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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Winterer 님의 서재입니다.

새벽의 시, 얼음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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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Winterer
작품등록일 :
2019.07.01 19:36
최근연재일 :
2019.12.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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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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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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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10장-기원祈願 (6)

DUMMY

리그람은 티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목소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자신의 계획이 깨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티엘이 다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는 투였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불길한 예감이 확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이미 시위는 티엘의 손을 떠났고, 주문을 깨뜨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티엘은 마치 기도하는 심정으로 칼라가스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칼라가스가 구해주리라 믿으며, 무심결에 손을 옮겨 별의 서를 짚었다.

"큭, 크학!"

하지만, 흰 용의 이름 대신 티엘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한층 더 깊고, 날카로운 비명소리였다.

티엘은 공중에서 가슴을 움켜쥐며 괴롭게 허리를 꺾었다.

손에서 떨어진 활이 썩은 나뭇가지처럼 바닥에 부딪히며 거슬리는 소리로 울었다.

"티엘!"

"헉······, 크흑, 허억!"

기도로 물이 들어찬 것처럼 숨을 쉴수가 없었다.

단번에 집중이 깨지며 불안하게 떨리던 발판도 얇은 살얼음처럼 깨져버렸다.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티엘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아무렇게나 바닥으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전신을 강화한 리아가 뒤이어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상당히 위험한 짓이다.

만약 티엘이 모종의 독에 중독된 것이고, 그 독 성분이 공기보다 가벼워 천장 가까운 곳에 머무르고 있다면, 리아 역시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리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티엘과 비슷한 높이까지 뛰어올라 막 떨어지려던 그녀를 받아안았다.

무사히 티엘을 받은 리아는 되도록 티엘에게 떨어지는 충격이 가지 않도록 바닥을 몇 차례나 구르며 착지했다.

그러나 품 안의 티엘은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바르르 떨며 격하게 기침을 토했다.

리아는 비릿한 혈향에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티엘의 몸이 한 차례 들썩일 때마다 가슴이 젖어드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시커멓게 죽은 끈적한 핏덩이가 티엘의 입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피를 토할 정도의 부상이라면 치명상이나 다름없다.

추락할 때의 충격으로 부러진 늑골이 폐를 찌른 정도라면 이렇게 시커먼 피를 흘리지도 않고, 그 이전에 이렇게 대량의 피를 토할 수도 없다.

게다가 그토록 경계했던 독 역시, 리아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빌어먹을! 대체 뭐가 잘못됀거지? 마력저항이나, 공중에 떠돌던 독 같은건 나도 마찬가지야. 티엘만 이렇게 심할 이유 따위가 대체 어디······.'

리아의 사고가 멎었다.

있다.

티엘에게만 적용되는, 리아와는 관련 없었던 매개.

티엘에게 빙그레 웃으며 물통을 건네던 리그람의 얼굴을 떠올린 리아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외쳤다.

"리그람, 이 개자식이! 설마 티엘에게 독을 먹인거냐아!"

"시원의 용은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성가십니다. 그녀에게 걸려있다는 내독의 주문도 근본적으로는 생령의 힘을 이용한 것이니, 마침 이 안에선 효과를 잃는 것이 당연했지요. 그러니 적당한 효과와 지속시간을 지닌 독만 준비하면 충분했습니다."

"충분? 그래, 당장 네 그 빌어먹을 얼굴을 갈겨주긴 충분해!"

"흥분을 가라앉히는게 좋을겁니다. 지금 누가 누구의 목숨을 쥐고 있는지 아신다면,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 주길 바랍니다."

리아는 일그러진 얼굴로 티엘을 꼭 끌어안았다.

그런 리아의 주위로 여덟 개의 칼날이 둥그렇게 모였다.

적의는 없지만, 호의 역시 바랄 수 없는 잿빛의 얼굴들은 검을 교묘하게 엮어 리아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두 사람을 구속하고 무기를 빼앗아주십시오. 협조적으로 나와주신다면 이 이상 거칠게 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리그람은 마지막까지 평온한 얼굴을 치우지 않았다.

