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Winterer 님의 서재입니다.

새벽의 시, 얼음의 용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LWinterer
작품등록일 :
2019.07.01 19:36
최근연재일 :
2019.12.10 12:46
연재수 :
174 회
조회수 :
19,897
추천수 :
664
글자수 :
2,473,044

작성
19.08.16 12:01
조회
85
추천
1
글자
30쪽

7장-역류逆流 (7)

DUMMY

"이제 어쩔거야?"

먼저 입을 연 것은 티엘 쪽이었다.

가짜 티엘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곧바로 질문을 되돌려주었다.

"어쩌기는?"

"패자는 패자답게 물러나. 멋대로 훔쳐간 내 이름도 되돌려놓고."

나직하게 울리는 승리 선언에, 가짜 티엘은 문득 고개를 떨구었다.

선이 가는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그러나 잠시 후, 긴장한 세 사람의 귀에 들린 것은 미처 억누르지 못한 웃음소리였다.

그녀는, 미친듯이 웃고 있었다.

"하,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한거야? 아아, 그래! 환영을 다루는 생령으로서는 졌어. 인정할게. 이스티엘, 너를 완전히 부숴버리지도 못했지. 기사단에서 완전히 끄집어내는 것도 실패했고, 하다못해 저 말도 안돼는 남자애를 망가뜨리는 것도 틀어졌어. 하지만 그래서? 그걸로 네 몸이 낫기라도 했어? 나를 묶을 사슬이라도 찾아냈어? 아하하하하하! 아무것도 바뀐 게 없잖아!"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가짜 티엘의 주위로 검은 기류가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음험한 불꽃처럼 피어난 마력은 여왕의 어깨를 장식하는 망토처럼 화려하게 휘날리며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리아가 쇳소리를 내며 사방에 은사를 펼쳤지만, 놀랍게도 은사에 깃든 스펠글로스의 마력까지 통째로 잠식당하며 임시로 펼친 방어진을 통째로 빼앗기고 말았다.

티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역시 이미 패가 다 드러난 이상, 허장성세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가짜 티엘은 그 허세에서 실은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까지 읽어버렸다.

초조감에 지나치게 서두르는 탓에 내린 패착이었다.

"그런 꼴로 이겼다고? ······감히 날 얕보는거냐."

"칼라가스!"

분노가 가득 묻어나는 속삭임과 동시에 눈앞의 마력이 급격하게 역류했다.

울타리처럼 세 사람을 감싸는 마력과는 달리, 마치 창살처럼 정면으로부터 찔러들어오는 또 하나의 마력줄기가 나타났다.

티엘은 즉시 도약주문으로 튀어나갔다.

단숨에 티엘을 짓이겨버릴 수 있을 마력의 창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티엘은 이제는 거의 칼뿌리밖에 남지 않은 단검에 억지로 칼라가스의 마력을 밀어넣으며 있는 힘껏 칼날을 휘둘렀다.

팔을 뻗어 마력을 쏘느라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던 가짜 티엘은 그 사력을 다한 일격을 피하지 못했다.

"아아아악!"

인간의 모습을 한 생령에게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늑골을 자르고, 폐부 깊숙한 곳까지 베어가른, 사람이라면 분명히 죽음을 피하지 못할 치명상.

순간적으로 시선을 가리는 핏줄기는, 인간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손이 무뎌졌다.

내딛는 발끝이 흐트러졌다.

상대는 생령이라는 사실을 외치는 머리와는 달리, 이미 몸은 순간적으로 경직되며 집중을 흩뜨리고 말았다.

그 순간, 비명을 내질렀던 가짜 티엘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뻗었던 손을 움켜쥐었다.

그것은 아직까지 사람의 목숨을 끊은 적이 없었던 티엘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이었다.

가짜 티엘은 상처가 생기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오로지 심장석만 칼날에 닿지 않도록 몸을 틀었다.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마력에 여유가 있다면 쉽게 수복할 수 있는 것이 생령의 육신.

핵인 심장석이 무사하다면 어지간한 상처로 쉽사리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

그 사실 자체는 티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인간, 그것도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한 순간 손에 힘을 풀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가짜 티엘이 쏘아보낸 마력의 창은 갈래갈래 갈라지며, 수백 가닥의 굵은 밧줄로 변해 뒤늦게 몸을 피하려던 리아와 나셀을 덮쳤다.

