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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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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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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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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무쌍(無雙) Phoenix Origin -14-

DUMMY

옛 네이처 스피릿츠(NSp) 지역.

데커드라몬이 다스리는 아공간(亞空間)에서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발바몬과 그들의 하수인들을 상대로 싸운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피닉스, 제스몬 측은 데커드라몬과 그의 부하인 주엘비몬, 리리몬(릴리몬), 그리고 둘의 직속 부하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하는데 성공했다.

세 마왕은 하수인들이 전멸한 뒤에 후퇴를 했고, 그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 더 묵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심야가 되었을 때, 모두가 잠든 와중에 유일하게 깨어있던 피닉스는 숙소 밖으로 나갔다.


“···한 번 해볼까?”


[지지직-!]


피닉스가 양손에 힘을 주자 아무 것도 없는 정면에서 푸른색의 스파크가 일어났다. 공간이 삐걱거리면서 붕괴의 조짐이 생기는데, 운이 좋다고 여겨질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더니 붉은색의 드레드 헤어(Dread hair)와 납빛의 가까운 피부를 지닌 경갑옷 차림의 닌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케도 날 불러냈군.”


“아아, 그 대가로 조금 과하게 힘을 쓰긴 했지만.”


“그나저나 무슨 시킬 일이라도 있나?”


“7대 마왕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자가 있어.”


“나보고 그 자를 조사하라는 건가?”


“글쎄, 세세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누구인지 짐작이 가거든.”


“···알았다. 그러면 행적을 파악하도록 하지.”


이 말을 끝으로 피닉스는 「공간전이」를 써서 닌자, 후마를 있었던 장소로 돌려보냈다. 다시 한 번 힘을 소모한 탓에 급격한 피로감을 느낀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동료들이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누구보다 늦게 잔 피닉스가 제일 먼저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진, 류이치, 유코, 준이 순서대로 잠에서 깼다. 디지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일어났다. 수는 많은데 욕실은 하나뿐이라 시간이 상당히 걸렸지만, 모두 준비를 마치고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데커드라몬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리리몬(릴리몬).”


준이 다른 이들을 대표해서 말을 하자 리리몬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을 섰다. 한참을 걷다가 피라미드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데커드라몬과 밑에 있는 주엘비몬을 발견하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어서 오게나.”


“안녕하세요.”


“모두 모였으니 슬슬 대화를 시작하죠.”


“음, 부하들과 의논한 결과 이곳은 주엘비몬에게 맡기기로 했소.”


“그러면 리리몬은요?”


“나도 주군과 함께 너희들을 도울 거야.”


리리몬의 말에 데커드라몬과 주엘비몬, 그리고 피닉스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전력 증강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므로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표정을 환하게 바꾸고는 리리몬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아아, 그래.”


“주엘비몬.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너에게 맡기겠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데커드라몬은 류이치의 크로스로더에, 리리몬은 준의 크로스로더에 들어갔다. 제스몬과 시스터몬 자매를 제외한 다른 디지몬들도 각각 크로스로더 안으로 들어갔고, 갈 준비가 끝나자 피닉스는 「공간전이」를 사용하여 준, 류이치, 유코, 진, 세 명의 디지몬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


*


안개의 산.

옛 네이처 스피릿츠(NSp)와 옛 윈드 가디언즈(WG)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순백의 안개가 골고루 퍼진 것이 마치 옷을 입은 듯했다. 잠시 후, 산 밑의 입구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피닉스, 디지몬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산이야. 안개가 자욱하게 꼈지만.”


“딱 봐도 그렇군.”


“그런데 여긴 어째서 온 겁니까?”


“예전에 말을 했지만, 그 때는 유코하고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가 없었으니 다시 말할게. 너희 셋과는 달리 진은 선택을 받아서 디지털 월드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를 보호해 줄 디지몬을 섭외하려고 해.”


피닉스의 말에 모두들 산을 올려다봤다. 저 안에 그녀가 말하는 디지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등산을 하는 일만 남았는데, 피닉스는 주머니에서 핸드폰 형태의 통신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잭. 나야. 다름이 아니라 보내줬으면 하는 게 있어.”


[무엇을 보내드릴까요?]