리아는 그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은 심정을 애써 억누르며 왼손의 반지와 검을 리그람의 발치로 집어던졌다.

그러자 두 사람이 즉시 리아의 등을 밟으며 팔을 등 뒤로 꺾었다.

배신감과 굴욕감에 이를 가는 리아의 두 팔이 단단히 묶였다.

그 동안 다른 한 사람은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린 티엘을 안아 방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제서야 리그림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방해되는 두 사람을 치워버린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엉망으로 망가졌던 연회장도 어느새 깨끗하게 치워졌다.

영장사들이 다수 있다보니 평범한 건물의 수리 정도는 간단한 것이었을까.

몇 가지 알 수 없는 재료들을 섞어 부식되고 망가진 바닥과 기둥을 메우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히 굳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변했다.

아직 남아있던 핏자국이나 검은 진흙 같은 것들도 말끔하게 지워지고, 곳곳에 남아있던 시체나 잡동사니도 알 수 없는 액체를 뿌려 단숨에 녹여버렸다.

연회장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손발이 묶인 채로 방의 한 구석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리아는 신경질적으로 손목을 움직였다.

물론 질긴 밧줄로 묶은 매듭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리아를 감시하던 마법사만 자극할 뿐이었다.

"움직이지 마."

"빌어먹을, 사람이 어떻게 꿈쩍도 안하고 앉아있냐?"

"팔다리를 모두 잘라내면 되겠군."

영장도 없고 단단히 포박된 상태에서 반항해봐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리아는 이만 바득바득 갈며 연회단의 중앙쪽에 마련된 제단을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마찬가지로 꽁꽁 묶인 채, 아직까지도 가쁜 숨을 몰아쉬는 티엘이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혀져 있었다.

리그람이 먹인 독은 그의 말처럼 마력을 쓰지 않는다면 그다지 활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몸속을 뜨겁게 달구며 여기저기를 들쑤시던 독기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며 티엘의 체력을 빼앗고 있었다.

거기서 리그람은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순순히 협력해주면 해독제도 주고, 그밖에 필요한 만큼 치료도 해주겠다고.

'치료를 빙자해서 허튼 수작을 부리기만 했다간 봐······.'

디에렌 칼레의 만행을 생각해보면 치료라는 말도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살아있는 인간의 몸에 부활속성 생령의 심장을 심어 부상을 치료하고 더 강한 마력을 얻겠다는 미친 짓도 거침없이 행했던 녀석들이니까.

참고로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일 분도 버티지 못해 마령화하고 말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재생력은 지나치게 강했고, 결국 린델과 리아를 데리고 직접 출병한 메이트리아크가 검으로 목을 베어주기 전까지는 안식에 들 수조차 없었다.

그런 비인도적이고 비상식적인 짓을 수시로 하는 집단의 손에 소중한 동료를 맡길 수밖에 없다니, 분통이 터져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그 때 문득 한참 티엘의 용태를 살피던 리그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리아에게 다가왔다.

옆에서 리아를 지키던 동료에게 몇 가지 손짓으로 지시를 보낸 그는 교대하듯 그 마법사와 자리를 바꾸어 앉았다.

"목이 마르진 않으십니까?"

지친 얼굴로 물잔을 들어 자신의 입을 축이던 그는 린델을 흘끗 보더니, 새 물그릇을 들어 리아의 입 가까이에 대 주었다.

"왜. 나도 중독시켜서 재미 좀 보려고?"

"그런 말씀 하지 말아주시지요. 눈을 뜨면 제대로 사과할 생각이니."

리그람은 리아가 한사코 물을 거부하자 혀를 차며 다시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대신 리아가 보다 관심을 보일만 할 만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좀처럼 의식을 차리질 못합니다. 생각보다 타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억제술식을 조금 약하게 해뒀을텐데."

