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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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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6
추천수 :
516
글자수 :
892,307

작성
24.04.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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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곰에 대한 의문(4)

DUMMY

“얼른 와서 들어요. 헌터님 기다린다고 아직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이게 뭐예요?”


기절했을 거라 생각했던 한진은, 어느새 정성스럽게 자이언트 비클의 팔다리를 불길에 굽고 있었다.


“헌터님이 저렇게 불까지 남겨놓고 가셨는데, 어찌 그냥 지나칩니까. 바비큐 파티라도 하고 가야죠!”


당황해서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있을 때, 곰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저자는 분명··· 뱃속에 거지가 들었을 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반인이 어찌 저리 생각할 수가···. >

‘나도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야···.’


물론 뱃속에 거지 기생충이 든 내가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차피, 게이트 밖으로 나가면 헌터님은 주변 눈치 보느라 못 드시잖아요?”


한진이 나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인 말.


‘혹시 내가 몬스터를 먹는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물론, 아니었다.


“저야 콘텐츠 때문이라고는 해도, 가끔 정말 맛있는 몬스터들이 있거든요.”


한진은 내게 잘 구워진 팔 하나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먹어본 것 중에는 미노타우로스, 라빗, 심지어는 클로베어까지. 모두 살결이 보드랍고, 누린내도 전혀 없었어요.”

“아···. 네.”


한진이 말하는 라빗은 토끼를 닮은 곰 크기의 몬스터였으며, 클로베어는 북극곰의 형태를 한 동물형 몬스터였다.


“그러니까, 여기선 눈치 안 보고 맛있는 걸 먹으면 돼요. 물론, 나가서 우리 둘 다 헌터 협회 측에 잔소리는 듣겠지만요.”


한진은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이더니, 이내 해맑은 표정으로 비클의 다리를 있는 힘껏 물어뜯었다.


“굳이 제 앞에서까지 그런 컨셉을 유지하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저 컨셉 아닙니다. 맛있는 걸 맛있어서 먹는 건데, 그게 어떻게 컨셉이겠어요.”

“그럼 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한진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거였다.


곧이어 나는 한진이 왜 이런 괴식 콘텐츠를 찍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 *



5년 전 차원 전쟁 발발 이후, 한진은 여러 수모를 겪었다.


그의 집은 폭삭 무너져 버렸고, 어려서부터 그다지 친하지 않던 부모님과 차원 전쟁을 기점으로 연락이 끊겨버린 것이다.


집이 없으니 갈 곳이 없었고, 돈도 먹을 것도 없었다.


가진 거라고는 오로지 라이터 하나와 자기 몸을 지킬 식칼 한 자루뿐.


“그때, 정말 배가 고픈데··· 돈은 없고, 먹을 걸 구할 수도 없었어요. 그때, 눈앞에 들어온 게 하나 있었어요.”

“몬스터였나요?”

“네. 다 죽어가는 고블린 한 마리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 고블린 한 마리로 간만에 풍족한 식사를 했습니다. 불에도 구워 먹고, 물에 삶아도 먹었어요. 다 먹은 뼈로는 곰국을 끓여 먹었죠.”

“하지만 몬스터에는··· 어떤 기생충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뭐······.”


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배탈은 났죠. 민간인이 마력이 담긴 생물을 먹었으니, 한 달은 힐러를 끼고 살았어요. 물론, 헌터 협회에서 지원을 해준 힐러였지만요.”


그렇게 헌터 협회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는 밥을 먹으며 힐러에게 지속적인 치료를 받던 한진은 돌연 각성을 했다고 한다.


덧붙여 그때, 자신의 고유 능력이 ‘솔로’인 것도 알 수 있었다고.


“제일 먼저 헌터가 되고 저는 다시 고블린을 잡으러 갔어요. 혼자 고블린 게이트에 들어가서, 고블린을 사냥하고 구워 먹었죠.”