통신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성의 질문에 피닉스는 필요한 물건의 이름을 댔다. 말을 다 듣고 나서 잭이 먼저 연락을 마치자 그녀는 통신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기다리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모두들 입을 열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자 피닉스가 소유한 퀸젯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었다. 퀸젯 전투기에 대해 아는 이와 모르는 이의 반응이 당연하게도 상반됐고, 퀸젯 전투기는 이윽고 무언가를 떨어뜨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무언가는 타원형으로 된 금속의 포드(Pod)로 땅바닥을 꿰뚫듯이 박히자 피닉스는 장갑을 벗고는 손바닥을 정중앙에 있는 둥그런 장식에 갖다 댔다. 그러자 포드가 좌우로 열리면서 여러 개의 도구가 드러났다. 새의 형태를 한 수리검, 연막탄과 섬광탄 같은 비살상용 수류탄, 탁한 주황색 빛을 띠는 익스트리미스가 담긴 유리관, 마지막으로 농구공만한 검은색의 돌이었다.


“그건 뭔가요?”


“팔란티르(Palantir). 먼 곳의 상황을 볼 수 있는 천리안의 돌이야.”


“무슨 용도로 사용하려는 거지?”


“이 산에 낀 안개는 일종의 결계로 아무 준비도 없이 진입한다면 십중팔구 헤맬 거야. 그러니 이걸 써서 단번에 이동할 거야.”


피닉스는 잭이 보내준 도구를 모두 챙기면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했다. 그 후, 장갑을 끼고는 바로 손을 뻗어서 포드를 분해해버렸다.

혹시 모를 사태를 염려하여 뒤처리를 하고는 「팔란티르」를 오른손 위에 올린 피닉스는 정신을 집중했다. 얼마 안 돼서 「팔란티르」에 한 명의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공간전이」를 사용하여 모두를 산으로 옮겼다.


“···중간쯤인가? 보통 결계가 아닌 듯하군.”


“그러면 걸어서 올라가야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대화를 나누면서 준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진과 피닉스. 그도 그럴 것이 준은 몸이 약한 편이어서 걱정이 되기 때문이었다. 진 다음으로 준에 대해 잘 아는 류이치와 눈치가 빨라서 준의 몸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한 유코도 염려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렇게 바라보면 곤란한데.”


“정상까지 오를 수 있겠어?”


“그건 가봐야 알겠죠.”


“너무 무리하진 마.”


이 말을 끝으로 피닉스가 앞장을 섰고,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가 중간에 위치하여 그녀를 따라갔고, 제스몬과 시스터몬 자매는 배후에서 그들을 지키려는 것처럼 자리 잡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팔란티르」를 등불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데, 대다수의 예상대로 준이 땀을 흘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진이 동생을 등에 업으면서 계속 위로 올라갔다.

덕분에 한결 편해졌지만, 형이 힘들어지게 되자 준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무게를 최소한 가볍게 하기 위해 온 몸에 힘을 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상에 도달하자 준은 진의 등에서 내렸고, 앞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쳐다봤다. 나무에는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나있었고, 안에 한 명의 디지몬이 앉아있었다.


“손님인가?”


“일단 적은 아니야.”


보라색 갑옷을 상체에 두르고, 허리에는 두 자루의 검을 차고 있으며 등에는 한 쌍의 검은 날개가 달린 까마귀를 닮은 마인형 디지몬··· 카라텐몬(크로우몬)은 피닉스의 말에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그런데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특히 진과 준을 보고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놀라움을 드러냈다.


“너, 너희들은!”


“왜 그러신가요?”


“···유키토와 유이의 아들들이냐?!”


“그걸 어떻게······.”


“너! 레이븐인가?”


셋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제스몬이 카라텐몬을 보면서 말을 했다. 레이븐(Raven), 도래까마귀나 큰까마귀라는 이름을 가진 조류를 뜻하는 단어로 그것을 들은 카라텐몬은 제스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그를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카라텐몬의 정체는 아스카의 최초의 파트너로 밀레니엄몬, 디지몬 엠페러와 문밀레니엄몬, 지드밀레니엄몬과의 싸움에서 활약을 한 레이븐이었다. 제스몬이 레이븐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지드밀레니엄몬을 상대로 함께 싸웠기 때문이었다.


“그 때 이후로 다시 만나는군. 제스몬.”


“아아, 그 사건··· 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여기에 있었던 거로군.”