"큭······, 이거······, 놔!"

"리아! 나셀!"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뼈마디 하나 남기지 않고 갈갈이 찢어버릴테니."

가짜 티엘은 여유 가득한 목소리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위가 뒤틀릴 정도로 지독하던 피냄새를 두른 가짜는 자신의 가슴을 가로지른 상처을 어루만지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극도로 정순한 마력이 갈라버린 육신은 대정령이라고 해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성장한 후로는 고통이라는 것을 일종의 유희처럼 즐기던 그녀였지만, 자의적으로 끊어버릴 수 없이 강요되는 고통이란 평상시의 장난과는 달랐다.

어쩌면 인간의 마법사에게 당했다는 수치심과 분노가 상처를 더더욱 벌리는 독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어느쪽이든 상관 없다.

어차피 더이상 곱게 끝내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환영으로 농락하는 데 실패한 이상, 환각령으로서는 졌다고밖에 할 수 없지. 하지만 아직 대정령으로서는 패배하지 않았어, 인간의 마법사. 아까 들은 말을 되돌려줄까? 패자는 패자답게, 바닥에 엎드려 기어."

마치 반항하려면 해보라는 듯, 가짜 티엘은 티엘은 자유롭게 내버려두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나셀과 리아는 아무리 애를 써도 풀려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묶여 티엘의 발을 단단하게 잡아묶고 있었다.

인질로 잡힌 두 사람을 초조하게 곁눈질하던 티엘은 이를 악물며 미소짓는 자신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네 목적은 나잖아. 리아와 나셀을 놔줘."

"왜? 인형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실이 필요하지. 우선 그 검부터 버려."

"두 사람을 놔줘!"

"네가 조건을 걸 상황은 아닐텐데? 아직도 이해 못하겠어?"

주변에 엉켜있던 덩굴들이 기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채 억누르지 못한 신음소리가 들리며 뭔가 단단한 것이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리아의 한쪽 팔꿈치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비명을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물어뜯었던 리아는 식은땀으로 가득한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로저었다.

그러나 티엘이 머뭇거리는동안, 덩굴은 계속해서 조여들며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선명하게 자아냈다.

점차 뒤틀려가는 리아의 팔을 차마 볼 수 없었던 티엘은 눈을 질끈 감으며 칼날을 소멸시켰다.

"그래. 반항해봐야 결국 무의미한 희생만 낳을 뿐이야. 이제 이해한 것 같네."

"······뭘, 어쩔 생각이야······?"

"어떻게 할까? 아하. 그래, 이쪽이 낫겠군."

가짜 티엘의 발치에서부터 갑작스러운 불길이 치솟아올랐다.

자색으로 가득하던 공간이 순식간에 시뻘건 화염으로 뒤덮이며 결계의 속성마저 반전하고 있었다.

가짜 티엘은 마치 하늘에 기도하듯 두 팔을 들어올렸다.

자수정빛 눈동자가 어느 순간, 티엘과는 전혀 다른 홍옥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머리칼 역시 적포도주빛으로 물들어 미친 불꽃 사이에서 그 자신도 불꽃인 양 아름답게 너울거렸다.

화려한 색채로 물든 가짜 티엘은 문득 초라하고 낡은 자신의 옷을 보며 킥 웃더니 자신의 옷마저 맹렬한 화염으로 뒤덮었다.

허름한 옷가지가 순식간에 타들어가며 불꽃 사이로 언뜻 드러나려는 흰 나신이 마찬가지로 불꽃 속에서 나타난 칠흑빛의 드레스에 감싸였다.

두 팔을 부드럽게 감싸는 날개같은 천 자락 아래 불꽃을 닮은 옷자락이 층층이 쌓인 치맛자락.

자주색에서부터 적색과 흑색이 교차하는 화려한 차림새는 대정령이라는 본래의 지위에 걸맞는 고풍스럽고도 화려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손끝으로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린 가짜 티엘은 우아하게 몸을 숙였다.

"엘드리안의 심장에서 태어난 대정령으로서 시원의 계약자에게 예를 갖추지 않으면 안되겠지. 광대의 가면과 몽환의 거울로서 불꽃의 무대를 완성하는 내 이름은 허영의 무희 라미타이라."