"편리하네. 실수로 티엘이 즉사했더라도 고의는 아니었다고 빠져나갈 수 있을테니."

"리아. 정말로 여러분에겐 악의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한 달 가량 정든 동료라고요. 단지 '흑염의 십자가'의 조정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일어난 실수입니다."

리그람은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옷 안쪽으로 걸고있던 목걸이를 끄집어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손바닥만한 금속 십자가였다.

그러나 그 생김새는 일반적인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강철보다 더 짙은 빛을 띤 네개의 가지 모두 예리한 칼날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 가지는 다시 둥그런 작은 원형 칼날에 의해 연결되어있다.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 그 상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안다.

특히나 원과 겹쳐진 정십자는 아이넬라를 상징하는 성표다.

그것을 칼날로 엮은 물건이라면 달리 또 있을리도 없었다.

색과 크기를 제외하면, 그것은 성천의 십자가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그거네? 지금도 우릴 억누르는 거."

리아는 살의어린 눈으로 십자가를 가리키며 빈정거렸다.

"그것도 맞지만, 본래는 마령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물건입니다. 본래 성천의 십자가 역시 영체를 다루지 못하는 백마법사라도 생령과 마령을 억압해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영장입니다. 흑마법사에 대한 억압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었을 뿐. 물론 아이넬라의 준비자들은 그 부작용도, 그리고 백마법사만 다룰 수 있다는 제약도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었으니 그냥 사용한 것 뿐이지요."

달그락.

리아의 눈 앞으로 십자가 목걸이가 불쑥 내밀어졌다.

거무튀튀한 금속이 빛을 반사하며 음산하게 번들거렸다.

"그래서 그 기능만을 뽑아 쓰기 위해 새로 만든 것이 흑염의 십자가입니다. 아직까진 출력을 전부 감당하지 못해 다른 영장과의 연계로 결계술식을 펼치는 것으로 제한되지만, 실제로 마령인 요그마이아를 지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거무튀튀한 쇳조각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모습이 조금 소름끼쳤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리아는 조금이라도 리그람에게서 멀어지려는 듯 몸을 뒤틀었다.

"마령을 지배할 생각은 대체 뭘 먹으면 떠올리는거지?"

"생령과 마령은 그저 길들인 말과 야생마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멋대로고 이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만큼 강하고, 격렬하며, 순수합니다. 튼튼한 목줄을 걸고 빈틈없이 제어한다면 그 폭발적인 힘이 어디까지 데려다 줄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 끓어오르는 혼돈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 열쇠가 되어줄겁니다."

"그게 말처럼 쉬울까? 미안하지만 아까 잠깐 마주한 것만으로도 그 마령이 이를 갈고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겠던데."

이번엔 리그람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움찔 물러난 손이 그것을 무마하려는 듯 손아귀의 영장을 꽉 움켜쥐었다.

흑염의 십자가의 칼날은 장식이 아니었다.

예리한 칼날은 어렵잖게 손바닥을 파고들어, 깊은 상처를 새겼다.

섬뜩할 정도로 갈라진 상처에서 진한 피가 줄줄 흘러나와 방울져 떨어졌다.

하지만 손의 통증으로 겨우 이성을 되찾은 것인지, 리그람은 부르르 떨리는 손을 숨기며 다시 웃는 얼굴을 꺼내들었다.

가면을 갈아 쓰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표정 변화다.

"그건 리아가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 문제로군요. 지금 당장 중요한건 이스티엘이 의식을 차리는 것입니다. 이미 마력 사용은 멈췄을텐데 왜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건지······. 마치 어딘가에 생령을 불러둔 것만 같은······."

"말도 안돼는 소리 집어 치워. 왜, 심장석 뽑을 생령이 도망갔을까봐 걱정이라도 돼?"