“처음에는 그저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결국에는 정착할 수밖에 없었지.”


22년 전에 발생한 『그 일』을 겪었던 제스몬은 같은 당사자인 레이븐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어두운 얼굴을 했다. 다만 사정을 모르는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측과 시스터몬 자매가 의아함을 드러내자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는 설명을 하기로 결심했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요.”


“···짐작이 가는군. 말해봐.”


“부모님과 아는 사이인가요?”


“그래. 정확히는 아스카를 통해 안면을 익혔지.”


“고모님··· 말입니까?”


“그러고 보니 7대 마왕 중 셋과 여기 있는 제스몬도 아스카 씨를 아는 듯한··· 아니,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타치바나 형제와 레이븐이 다시 대화를 나누는데, 류이치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혹시나 레이븐이 불쾌해할 것을 염려하여 제스몬이 류이치의 이름을 밝히면서 준과 친구 사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자 레이븐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류이치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애초에 아스카에 대한 사실을 밝힐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의 고모인 타치바나 아스카는 사실 다른 차원에서 온 인간이야.”


“···예?!”


“사실이다. 한 명의 『반신』이 목격한 바에 의하면 아스카는 운석처럼 하늘에서 추락했다고 하더군. 땅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지만, 아스카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고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일반적이라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아스카는 달라.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무에서 벗어나 두 발을 땅에 디딘 레이븐은 잠시 중단된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아스카가 발록과 싸우는데 힘을 보태고, 사성수 휘하의 데바(십이신장)와 대련을 하고, 밀레니엄몬을 쓰러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 대가로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인 염동력과 텔레파시를 쓸 수 없게 돼버렸다.

그 후, 「그녀」가 아스카를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켰고, 세월이 흘러서 우연히 현실 세계<리얼 월드>에서 재회하게 됐다. 아스카는 여러 차원을 떠돌아다니면서 나이를 먹었지만, 육체의 성장은 전혀 없었다. 어쨌거나 10년 동안 같이 지내다가 디지털 월드로 옮겨져서 선택받은 아이들과 함께 디지몬 임페러라고 칭하는 코이즈미 신, 그리고 그의 시체에 빙의한 문밀레니엄몬과 싸웠다.

신은 이미 죽은 상태에서 디지털 월드로 이동한 터라 결국 두 번 죽은 셈이고, 문밀레니엄몬은 쓰러뜨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체불명의 존재인 블랙 버틀러(Black Butler)rk 남은 데이터를 수집하고는 사라져버렸다. 일이 끝난 뒤에 디지털 월드의 안정을 바라는 자<호메오스타시스>의 도움을 받아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디지털 월드를 드나들면서 블랙 버틀러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러던 중에 진과 준의 아버지가 되는 아이가 찾아온 것이다. 아스카는 자신과 같이 「그녀」에게 만들어진 그 아이에게 유키토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동생으로 인정하고 보살폈다.


“그렇게 12년이 흘러서 유키토는 유이와 만나면서 깊은 사이가 되었고, 아스카도 나름대로 평온한 일상을 보냈지.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고모님이 행방불명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둘에게 들었나?”


“예전에 한 번 물어봤거든요. 그 때, 부모님은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얼버무렸어요.”


“그럴 테지.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멎을 만큼 고통스러울 테니까.”


“···계속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아스카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 어두운 표정을 짓자 류이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마음을 다잡고는 말을 했다. 이에 레이븐은 눈을 감으며 파르르 떨다가 다시 눈을 뜨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말하지 않은 『그 날』의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시작은 아스카를 처음 발견한 『반신』으로부터 블랙 버틀러의 행방을 알아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였다. 원래는 아스카와 나만 디지털 월드로 갈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유키토와 유이도 휘말리게 됐지.”


“내가 듣자하니 블랙 바틀러가 있었다고 여겨지는 장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 말은 즉, 함정이었다는 겁니까?”


“맞아. 함정임을 깨달았을 때, 문밀레니엄몬의 데이터에서 다시 태어난 지드밀레니엄몬이 나타났다. 마침 성인이 된 선택받은 아이들과 파트너 디지몬들, 로얄 나이츠, 7대 마왕, 올림푸스 12신이 지원하러 온 덕분에 힘을 합쳐서 쓰러뜨릴 수 있었지.”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드밀레니엄몬이 죽기 직전에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서 블랙홀을 만들어버렸어.”


