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운좋은놈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의 남동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운좋은놈
작품등록일 :
2024.04.10 00:28
최근연재일 :
2024.05.17 23: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624,854
추천수 :
13,690
글자수 :
213,725

작성
24.04.10 00:29
조회
27,758
추천
453
글자
11쪽

2화

DUMMY

최애 2화



이름 이유성.

나이 17살.

천일 예술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방 상태와 노트, 교과서, 핸드폰을 살펴본 결과 자아도취가 강하며 중2병 증세가 심함.

음악, 특히 작곡 전공으로 예술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임.


“음악에 재능이 있긴 한가 보네. 천일 예술고면.”


거긴 예술 쪽 천재들만 가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놈이 작곡 쪽으로 나름 두각을 드러낸 모양이다.

하긴. 지 아빠가 세계에서 유명한 지휘자이니, 그 피가 어디 가겠는가.


“여기까지가 주말 동안 내가 알아낸 것.”


핸드폰 사진이 워낙 많아서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자기 셀카 사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학교 친구들과도 찍은 사진이 많은 것으로 보아 교우 관계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방을 나가 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고등학생의 이유나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내가 이유나의 쌍둥이 남매라는 거다.’


같은 17살이지만, 태어난 시간은 이유나가 빠른 듯했다.


“유성이 왔구나? 잠은 잘 잤니? 누나 앞에 앉아.”


나와 이유나의 어머니가 해맑게 웃으며 국과 밥을 차려 주었다.

이유나 아버지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분은 이유나와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유나와 이유성의 새어머니.’


이유나가 언어 장애를 갖게 된 시점은 정확히 11살 때였다.

그때 그녀는 운전 중이던 어머니와 교통사고를 당했다.


생각해 보라.

그 어린 아이가 엄마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 트라우마는 가히 엄청날 것이다.

그 충격으로 이유나는 점점 말을 잃어가 급기야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던 것.


‘PTSD에 의한 실어증일 수도 있지만,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점. 그럼 이건 실어증이 아니라 의사소통장애로 진단을 해야 하는 건가? 그래도 단답이지만 종종 대답을 하긴 했어.’


정신과 의사 버릇대로 나는 이유나를 계속 진단하는 중이었다.


“월요일이라 많이 졸립지? 밥 다 먹으면 비타민도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주말 동안 지내면서 알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유나의 아버지는 주말 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이니, 얼굴 보기가 힘든 건 당연하겠지.


‘그게 어쩌면 이유나의 병을 악화시켰던 것은 아닐까?’


죽은 친엄마 생각에, 새엄마한테는 이유나가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았을 테고.

아빠라는 사람은 늘 밖에서 스케줄을 뛰고 있다.

부모의 관심이, 그것도 가장 필요한 친부의 관심이 없으니 더욱 병이 깊어졌을 터.


달그락- 달그락-


어색한 침묵이 거실에 흘렀다.

이유나는 말 없이 음식을 먹었고, 나 역시 그런 그녀를 조심스레 관찰했다.


“유나야. 밥은 괜찮아? 더 줄까?”

“······.”


어머니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더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고.”


그녀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저 조용히 밥만 먹었다.


‘사고 이후부터 쭉 이런 분위기로 살아왔던 건가. 이분도 새엄마 노릇하기 참 힘드셨겠다.’


친아들, 친딸도 아닌데, 이런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밝음을 유지하려는 것이 조금 짠했다.


‘그런데 이유나한테는 원래 남동생이 없었는데.’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이유나는 동생이 없는 외동딸이었다.

즉, 원래 세상에 없어야 할 존재가 생겨났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겠지.’


생각해 봤자 결론이 나오지 않을 문제라면 그냥 아예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나는 그릇에 있는 밥을 남김 없이 다 해치웠다.


“잘 먹었습니다.”

“응? 어머. 우리 유성이 많이 배고팠구나? 그릇을 싹 비웠네?”

“네. 엄마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요.”


바로 그때였다.


“······!?”


어머니를 비롯해 저 이유나까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지? 내가 뭔 말실수라도 했나?’


어머니는 심지어 입술을 떨며 눈에 눈물이 고이셨다.


“유, 유성아. 방금 뭐라고 했어?”

“엄마 요리가······.”


아 설마?


“너무 맛있었다고요.”