"······리아. 저도 한계라는게 있습니다. 계속해서 화를 돋구시는데, 저라고 해도 언제까지 신사적으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너야말로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하지 말고 똑바로 설명하시지? 우리 데리고 인체실험이라도 할게 아니면 우리가 협력할 필요가 뭐가 있다는······."

무심결에 리그람을 향해 돌아선 리아는 문득 눈에 들어온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리그람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핏방울이 달군 철판에 떨어뜨린 것처럼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리그람의 손에서도 소리없이 검은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보이지 않는 불길이 리그람의 피와 마력을 태우는 것처럼 보였다.

리아의 시선을 눈치챈 리그람은 바닥에 흘린 피를 발끝으로 문질러 지웠다.

그러나 피는 오히려 더욱 짙은 연기를 피워올리며 리그람을 비웃었다.

리그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말했지않습니까. 아직 출력을 버티지 못한다고. 마령의 심장으로 만들어 출력은 크게 높였지만, 안정화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심장석보다 더 강한 마력으로 눌러 중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팔선의 마력이라면 충분할 거라는 계산이 나왔죠."

팔선.

말이야 간단하다.

평범한 마법사가 평생을 바쳐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사선급의 마력이다.

빼어난 재능을 지닌 자가 피나는 노력을 할 경우 육선까지는 몸에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인간이 순수하게 자신의 힘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육선이 한계다.

칠선을 넘어서는 마력은 인간의 몸으로는 닿을 수조차 없기에, 더 높은 경지를 바라는 마법사들은 생령이나 천사들과 계약하여 그들의 마력을 빌려온다.

그러나 팔선은 다르다.

그런 우회로를 통하더라도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가장 깊은 심연과도 같은 마력.

인간의 기준으로는 한계를 측정할 수 없는 영역을 그저 뭉뚱그려 팔선이라 일컬을 뿐이다.

그런 팔선의 마력중에서도 가장 짙고 강력한 시원의 용의 마력을 염두에 둔다면, 그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영장의 힘을 제대로 안정화시킬 수 없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시원의 용이 아니면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미쳐 날뛰는 영장을, 지금은 대체 무엇으로 안정화시키고 있다는 것인가.

"그럼 대체 지금은 무슨 수로 그걸 억누르고 있는건데?"

처음으로 리그람의 눈이 리아의 시선을 피했다.

"가장 강렬한 생존욕구를 가진 생물의 혼이라면······."

"······뭐?"

"강력한 생존욕구를 가진 혼이라면 시시각각으로 마모되어가는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버텨줍니다. 하나의 영장에 열 개 정도, 흑염의 십자가처럼 강력한 경우는 쉰에서 백의 혼이-"

"이런 미친······, 이런 정신나간 자식이 지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냐아아아아!"

이제까지와는 격을 달리하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에둘러서 말한다고 해서 모를 줄 알았던가.

리그람이 말하는 혼은 다름아닌 인간의 것이다.

과거, 익티아누스가 아직 대륙의 패자로 군림하던 시절 자행되었던 끔찍한 실험의 결과로 마법사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강제로 혼을 뽑아냈을 때, 무수한 혼들 가운데서도 가장 치열하게 육체를 되찾으려 했던 것은 인간의 혼이었다는 실험.

리그람의 말대로라면 그가 민간인 스무 명을 베어버린 이유도 명확해진다.

영장이라는 미끼에 끌려온 자들을, 그 영장의 부품으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었으리라.

그리고 지금 당장 티엘과 리아의 목숨을 거두지 않는 것도 어쩌면, 칼라가스의 마력이 생각에 미치지 못했을 때를 위한 보험일 가능성도······.

하지만 팔다리가 모두 묶인 상태에서는 제대로 일어서는 것조차 어려웠다.

등 뒤로 돌려묶인 팔이 밧줄에 긁혀 붉게 부어오르다 금새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완력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선 큰 힘을 쓸 수 없다.

더군다나 리아가 발버둥치는 것을 본 디에렌 칼레의 한 사람이 재빨리 검을 뽑아 티엘의 목에 칼날을 가져갔다.