“지드밀레니엄몬이 만든 블랙홀은 일종의 원념과도 같아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 그 때, 아스카가 나섰지. 원념의 대상이 된 자신을 블랙홀 근처로 이동시킨 거였어.”


“···스스로를 희생하신 거로군요.”


유코의 말에 레이븐과 제스몬은 고개를 끄덕였고, 타치바나 형제는 창백해진 얼굴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에 대다수가 말을 못하는데, 유일하게 감정을 갈무리하고 있는 피닉스가 레이븐에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슬퍼하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네 도움이 필요해.”


“넌 누구지?”


“피닉스. 일단은 저 아이들의 아군이라고 볼 수 있지.”


“도움이라··· 일단 말해봐.”


류이치가 언급한 7대 마왕 셋과 여기에 있는 제스몬을 보고 상황을 얼추 파악한 레이븐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피닉스에게 어찌된 일인지를 요구했다. 애초에 말을 할 생각이었던 피닉스는 현재 디지털 월드의 상황과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의 목적을 들려줬다.


“디지털 월드의 평화인가?”


“다만 문제가 있다면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진은 자신을 지켜줄 디지몬이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나보고 진을 호위해달라는 거로군.”


“아스카와의 인연을 생각해줘.”


대체적으로 얼떨결에 휘말렸지만 결과적으로 디지털 월드를 구원한 아스카의 뒤를 이어 싸워야 하는 세 명의 소년과 한 명의 소녀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레이븐. 심사숙고를 하느냐고 시간이 흘렀고, 정오가 지났을 쯤에 입을 열어 말을 했다.


“나는······.”


[사르륵!]


“뭐지?”


“결계가 흩어지고 있어.”


“적이 오고 있다는 뜻이군. 모두 준비해.”


산을 뒤덮고 있는 안개가 사라져가자 준, 류이치, 유코는 크로스로더에서 디지몬들을 밖으로 불러들었다. 피닉스와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수십 분 후, 베르제브몬과 리리몬, 발바몬이 부하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하나같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결계를 약화시켰음에도 날아서는 갈 수가 없다니. 보통 산이 아닌 모양이군.”


“그야 오라클이 추천해준 곳이니까요.”


“레이븐?!”


“설마 이곳에 있었을 줄이야.”


“당신들에 대해서는 여기 있는 피닉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흠,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저는 지금까지 은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당신들과 대립해야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스카의 조카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검을 들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븐이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허리춤에 차고 있는 두 자루의 검, 「이유태가(이라타가)의 검」을 뽑아들자 세 마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스카의 파트너 디지몬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울적해했지만, 이내 사적인 감정을 정리했다.

손을 살짝 들었다가 내리는 것이 신호가 되어 세 마왕의 뒤에 있는 부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특히 준, 류이치, 유코, 진을 집중적으로 노리는데, 피닉스와 레이븐이 앞을 가로막았다. 무기인 「도화금편」과 「이유태가(이라타가)의 검」을 휘둘러 적을 두 동강 내버렸다.


“저 아이들의 안전은 우리에게 맡기고, 마음껏 싸우도록 해.”


“알았어!”


「소울 크러셔」


「헤비 스피커」


「도루루 토네이도」


「위 슈어 포 스타」


「더블 임팩트 SDX」


「플라워 캐논」


「이가류 오의 분신술」


둘 덕분에 아이들이 안전해지자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소속의 디지몬들은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먼저 샤우트몬이 가슴의 안쪽에서 타오르는 감정을 마이크로 증폭해 쐈고, 바리스타몬이 배의 스피커에서 중저음을 발했고, 도루루몬이 꼬리의 드릴을 거대화시켜 회오리를 일으켰고, 스타몬즈가 열사분란하게 움직여 군단기술을 발휘했고, 베르제브몬(바알몬)이 산탄총을 꺼내 탄환을 발사했고, 리리몬이 손목에 달린 꽃잎을 크게 키운 다음에 암술에 해당되는 총구에서 에너지탄을 발사했고, 이가몬(닌자몬)이 분신을 만들어서 상대를 교란시키고는 급소를 공격했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다!”


