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군사지구.] 감정부터 정말 남다르게 설계된 병사들.
달기가 말한 그 때가 되기 전에 자신들도 충분히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달기가 언제 자신들을 이용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만일 그 때가 되었는데도 자신들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를 않다면 차후 지하국대적을 없애는데 성공해도 이들이 뭔가 해준 것이 없기에 이 평행세계에 아예 묶어놓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뭔가를 얻고 싶다면 그에 따른 뭔가를 내놔라.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없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그리고 다시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하고자 한다면 달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얻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서 뭔가를 얻고자 한다? 그건 도둑 심보다.
달기는 일단 저들이 이런 저런의 훈련을 시작한 만큼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모양이다. 아직 지하국대적을 일격에 없애버리기 위한 명분을 제대로 쌓고 있는 중이라서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달기가 이런 저런의 사악한 계산을 좀 많이 하는 편이다. 확실하게 제거해버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해도 좋다. 그게 바로 달기의 명령이다. 달기가 제3전선까지 확대한 것도 기왕에 녀석들을 없앨 거라면 더욱 확실하게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겠지.
“안 그래?”
“그렇습니다. 달기 님.”
“달기 님. 그냥 지하국대적을 핵으로 없애버리면 그만인데, 왜 굳이 그 아이들을......”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데, 그렇다면 기회를 줘야지.”
“기회를요?”
“그래. 정말로 녀석들이 해낼 수가 있는지 지켜보고 싶어서 그래.”
“......”
“인간 특별행정구를 우회해서 어디 한 번 ‘제4전선’ 형성을 시도해볼까?”
“제4전선요?”
“동부군사지구 소속의 ‘극동해군’ 함대는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인가?”
“물론입니다.”
제1전선. 그러니까 동부군사지구 녀석들의 진영인데, 해군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단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기회를 이용해서 움직이게 하자. 둘로 나누어서 극동 1함대는 동부군을 지원하고, 극동 2함대가 적 본토를 향해 공격을 퍼붓고 병사들을 상륙시켜 ‘제4전선’ 형성을 시도하라는 달기의 지시. 결국은 달기의 말이 다 법인 고스트 연방. 이미 과거 지하세계 최강의 패권으로 악명이 높았던 유령제국 시절에도 달기의 말이 곧 법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달기를 거스를 수가 없는 법.
“정말 훌륭하지?”
“달기 님. 제4전선까지 형성하면 지하국대적은 더욱 정신이 없게 될 겁니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을 거야.”
“네?”
“가은이도 직접 나서서 저 녀석들을 괴롭혀줘야만 하는데 그러지를 않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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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대까지 움직이는 그 덕분에 무려 제4전선까지 형성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앞에서,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 동시에 다 때리는 연방. 그러나 신생 지하국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수가 천문학적 수준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하긴 수에서 절대적으로 앞서는데 전선이 몇 개가 형성되어도 전혀 위축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태평하게 나오는 것도 문제가 있는 법. 달기가 그걸 잘 알고 있기에 확실하게 기선제압을 넘어 완전히 멸망시키기 위해 중앙지구군을 보낸 거니까. 덕분에 제2전선은 다시 연방의 우세로 바뀌어가고 있다.
구하리 친위대가 직접 나서서 상대해주는 것일 뿐인데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바뀌니 이 소식을 들은 가은이도 심히 충격을 받는다. 조금도 자비심을 베풀지 않는 하리 여왕의 특성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이안을 통해 현재 전쟁 상황을 계속해서 듣고는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까지도 행방불명 상태인 이즈미에 대해서도 조사를 부탁한 상황. 하긴, 이안의 입장에서도 이즈미는 꼭 찾아야만 한다. 이유라면야 당연히 뻔하니까.
제2전선의 상황. 조금의 자비심도 없는 무차별적 핵공격으로 인해 공포 그 자체다.
중앙지구군이 매우 적극적으로 핵을 사용해주는 덕에 역시나 그렇다고 보면 되는 일. 역시 핵으로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녀석들이 제대로 보여준다. 핵사용으로 인한 모든 이들의 비난이 폭주한다? 그런 거 상관없다. 예나 지금이나 고스트 연방은 과거 고스트 제국 시절의 패권을 그대로 갖고 있으니까.