"이 인간같지도 않은 빌어먹을 자식들이 진짜······!"

"이 이상 멋대로 굴면 당신의 각인을 적출해버릴겁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생각이란걸 할 줄 안다면 제발 얌전히좀 있으란 말입니다, 선······배!"

조용하게 말을 끝내려는 듯 보였던 리그람은 다짜고짜 리아의 배를 걷어찼다.

단련된 성인 남성의 각력만으로도 위협적인 공격이지만, 리그람은 그 위에 마력까지 실어 인정사정없이 발길질을 내질렀다.

리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 넓은 연회장을 단숨에 가로질러 날아갔다.

몸이 무너져가던 벽이 그 충격으로 군데군데 무너질 지경이었다.

"내장이라도 파열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개······자식······."

아슬아슬하게 마력으로 충격을 줄이지 않았다면 첫 발길질에 몸이 꿰뚫렸을지도 모를 일격이었다.

그나마도 벽에 충돌할 때의 충격은 미처 다 받아내지 못한 탓에 현기증이 핑 돌았다.

얼굴로 느릿하게 흘러내리는 무언가는 분명 땀은 아닐 것이다.

턱끝까지 흘러내려 검은 제복을 한층 더 짙게 물들이는 비릿한 냄새에서 눈을 돌린 리아는 탄식을 삼키며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는 티엘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몇 겹이나 되는 사슬에 휘감겨있다고는 하지만, 리그람의 예상과는 달리 리아에게도 이 성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수가 있다.

단지 그것을 위해서는 리아 자신과 레나타의 목숨을 판돈으로 걸어야 하며, 그 이전에 티엘은 거의 확실하게 포기해야만 한다.

바닥의 흙먼지를 한움큼 움켜쥔 리아는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상체를 끌어안았다.

'······또다시 티엘을 버린다고? 웃기지도 않아.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 빌어먹을, 절대로 살려서 돌아갈테니까! 아아, 제기랄!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잔머리좀 굴려보란말야, 아실리아!'

이를 부득부득 갈던 리아가 힘없이 피에 젖은 이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순간, 한 방울씩 떨어지던 핏방울이 고인 작은 웅덩이에서 문득 작은 파문이 나타났다.

무심하게 그 흔적을 바라보던 리아는 문득 희미하게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 * *



나셀은 침대에 멍하니 누워,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식사 도중 급히 나가봐야 한다고 들었는데도, 티엘은 굳이 출발 직전 나셀을 끌고 방 안으로 들어왔었다.

그리고 나셀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그에게 불쑥 내밀었다.

'오늘은 얘가 내 대신이라고 생각해. 후훗, 이번엔 나와서 기다리면 안돼? 알았지?'

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심정에 저도모르게 '티엘 대리'에게 눈이 갔다.

창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리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는 모습이다.

일하러 간다면서 무슨 배짱인지.

하지만 별의 서에 필요한 만큼의 마력은 미리 담아놨다며 염려 말라던 티엘의 얼굴이 자꾸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물론 티엘은 흑마법사나 마령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다.

문외한인 그가 뭐라 참견할 수도 없고, 설령 끼어든다고 해도 방해만 될 것이다.

그러나 흑마법사가 생령을 떼어놓고 나간다는 건 전장에 나서는 기사가 검을 놓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아닌가.

티엘은 자기 몸 다치는 것에는 너무나 초연하다보니, 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주가는 내 바람을 들어준다고 했지······. 지금 노래한다면, 닿을 수 있을까?'

물론 무리다.

이론상 주가에 한계는 없다고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나셀은 명백히 한계를 가진 인간이다.

애초에 주가는 싸우기 위한 힘은 아니다.

심신의 소모가 큰 주가에 애매한 바람을 담아봐야 체력만 낭비할 뿐이다.

게다가 이제와서 멋대로 따라가는 것조차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들 무엇할까.

