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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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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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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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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954

작성
23.06.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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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41 진격 (1)

DUMMY

갈란디아 군단은 겐크에 머물며 재정비 후 브란델로 진격하기로 하였다. 그 덕에 바란은 짧게나마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압!”


로빈이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주 익숙한 왕국검술을 펼치고 있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지 로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좀 더 빠르고 힘있게!”


바란의 지적에 로빈이 입술을 깨물며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찌르고, 베고, 막고.

바란만큼은 아니지만 로빈의 검에도 제법 날카로운 기세가 실렸다.


“왕국검술을 단순히 기본 검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전장에서는 그 어떤 검술보다 실용적인 검술이야.”

“알고 있습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힘을 담아야 해.”


전장에서 최고의 검술은 최소한의 힘으로 적을 살상할 수 있는 검술이다. 그런 면에서 왕국검술은 아주 잘 만들어진 검술이었다.

찌르기와 베기 그리고 막기로 구성된 검술은 단순하면서도 극한의 효율을 자랑하였다.

바란도 처음 검을 잡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왕국검술을 여러 가지로 잘 이용하고 있었다.


“바쁘시군요.”


로빈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바란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토벨이 웃으며 바란에게 다가왔다.


“돌아오셨군요.”


스토벨은 갈란디아 군단에 편성할 군사들을 모병하러 벨루아 서부로 떠났다.


“병사들은 잘 데려왔습니까?”

“다행히 보병대 하나 정도는 편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 정말 다행이군요.”


언데드와의 전투에서 병력 손실이 많았던 갈란디아 군단이었다. 언데드를 물리치고 난 뒤에 겐크를 떠났던 이들이 돌아오고 있었지만, 군단을 제대로 편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냥 머릿수 채우기지요.”


스토벨이 어색하게 웃었다.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자신이 모집해온 병사가 얼마나 활약할지는 몰랐다. 몬스터를 보고서 도망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세라핀 경이 열심히 군요.”


스토벨의 시선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로빈에게 향하였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수련하고 있는 로빈을 스토벨이 기특함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재능이 있군요.”


재능?

기사가 검술로만 평가받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사의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검술이었다.

로빈은 검술에 재능이 있지 않았다.

검술에 대한 로빈의 재능은 평균 이하였다.

의아한 바란의 표정을 읽은 스토벨이 말을 덧붙였다.


“성실함. 노력. 이런 것도 재능이지요.”


스토벨의 답변에도 바란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기사라면 검술 수련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성실함이 재능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요즘에는 검술이나 신체 단련보다 마나에 너무 집중하지요.”

“아무래도 마나라는 존재가 기사에게는 중요하니까.”

“그래도 기사의 본질은 강인한 육체와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아니겠습니까?”


예전에는 기사라면 강인한 육체를 기본으로 생각했고 뛰어난 검술은 자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지만 요즘에는 마나 수련에 더 집중하는 것이 대세였다.


“전쟁이라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세라핀 경은 수련을 게을리하지는 않는군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 가는 빛을 볼 겁니다.”


스토벨의 호의 가득한 말에 바란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평가에 부응하듯 로빈은 여전히 연무장에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혹시 세라핀 경을 교황청에 보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갑작스러운 제안에 바란이 당황하였다.


“세라핀 경 정도에 제 추천이라면 성기사의 길을 걷는데 어렵지 않을 겁니다.”


바란의 시선이 로빈에게로 향했다.

로빈에게 그 정도의 재능이 있는지 바란은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았다.

스토벨 정도면 훌륭한 성기사였다. 성기사로 구성된 기사단을 이끄는 이였다. 그런 이의 추천이라면 로빈이 교황청에서 서임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죄송하지만, 로빈은 저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라서요.”

“그러시군요.”


스토벨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지나갔다. 로빈은 바란의 수습 기사였다. 더 이야기는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기에 스토벨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자작님 안녕하십니까?”


목표한 수련을 마무리한 로빈이 바란의 옆에 있는 스토벨을 발견하고서 인사를 건넸다.


“늘 열심히 군요. 세라핀 경.”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왕국검술도 못해서 매일 혼나고 있습니다.”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땀의 가치는 작지 않지요.”


스토벨의 좋은 말에 로빈이 방긋 웃었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바란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연무장 열 바퀴 뛰어.”

“네?”

“강한 육체에 강한 정신이 깃든다.”


바란의 말에 로빈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검을 내려놓고 연무장을 뛰기 시작하였다.

정말 스토벨의 말대로 로빈은 소처럼 성실하긴 하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성실하고 착한 수습 기사도 없긴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토벨의 제안이 불안하기는 하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까지 예의 없는 사람 아닙니다.”


바란의 마음을 읽었는지 스토벨이 웃으며 말을 하였다.


