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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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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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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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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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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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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5 내부의 적 (5)

DUMMY

“바란 케라크를 백작으로 임명하며 현 영지인 케라크를 비롯하여 몽텐, 베가르드, 겐크의 영지를 하사한다.”


잠시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웅성웅성-.


이내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갈란디아 백작도 이번에는 인상을 찌푸리며 브루덴 대사제를 바라보았다.


‘이런.’


주변을 살펴본 바란이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백작의 가신들은 교황의 대리자가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칼을 뽑아 들고 단상으로 올라갈 기세였다.

브루덴 대사제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구원의 눈길을 여기저기로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로브리아.

참석한 귀족의 절반이 갈란디아 백작의 가신이며, 다른 지역의 귀족 역시 자신의 주군을 대신하여 참석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를 구해줄 사람은 없어 보였다.


“뭐 하는 건가?”


팔라아 공작의 목소리가 연회장에 조용히 울렸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였다.


“존엄하신 교황 성하의 포상이네. 안 올라가고 뭐 하고 있는 건가?”


바란은 공작을 말을 거역할 배짱은 없었다. 그렇다고 인상을 찌푸린 채 공작을 노려보고 있는 자신의 주군인 갈란디아 백작을 배신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공작의 도움으로 여유를 찾은 브루덴이 차분하게 목소리를 고르고 말을 이었다.


“바란 케라크 남작은 단상으로 올라와 교황 성하의······.”


브루덴 대사제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였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아스빌 남작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남작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팔라아 공작을 노려보며 마저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하였다.


“아무리 교황 성하라고 하더라도 백작을 이리 함부로 대할 수는 없네!”


그걸 시작으로 갈란디아 백작의 가신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무리 케라크 남작이 큰 공을 세웠다지만 백작의 영지를 교황청 마음대로 떼어준다니!”

“목숨을 걸고 싸운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인가?!”

“영웅의 명예를 더럽힐 생각인 건가?!”


연회장의 귀족들이 불같이 화를 내며 성토하였다.

자신에게 날아온 날카로운 항의에 브루덴 대사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되었지만, 일개 대사제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쿵-.


팔라아 공작이 발을 굴렀다.

일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교황청에 반기라도 든다는 말인가?”


대륙에서 교황청은 절대적인 존재. 그리고 교황은 그 교황청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 광신도들은 교황을 신의 대행자라고 믿고 있었다.

대륙에서 교황청의 존재는 신과 같았다.


“아무리 교황 성하라고 하더라도 어찌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겁니까? 최소한 갈란디아 백작에게 언질을 주었어야지요!”


아스빌 남작 역시 지지 않고 큰 목소리로 브루덴과 팔라아 공작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반감이 묻어났다.


“절차라는 게 있는 겁니다. 절차.”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의 작위는 교황의 인정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교황이 함부로 귀족을 흔들 수는 없었다.

지금 교황청의 처사는 백작이라는 고위 귀족을 무시하는 처사나 마찬가지였다. 자부심이 대단한 귀족에게는 치욕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고 교황청의 행위는 선을 넘는 월권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상을 받게. 항의는 그다음이야. 지금까지 교황 성하의 축복을 거절한 사람은 역사상 단 한명도 없었네.”

“지금 여기서 일단 보류하시죠.”

“보류?”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교황청에서 정확하게 해명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이 축복을 축하하지 않을 겁니다.”


팔라아 공작과 아스빌 남작이 팽팽하게 맞섰다.

바란은 머리가 아팠다.

갈란디아의 영웅이 아니라 교황의 축복을 무시한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될 판이었다.


“감히 나에게 맞서겠다는 것인가?”


팔라아 공작의 몸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아무리 공작 각하라고 하더라도 다른 귀족의 가신을 함부로 하실 순 없지요.”


아르투아에서도 백작의 공격 명령에 수성을 부르짖더니 여기서도 팔라아 공작에 물러서지 않고 맞서고 있었다.

태생이 반골이 사내였다.


“백작 각하 어쩌시겠습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갈란디아 백작에게 모였다.

난처한 상황에 갈란디아 백작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인정하자니 자존심 문제고, 반발하자니 명예의 문제였다. 그러나 백작은 결국 결정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


“브루덴 대사제.”


결정했는지 갈란디아 백작이 브루덴 대사제를 바라보았다.


“이 일은 내가 별로도 교황청과 이야기한 후에 다시 진행하겠네.”

“아.”


브루덴의 입장에서는 최악이었다.

교황의 대리인으로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갈란디아 백작의 선언에 연회장의 분위기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팔라아 공작은 의외라는 듯 갈란디아 백작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고 아스빌 남작은 주군의 선택이 만족스러운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중간에서 힘들겠군.”