기사들은 정확히 어디로 간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발자취를 쫓을 능력같은 것은 나셀에겐 없었다.

이대로 안내자 없이 그들이 간 곳을 찾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때 갑자기 창문 바깥쪽에서 톡톡 건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창 바깥에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다시 한 차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나셀은 침대에서 내려와 벽난로에 있던 부지깽이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창으로 다가가는 도중 세 번째로 들린 소리에서 이전에는 놓쳤던 작은 소리를 잡아낸 그는 재빨리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깥에 있던 '무언가'는 창이 열리자마자 나셀의 품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너 말야······, 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야?"

"야오옹!"

낮에 티엘과 함께 있을 때 마주쳤던 고양이였다.

어미에게 하듯 나셀의 품으로 파고들며 갸릉거리기도 하고, 편안하게 앉아 세수를 하기도 하며 요란스럽게 굴던 고양이는 문득 창틀에 앉아있던 생령을 보며 꼬리를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생령에게 흥미를 가진 것이다.

설마 사냥해보겠다며 달려들진 않겠지 싶으면서도 묘하게 불안해진 나셀은 고양이가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조금 더 세게 안았다.

정작 생령은 그런 고양이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눈을 반짝일 뿐이었다.

물론 고양이가 아무리 날래다고 해도 생령을 잡을 수 있을리는 없고, 오히려 생령쪽에서 장난을 쳐서 고양이를 곯려줄 가능성 쪽이 더 높다.

생령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살짝 날아올라 고양이에게 다가왔다.

고양이는 아직 무른 발톱으로 생령을 건드려보려는 듯 여러 차례 앞발질을 하다 불만스럽게 야옹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고양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생령의 냄새를 맡았다.

'무슨 냄새가 나는건가?'

나셀은 생령이나 마력의 냄새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분명히 무언가의 냄새를 맡은 듯 귀를 쫑긋거리며 나셀의 소매를 물어 한 방향으로 쭉쭉 당겼다.

마치 저쪽으로 가자고 조르는 듯한 느낌이다.

방향을 가늠해보면, 도시 바깥에 있다던 호수 쪽이다.

"호수? 거기로 가자고?"

고양이는 끙끙거리며 나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의 바짓단을 계속해서 잡아당겼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제까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던 생령이 갑자기 안개같은 마력을 펼쳤다.

희미하게 흘러나온 마력은 문 앞에 드리워져, 나셀을 가로막고 있었다.

가지 마라, 가면 안됀다.

말 한 마디, 울음소리 한 번 조차 들리지 않았지만, 나셀은 그 행동에서 그런 대답을 읽어냈다.

"······가면 안됀다라······. 지금 티엘, 거기에 있는거지?"

생령은 고개를 숙이며 좌우로 가볍게 흔들었다.

부정은 하지 않지만 보내줄 수는 없다는 뜻이리라.

나셀은 더이상 장난기를 보이지 않는 생령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읽혔다.

네가 다치면, 그녀가 슬퍼한다.

"······반대로, 내가 위험하니까 오지 말라고 티엘에게 말했더라면, 티엘이 정말 오지 않았을까?"

생령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셀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생령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응. 티엘은 누구보다 먼저 달려왔을거야.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날 보내줬으면 해. 이대로 앉아서 기다리다간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나셀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부지깽이를 챙겨 들었다.

알량한 쇠막대기일 뿐이지만 작업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작은 단검 하나뿐인 나셀에게는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나 다름없다.

얇은 붕대로 한쪽을 감아 임시 손잡이를 만든 나셀은 문을 막아선 생령에게서 눈을 돌리며 창문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따라 나오려는 고양이에게는 마침 주머니 한쪽에 들어있던 말린 생선 조각을 몇개 던져주었다.

"고맙다.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넌 따라올 필요 없어."

"냐옹!"

"그리고······."

어느새 그의 뒤를 따라 창으로 넘어온 생령이 다시 나셀을 마주하고 있었다.

"막지 말아줘. 부탁할게."