“그런 거 아닙니다.”


바란이 딱딱하게 말을 하고서 연무장을 달리고 있는 로빈에게 시선을 주었다.


* * *


스토벨이 다녀간 이후 바란은 아침에 로빈의 수련을 봐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바란의 관심에 로빈의 아침은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바란이 훈련을 봐주자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팔꿈치! 검에 힘을 실어야 하는데 자세가 안 잡히니 힘이 실릴 턱이 있겠어!”


물론 관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잔소리도 관심과 함께였다.


“시선은 목표에 고정!”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바란의 지적이 이어졌다. 요즘은 자신이 검에 재능이 아예 없는 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하체에 힘을 실어야지!”


바란의 잔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다 못해 토할 지경이었지만, 로빈은 바란의 말을 놓치지 않고 따랐다.

로빈의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 빠르게 왕국검술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바란이 전에도 좀 봐줄 걸 이라는 후회가 들 정도로 로빈의 성장은 매우 빨랐다.


“후우.”


긴 숨을 내쉬며 로빈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의 검에는 흐릿하지만 푸른 기운이 맺혔다가 사라졌다.


“오호?”


분명 마나의 기운이었다.

로빈도 자신에게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는지 다시 검에 집중하였다.

이번에도 역시 검 끝에 푸른 기운이 살짝 맺혔다가 사라졌다.


“오 드디어 마나 체인을 엮은 건가?”


바란이 활짝 웃었다.

마나 유저가 된 지 2년 만에 체인을 엮었다. 정말 스토벨의 말처럼 재능이 엄청나게 뛰어날 수도 있었다.


“잘했네.”


바란의 칭찬에 로빈이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군단장님 덕택입니다.”

“덕택은. 이렇게 뛰어날 줄 알았으면 신경 좀 쓸 걸 그랬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에스딘에서 시간이 많을 때 로빈에게 관심을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부족하지만 지금이라도 로빈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 대련 한 번 해볼까?”

“네? 지금이요?”

“싱글 체인의 힘을 한 번 확인해봐야지.”


바란이 웃으며 대련용 목검을 로빈에게 건네주었다.

바란이 검을 들고서 조용히 로빈을 응시하였다. 기세는 고요했고, 호흡은 여유롭다.

그 모습에 로빈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바란에게 겨누었다.


“후우.”


로빈이 호흡하고서 마나에 집중하였다.

신중하게 움직이며 바란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바란이 피식 웃었다.


“언제까지 째려만 볼 거지? 눈에서 마나라도 나가나?”


하품이라도 할 것 같은 바란의 표정에 로빈이 바로 움직였다.


탁탁-.


로빈이 바닥을 박차고 바란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그대로 찔러넣었다.


쐐에엑-.


마나가 실린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바란이 상체를 비틀었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로빈의 검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오호.”


날카로운 검술이었다.

로빈은 바로 두 번째 공격을 날렸다.


“하압!”


기합과 함께 검이 휘어지면서 허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물론 로빈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딱-. 딱-. 따다닥-.


찌르고, 베고, 긋고.

로빈은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바란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검을 움직였다.

로빈의 부지런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절반은 빗나갔고 나머지는 바란의 검에 막혔다.


“훌륭하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왕국검술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나도 한 수 보여주어야지.”


바란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몸짓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러나 바란의 뿜어내는 기세는 로빈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압!”


바란의 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터졌다.

날아오는 검을 떨쳐내며 로빈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심장 주변을 배회하는 이질적인 기운을 끌어올렸다.


딱-. 따다다닥-.


바란이 로빈의 수준에 맞추어 힘을 조절하였다. 힘을 조절했지만 바란의 손에 펼쳐지는 검술은 매서웠다.

몇 번의 충돌에 로빈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이거밖에 안 돼? 아침에 연무장 열 바퀴는 더 돌아야겠는데?”


바란이 얄밉게 입을 놀렸다.


“아닙니다!”


지금도 연무장을 도는 횟수는 한계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고작 열 바퀴이지만, 로빈은 더 돌고 싶지 않았다.


탁-. 타타타탁-.


바란의 검술은 왕국검술이 아니었다.

속도는 섬뜩할 만큼 빨랐지만 바란의 움직임은 여유로웠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이 함께였다.


쾅-.


목검이었지만 허공에 검이 충돌하자 엄청난 충격이 로빈에게 전해졌다.

바란은 강했다.

로빈의 기준에서는 한계를 넘어서도 이길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똑바로 봐라!”


바란이 움직였다.

뿜어내는 폭발적인 기운과 다르게 몸놀림은 가벼웠다.

로빈은 바란의 움직임을 보고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지금 바란은 대련을 통해 로빈의 실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기사님의 검술.’


