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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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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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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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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9,954

작성
23.06.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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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45 진격 (5)

DUMMY

정리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야영지에 대기하던 종군 상인은 오크에게서 나오는 각종 부산물을 챙겼다. 병사들도 오크들이 사용하는 무구 중에 쓸만한 것들을 거두어서 상인에게 넘겼다.


“헨리라는 저 상인 왜 군단장님께서 총애하는지 알겠군요.”


예상보다 후하게 값을 쳐준 덕에 병사들 사이에서 헨리의 평은 좋았다.

종군 상인이라 함은 나쁘게 말하면 병사들의 피를 먹고 사는 이들이었다.


“제값 받으셨으면 다행이네.”


시체는 모두 모아 태웠다.

그렇게 모든 정리를 마친 병사들과 상인들은 야영지로 돌아왔다.


“많이 죽었군.”


전투에 나간 보병대는 상대를 가릴 것 없이 피해가 컸다.

몬스터의 강력한 저항에 지휘관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어쩔 수 없지요.”


보안이 냉담하게 말을 하였다.

힘들게 3개 보병대를 편성한 것이 무색하게 다시 2개 보병대로 재편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병사 규모가 줄어들었다.

스토벨이 걱정스럽게 재편 여부를 바란에게 물었다.


“아니야. 일단은 기존 편성으로 움직이지.”


재편성에 신중하였다.

병사들 간의 실력 차이가 있었다. 1 보병대의 베테랑 병사와 3 보병대의 신입 병사가 함께 싸우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되었다.

회의는 짧게 끝났고, 바란의 숙소 막사에는 에베르만 남아있었다.


“자 아픈 부위를 보여주십쇼.”


에베르가 피곤한 표정으로 바란에게 다가왔다.

전과 다르게 에베르는 아무런 말없이 바란의 부상 부위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뭐라고 안 하네?”

“기절하지 않고 오셨으니까요.”


에베르의 궁색한 변명에 바란이 피식 웃었다.


“오크 워리어를 둘이나 상대하셨다고요?”

“응. 하나인 줄 알았다고 덤볐다가 큰일 날 뻔했네.”


오크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전사였다. 그중에서도 선택받은 존재가 오크 워리어다.

싱글 체인 기사와 맞붙어도 상대를 압도할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바란이 더블 체인의 기사라고 하지만 오크 워리어 둘을 동시에 상대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생각보다 상태는 괜찮군요. 내상도 없고. 브란델로 가시는 길에 특별히 무리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친절한데?”

“사제는 늘 친절하지요.”


에베르가 웃어 보였다.

평온한 표정으로 저렇게 미소를 보이니 에베르가 사제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베르도 바란의 표정을 읽었는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 불경한 표정은 뭡니까?”

“진작 이렇게 친절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좀 했어.”

“몸을 막 굴리지만 않으면 친절합니다. 매번 정신을 잃고 세라핀 경에게 업혀서 오시니 친절할 일이 있겠습니까?”

“하.하.하.”


바란이 어색하게 웃었다.


“힘들지?”

“뭐.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요.”


에베르는 군단 내에서 단순히 사제가 아니었다.

전투 전에는 병사들에게 기도를 해주었고 전투가 끝나면 죽은 이에게 기도를 하였고, 다친 이를 돌보았다.

많은 병사들이 에베르에게 의지하였다.

병영 내에 사제가 혼자이다 보니 일천이 넘는 병사들을 혼자 돌보고 있었지만 에베르는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보인 적이 없었다.


“매번 고마워.”

“소름 돋는군요.”

“사제가 참 야박하네.”

“저 정도면 완전히 관대한 사제지요.”


바란이 웃었다.


“어서 가서 쉬어. 힘들겠네.”

“그럼 물러나 보겠습니다.”


에베르가 막사 밖으로 나갔다.

시끌시끌하던 막사 안은 조용하였다. 바란은 조용히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피곤함이 밀려왔다.


‘오크 워리어 둘이라.’


바란이 한쪽에 내려둔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오크 워리어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던 과거가 생각났다.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바란은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로 향하였다.

정말로 힘든 하루였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브란델로 진격하면서 두어 번의 토벌 작전이 더 있었다.

바란은 토벌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신이 나설 만큼 위협적인 존재도 없었고 보병대로 처리가 어려울 만큼 그 숫자가 많지도 않았다.


“브란델이군요.”


그래도 토벌 작전으로 인해서 하루 이틀이면 도착할 줄 알았던 브란델에 삼 일이 지나서야 겨우 도착하였다.


“도시가 제법 크군.”


