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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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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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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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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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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61 활을 쏘는 기사 (1)

DUMMY

백작의 집무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라클랭 자작은 붕대로 팔을 고정한 상태라 불편한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백작의 앞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죽어서 더 알아낼 게 없었다?”

“죄송합니다. 워낙 저항이 거세 제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버서커의 비약까지 먹었다고 하던데?”


갈란디아 백작의 표정은 못마땅함이 가득하였다. 라클랭 자작은 백작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상황에 대해서 보고 하였다.


“일단 그쪽은 칼레 남작이 알아보고 있습니다.”


백작이 손가락으로 눈을 만지작거렸다.

아스빌 남작의 살인범은 죽었다. 그리고 죽은 범인은 발랑티안 자작의 살인과는 무관하였다.

범인이 더 있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로브리아 대로에서 기사단 부단장이 피살당했다. 기사 열 명을 대동한 부단장이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었다.

아무리 기습이라고 하나 기사단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였다.


“다른 범인들은?”

“현재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사단의 진술로 봐서는 발랑티안 자작의 살인범과 다른 인물인 걸로 보였다.


“제대로 아는 게 없군요.”


쿠르트에게 크게 다친 라클랭 자작을 질책할 생각은 없었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지금 갈란디아의 귀족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뜩이나 이번 포상에 말도 많은데 하필 죽은 이들이 모두 포상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라······.”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갈란디아 백작은 지금 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연속된 사건으로 로브리아의 민심도 좋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겠습니다.”

“그래 주길 바라네.”


갈란디아 백작의 시선이 바란에게로 향하였다. 바란을 바라보는 백작의 표정은 라클랭과 대화할 때와 사뭇 달랐다.


“이번에도 자네가 큰일을 해주었군.”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도 실력이야. 실력이 있으니 운도 자네에게 찾아온 거겠지.”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갈란디아 백작 입장에서는 바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다. 교황청의 포상 건으로 어색했지만, 이번 일도 그렇고 자신에게 있어서 지금 바란만큼 신뢰를 주는 이도 없었다.


“라클랭 자작을 도와 빠르게 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라클랭 자작과 바란은 백작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서 집무실을 나왔다. 백작성을 벗어나는 라클랭 자작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제길.”


성을 빠져나오자 라클랭 자작이 작게 욕을 내뱉었다.


“세 번째 살인은 또 무엇인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군.”


라클랭 자작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스빌 남작, 발랑티안 자작, 그리고 알드리 카모. 접점이 전혀 없는 세 사람이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아마 개인적인 원한 같이 작은 이유는 아니겠지요.”

“그렇긴 하겠지. 그런데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라클랭 자작의 목소리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그나마 쿠르트를 잡았으니 질책은 당하지 않았으나 따로 공을 평가하지 않았으니 칭찬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벌써 세 번째 살인이 발생했지만, 사건의 얼개는커녕 범인의 종적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까 백작 각하의 말씀대로 갈란디아를 흔들려는 이들의 소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각하가 잘 되니 배가 아픈 이가 있는 모양이지요.”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사람을 죽인다고? 내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드네.”

“원래 세력이 커지면 적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라클랭 자작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기사라는 존재들은 정치를 잘 모르니까. 바란도 솔직히 이해는 되지 않지만 얼마전 자르디와의 대화를 생각하면 갈란디아를 흔들기 위한 누군가의 음모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일단 내가 사람을 풀어서 조사하겠네. 자네는 어쩔 텐가?”

“저는 일단 검부터 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란이 눈짓으로 허리에 달린 검을 가리켰다. 쿠르트와의 싸움으로 갈란디아 백작에게 받은 검이 많이 상했다.

이미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한번 보수를 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쳐 이미 칼이 많이 상한 상태긴 했다.


“알아내는 게 있으면 연락하겠네.”

“알겠습니다.”


바란이 고개를 숙였다.

라클랭은 수하들을 이끌고 사라지자 바란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일행 쪽으로 향했다.


“분위기는 어때?”

“다들 몸 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포상에 대해서는 귀족들 사이에서 금기어나 마찬가지입니다.”


귀족들 동향에 대해 조사시킨 로빈이 조심스럽게 바란에게 말하였다.

이번에 피살을 당한 세 명은 대표적으로 포상건에 불만이 가장 많은 이들이었다. 그러기에 귀족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모두 용병이라도 고용해서 호위 병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귀족들은 지금 불안해 떨고 있었다.

세 명이 죽었다.