바란이 펼치는 검술은 아버지에게 어릴 적부터 왕국검술과 함께 배운 검술.

로빈은 바란의 작은 움직임마저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마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바란의 펼치는 검술은 바람과 같았다. 유유히 흘러가는 바람.


쾅-.


그러나 검에 실린 힘은 폭풍과 같았다.

로빈의 수준에 맞췄다고 하지만 바란은 로빈과 격이 다른 수준이었다.


쾅-.


다시 한번 손목을 타고 전해지는 고통에 로빈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바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로빈은 집중하였다.


“막기만 할 거야?”


로빈이 정신을 집중하였다.

마나를 끌어올렸다.


“자신의 검을 펼치지 못한다면 검술을 배우는 의미가 없다.”


로빈의 손에서 왕국검술이 펼쳐졌다.

날아오는 바람을 뚫고 바란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탁-.


바란이 검을 세우고 로빈의 검을 막았다.


씨익-.


로빈의 검에 바란이 웃어 보였다.


탁-! 쾅-. 타닥!


순식간에 십여 차례의 검격이 펼쳐졌다.

날아오는 검에 바란도 작정했는지 피하지 않고 검을 내질렀다.

바란의 표정은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쾅-.


바람은 태풍이 되어 로빈을 덮쳐왔다.


쾅-.


바란의 검에는 정이 없었다. 마치 실전처럼 그의 검은 매서웠다.

로빈은 검을 막아내기 힘겨워 보였다.


“으아아악!”


비명에 가까운 포효가 로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콰직-.


검과 검이 맞부딪혔다.

힘을 이기지 못하고 로빈의 검이 그대로 부러졌다.

로빈은 놀란 표정으로 부러진 자신의 목검을 바라보았다.


“훌륭하네.”


바란의 입에서 흘러나온 칭찬에 로빈의 놀란 시선이 바란에게로 향하였다.


“잘했다고. 내가 펼친 검술 잘 봤지?”

“네.”

“그래. 잘 연습해. 내일부터 그 검술 배울 거니까.”


바란이 자신의 목검을 제자리에 두고서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기지개 켜며 멀어지는 바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던 로빈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였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아재무적입니다.


이번주 일요일도 22시 15분에 한 번 더 찾아 뵙겠습니다.


공모전의 끝이 거의 다 왔습니다. 끝까지 파이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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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1 활을 쏘는 기사 (1) +2 23.06.29 2,401 50 12쪽
61 060 사건 (5) +3 23.06.28 2,431 50 12쪽
60 059 사건 (4) +4 23.06.27 2,403 45 12쪽
59 058 사건 (3) +1 23.06.26 2,414 45 13쪽
58 057 사건 (2) +1 23.06.25 2,519 48 12쪽
57 056 사건 (1) 23.06.24 2,674 50 13쪽
56 055 내부의 적 (5) +3 23.06.23 2,675 52 12쪽
55 054 내부의 적 (4) +2 23.06.22 2,618 50 13쪽
54 053 내부의 적 (3) +2 23.06.21 2,702 46 12쪽
53 052 내부의 적 (2) +1 23.06.20 2,755 48 12쪽
52 051 내부의 적 (1) +3 23.06.19 2,874 50 13쪽
51 050 무패의 기사 (5) +3 23.06.18 2,886 62 12쪽
50 049 무패의 기사 (4) +1 23.06.18 2,741 58 12쪽
49 048 무패의 기사 (3) +1 23.06.17 2,794 50 12쪽
48 047 무패의 기사 (2) +2 23.06.16 2,834 50 12쪽
47 046 무패의 기사(1) +1 23.06.15 3,045 54 12쪽
46 045 진격 (5) +1 23.06.14 2,922 51 12쪽
45 044 진격 (4) +1 23.06.13 2,874 53 12쪽
44 043 진격 (3) +1 23.06.12 2,984 55 12쪽
43 042 진격 (2) +2 23.06.11 3,221 54 12쪽
» 041 진격 (1) +4 23.06.11 3,251 64 12쪽
41 040 데스나이트 (3) +1 23.06.10 3,287 63 12쪽
40 039 데스나이트 (2) +1 23.06.09 3,170 63 12쪽
39 038 데스나이트 (1) +1 23.06.08 3,199 65 13쪽
38 037 죽음의 땅 (4) +1 23.06.07 3,259 58 13쪽
37 036 죽음의 땅 (3) +8 23.06.06 3,410 60 13쪽
36 035 죽음의 땅 (2) 23.06.05 3,436 67 13쪽
35 034 죽음의 땅 (1) +1 23.06.04 3,588 69 12쪽
34 033 북쪽으로 (3) +2 23.06.04 3,721 82 13쪽
33 032 북쪽으로 (2) +6 23.06.03 3,726 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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