로브리아 못지않게 큰 브란델이었다.

뒤에는 큰 산을 끼고 높은 성벽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외성의 크기는 마을 한두 개를 합친 것만큼 컸다. 외성과 산 사이 절벽에 내성이 위치하였다. 내성을 오를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였다. 내성을 공략하려면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만 할 것 같았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강인한 인상을 가진 금발의 중년 사내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시포 다르덴 드 벨루아 백작.

벨루아의 다스리는 다르덴 가문의 수장.


“갈란디아 군단의 군단장인 바란 케라크 남작입니다.”

“반갑습니다. 시포 다르덴 드 벨루아 백작이오.”


거친 인상과 달리 벨루아 백작의 말투는 정중하였다.


“아버님.”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등장에 벨루아 백작의 표정이 환하게 변하였다.


“서부에서 고생이 많았더구나. 그래도 네가 그곳을 지켜내 주어서 고맙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동부에서 고생 중인 형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언데드화 된 겐크를 구원하고 데스나이트도 물리쳤는데 그게 어찌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

“여기 계신 갈란디아 군단과 군단장님이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늠름한 아들의 모습에 벨루아 백작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 표정이었다.


“그래도 내가 자식 농사는 잘 지은 모양이구나.”


후계자인 장남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분전 중이었다. 동부의 상황은 서부보다 좋지는 않았다.


“겐크에서의 활약은 들었습니다.”

“그거야 뭐······.”


대가가 있는 지원인지라 바란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바로 백작이 마련한 장소에서 군사 회의가 열렸다.

갈란디아 군단의 지휘관들과 벨루아 백작가의 지휘관이 모두 모였다.


“현재 브란델 인근으로 몬스터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벨루아 백작가의 기사대장인 해러츠 남작이 상황을 보고하였다.

해러츠 남작의 보고에 여기저기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벨루아 백작령은 브란델을 제외하고 모든 영지가 초토화 될 정도로 몬스터의 침공을 받았다.

여기 모든 이들이 그 몬스터의 위력을 알기에 해러츠 남작의 보고는 썩 반갑지는 않았다.


“그 숫자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워낙에 다양한 몬스터가 다량으로 발견되는 상황이라·········.”


해러츠 남작의 입에서 다양한 몬스터가 언급되었다. 오크와 고블린에 코볼트. 거기에 트롤까지 언급되었다.

해러츠 남작의 입을 열때마다 막사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저희가 지켜야 하는 범위는 어느 정도입니까?”


바란이 질문하였다.

돌아오는 대답은 바란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외성을 포기할 줄 알았던 바란과 다르게 해러츠 남작은 외성을 지켜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이 병력으로 외성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브란델의 인구가 2만이 넘고 있습니다.”


영지가 초토화가 되면서 피난민이 브란델로 밀려 들어왔다. 원래도 큰 도시였던 브란델은 지금 엄청난 인구를 자랑한 대도시가 되어 있었다.

벨루아 백작이 영지가 초토화되는 것을 알면서도 브란델을 지키기 위해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외성을 포기하면 그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자네 마음을 알겠네만 영지민들이 몬스터의 손에 죽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네.”

“아직도 피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몬스터를 피해 이곳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영지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그런 정의로운 이유가 아니더라도 당장에 2만에 달하는 이들을 피난시킬 마땅한 곳도 없었다.


“브란델의 전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보병대 하나에 징집까지 하면 최대 이천까지도 가능합니다.”


사실 징집병은 몬스터와의 싸움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 도움보다 오히려 기존 병사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였다.


“전략은 수성이겠군요?”

“맞습니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겠지요.”


해러츠 남작의 눈에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남문과 서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징집병 일천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그 뒤로 회의는 특별한 거 없이 지나갔다.

바란이 이끄는 갈란디아 군단이 보병대 2개로 재편하여 남문과 서문을 지키기로 하였다.


* * *


갈란디아 군단은 보병대 2개로 재편을 완료하였다. 브란델로 입성한지 삼일이 지났지만 다행히 몬스터의 공격은 아직 없었다.

보안이 이끄는 1 보병대는 바란과 함꼐 남문을 지키기로 하였고,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발베르 자작의 2 보병대는 서문을 지키기로 하였다.


“창을 이렇게 쥐라고! 그렇게 쥐고 찌르면 몬스터가 아니라 내 손이 찢어진다고!”

“방패 들어! 못 버티면 너뿐만 아니라 네 뒤에 동료도 죽는 거야!”

“빨리! 빨리! 움직여라!”


오랜만에 추위를 가시게 하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바란은 병사들의 훈련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란의 곁으로 달자스와 로빈이 다가왔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를?”