대정령, 라미타이라는 이제는 티엘과 조금도 닮지 않게 된 얼굴을 들어 요염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마치 설원 한복판에 서 있는 것처럼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섬뜩한 웃음이었다.

"내가 그리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바꿔버린 너희들에게 경의를 표하도록 하지. 자아, 상이야. 내 정체를 꿰뚫어본 너의 연인에게 그랬듯, 내가 준비한 악몽에 맞서 이 자리까지 선 너에게도 선택권을 줄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야."

라미타이라는 장미꽃이라도 던지는 것처럼, 티엘의 발치로 무언가를 던졌다.

미끼를 쫒아 달려나가기 직전, 나셀이 건네주었던 것과 똑같이 생긴 칼이었다.

물론 티엘이 받았던 검은 이미 부서져버린지 오래다.

아마도 형태 자체는 환영을 씌워 조작한 것일 터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굳이 나셀이 건네준 검을 연출하는 이유다.

가학심 가득한 얼굴로 빙그레 웃는 저 생령이, 결코 멀쩡한 이유로 검을 던져주진 않을테니.

"내 속성은 '광대의 가면', '몽환의 거울', 그리고 '광기의 불꽃'. 몸은 불타지 않을테지만, 저 두사람의 의식은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겠지. 이윽고 목적조차 없는 단순한 광란에 빠질 때까지. 그 전에 저들을 구하고 싶다면, 네 목을 찔러. 네 심장이 멈추면 저 불꽃을 꺼주기로 약속할게. 어때? 너 한 명의 목숨으로, 두 명의 동료를 구할 수 있는데."

"미친 소리 듣지 마! 이까짓거 풀어내면······!"

"아하하! 무리라고요, 리아? 저라면 칼라가스의 힘으로 저항해볼 수 있었겠지만, 리아나 나셀은 대정령급의 마력에 정면으로 저항할 수 없잖아요? 쓸데없는 짓 하다간, 그대로 비틀어버릴지도 몰라요?"

"제기랄, 티엘 흉내 집어치······, 으흑!"

라미타이라가 순간적으로 다시 자신의 얼굴을 흉내내며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본 티엘은 이를 바스라지도록 악물었다.

지금도 시시때때로 뼛조각끼리 갈리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숨막히는 신음소리 사이로 간간이 들려왔다.

그나마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할 수 있는 리아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나셀쪽은 의식을 잃지 않는 것으로 이미 한계일 터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겁에 질린 눈이 무심결에 두 사람을 향했다. 그러나 겁에 질린 그 시선이이 나셀의 눈과 마주친 순간, 뜻밖에도 나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잔인하게 가슴을 파헤치는 미소였다.

'나셀. 이런 상황에서도······, 남을 걱정하는거야······?'

차라리 원망하는 시선이었더라면.

두렵거나 괴로워하는 눈빛이었다면.

그저 자신과 얽혔다는 그 이유만으로 괴로워하는 두 사람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점점 두 사람의 숨통을 조여가는 압박을 참지못한 티엘은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집어들었다.

"이······바보······! 뭘······하려는-"

"미안, 나셀. 나, 더이상은 잃고싶지 않아."

단검이 가볍게 돌아 역수로 쥐어졌다.

라미타이라는 입술을 핥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만두라 소리치는 목소리들을 무시하며,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티엘을 지켜보았다.

혹시라도 마지막 순간 다시 기습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필요치 않았다.

티엘은 아무런 속임수도 쓰지 않은 채, 정말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떨리는 눈을 들어올린 티엘은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두 사람에게 시선을 한 번 던진 뒤, 서서히 허물어지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티엘, 이 바보 멍청이가아아아!"

비통한 절규. 그리고 정적. 짜릿한 쾌감이 대정령의 심장석을 물들였다.

"역시 정에 약한 인간은 다루기가 쉬워."

얼굴에 튄 피를 손으로 떨군 라미타이라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티엘에게서 신경을 끊고 여전히 묶여있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을 따라 두 사람을 묶어둔 덩굴에서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대정령의 이름을 내건 이상 약속은 지킨다.

그것이 대정령의 품위다.

그러나 팔다리를 붙잡은 마력덩굴은 사라지지 않았다.