칼레 남작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바란의 어깨를 조용히 두드려주었다.


* * *


연회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일찍 마무리되었다.

아스빌 남작은 함께 연회에 참석한 큰아들과 함께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로브리아에 작은 저택이라도 하나 마련해야겠군.”


아스빌 남작이 투덜거렸다.

올 때마다 숙소를 구하는 게 참으로 귀찮은 일이었다. 피곤한데 숙소와의 거리가 멀어 이 기회에 로브리아에 저택을 하나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니 골목길로 해서 빨리 복귀 하자구나.”


아스빌 남작의 말에 선두에 선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골목길로 방향을 잡았다.


“오늘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세요?”


아스빌 남작의 장자인 노체 아스빌.

갈색 머리를 휘날리는 훈남의 사내 노체가 자신의 아버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걱정되느냐?”


아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아스빌 남작이 장난스럽게 질문하였다.


“당연하지요. 프란시아에서 팔라아 공작만큼 강한 이는 없습니다.”

“그렇지. 그만한 권력을 가진 이가 프란시아에는 없지.”

“이번 전쟁에서도 단숨에 프란시아를 하나로 결속시킨 사람입니다. 아까는 솔직히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노체의 말에 아스빌 남작이 빙그레 웃었다.


“백작 각하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을 뿐이다.”

“어찌 그리 위험한 행동을 하신 겁니까?”


노체는 이해할 수 없었다.

팔라아 공작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교황청에도 미운털이 박힐 수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 가문이 한 일이 무엇이지?”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르투아 전투 이후에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지. 그전까지 갈란디아는 패전의 연속이었지.”

“첫 전투에서 데리고 온 병력의 대부분을 잃어서 어쩔 수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겠느냐? 스스로 주군에게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귀족 사회다.”


아버지의 대답에 노체는 입술을 깨물었다.

주군에 대한 충성.

다르게 말하면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는 귀족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아스빌 남작은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서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케라크 남작의 전공은 훌륭하지. 그런데 예상외로 너무 커버렸다. 백작 각하의 봉신 가문만 열세 곳이다. 아스빌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전쟁 후 공적에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하려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아스빌 남작은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고 팔라아 공작과 맞섰다. 아들의 걱정처럼 단순한 충성심만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


“귀족으로서 명예와 긍지는 중요하지. 하지만 가끔은 영지를 위해서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아스빌 남작의 말에 노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 말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번 논공에서 우리 아스빌의 몫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작겠지.”


아스빌 남작의 공적은 작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았다. 영지도 후방에 있어 보여지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정치라는 것은 이런거다. 이득을 위해서는 목숨도 자존심도 내놓을 수 있는 거지.”

“알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위험한 행동이었다.

지금까지 아버지인 아스빌 남작은 노체의 눈에는 현명한 군주로 보였기에 마지못해 대답은 하였다.


“어서 가서 쉬고 싶구나. 오늘 하루는 정말 피곤한 하루였구나.”


아스빌 남작이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하더라도 교황청과 팔라아 공작이라는 두 거물을 상대하느라 힘들었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쓰러져 자고 싶을 만큼 지쳐있었다.

아스빌 남작의 일행은 빠르게 골목길을 지나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누구냐? 누구의 행차인 줄 알고 길을 막은 것이냐?”


선두에 선 병사가 위협적으로 외쳤다.

어두운 골목길 끝에는 한 인형이 서 있었다. 길이 어두워 정확하게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서 있는 모양새가 상대가 귀족임을 알고도 길을 막은 것 같았다.


“감히 귀족의 길을 막다니! 네놈이 미쳤구나!”


어떤 놈인지 몰라도 단단히 미친놈이었다.

귀족의 행차를 막는 것은 당장에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엄청난 행동이었다.

그러나 길을 막아선 인형은 병사의 위협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놈이 혼나봐야 정신을······.”


병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움직였다. 빠르게 앞으로 달려오는 사내의 움직임에 병사들이 다급하게 자신들의 병장기를 꺼냈다.


“크학!”

“으악!”


달빛에 무언가가 번쩍였다.

이내 선두에 선 병사들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길을 막고 있는 이의 손에 들린 검에는 붉은 피가 흘렀다.


“적습이다!”


뒤에 선 기사의 외침에 병사들이 앞으로 우르르 달려 나왔다.


타타탁-.


사내가 바닥을 박차며 아스빌 남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노체도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노체는 침착하게 아스빌 남작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버님.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잊었느냐? 이 아비가 그래도 더블 체인의 기사인데 어딜 가겠느냐?”