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잘 익은 비클의 팔을 입에 가져다 댔다.


시야 한쪽에서는 괴식 수치가 증가했다고 알림이 울렸지만, 한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느라 그쪽으로 시선이 가질 않았다.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남들보다 특이한 것을 해 보자. 남들처럼 몬스터를 잡는 것 말고, 몬스터의 생태를 파악하고 개체별 차이점이나 진화론 등의 관점에서···.”


참으로 기구한 사연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의 사연을 듣다 보니 ‘괴식’이라는 내 스킬은 어쩌면 나보다 그에게 더 맞는 스킬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지금은 옛날만큼 몬스터만 먹고 살진 않아요. 오히려, 이런 건 특식이 됐죠. 가끔 과거를 생각할 때나 먹는.”

“아니죠. 콘텐츠가 되어 버렸죠.”

“하하, 그렇네요. 물론, 요즘도 꾸준히 헌터 협회에 들러서 신체검사도 받고 있어요.”

“혹시 모르니 기생충 검사 같은 거라도······.”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누구였지? 저명한 연구가가 설명한 적이 있었대요. 연구가 이름이··· 아마··· 레테···였나? 그 연구가가 말하길, 게이트 안에서는 기생충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질 않는대요.”


‘······뭐?’


그렇다면, 지금 내 몸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기생충은 무엇이란 말인가.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36%]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38%]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41%]

[이계 기생충이 ‘포화 단계’에 들어갑니다.]


자기 멋대로 들어와 자신을 ‘이계 기생충’이라고 표현하는 이 존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지?


‘······최초 발견일 수도 있잖아.’


물론, 여태까지 없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될 순 없었다.


하지만··· 곰은 역시나 조금 수상했다.


한낱 기생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방대한 마력과 몬스터 세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 흠. 기다려 보거라.>

< 괜찮다. 걱정 말거라. >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고귀한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어도, 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마치, 나와의 교류를 끊은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맛있는 건 맛있다고 표현하면서 먹고 있거든요. 아까 헌터님이 카메라에 대고 맛있다고 말하려다 멈칫한 거··· 제가 모르겠습니까. 하하핫.”


역시 그때부터였구나.


물론 나는 한진과는 다른 맛으로 비클을 먹고 있지만, ‘맛있다’는 건 다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느긋하게 몬스터를 잡아먹을 수 있었으니까.


“이 부위는 전기 주머니라고 하거든요? 이건 먹지 마세요.”

“맛이 없나요?”

“그건 아닌데, 옛날에 뭣도 모르고 먹었다가 감전된 상태로 한 시간 내내 기절했었거든요.”


나는 그를 따라 손에 쥐어진 전기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맛이 없는 게 아니면 제가 한 번 먹어봐도 되나요?”

“앗. 감전되시면 어쩌려고···.”

“저 전기 저항 스킬 있거든요?”


물론, 아까 모래를 정리하면서 보스 몬스터를 뜯어 먹다가 생겼지만.


“역시, 헌터님은 S급이시네요. 아니, 제가 약한 거겠죠?”

“아닙니다. 제가 독특한 거죠.”


나는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고는, 전기 주머니를 그대로 입에 넣었다.


모래집 구이처럼 서걱서걱한 식감. 그리고 뒤로 따라오는 감칠맛과 담백함, 약간의 달달함까지.


완벽하게 구운 가래떡 그 자체였다.


겉은 완벽하게 구워져서 바삭하고, 안쪽엔 촉촉한 식감 그 자체였다.


‘······맛있어!’


전기 주머니를 삼키던 그때였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비클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비클 종족의 괴식 수치 52%]

[비클의 스킬인 ‘비크르르’를 획득했습니다.]


“어?!”

“아, 깜짝이야.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없, 없어요!”


놀란 내 목소리에 덩달아 놀란 한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태연하게, 방금 얻었던 스킬을 살펴봤다.