「혼 스트라이크」


「나이트 호크」


「데커드 런처」


「데스 디바이더」


「나뭇잎 숨기」


거리를 둔 상태에서 공격을 한 샤우트몬과는 다르게 그레이몬은 머리에 달린 뿔을 앞세우며 돌격을 했다. 이어서 메일버드라몬이 쥐도 새도 모르게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폭격을 실행했고, 데커드라몬이 등에 탑재된 미사일을 발사하여 메일버드라몬을 상대하기 위해 공중에 떠있는 비행형 디지몬들을 공격했고, 사이버드라몬이 창을 축으로 삼아 회전하면서 꼬리로 후려쳤고, 슈리몬(수리몬)이 나뭇잎의 소용돌이를 발생시켜 모습을 일순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나면서 손발 끝의 수리검으로 적을 베어버렸다.


“이거나 먹어라!”


「크래시 붐」


「화탄」


「풍차」


「전섬」


「그랜드 시스터 크루스」


샤우트몬 측과 그레이몬 측이 활약을 하자 스패로우몬을 위시로 한 다섯 디지몬이 마지막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먼저 스패로우몬이 고속으로 비행을 하여 몸통박치기를 날리면서 양손에 쥔 「사나오리아」에서 광선을 발사했다. 이중의 공격에 큰 피해를 입은 적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모니터몬 셋이 액정 같은 얼굴에서 각각 불덩어리, 바람, 방전을 일으켰다.

스패로우몬에 비해 위력은 약하지만,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시선을 돌리는 것은 가능했다. 그 틈을 노려 시스터몬 블랑이 「크로스 바비」를 휘둘렀고, 시스터몬 느와르가 「앤서니」에서 탄환을 발사하여 동생을 지원했다. 가끔 위기에 처할 때도 있지만, 그 때마다 제스몬이 나서서 해결해줬기 때문에 무사할 수가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됐군.”


“생존한 부하들을 제외한다면 남은 건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발바몬인가?”


세 명의 마왕을 노려보면서 무기를 겨누는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측 디지몬들과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 그들은 평소처럼 상대를 하려고 하는데, 리리스몬의 뒤에 숨어있듯이 서있던 레이디데비몬(레이디데블몬)이 남은 부하들을 이끌며 타치바나 형제, 류이치, 유코를 공격하려고 했다.


“너는··· 리리스몬의 보좌관이었나?”


“기억해주니 고맙군.”


“실력 차이를 잘 알 텐데도 싸우려는 것을 보니 시간끌기가 주목적인가?”


피닉스는 「도화금편」으로 부기몬의 목을 휘감으면서 손잡이를 근처에 있는 아수라몬에게 던졌다. 얼떨결에 손잡이를 건네받은 아수라몬은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다급히 제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손이 급속도로 말라가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 돼서 전신이 미라(mummy)가 되어버렸다.


“「도화금편」은 좀 특별한 무기라서 말이야. 주인이 아닌 자가 사용하면 생기를 왕창 빨아들여 버리지.”


[탕-! 탕-!]


「도화금편」에 대한 설명을 해줌으로서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납득하게 만든 피닉스는 허리 뒤쪽에서 네 자루의 붉은색 대구경 자동 권총인 「아바(ABBA)」를 꺼내 양손과 양쪽 발뒤꿈치에 각각 갖다대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아그네사에서 발사된 2개의 탄환이 미라가 된 아수라몬의 손에 쥐어져 있는 「도화금편」의 손잡이를 튕겨냈고, 동시에 다른 디지몬을 향해 날아가게 만들었다. 아수라몬의 최후를 목격한 부하들은 기겁을 하며 피하려고 했으나 비요른, 베니, 애니프리드의 총구에서 나온 탄환이 이를 방해했다.

그렇게 피닉스가 부하들을 상대하고, 레이븐이 레이디데비몬을 상대하는 동안에 준, 류이치, 유코는 크로스로더를 치켜들었다.


“샤우트몬! 바리스타몬! 도루루몬! 스타몬즈!”


“스패로우몬!”


[디지크로스!]


“샤우트몬X5!”


“그레이몬! 메일버드라몬!”


[디지크로스!]


“메탈그레이몬!”