목숨을 살려준다는 약속은 한 적이 없다.

그런 빈틈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망설임없이 죽음을 택하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눈뜨라, 잠겨진 문에 숨겨진 자. 피로 엮은 계약의 열쇠의 이름으로 그 이름을 부르노라."

순간 조그맣게 주문을 속삭이는 목소리가 라미타이라의 뒷목을 잡아챘다.

심장을 찔러 즉사한 줄 알았던 티엘은 아직 눈을 뜨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 흥건하게 넘쳐나는 자신의 피로 지면에 이사드를 써내려가며 주문을 영창하면서.

그제서야 라미타이라는 티엘이 검을 찌른 위치가 심장보다 조금 더 위쪽, 쇄골에 가까운 부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끈질긴 계집애가! 이제와서 마력을 억지로 끌어내봐야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계획이 틀어진 라미타이라는 불같은 기세로 고함을 질렀다.

분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멘 루스피아의 동굴에서 각인을 폭주시키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몸은, 이후로도 연이어 무리하게 마력을 다루며 금이 잔뜩 간 도자기처럼 불안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 상황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마력이 필요했다.

리아가 나눠준 마력도 모두 써버렸고, 그밖에 모자란 마력을 보충해줄 물건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 몸과, 이 생명 뿐.

'아첼. 나 소중한게 생겼어. 그러니까······.'

심장이 뛰는 한, 호흡이 이어지는 한, 최후의 최후까지 남는 한 줌의 마력.

남은 생명을 모두 태워, 단 한 순간의 날개짓으로 바꾸는 힘.

가늘게 떨리며 이사드를 써내려가던 손에서 갑자기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아니, 손 뿐이 아니었다.

두 눈의 핏줄이 터지며 새빨간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전신에서도 갑작스럽게 없던 상처가 터져나오며 온 몸을 피로 물들여갔다.

울컥, 목 안쪽에서부터 치밀어오른 핏덩이가 턱을 따라 흘러내려 입가에도 끈적한 웅덩이를 이뤘다.

"뭐 하려는거야! 그만, 그만둬!"

"하지 마! 그러다 정말 죽어! 생명력을 다 써버리면 진짜로 죽어버린다고! 야! 멈추라는 말 안들려?"

모처럼 맑게 개였던 시야가 점점 어두워져간다.

절규하는 목소리도 아득하게 멀어지고, 전신이 찢기는 통증도 흐릿해졌다.

이미 반은 죽음에 몸을 담근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의식을 가까스로 잡고 있는 것은 그저 주문을 발동시키기 위한 집념 뿐이었다.

당황한 라미타이라는 인질로 잡았던 두 사람에게서 의식을 놓아버리면서까지 티엘에게 다가왔다.

얼음 조각처럼 굳고 차가워져가는 손가락이 라미타이라의 발에 짓밟혔다.

하지만 오히려 티엘의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맺혔다.

'아첼도 날, 이해해 줄거지?'

힘이라고는 남아있지도 않을 것 같았던 티엘은, 남아있던 한 손으로 라미타이라의 발목을 있는 힘껏 잡아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그녀를 붙들며 주문의 마지막 부분을 해방했다.

'칼라가스. 부탁할게. 수명이든, 아니면 남아있는 생명력이든,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아. 저 두 사람을······, 지켜줘.'

"날개짓하라. 빙하의 바람을 안고, 자유를 향해 날개짓하라! 칼라가스!"

창백한 선이 지면을 달렸다.

그와 동시에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던 피웅덩이로부터 날카로운 얼음들이 파도치듯 솟구쳤다.

티엘이 흘린 피가 그대로 얼어붙어 붉게 물든 얼음의 첨단부는 하늘 높은 곳까지 빠른 속도로 자라나며 곳곳에 펼쳐진 덩굴을 뭉텅뭉텅 끊어냈다.

라미타이라는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맹렬히 들끓는 얼음의 파도 너머로 속박에서 풀려난 인질들이 보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얼음을 타고 안전하게 내려서는 것이 보였지만, 당장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티엘의 주문은 그야말로 폭풍우치는 바다를 예리한 얼음으로 구현한 듯한 주문이었다.

"이, 이거 놔!"