마지막에 죽은 이는 기사단 부단장이었고, 현장에 기사 열 명이 함께였다. 그런데 범인은 어렵지 않게 사람을 죽였다.

자신의 목숨을 그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귀족들은 지금 난리였다. 일부 귀족들은 아침에 바로 로브리아를 떠나 영지로 돌아간 이들도 많았다.


“민심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백성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페키르의 말에 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갈란디아의 혼란이 그 목적 중 하나임은 분명하였다.


“제라르와 에베르 사제는?”

“비약의 출처를 조사 중인 것 같습니다.”

“에베르 사제도?”

“버서커의 비약이라는 게 대륙에서 금지된 물건이다 보니 에베르 사제가 교황청에 보고하기 위해 별도로 알아보는 모양입니다.”


버서커의 비약.

정말로 무섭긴 하였다. 더블 체인 수준이었던 쿠르트의 무용이 약으로 그 격이 달라졌다.

자신도 만약 마지막 순간에 비약의 시간이 다하지 않았다면 쿠르트를 꺾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대장간은 알아봤어?”

“네. 아무 때나 오시면 바로 수리해준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 가시겠습니까?”

“오랜만에 밖에서 점심 먹고 가지.”

“알겠습니다.”


바란과 그 일행은 로브리아쪽으로 말을 몰았다.


* * *


로브리아 성 동문 외곽.

이곳은 전부터 대장간과 같이 물건을 만드는 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골목 입구에는 바란도 잘 아는 마조네 의상실이 자리하고 있었고 대장간은 제일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란의 등장에 대장간의 주인이 직접 마중 나왔다.

우락부락한 외모의 주인장은 대장간 특유의 쇳내와 잘 어울렸다. 후끈한 열기만큼이나 주인장의 목소리는 남자다웠다.


“대장간 주인 말론이라고 합니다. 갈란디아 영웅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야 고맙지.”

“검을 주시겠습니까?”


바란이 허리에 검을 풀어 말론에게 넘겨주었다. 공손히 두 손으로 검을 받은 말론이 조심스럽게 검을 뽑았다.


“으음. 많이 상했군요?”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말론이 인상을 찌푸렸다.

일 년 전쯤이었나?

갈란디아 백작에게 팔았던 검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서 만든 역작이라고 생각했던 검이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는지 검이 많이 닳아 있었다.


“고생을 많이 했지. 솔직히 아직 검이 부러지거나 깨지지 않은 게 신기하지.”

“저의 역작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검보다 뛰어난 검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그런 거 같아. 드워프 검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봤던 검 중에는 이 검이 최고였지.”

“감사합니다.”


바란의 칭찬에 말론의 표정이 밝아졌다.

장인에게 검에 대한 칭찬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바란이 드워프의 검과 비교까지 하면서 좋다고 하니 말론에게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영웅과 함께였으니 이놈도 좋아할 겁니다.”

“고칠 수 있겠어?”

“당연합니다. 한 이틀이면 충분할 겁니다.”


바란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품에서 1 골든짜리 동전을 꺼내 말론에게 건넸다.


“수리비로 부족한가?”

“그냥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한데.”

“장인에게 있어서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먹고 살라고 이 일을 했지만, 이 검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바란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땅을 지켜준 영웅이신데 저도 이게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 이 돈만 받아.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


바란이 반강제적으로 말론에게 금화를 억지로 주었다. 바란도 이게 마음이 편하였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아니야. 나도 이게 편해.”


말론이 머쓱한 표정으로 금화를 챙겼다.


“다른 검도 좀 둘러보고 싶은데 혹시 어디로 가면 되지?”

“저쪽으로 가시면 저희 대장간에서 나온 검이 있습니다.”


말론이 공손한 자세로 바란을 대장간 한쪽으로 안내하였다. 허름한 대장간과 다르게 깔끔한 내부 공간에는 수많은 검과 방패를 포함한 많은 것들이 진행되어 있었다.


“우와.”


공간으로 들어가자 로빈의 눈이 반짝반짝하게 빛이 났다.


“구경하시고 마음에 드시는 물건이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바란의 눈도 이미 반짝반짝하게 빛이 났다.

말론은 황홀해하는 두 기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서 조용히 사라졌다.

바란과 로빈은 아무 말 없이 구경하기 바빴다.

마음에 드는 검을 들어도 보고, 갑옷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하였다. 두 사람은 눈을 빛내며 아주 오랫동안이나 가게 안의 물건을 다 둘러보았다.


“마음에 드는 거 있어?”

“다 좋아요.”


로빈의 대답에 바란이 피식 웃었다.


“이거 어때?”