[발동 스킬 : 비크르르]

정전기를 일으켜 전방으로 방출한다. 정전기에 맞은 적은 일시적인 마비에 빠진다.


얻은 발동 스킬은 정전기를 만드는 스킬이었다.


아무래도 일렉트릭 비클들이 사용하던 정전기 스킬인 것 같았다.


‘제법··· 쓸 만할 것 같네.’


특히나, 스킬에 붙어있는 ‘마비’라는 옵션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마비 옵션이 붙은 스킬은 비크르르 이외에도 ‘임프프’라는 스킬이 있었지만··· 임프프보다는 더욱 범용성이 있을 것 같았다.


‘임프프는 촉수가 안 닿으면 무용지물···. 그리고 애초에 임프프로 몸의 움직임을 정지시키는 건 3초가량이니까.’


점차 입지가 좁아지는 임프프 스킬이 안타까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스킬 하나를 얻었으니, 기분은 좋았다.


“그럼··· 다 먹은 거 같은데, 슬슬 일어날까요?”

“네! 좋아요!”


내장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먹어 치운 우리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곤, 게이트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가자마자 방송 켜시겠네요?”

“당연하죠! 나가자마자 비클 시체들 좀 꺼내주세요.”

“네!”


그렇게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한진은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방송을 켜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말대로 비클의 시체들을 꺼내놓았다.


- 지잉. 지잉.

- 지이잉. 지잉.

- 지잉.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 * *



[여기는 강원도 강릉시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창고 한가운데에 게이트가 나타난 것인데··· 지금 나타난 이 게이트는 요즘 강원도 부근에서 자주 나타나는 게이트로···.]

[강원도 주민들은 위협을 느끼며, 도시로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는데요···.]

[몇 달째 반복되는 강원도 미확인 게이트의 악몽. 헌터 협회와 더불어 국가가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시x, 무슨 뉴스만 돌리면 다 게이트 얘기네. 근데, 우리 고등학교에도 저런 거 나오면 휴교하나?”

“모르지. 휴교했으면 좋겠다.”

“병x들아. 강릉고 애들은 여고로 등교한대. 휴교는 무슨 휴교. 어? 그게 오히려 좋을지도?”


강원도 속초의 한 고등학교.


점심시간이 되자, 세 명의 남학생은 운동장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하, 나도 헌터나 돼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싶다.”

“지x. 너 저수지 실제로 보려고 그러는 거 다 알음. 근데, 넌 어차피 헌터 돼도 0급이라 운명 길드에서 안 데려가 줘~”

“······0급 아니고 F급.”


그렇게 여느 다른 남학생들과 다를 거 없는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야, 잠만. 저거··· 게이트냐?”

“응. 저번에 설악산 입구에서 나온 거 봄.”

“뭐야, 그럼··· 수지 누나도 오냐?”

“아주, 저수지 저수지 노래를 불러라. 저번에 이야기 들어보니까 강원도에는 제일 길드 온다던데?”


하지만 그들의 수다는 금세 조용해졌다.


“야! 너네, 빨리 교실로 들어오래.”

“엥? 실장, 왜?”

“서울로 대피 명령이 떨어졌대!”

“엥? 그니까 왜!?”


삼척부터 하나씩 생겨난 미확인 게이트.


그 게이트들은 차례대로 폭주하고 있었다.


운동장에 있던 세 사람을 포함한 전부는 실장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굳어버렸다.


“······엥? 여고로 안 가고?”


단 한 사람만 빼고.


작가의말

왜 여고로 안 가는 건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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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9 3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6 3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9 3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32 3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31 2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25 3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31 3 13쪽
114 광신도(5) 24.05.13 33 3 13쪽
113 광신도(4) 24.05.12 28 2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6 3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5 3 12쪽
110 광신도(1) 24.05.09 33 3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8 3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33 3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36 3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37 3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41 3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40 3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40 3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49 3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44 3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44 3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47 3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47 3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46 3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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