샤우트몬X5, 메탈그레이몬, 베르제브몬(바알몬), 데커드라몬이 베르제브몬을 맡기로 하고, 제스몬이 발바몬을 맡으면서 사이버드라몬, 이가몬, 슈리몬, 모니터몬 셋이 지원을 하기로 했다. 시스터몬 자매는 부상 치료를 담당할 터이니 제외한다고 치면··· 남은 건 리리스몬이었다.

원래라면 피닉스가 상대를 해야 하겠으나 7대 마왕의 부하들이 끈질기게 붙잡는 통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1초라도 함부로 허비할 시간이 없어서 고민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유코의 크로스로더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코. 날 밖으로 불러내라.]


“···괜찮겠어?”


[어차피 드러날 일이다. 그게 좀 빨라졌을 뿐이다.]


“알았어. 리로드!”


크로스로더 안에 있는 디지몬과 대화를 나눈 유코가 오른손을 치켜들자 빛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한 명의 디지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의 갑옷과 망토를 두르고, 오른손에는 양 끝에 커다란 송곳형의 촉이 달린 붉은색의 창을 들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너였냐?”


“오랜만입니다. ···피닉스.”


“아는 사이에요?”


“크로스로더 제작자의 동생이야. 리리스몬의 상대를 부탁할게, 다크나이트몬.”


대화 중에 달려드는 자가몬의 머리에 총탄을 박아넣은 피닉스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다크나이트몬은 허탈한 미소를 짓고는 손에 쥔 무기, 「트윈 스피어」를 리리스몬에게 찌르듯이 내질렀다.

결코 빠르지는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너무나 정교해 어떻게 반응을 하기가 힘든 공격이라 리리스몬은 마법진의 문양이 새겨진 방어막으로 이를 막아냈다. 그런데 창의 촉과 충돌하는 순간 뒤로 밀려났다.

이 공격으로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리리스몬은 방어막을 해제하고 뒤로 물러나면서 폭탄을 꺼냈다. 다크나이트몬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폭탄을 던지는데, 그는 여유롭게 피하고는 가까이 근접해 「트윈 스피어」를 내리쳤다. 다만 리리스몬이 왼손을 들어 창을 잡는 바람에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제법이군. 보아하니 마왕급의 강자인데, 어째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거지?”


“그것은 비밀입니다. 마담(Madame).”


대화를 마친 뒤에 다크나이트몬과 리리스몬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나름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가 지지부진해진 상황에 짜증을 느낀 그녀는 전력을 드러내며 등 뒤에서 손 모양의 괴수를 소환했다. 필살기인 「엠프리스 엔블레이즈」를 사용한 것이었다.

한편 제스몬과 발바몬은 검과 마법으로 치열하리만큼 충돌하고 있었다. 사이버드라몬과 닌자 디지몬들이 지원을 해주고는 있지만, 발바몬에게 있어서는 그저 주변에 돌아다니는 파리 또는 모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거의 무시하다시피 제스몬에게만 신경을 썼고, 치명타를 먹이기 위해 지팡이에 마력을 모았다가 일직선으로 단번에 방출했다.

이에 제스몬도 검에 상당한 힘을 집중시켜 강화를 행하고는 힘껏 휘둘러 초승달 형태의 검기를 날렸다. 광선과 검기가 맞부딪치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아이들의 경우, 피닉스가 자기장 베리어로 막아내면서 지켜냈고, 샤우트몬X5와 메탈그레이몬, 베르제브몬(바알몬), 데커드라몬 쪽은 파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서 그나마 무사할 수 있었다.


「메테오 임팩트」


「기가 디스트로이어」


「데스 더 캐논」


「헤비 테일 훅」


「카오스 플레어」


여기서 언급된 순서대로 필살기를 기재하긴 했지만, 사실은 순서가 조금 섞여있다고 봐야 한다. 블래스트 모드(BM)로 각성한 베르제브몬을 향해 데커드라몬이 강철의 꼬리를 휘둘렀다. 물론 베르제브몬은 날개를 펄럭여서 공중으로 피했다. 그러나 미리 공중으로 이동한 메탈그레이몬과 그의 아들이 초고에너지의 추적 레이저 빔과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위급한 순간에 베르제브몬은 지금까지 쌓은 경험에 의거해 「블래스터」에서 보라색의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세 개의 공격이 충돌하면서 폭발을 일으켰고, 시야가 가려진 틈을 노려 태세를 정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숨어있었던 샤우트몬X5가 모든 에너지를 스패로우몬의 몸통이 장착된 왼팔에 모으고는 베르제브몬(BM)을 향해 내질렀다.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한 터라 당황해하던 베르제브몬(BM)은 무모한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왼손으로 샤우트몬X5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뼈와 살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그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래도 방어에는 성공해서 샤우트몬X5가 움직이지 못하게 힘을 주고는 「블래스터」로 옆구리를 후려쳤다.