아스빌 남작이 호기롭게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드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서걱-.

퍼퍼퍽-.


달려드는 병사와 기사를 피한 사내가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아스빌 남작은 검에 마나를 주입하였다.


우웅-.


검이 마나에 반응하며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상대의 목적은 아스빌 남작이 아니었다.


서걱-.


검이 번쩍하였다.

더블 체인의 기사인 아스빌 남작의 눈으로도 쫓길 어려울 만큼 빠른 검술이었다.


“커헉!”


노체가 피를 뿌리며 말에서 떨어졌다.


“노체!”


아스빌 남작이 빠르게 말에서 내려 쓰러진 노체를 받쳤다.


“뭐 하는 거야?! 당장 막아라!”


아들을 받아든 아스빌 남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노체를 단숨에 벤 의문의 인형이 이번에는 아스빌 남작에게 달려들었다.


퍽-.


“으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앞을 가로막은 기사가 단숨에 쓰러졌다.

의문의 사내의 시선이 아스빌 남작에게 꽂혔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무리 싱글 체인이라고 하더라도 기사는 기사. 일반 병사를 상회는 전투력을 가진 이를 단숨히 베어버렸다.


번쩍-.


아스빌 남작이 허겁지겁 한 손으로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사내의 신형이 빠르게 아스빌 남작을 스쳐 지나갔다.


“으윽.”


딸그랑-.


아스빌 남작의 손에 들려있던 검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작님!”


주변 병사들이 사내와 아스빌 남작 사이로 파고들었다.

무언가 말하려는 아스빌 남작이 입을 벌렸지만,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니라 붉은 선혈이었다.


쿵-.


아스빌 남작은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쓰러졌다. 남작이 받치고 있던 노체도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암살이다! 잡아라!”

“당장 남작님을 모셔라! 위급하다!”

“의원을 불러라!”


아스빌 남작을 확인한 사내가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쫓아라! 멀리 가지 못했다!”


사방에서 횃불이 아스빌 남작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두운 하늘 아래 횃불이 정신없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아재무적입니다.


이번주에는 폭풍 열혈 연재가 쉽지 않네요.

본업이 있다보니 회사일이 바빠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요.

7일 연재나 수 백화 연재하시는 작가님들을 리스펙 하게 되네요.

공모전에서 완주한 것처럼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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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060 사건 (5) +3 23.06.28 2,428 50 12쪽
60 059 사건 (4) +4 23.06.27 2,399 45 12쪽
59 058 사건 (3) +1 23.06.26 2,410 45 13쪽
58 057 사건 (2) +1 23.06.25 2,516 48 12쪽
57 056 사건 (1) 23.06.24 2,670 50 13쪽
» 055 내부의 적 (5) +3 23.06.23 2,670 52 12쪽
55 054 내부의 적 (4) +2 23.06.22 2,615 50 13쪽
54 053 내부의 적 (3) +2 23.06.21 2,699 46 12쪽
53 052 내부의 적 (2) +1 23.06.20 2,751 48 12쪽
52 051 내부의 적 (1) +3 23.06.19 2,871 50 13쪽
51 050 무패의 기사 (5) +3 23.06.18 2,881 62 12쪽
50 049 무패의 기사 (4) +1 23.06.18 2,738 58 12쪽
49 048 무패의 기사 (3) +1 23.06.17 2,791 50 12쪽
48 047 무패의 기사 (2) +2 23.06.16 2,831 50 12쪽
47 046 무패의 기사(1) +1 23.06.15 3,041 54 12쪽
46 045 진격 (5) +1 23.06.14 2,918 51 12쪽
45 044 진격 (4) +1 23.06.13 2,870 53 12쪽
44 043 진격 (3) +1 23.06.12 2,979 55 12쪽
43 042 진격 (2) +2 23.06.11 3,216 54 12쪽
42 041 진격 (1) +4 23.06.11 3,247 64 12쪽
41 040 데스나이트 (3) +1 23.06.10 3,284 63 12쪽
40 039 데스나이트 (2) +1 23.06.09 3,167 63 12쪽
39 038 데스나이트 (1) +1 23.06.08 3,196 65 13쪽
38 037 죽음의 땅 (4) +1 23.06.07 3,255 58 13쪽
37 036 죽음의 땅 (3) +8 23.06.06 3,407 60 13쪽
36 035 죽음의 땅 (2) 23.06.05 3,433 67 13쪽
35 034 죽음의 땅 (1) +1 23.06.04 3,585 69 12쪽
34 033 북쪽으로 (3) +2 23.06.04 3,718 82 13쪽
33 032 북쪽으로 (2) +6 23.06.03 3,722 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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