엄마라는 말을 처음 한 거야?


“그, 그래. 그랬구나. 잠깐만-.”


어머니는 갑자기 어디론가 후다닥 달려가셨다.

나는 눈을 몇 번 껌뻑였다.


‘주말 동안은 나도 당황해서 말실수를 할까봐 일부러 입을 다물고 있긴 했지. 아무리 그래도 엄마라는 소리를 한번도 안 하다니. 지독한 새끼네 이거.’


중2병에, 사춘기도 세게 온 놈이 새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리 없다.

특히 친엄마에 대한 친근감이 깊을수록 그것이 반항심으로 치환되어 사춘기가 더욱 심해지고, 새엄마에게 적개심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일기장에도 아빠가 새엄마를 데려왔다는 문장이 딱 하나만 있고 그 외에는 이분에 대한 아무런 글이 없는 것을 보면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런데도 끝까지 이 아이들을 웃음으로 키우려 하는 것을 보면 이분이야 말로 살아 있는 성녀가 아닐까.


“흠흠.”


어머니는 붉게 부어오른 눈을 닦으며 나오셨다.


“미안해. 갑자기 뛰어가서.”

“아니에요.”

“······.”


뭔가 어색한 분위기였다.


“저기 유성아······. 아까 그 나를······.”


어머니가 무언가 운을 띄우려고 할 때,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해도 돼죠? 어머니라고 하는 게 더 예의 바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너무 딱딱해 보여서요.”

“그, 그럼! 마음껏 엄마라고 불러도 돼! 정말이야!”

“그럴게요. 엄마.”

“이, 이왕 그렇게 부를 거라면 조금 더 친근하게 해주겠니?”


좀 더 친근하게?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다.


“응. 엄마.”


엄마는 어느새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찡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난 슬쩍 이유나를 바라봤다.


“······.”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그녀에게서 감정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 *



“잘 다녀와~! 우리 아들, 우리 딸!”

“응. 잘 다녀올게요. 엄마.”

“후훗. 예쁜 녀석. 저녁 맛있는 거 해놓고 있을게.”


엄마라는 말이 그렇게 기분이 좋으실까.

내가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잇몸이 만개하고 계신다.

나는 먼저 가서 엘리베이터를 잡고 이유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분명 신발장에서 같이 있지 않았나. 왜 이렇게 안 나오지?’


그렇게 얼마쯤 기다렸을까.

이유나가 드디어 문을 열고 나왔다.


“······?”


그리고 몇 번이나 보내고 나서야 다시 잡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고 멈칫거렸다.


“왜 그래? 얼른 타.”


이유나는 눈을 몇 번 껌뻑이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날씨 덥다던데. 옷을 좀 두껍게 입은 거 아니야?”

“······.”


이유나의 겉모습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지진 난 듯 흔들리고 있었다.


‘이유나도 일기장에 딱히 많이 언급되진 않았지.’


이유성이 11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

스스로 쓰기 시작한 건지, 아니면 정신과 조언을 듣고 쓰기 시작한 건지는 모르겠다.

이 아이도 자기 누나처럼 정신과를 다녔던 흔적이 있었다.


매일 쓰는 건 아니었고,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쓴 것 같았는데, 거기에서 이유성은 이유나를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원망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죽음이 전부 이유나의 탓이라는······ 어린 마음이랄까.

아무튼 그때부터 둘의 사이가 나빠져 이제는 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 남남인 채로 지내는 것 같았다.


굳이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그렇게 지내는 남매가 많다고는 하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지.’


무슨 기적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하늘은 이유나를 사랑하시는 것 같았다.

희대의 천재 정신과 의사인 나를 이곳에 보낸 것을 보면······ 은 농담이고.


어쩌면 하늘은 이유나가 웃는 모습을, 평범한 사람처럼 남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저렇게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말을 더 걸고 싶잖아.’




* * *




“······.”


이상한 하루다.

어렸을 때 이후로 동생과 대화를 나눴던 적이 언제였을까.

‘좋은 아침’ 이라는 이 간단한 말조차 서로 나누지 않는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등교를 같은 시간대에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적이 없었다.


‘날 엄청 싫어 하니까.’


이유나는 엄마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고 동생과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생도 이유나 자신을 무척 싫어했다.