오랫동안 티엘과 함께 있었던 덕분인지, 조용하게 바라보는 눈매는 어딘지 티엘과 닮아있었다.

솔직히 뿌리치기 어렵다.

그러나 뜻밖에도 생령은 조용히 날개를 쳐 나셀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돌아섰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듯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고마워."

흑마법사와 생령의 연결은 쉽게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설령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계약으로 이어진 이상 서로의 위치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때문에 길을 안내하는 생령의 움직임은 단 한 순간도 멈칫거리거나 헤메지 않고 똑바로 이어졌다.

인간의 길에 구애받지 않는 생령이면서도 나셀에게 맞춰 길을 알려준 덕분에 도시를 완전히 빠져나오기까지는 나셀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단 도시를 벗어나면 그 다음은 바로 일직선이다.

조금씩 뒤쳐지려는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얼마쯤 나아가니 문득 지면에 남아있는 이상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곡선을 그리며 아득하게 이어진 그 흔적은 얼핏 보기엔 흙을 얕게 파헤쳐 흩어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전체적인 형태는 호수변에 있는 고성을 중심으로 한 원이었다.

도구로 파낸 흔적은 없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단기간에 이런 큰 규모로 생긴 흔적이라면 아마도 마법과 연관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셀은 초조해지려는 마음을 달래며 서슴없이 선을 넘었다.

그 순간, 한 줄기의 스산한 바람이 나셀의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분명히, 그저 불어가는 단순한 바람결일 터였다.

나셀을 묶어두지도, 칼날이 되어 덮쳐들지도 않는, 단순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바람결 사이에는 외로움, 고통, 분노, 탄식, 온갖 탁하고 어두운 감정들의 단편이 진하게 배어들어 있었다.

흠칫 놀란 나셀은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 바람은 쓰러져가던 성의 폐허에서부터 불어온 것이었다.

조금 전과는 겨우 한 걸음 차이였다.

그러나 선 바깥에서는 그저 평범한 성이었을 그림자는, 선 안쪽에서는 원혼들이 절규할 것만 같은 불길한 마경(魔京)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마른침을 삼킨 나셀은 한층 더 무거워진 발길을 힘있게 내딛었다.

마침내 멀게만 보였던 성에 도착한 나셀은 성의 정문으로 가는 대신 방향을 꺾었다.

뷔른 성은 본래 관광지가 아니고, 더군다나 지금은 전장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의 키를 세 배는 넘길 문을 열 힘 따위 당연히 없다.

그보다는 잠기지 않은 일층의 다른 방, 혹은 무너진 구멍을 찾는 것이 빠르다.

운이 좋다면 환기를 위해 뚫어놓은 통풍구로 잠입해볼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나셀을 따라온 생령은 나셀의 어깨를 몇번 톡톡 건드려 주의를 끈 뒤 성의 뒤편으로 쭉 돌아갔다.

"응? 이쪽은 왜?"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을 뿐,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벽이었다.

심지어 벽돌이 빠지거나 상한 곳도 별로 없고 따로 눈여겨 볼만한 구석도 전혀 없다.

혹시 뭔가 있는걸까 싶어 부지깽이로 살살 벽을 두드려보아도 다른 곳과 똑같은 단단한 울림만 되돌아온다.

뭔가 비밀 통로라도 있는걸까 기대했던 나셀은 조금 기운이 빠져 생령을 응시했다.

아까처럼 의도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오랫동안 교감해온 사이가 아닌 이상 그렇게 편리한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생령은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 날개로 벽을 때렸다.

탁, 하고 가볍게 손으로 치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두 번째, 자리를 옮겨 다시 날개를 친 순간,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순간적인 벼락불이 팍 튀어오르며 생령의 날개가 강제적으로 되튕겨나온 것이다.

"괘, 괜찮아?"