라미타이라는 창백해진 얼굴로 티엘을 뿌리치며 몸을 피하려 했다.

이대로 언제까지 막고만 있다간 휩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엘은 아무리 걷어차여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온 몸으로 라미타이라를 잡아두며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이 미친 년! 설마 제 목숨까지 태워 주문을 유지하는거냐!"

일반적으로는 한 순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한계였을텐데도, 대정령인 라미타이라가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끝없이 몰아치는 파도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라미타이라는 이를 악물다, 티엘이 붙든 자신의 다리를 제 손으로 직접 잘라냈다.

숨 막히는 신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티엘에게서 거리를 벌린 라미타이라는 필사적으로 티엘에게 등을 돌리고 거리를 벌렸다.

또다시 자신의 심장을 파고드는 굴욕에 비명을 지르면서.



* * *



티엘이 걱정됀 리아는 팔의 응급처치조차 하지 않고서 다급하게 티엘의 곁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런 리아조차도 티엘의 곁으로는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었다.

안전한 곳에 다다른 뒤에 거대한 얼음벽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며, 동시에 겹겹이 둘러진 채 도망치려는 라미타이라를 향해 맹공을 퍼붓는 무수한 얼음결정은 티엘마저도 완전히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수많은 날개를 고이 접은 채 휴식하는 천사를 닮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리아와 나셀을 구해준 그 천사는, 시시각각으로 넓어져가는 피바다에 잠겨 있었다.

얼음을 깨기 위해 분투하는 리아의 노력이 허망하게도, 티엘이 자신의 생명을 짜올려 구현한 얼음은 자그만 흠집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은사로 커다란 바위를 움켜쥐어 수 차례나 얼음을 두드렸던 리아는 힘없이 주저앉아 맨손으로 얼음을 때리기 시작했다.

"제발, 그만······. 그만하란 말야······."

지금의 주문은 명백히 죽음을 각오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차라리 주문이 깨져 마력이 역류하는 편이 나을 터였다.

하지만 얼음때문에 목소리가 닿지 않는것일까, 아니면 티엘이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까.

투명한 얼음은 끝내 흐느끼는 리아의 앞에서도 냉혹하게 침묵을 지켰다.

쓰라린 얼굴로 떨리는 리아의 등을 지켜보던 나셀은 문득 조용히 손을 들어 얼음 위를 짚었다.

얼음의 결을 따라 몇 조각으로 나눠진 티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밤을 넘어서 한 조각 별에게

바라건대 이 꿈이 끝이 아니기를

새벽녘을 지키는 그 눈빛에 한없이 기도했네


"나스······?"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데, 이유는 없었다.

단지 지금, 노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단 한 사람을 향한 노래.

단 한 사람을 위해 부르는 노래.

만일, 자신이 정말로 라미타이라가 말한 대로 주가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면, 지금이 아니고서야 언제 노래한단 말인가.

그 어느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가 차디찬 얼음 안으로 녹아들어갔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노래를 반복하며 점차 나셀이 짚은 손에서부터 가느다란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천 년은 얼어붙은 것처럼 두터웠던 얼음이 조금씩 바스라져 길을 열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기적같은 현상에 눈을 크게 뜬 리아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은사로 티엘이 내던졌던 활을 끌어당겼다.

"나스. 주문 깨지면 되도록 서둘러서 티엘을 데리고 나가. 저 가짜는 내가 어떻게든 시간 벌어줄테니까. 나중에 서로 뺨이라도 한 대씩 갈겨줘야 할테니 반드시 살려야돼. 알았지?"

리아는 대답조차 듣지 않은 채 부러진 오른팔을 은사로 대강 묶어 고정했다.

그리고 빙벽에 통로가 열리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앞으로 뛰쳐나갔다.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얼음벽과, 그 안에 몰아치던 얼음폭풍은 하나의 주문이었던 것일까.

벽이 깨지는 순간, 몰아치던 폭풍 역시 순식간에 잠들며 티엘에게 가는 길을 훤히 열었다.

아직 채 부서지지 않은 얼음을 몸으로 밀어젖히며 쓰러져있던 티엘을 안아 일으킨 나셀은 티엘의 체온이 싸늘하게 식은 것을 눈치챘다.

얕고 빠른 호흡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것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티엘, 티엘! 눈 좀 떠봐. 정신 차려!"