서로 눈을 바라보는 것을 역겨워 할 만큼 말이다.

그런데,


‘오늘 왜 이러는 거지?’


어디······ 머리라도 부딪혔나?

아니면 뭘 잘못 먹었나?


아줌마라 부르던 새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나.

엘리베이터를 잡고 기다리질 않나.

뜬금 없이 말을 걸지 않나.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동생이 진짜 미친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


왠지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엄마를 닮은 동생의 맑은 눈을 잠시나마 똑바로 쳐다볼 수 있어서.

그리고 시답잖은 말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우리가 남매였다는 것이 기억나는, 그런 매우 일상적인 대화였다.

물론,


‘난 한 마디도 대답을 못했지만.’


대답하고 싶어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동생에게 고맙다고, 오늘 수업 잘 보내라고.

이런 간단한 말조차 하지 못 한다.


그런 말을 꺼내려는 순간, 죽어 가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공포에 휩싸이고 식은땀이 온몸을 적신다.

자신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국 그 공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오늘만 저러다 말겠지.’


오늘 정말 큰 마음 먹고 말을 걸어 준 것일 텐데, 누나라는 놈이 대답을 안 했으니 흥미를 잃고 동생은 예전처럼 늘 그랬듯 자신을 투명 인간 취급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유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누나.”

“······?”

“안 배고파?”


같은 학년이지만 반은 서로 다른 동생이 갑자기 찾아왔다.

그런 이유성의 등장에 반 학생들도 시끄럽게 떠들다 갑자기 다들 고요해졌다.

남매이지만, 말 한 마디도 섞지 않는 사이라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

“······어어?”

“크림빵. 누나 좋아하는 거잖아.”


놀랍게도 이유성이 놓고 간 건 크림빵과 바나나 우유였다.


“우유랑 같이 먹어. 빵만 먹으면 체해.”

“······.”

“알겠지?”

조곤조곤한 말투에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 눈동자.


“······응.”


이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럼 수업 잘 받아.”


반을 나가는 이유성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건 같은 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어디 아픈 건가?’


아니면 골탕 먹이려고 여기다 뭘 넣은 건 아닐까.

아니. 그런 장난조차도 치지 않을 만큼 동생은 자신에게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했다.


그럼 대체 뭘까.

왜 이러는 걸까.


‘크림빵······.’


이유나는 책상에 놓인 크림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탑스타의 남동생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달디달디단 크림빵 후원 목록 +1 24.05.01 13,723 0 -
36 36화 NEW +4 4시간 전 2,224 87 13쪽
35 35화 +16 24.05.16 9,137 313 13쪽
34 34화 +23 24.05.15 11,131 368 14쪽
33 33화 +15 24.05.14 12,306 378 12쪽
32 32화 +16 24.05.13 13,287 366 13쪽
31 31화 +20 24.05.12 13,345 407 12쪽
30 30화 +20 24.05.10 14,556 409 12쪽
29 29화 +19 24.05.09 14,208 399 13쪽
28 28화 +23 24.05.08 14,677 364 12쪽
27 27화 +15 24.05.07 15,068 370 14쪽
26 26화 +30 24.05.06 15,345 410 12쪽
25 25화 +14 24.05.05 15,703 366 14쪽
24 24화 +19 24.05.03 16,038 390 13쪽
23 23화 +18 24.05.02 16,038 370 14쪽
22 22화 +14 24.05.01 16,289 400 13쪽
21 21화 +21 24.04.30 16,444 383 15쪽
20 20화 +18 24.04.29 16,785 392 13쪽
19 19화 +10 24.04.29 17,045 345 12쪽
18 18화 +15 24.04.26 17,356 362 12쪽
17 17화 +12 24.04.25 17,399 349 13쪽
16 16화 +11 24.04.24 17,540 366 15쪽
15 15화 +18 24.04.23 17,543 370 13쪽
14 14화 +16 24.04.22 17,694 350 13쪽
13 13화 +14 24.04.21 18,008 357 14쪽
12 12화 +9 24.04.19 18,321 367 12쪽
11 11화 +10 24.04.18 18,553 392 12쪽
10 10화 +16 24.04.17 19,089 389 15쪽
9 9화 +14 24.04.16 19,074 407 13쪽
8 8화 +14 24.04.15 19,565 43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