“큭!”


“끝을 내주마.”


[크로스 오픈!]


샤우트몬X5가 짧은 신음을 내자 베르제브몬(BM)은 「블래스터」를 복부에 갖다대고는 에너지탄을 발사하려고 했다. 그 전에 준이 크로스로더를 통해 샤우트몬X5의 디지크로스를 해제했다. 그 직후, 메탈그레이몬과 베르제브몬(바알몬)이 공격을 했고, 데커드라몬이 점프해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네 디지몬을 받아냈다.


“베르제브몬!”


“댄스 상대를 눈앞에 두고 한눈을 팔면 안 되지요, 귀부인.”


부상을 입은 베르제브몬(BM)을 보고 그의 이름을 외치는 리리스몬과 「엠프리스 엠블레이즈」를 소멸시키고 곧바로 창을 내지르는 다크나이트몬. 그러나 리리스몬은 다크나이트몬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는 그림자 속으로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어디에 있는 거지?”


“뒤다!”


「나자르 네일」


다크나이트몬은 「트윈 스피어」를 쥔 손에 힘을 가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아무 것도 없지만, 분명 리리스몬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서 빈틈을 노려 공격할 것이다. 그러던 중에 피닉스가 큰 소리로 외치자 즉시 몸을 뒤로 돌렸다.

거기에는 그림자 밖으로 나온 리리스몬이 다크나이트몬을 향해 오른손에 달린 다섯 개의 금빛 손톱을 내밀고 있었다. 만약 저것에 의해 생채기라도 생긴다면 얼마 안 돼서 온 몸이 부식돼 사망할 것이다.

그렇다고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희생할 생각으로 「트윈 스피어」를 리리스몬에게 겨누었다. 서로가 위험에 처한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다크나이트몬의 주의에 푸른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그가 사라져버렸다. 살짝 뻘쭘해지자 리리스몬은 피닉스를 노려봤는데, 이는 피닉스가 「공간전이」를 써서 다크나이트몬을 자신의 곁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아직은 무리라는 거군.”


“···예. 좀 더 힘을 쌓아야 하겠습니다.”


피닉스와 다크나이트몬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리리스몬은 베르제브몬(BM)의 곁으로 이동했다. 발바몬의 경우 제스몬과 사이버드라몬, 닌자 디지몬들의 견제로 합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위험했다.


“여덟로는 7대 마왕 둘을 상대한다는 것은 힘들겠지. 허면 나누는 것보다 곱하는 편이 그나마 유리할지도 몰라.”


“아! 그렇군요. 준. 유코. 다시 한 번 디지크로스를 하자!”


“알았어.”


“그렇게 하지!”


준, 류이치, 유코··· 이 세 명의 아이들은 피닉스의 말을 이해하고는 여덟 디지몬을 바라봤다. 그들도 이해를 해서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크로스로더를 치켜든 것이었다.


“샤우트몬! 바리스타몬! 도루루몬! 스타몬즈! 베르제브몬(바알몬)!”


“스패로우몬!”


[디지크로스!]


“메탈그레이몬! 데커드라몬!”


[디지크로스!]


“샤우트몬X5B!”


“데커그레이몬!”


기본적으로 샤우트몬은 X5의 상태에서 베르제브몬(바알몬)이 모습을 변형하여 합체하는 것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가 되었다. 뭐, 베르제브몬(바알몬)과 스패로우몬의 순서를 바꿔서 언급해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튼 간에 메탈그레이몬은 분리된 데커드라몬과 합체하여 한층 위압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새로운 형태인가?”


“간다!”