조심스럽게 소매를 끌어당겨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닦아주자 힘없이 감겨있던 눈꺼풀이 바르르 떨며 살짝 열렸다.

지독한 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흐릿해진 눈동자가 힘겹게 나셀을 바라보았다.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는 기분이 든 나셀은 가슴 위에서 경련을 일으키는 티엘의 손을 잡아 쥐었다.

그걸 바라고 있었다는 듯, 티엘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자그맣게 달싹이는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들려오는 것은 서글픈 바람 새는 소리 뿐이었다.

하지만 나셀은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뭐 하는거야, 이 바보야. 지금 다른 사람 걱정할 때야?"

"응. 리아씨는 괜찮아. 지금 시간을 벌어주고 있어."

"그런 말 하지 말고. 리아씨도, 나도, 화 많이 났으니까."

혼잣말을 반복하는듯한 이상한 모습과는 달리, 티엘은 엉망이 된 얼굴로도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이, 반대로 나셀에게는 더없이 슬프게만 느껴졌다.

품 안의 티엘은 시시각각으로 말라들어가고 있었다.

잿가루처럼 약해진 몸은 가느다란 바람 한 점에도 산산히 흩어질 것만 같았다.

"울지마······."

가까스로 바람소리에 묻히지 않고 들린 목소리.

울고있지 않았다.

울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눈물을 보였다간 정말로 티엘이 죽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도저히 울 수 없었다.

그러나 가슴을 불태우는 열기를 가라앉히는 것도, 죽어가는 티엘을 되살리는 것도, 지금의 나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곁에 있어주기로 약속했는데, 이 제멋대로인 아가씨는 제 발로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너 이기적이야. 멋대로 약속을 깨고, 멋대로 그렇게 희생을 자처하면······, 나는 어쩌라는거야."

"미안."

"사과해도 용서 안해. 제대로 갚을 때 까지는 절대로 용서 안할테니까."

핏방울이 섞인 눈물이 흘러내려 나셀의 옷을 적셨다.

나셀은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옛날, 세계와 교감하며 기적을 일으키던 위대한 시인들이 그랬듯, 되짚을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치유해줄 기적을 바라며.


그 마음 묻은 곳

그 한숨 잊을 곳

긴 파도 너머로 그 꿈에 눈물지으나


내 이름 부른 날

내 눈물 지운 날

나 웃음지으며 그대를 마주하리라.


나셀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며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노래를 불러온 나셀이 그저 노래하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지칠리 없다.

하지만 정작 나셀은 알지 못해도, 티엘은 자신의 주위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마력의 흐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나셀이 깨달은 것이 설마하던 주가라는 사실은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티엘의 회복을 기원하는 주가에도 상처는 조금도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구멍 뚫린 그릇에서 물이 새어나가듯, 나셀의 노래가 일으키는 기적은 슬프게도 무의미하게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미 티엘의 몸에는 생명력이라고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상처를 치유한들, 이미 생명이 남아있지 않은 육신은 더이상 움직일 수 없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던 티엘은 무의미하게 체력을 낭비하는 나셀을 멈추려고 했다.

"그-"

"그만두지 않아."

등 뒤에서 단단한 금속질의 물체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나셀은 조심스럽게 티엘을 안아 올렸다.

"내가 포기하면 실낱같은 가능성조차 사라져버려. 그런데도 내가 포기할 것 같아?"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그에 걸맞는 사람을 찾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조차 낭비할 수 없었다.

가장 가까운 신전조차도 지금의 티엘에겐 지나치게 멀었다.

한 걸음이라도 빨리 떼지 않으면, 눈앞에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셀이 막 발을 떼려는 순간, 두 사람의 곁으로 묵직한 무언가가 거칠게 나가떨어졌다.

충돌과 함께 피어난 자욱한 흙먼지가 걷히고나서야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리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러진 팔은 치명상을 피할 방패로 썼는지 처참하게 찢겨있었고, 그나마 멀쩡하던 왼팔도 알 수 없는 파편이 몇개나 깊숙하게 박혀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티엘에게 만들어주었던 활을 깎아 만든 것으로 보이는 검도 이미 부러진 상태로 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 조, 조금 방심했더니 이 꼬, 꼴이네. 하,하하하······. 걱정 마. 이제 실수는······, 실수는 더 안할테니까."