딱! 부리를 날카롭게 닫아 대답한 생령은 다시 벽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나셀은 천천히 조금 전 생령이 튕겨나갔던 자리에 손을 짚어보았다.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기에, 벽에 있는 '무언가'는 나셀의 손을 거칠게 쳐내진 않았다.

그러나 손끝에는 분명 위화감이 느껴졌다.

매끄러운 탁자 위에 놓인 몇 톨의 모래처럼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거슬리는, 부자연스러운 느낌.

"······결계 라는건가. 이 안에 갇혀있는거야?"

도와줘.

생령은 다시 한 번 나셀을 바라보며 부리를 부딪혔다.

순간 같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서로 맞물렸다.

생령이 바라는 것을 눈치챈 나셀은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주가를 고르는 것은 한 순간의 마주침, 한 순간의 번뜩임이다.

머릿속을 스치는 노랫말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이미 입술은 스스로 선택한 노래를 정교하게 짜올리기 시작했다.



죽은 자는 죽은 그대로 영원한 안식을 얻으라.

산 자는 이 곳에 남아 그침없이 춤을 추어라.


망자를 비추는 혼이여, 기억을 더듬는 손이여.

어두운 땅, 그림자의 나라를 떠나

잊었던 곳, 따스한 추억의 샘으로 오라.


끊긴 것도 헤진 것도 없으니


벗어난 이여, 헤매는 이여,

그곳으로 돌아가 잠들라.

요람으로 돌아가 잠들라.


성의 불길한 분위기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의 끝자락을 더듬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쪽이 되었건, 나셀이 본능적으로 선택한 것은 억울하게 죽은 자의 안식을 비는 노래였다.

맑으면서도 구슬픈 노랫소리가 허물어져가는 성을 감쌌다.

성 주위를 휘감고있던 흉흉한 사기(邪氣)가 노래에 호응하듯 나셀의 주위로 몰려든 뒤 조금씩 옅어져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 메마른 바람을 적시며 잊혀진 원혼들의 넋을 달랬다.

노래를 시작한 이후, 나셀은 이 성에 내려앉은 감정들을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고통속에 갇혀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슬픔, 그 하나하나를 그 자신이 겪은 것처럼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미 부서지고 조각난 혼들은 스스로가 누구인지조차 잊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셀에게 자신들이 품고있는 모든 것을 전해주었다.

나셀의 머릿속에 서서히 성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틈 사이사이에 놓여진 크고 작은 잡다한 물건과, 그 물건들 사이로 흐르는 무언가도.

"당신들을 묶어둔 족쇄인가요."

뜨거운 숨결이 탄식처럼 쏟아졌다.

눈물을 닦아낸 나셀은 손을 들어 성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저기야. 지금 이 자리, 이 각도에서라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치지 않아."

생령은 다시 한 번 부리를 부딪혔다.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한결 더 강한 힘을 품은 날개가 하늘 높이 펼쳐졌다.

"가, 칼라가스!"

시원의 하얀 용은 티엘의 곁에 있을 때처럼 길고 날카롭게 포효하며 한껏 끌어모은 마력을 단번에 내뱉었다.

눈부신 새벽빛이 아직 어두운 밤하늘을, 그리고 성에서 죽어간 이들을 묶어두었던 모든 사슬을 베어가르며 하늘 높은 곳으로 뻗어갔다.


작가의말

힐러 + 디텍터에 더해 죽은 자들과 대화하고 성불시키는 네크로맨서(?) 겸 프리스트(?)까지, 역시 바드는 다재다능한 직종이군요(?)


오늘 갑자기 추천수와 함께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습니다 :) 늘 읽어주시던 분들도, 새로 읽어주시는 분들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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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5 심심ㅎ
    작성일
    19.09.09 20:53
    No. 1

    아직 안 읽어봤지만. 이런 제목 좋아하는데 너무 조회수가 적어서 슬프다.
    내용 다 스포일러하는 어그로용 제목보다 나은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LWintere..
    작성일
    19.09.10 11:31
    No. 2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조회수가 덕어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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