바란이 검 한 자루를 로빈에게 건네주었다.

평범한 롱소드였다.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검에는 가끔은 화려한 문양이 들어가 있기도 하였다.

장인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었고, 화려한 문양은 사람의 눈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그러나 바란이 건네준 롱소드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롱소드였다.


“여기서 본 검 중에 제일 좋아 보여.”


기사들은 검을 쥐어보면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대장간에 일하는 이들처럼 날카로운 감까지는 아니지만 검을 쓰는 이로써 좋은 검과 나쁜 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었다.

여기서 저 평범한 롱소드가 바란이 본 검 중에는 제일 괜찮은 검이었다.


“비싸겠죠?”

“그야 모르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기사가 검에 미친 이들이라고 하지만 로빈이 아직 기사 서임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돈 생각하지 말고 사고 싶으면 사. 내가 하나 사줄게.”

“정말요?”

“응. 기사 된 선물로 하나 사줄게. 솔직히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미안하긴 한데 다음에 더 좋은 걸로······.”

“아니요!”


로빈이 다급하게 외쳤다.

더 좋은 것도 좋지만 지금 로빈은 바란이 골라준 롱소드를 가지고 싶었다.


“이걸로 할게요.”


로빈의 모습에 바란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다음에 기회 되면 또 사줄게.”

“정말요?”

“그럼. 이제는 작고 소중한 주급을 받던 영지 관리인이 아니라고.”


바란의 말에 로빈도 미소를 지었다.

지금 로빈이 받는 주급이 불과 얼마전에 바란이 받던 주급과 비슷하였다.

바란의 수입은 엄청났다.

이미 네스에 가서 평생 놀아도 될 정도로 돈도 많이 모아두었다.


“남작님.”


두 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페키르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무슨 일이야?”


요즘 하도 일이 많이 생겨서 다급한 페키르의 모습만으로도 심장이 철렁한 느낌이었다.


“이거.”


페키르의 손에는 화살이 하나 들려있었다.

일반적인 화살과 다르게 화살이 컸다. 성인 남자 팔뚝만한 큰 크기에 화살이었다.

바로 발랑티안 자작의 가슴을 꿰뚫었던 화살과 같은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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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060 사건 (5) +3 23.06.28 2,432 50 12쪽
60 059 사건 (4) +4 23.06.27 2,403 45 12쪽
59 058 사건 (3) +1 23.06.26 2,415 45 13쪽
58 057 사건 (2) +1 23.06.25 2,519 48 12쪽
57 056 사건 (1) 23.06.24 2,674 50 13쪽
56 055 내부의 적 (5) +3 23.06.23 2,675 52 12쪽
55 054 내부의 적 (4) +2 23.06.22 2,618 50 13쪽
54 053 내부의 적 (3) +2 23.06.21 2,702 46 12쪽
53 052 내부의 적 (2) +1 23.06.20 2,755 48 12쪽
52 051 내부의 적 (1) +3 23.06.19 2,874 50 13쪽
51 050 무패의 기사 (5) +3 23.06.18 2,886 62 12쪽
50 049 무패의 기사 (4) +1 23.06.18 2,741 58 12쪽
49 048 무패의 기사 (3) +1 23.06.17 2,794 50 12쪽
48 047 무패의 기사 (2) +2 23.06.16 2,834 50 12쪽
47 046 무패의 기사(1) +1 23.06.15 3,045 54 12쪽
46 045 진격 (5) +1 23.06.14 2,922 51 12쪽
45 044 진격 (4) +1 23.06.13 2,874 53 12쪽
44 043 진격 (3) +1 23.06.12 2,984 55 12쪽
43 042 진격 (2) +2 23.06.11 3,221 54 12쪽
42 041 진격 (1) +4 23.06.11 3,251 64 12쪽
41 040 데스나이트 (3) +1 23.06.10 3,287 63 12쪽
40 039 데스나이트 (2) +1 23.06.09 3,170 63 12쪽
39 038 데스나이트 (1) +1 23.06.08 3,199 65 13쪽
38 037 죽음의 땅 (4) +1 23.06.07 3,259 58 13쪽
37 036 죽음의 땅 (3) +8 23.06.06 3,411 60 13쪽
36 035 죽음의 땅 (2) 23.06.05 3,436 67 13쪽
35 034 죽음의 땅 (1) +1 23.06.04 3,589 69 12쪽
34 033 북쪽으로 (3) +2 23.06.04 3,721 82 13쪽
33 032 북쪽으로 (2) +6 23.06.03 3,726 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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