리아는 반쪽짜리 검을 내던지며 레나타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지면이 요동치며 리아와 두 사람의 사이의 지면이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미타이라가 코웃음을 치며 흩뿌린 마력은 리아가 애써 일으키던 바위벽을 종잇장처럼 간단하게 찢어발겨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다.

"끈질겨. 정해진 배역을 벗어나는 반전은 두어 번이면 충분해. 주가도, 목숨을 건 발악도, 이것으로 밑천은 다 드러났겠지. 시간 끄는것도 여기까지야."

죽음을 선고하는 라미타이라의 등 뒤에서 이글거리는 불기둥이 몇 개나 솟구쳤다.

보랏빛이 섞인 탁한 불꽃은 곧 쏟아질 것처럼 위태롭게 너울거리고 있었다.

"저거······, 아까 그 불이겠지······?"

혼을 불태운다는 광기의 불꽃.

그러나 리아와 나셀을 묶어두었을 때와 비교하자면, 물 한잔과 거대한 호수를 나란히 두는 격이었다.

일각이라도 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티엘은 어마어마한 밀도의 마력에 짓눌리는 것조차 견딜 수 없을 터였다.

이미 리아의 키조차 세 배를 넘길 정도로 솟구친 불기둥은 거대한 파도처럼 꼭대기에서부터 와르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신음을 흘리던 리아는 문득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은사를 뽑아냈다.

"나스. 아까 말한거 기억하지? 그 멍청이, 부탁할게."

"리······아······?"

"가. 공격은 몰라도 방어전이라면 자신 있으니까. 레나타, 스펠글로스! 이 악물고 버티는거야!"

단호하게 떨친 손에서 흩어진 수많은 은사들은 지면을 파고들었다 다시 지상으로 뛰쳐나와 그물처럼 얽히며 한 장의 은막을 형성했다.

반격의 속성을 지닌 스펠글로스의 마력이 은사를 적시고, 그 위로 대지령 레나타의 마력을 부여받은 지반이 엉겨붙으며 대지에 뿌리내린 거대한 암벽으로 자라났다.

완성된 암벽의 표면에는 다시 두 생령의 마력이 몇 겹으로 덧씌워져 방어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기사단 굴지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리아가 전력을 다해 만든 방벽이라면, 평범한 인간을 상대로 할때는 설령 수천의 군세가 몰려오더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휘몰아치는 화염의 격류는 격이 달랐다.

종이 한 장을 펼친 것과 다를 바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이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리아의 자신있는 미소가 단순히 허세라는 것도, 그녀가 목숨을 걸고 버틴다 해도 한 순간의 위안조차 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하지만 티엘에게는 리아를 막을 힘이 없었다.

"믿어주지 못해 미안했어. 다른 녀석들에게 안부 전해줘."

"리아······! 싫어요! 리아! 리아아!"

다 죽어가는 소리로 지르는 비명따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막아세워야 할 공격과, 이쪽의 전력을 얕보며 여유만만하게 웃는 적의 얼굴만을 눈에 담는다.

바닥을 덮은 포석이 미친 불꽃에 한 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미친듯이 쇄도하는 자색 불꽃은 그야말로 화산쇄설류를 연상시켰다.

발목을 잡아채기 위해 드문드문 세워 일으킨 돌기둥도 썩은 나뭇가지처럼 부스러져버리는 것을 보며 저도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티엘처럼 이 생명을 전부 쏟아버린다고 해도, 과연 자신과 두 생령이 대정령의 마력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을까.

'얼마나 저항하기는, 이 악물고 어떻게든 버텨내야지. 안그래?'

리아는 불안하게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마법은 본래 의지의 힘.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록 위력이 증대되어, 때로는 기적에 속하는 일조차 실현시킨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이루고싶은 간절함이 있다면 분명 한평생 다뤄온 마력은, 그리고 함께 걸어온 생령들은, 답을 보여줄 것이다.

'욕심은 부리지 않아. 저 두 바보들만 빠져나갈 수 있으면 충분해. 그러니까······.'

"이 뒤로는 보내지 않아!"

찢어지는 고함소리기 잦아드는 것과 동시에 흐르던 불과 세워진 돌이 격돌했다.