“브란델을 지킬 수 있을까요?”

“쉽지 않겠지만 지켜야겠지.”


하루에도 몇 번씩 주변 상황에 대한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이나 회의가 열렸다.

해러츠 남작이 입을 열 때마다 회의장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제는 스토벨이 군사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오크에게 패한 채 귀환하였다.


“숫자가 만만치 않아. 다들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거야.”


스토벨은 훌륭한 기사이다.

성기사이자 백작의 차남으로서 병사들의 신뢰도 두터웠고, 검술도 뛰어났으며, 용병술에도 능했다.

그런 그가 오크에게 패하였다.

수적으로 압도하지 못하면 오크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한 게 맞았지만, 바란에게는 스토벨의 패배는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병사들은?”

“징집병 훈련 시키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써먹겠어?”


아직도 창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이가 태반이었다. 방패를 들고 있기는 한데 앙상한 팔과 다리를 보고 있으면 과연 코볼트나 막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란의 그런 걱정을 아는 듯 달자스가 밝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결국 자신이 이끌고 온 일천의 병사로 이 넓은 브란델의 외성을 지켜야 했다.


“그래도 외성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지요.”


솔직히 오크의 포효 한방이면 와해 될 것이었다. 다들 의욕이 앞섰지만 바란의 눈에는 부족한 부분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느낌이 안 좋아.”


뭔지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평원으로 시선을 돌린 바란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다.


“아.”

“이런.”


달자스와 로빈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바란이 불안하다고 하면 늘 언제나 자신들이 기대했던 거 이상의 무언가가 튀어나오곤 하였다.


“그냥 주변에 몬스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러신 거 아닙니까?”

“그랬으면 좋겠네.”

“오크 정도나 되겠죠.”


로빈이 애써 좋게 이야기하였다.

솔직히 오크도 강력한 몬스터였다. 코볼트도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로빈도 전쟁에 적응이 되었는지 오크 정도가 아니면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네 말대로 오크 정도나 되었으면 좋겠고, 그 오크도 어제 알더른 자작이 본 게 다였으면 좋겠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불안했다.

성질 급한 몬스터들이 그 많은 숫자에도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불안한 느낌.


“그냥 빨리 싸웠으면 좋겠군.”


차라리 벌어질 일이라면 빨리 벌어지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런 바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성벽 위에 병사들이 몬스터를 발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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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059 사건 (4) +4 23.06.27 2,403 45 12쪽
59 058 사건 (3) +1 23.06.26 2,414 45 13쪽
58 057 사건 (2) +1 23.06.25 2,519 48 12쪽
57 056 사건 (1) 23.06.24 2,674 50 13쪽
56 055 내부의 적 (5) +3 23.06.23 2,675 52 12쪽
55 054 내부의 적 (4) +2 23.06.22 2,618 50 13쪽
54 053 내부의 적 (3) +2 23.06.21 2,702 46 12쪽
53 052 내부의 적 (2) +1 23.06.20 2,754 48 12쪽
52 051 내부의 적 (1) +3 23.06.19 2,874 50 13쪽
51 050 무패의 기사 (5) +3 23.06.18 2,886 62 12쪽
50 049 무패의 기사 (4) +1 23.06.18 2,741 58 12쪽
49 048 무패의 기사 (3) +1 23.06.17 2,794 50 12쪽
48 047 무패의 기사 (2) +2 23.06.16 2,834 50 12쪽
47 046 무패의 기사(1) +1 23.06.15 3,045 54 12쪽
» 045 진격 (5) +1 23.06.14 2,922 51 12쪽
45 044 진격 (4) +1 23.06.13 2,874 53 12쪽
44 043 진격 (3) +1 23.06.12 2,984 55 12쪽
43 042 진격 (2) +2 23.06.11 3,221 54 12쪽
42 041 진격 (1) +4 23.06.11 3,250 64 12쪽
41 040 데스나이트 (3) +1 23.06.10 3,287 63 12쪽
40 039 데스나이트 (2) +1 23.06.09 3,170 63 12쪽
39 038 데스나이트 (1) +1 23.06.08 3,199 65 13쪽
38 037 죽음의 땅 (4) +1 23.06.07 3,259 58 13쪽
37 036 죽음의 땅 (3) +8 23.06.06 3,410 60 13쪽
36 035 죽음의 땅 (2) 23.06.05 3,436 67 13쪽
35 034 죽음의 땅 (1) +1 23.06.04 3,588 69 12쪽
34 033 북쪽으로 (3) +2 23.06.04 3,721 8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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