“거의 청소가 끝났군. 이제 저 강만 건너면, 신생 지하국의 본토에 진입하게 된다.”
“드디어 국경선 돌파의 시간이네요?”
“이야아~ 드디어 정말 신나게 학살할 수가 있겠는데요?”
“......그래.”
“에이이... 사령관 님.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재미도 없고, 분위기도 다운된단 말이에요~!”
“이미 우리 친위대의 병사들도 상당수 파괴되었어. 피해가 만만찮은 게 현실이라고.”
“에이! 다들 화끈하게 싸우다 죽은 건데~ 뭐가 그리도 대수인 거에요?”
역시 중앙지구군의 양산형 인조인간 들은 전쟁에 대한 감정이 애들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매우 특이한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세계대전 수준의 전쟁인데도 그냥 ‘취미생활’ 이나, ‘애들 장난’ 수준으로 매우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죽는 것에 대해서도 심히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아니,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되겠지. 중앙지구군. 그러니까 구하리 친위대가 강으로 진격하고, 이내 쌍안경으로 둘러보며 국경돌파를 준비한다.
중앙지구군 사령관도 현재까지는 조용한 국경선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사령관 님~”
“......보나마나 지금 바로 돌파하자는 거로군.”
“당연하죠! 기왕에 전쟁에 나섰는데 어디 한 번 신나게 학살해야 재밌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그럼 저희들은 먼저 강을 도하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하도록 해. 길을 막는 적들은 무조건 다 학살해도 좋다.”
“네~ 알겠습니다~”
달기 호위병. 중앙군사지구군. 구하리 친위대 병사들도 모두 외모가 죄다 똑같다.
양산형 인조인간인 만큼, 똑같은 규격으로 대량생산을 했단 표현이 맞겠지. 이참에 어디 한 번 신나게 제대로 싸워보자고 아주 경쾌하게 말하더니만 그 즉시에 강을 도하하기 시작한다. T-14 기반의 교량전차들이 대거 몰려오더니만 교량을 형성하고는 이내 장갑무기들을 우선적으로 해서 병사들이 돌파를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남부군을 먼저 돌파시키는데, 친위대가 먼저 돌파할 경우 이들이 바로 탈영할 위험이 있기에 그걸 철저하게 막기 위해서라고 해도 되겠지. 사령관도 직접 지켜본다.
남부군이 모두 돌파하자마자 구하리 친위대도 그 뒤를 이어서 강을 돌파한다. 지상군은 그렇게 돌파하고, 친위대 공군 측에서도 계속해서 폭격을 가하며 이들을 지원한다. 병사들이 모두 도하하여 본토에 진입한 이후, 참모진과 사령관이 마지막으로 강을 도하하는 것으로 국경선 돌파를 모두 완료한다. 제1전선으로 지하국의 상당수가 동원된 만큼 그곳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제2전선은 연방군이 국경선을 돌파해 신생 지하국 본토에 진입한 상황. 그렇다면 제3전선, 4전선은 어떻게 될까?
“여보. 우리 하리......”
“당신. 설마 폐하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
“폐하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죽을병에 걸렸던 저를 살려준 것이 바로 폐하에요.”
“그건 그렇지만......”
“지금은 그거보다도 전쟁에 집중하세요. 겁이 난다면, 지금이라도 제 손에 죽으시죠.”
“아... 아니에요!”
“그렇다면 딴 소리 하지 마시고, 병사들과 함께 싸우시죠. 남부군 겁쟁이 녀석들과 같은 행동을 또 취한다면 제 손으로 당신을 처단하겠습니다.”
여보. 그리고 당신이란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면 하리의 부모님들이라 할 수가 있다.
지금의 그녀 상황과 위치가 이런 덕분에 이렇게까지 냉담하게 나오더라도 다른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그녀는 이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싸울 것을 명령한다. 어차피 이 남자가 죽는다고 해도 달기라면 똑같은 모델의 인조인간을 생산할 테니까. 어차피 똑같은 모델의 인조인간을 생산하여 내놓으면 그걸로 되는 것인데 일일이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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