「버스트 대시 스트림」


「플라즈마 데커드런처」


새로운 모습의 샤우트몬과 그레이몬을 본 모두가 잠시나마 행동을 멈추고 시선을 한 곳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에 두 디지몬은 각각 베르제브몬(BM), 리리스몬에게 필살기를 날렸다. 우선 샤우트몬X5B는 「스타 소드 DX」를 빠르게 휘둘러 「버닝 스타 크래셔」를 사용하고, 이어서 「메테오 임팩트」를 내지른 다음에 「베렌헤나 SDX」에서 에너지탄인 「카오스 플레어」를 발사했다.

그리고 데커그레이몬은 오른손에 장착된 데커드라몬의 머리에 달린 대포에서 플라즈마로 구성된 광선을 발사했다. 그것뿐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겠지만, 문제는 메일버드라몬의 파츠에서 레이저 빔을, 데커드라몬의 파츠에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것이었다. 이는 복수의 필살기를 복수의 적에 대해 동시에 사용한다는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대상을 리리스몬에게 집중했다는 게 달랐다.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으면 좋을 텐데.”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두 디지몬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쌍의 마왕 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막는 데는 성공했는지 별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제스몬과 싸우는 발바몬이나 레이븐과 싸우는 레이디데비몬도 피곤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대치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맞아 물러나서 서로를 바라보는데, 피닉스가 「도화금편」과 「아바」를 회수하여 품속에 거두고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7대 마왕의 부하들과 싸울 때에 보인 전의(戰意)를 드러내지 않자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발바몬은 전투태세를 해제했다.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는 게 어때?”


“퇴각하라는 건가? 그 이유를 말해줬으면 하는데.”


“부하들이 절반 이상 죽은 상황에서 당신들 셋이 우리 모두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힘들겠지. 자네와 제스몬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냥 갈 수는 없어. 그에 걸맞은 명분이 있다면 모를까.”


블래스트 모드를 해제하고 조금은 곤란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베르제브몬을 보며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은 피닉스는 양팔을 위로 치켜들었다. 동시에 양손 사이에서 푸른색 스파크가 일어났고, 공간이 열리더니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꺼낸 것은 바로 인류가 만든 최종병기이자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사상 최강의 학살병기인 슈퍼무기, 인류가 만든 재앙의 물건, 플래닛 킬러(Planer Killer)에 준하며 전쟁과 함께 인류의 죄악과 광기, 파괴의 총합이며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최고이자 최악의 괴물··· 핵무기(Nuclear Weapon)였다.


“이걸 사용하면 주변 일대가 모조리 초토화되겠지.”


“진심인 거냐?”


“단순한 허세라고 여긴다면 곤란해.”


피닉스가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진지하고 엄숙했다. 그 누구도 경거망동을 할 수 없는 가운데, 발바몬이 마법을 사용해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이는 피닉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리리스몬도 샤우트몬X5의 공격을 받아내느냐고 왼팔에 부상을 입은 베르제브몬을 염려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와 동료가 물러나기로 결정을 하자 베르제브몬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세 명의 마왕과 보좌관 레이디데비몬, 생존한 부하들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본거지로 가버렸고,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피닉스는 핵무기를 원래 있어야할 장소로 돌려보냈다.


“어휴~ 하마터면 모두 죽일 뻔했네.”


“으음···.”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진짜로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한 피닉스를 엄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이에 샤우트몬X5B와 데커그레이몬의 디지크로스가 해제됐다. 그런데 준이 창백해진 얼굴로 휘청거리자 형인 진이 다급히 부축을 했다.


“괜찮아?!”


“응. 그런데 왠지 모르게 피곤해.”


“···아무래도 여기서 쉬어야할 것 같군.”


준의 팔을 잡아 진맥을 한 피닉스는 레이븐을 보면서 말을 했다. 레이븐 자신과 다른 이들도 지치고 피곤한 상태이므로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제스몬, 시스터몬 자매는 레이븐의 안내를 받아 하룻밤 묵을 장소로 향했다.

피닉스는 뒷정리를 하고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데, 레이븐이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비록 겉모습은 다르지만,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겹쳐본 것이었다. 정작 피닉스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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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무쌍(無雙) Phoenix Origin -15- 19.03.07 60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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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무쌍(無雙) Phoenix Origin -13- 19.03.05 46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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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무쌍(無雙) Phoenix Origin -07- 19.02.27 26 1 12쪽
131 무쌍(無雙) Phoenix Origin -06- 19.02.26 32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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