실제의 불꽃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라미타이라의 불꽃은 그대로 벽을 으깨버릴 기세로 암벽을 찍어눌렀다.

마력끼리 충돌해 상쇄되는 여파로 뜨겁게 달아오른 각인이 생령들의 비명을 그대로 계약자에게 전해주었다.

놀랍게도 리아는 최초의 격돌에서 벽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냈다.

겹겹이 둘러친 방어벽이 통째로 으스러지며 단숨에 균열이 번졌지만, 다행히 은사가 버텨주는 동안 두 생령의 힘으로 재수복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였다.

벽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둔 마력이 순식간에 깎여나가고 난 뒤에는 방벽 전체에서 불길하게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압력을 버티지 못한 돌들이 조금씩 짓눌리며 듣기 싫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라미타이라는 킥킥 웃으며 넓게 흘러퍼지려던 불꽃을 방벽을 향해 집중시켰다.

방벽 옆으로 새어나가는 불길은 사라졌지만 대신 리아가 짊어지는 중압은 몇 배로 늘어났다.

자신의 마력이 고갈되기 전에 상대의 마력에 눌려죽을 판이었다.

'버텨라. 버텨라! 마력이든 생명이든 모자라면 얼마든지 가져가! 끝까지 버티라고, 너희들!'

그러나 레나타와 스펠글로스도 이미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리아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억지를 끝까지 따라와주는 생령들에게 고마우면서도, 함께 사지로 끌어들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마음과는 반대로 불평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방벽이 부서지기까지는 채 십여 초도 남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직감한 리아는 마지막 마력을 끌어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제길.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는데······.'


작가의말

실리안이나 쉬피아네드가 별 활약을 안해서 그랬지, 대정령이라는건 자기 전공 아니어도 괴물같이 셉니다.

....그러니까 애 찾으러 보냈더니 순식간에 져서 죽어버린 쉬피아네드가 약한게 아니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새벽의 시, 얼음의 용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11장-투영透影 (3) 19.09.14 78 2 28쪽
85 11장-투영透影 (2) 19.09.13 73 2 28쪽
84 11장-투영透影 (1) 19.09.12 70 4 25쪽
83 10장-기원祈願 (8) 19.09.11 65 3 28쪽
82 10장-기원祈願 (7) 19.09.10 71 3 27쪽
81 10장-기원祈願 (6) +2 19.09.09 81 3 31쪽
80 10장-기원祈願 (5) 19.09.08 72 2 27쪽
79 10장-기원祈願 (4) 19.09.07 67 1 29쪽
78 10장-기원祈願 (3) 19.09.06 93 2 30쪽
77 10장-기원祈願 (2) 19.09.05 75 2 33쪽
76 10장-기원祈願 (1) 19.09.04 87 2 33쪽
75 9장-유산遺産 (8) 19.09.03 82 2 37쪽
74 9장-유산遺産 (7) 19.09.02 68 2 27쪽
73 9장-유산遺産 (6) 19.09.01 79 2 32쪽
72 9장-유산遺産 (5) 19.08.31 72 1 27쪽
71 9장-유산遺産 (4) 19.08.30 77 2 35쪽
70 9장-유산遺産 (3) 19.08.29 79 2 30쪽
69 9장-유산遺産 (2) 19.08.28 75 3 23쪽
68 9장-유산遺産 (1) 19.08.27 87 4 31쪽
67 8장-미해迷海 (9) 19.08.26 81 3 33쪽
66 8장-미해迷海 (8) 19.08.25 74 2 37쪽
65 8장-미해迷海 (7) 19.08.24 89 2 35쪽
64 8장-미해迷海 (6) 19.08.23 79 3 31쪽
63 8장-미해迷海 (5) 19.08.22 76 2 32쪽
62 8장-미해迷海 (4) 19.08.21 90 2 36쪽
61 8장-미해迷海 (3) 19.08.20 81 3 26쪽
60 8장-미해迷海 (2) 19.08.19 82 3 28쪽
59 8장-미해迷海 (1) 19.08.18 103 4 29쪽
58 7장-역류逆流 (8) 19.08.17 84 2 39쪽
» 7장-역류逆流 (7) 19.08.16 86 1 3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