의···.”


하지만 망고는 싱긋 웃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옆의 자몽도 마찬가지였다.


되려,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며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래···. 망설이는 순간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 가자! 가보는 거야!”

- 멩!

- 모옹!


망고와 자몽의 격려와 함께, 폐공장 터에서 벗어난 우리는 곧장, 앞에 있는 드레이크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그동안 쉽게 쉽게 살았어, 유도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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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S급 헌터(3) 24.05.03 35 2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35 2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43 2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37 2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40 2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41 2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41 2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40 2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47 2 13쪽
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42 2 12쪽
94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40 2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38 2 12쪽
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44 2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43 2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39 2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44 1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42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48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48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50 1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53 1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54 2 12쪽
82 스킬의 조합(1) 24.04.11 57 2 12쪽
81 마력을 다루는 방법(4) 24.04.10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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