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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603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4.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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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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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재능의 폭발(1)

DUMMY

여느 때처럼 라디오 방송을 무사히 마치고, 병철은 은혜와 정답게 손을 잡은 채 걸어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바쁘게 통화를 하는 매니저가 바로 보였다.


“네? 아, 네! 지금 막 방송이 끝났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매니저가 통화를 마친 것을 본 병철이 다가가 물었다.


“매니저님, 무슨 일인가요?”

“병철 씨! 실은 그게···”


매니저의 말을 듣고 병철은 크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뮤지컬 섭외요?”

“네. 갑작스러워서 저희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무려 그 유명한 음악감독 나 희철 선생님이 직접 참여하는 뮤지컬이라고···”

“저도 들어본 적 있어요. 화제가 되는 뮤지컬에는 대부분 손을 대신 대단한 분이시죠.”


일단 차분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병철은 여전히 놀란 상태였다.

가수로서는 충분히 유명 해졌지만, 뮤지컬 쪽에서 병철은 경력이 거의 없는 초짜 신인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섭외라고 해도 기껏해야 엑스트라에 가까운 조연일 거 같긴 한데···어쩌다 나를···’


하지만 매니저가 꺼낸 말은 병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병철 씨가 가수인 만큼, 뮤지컬 섭외 요청 자체는 언제든 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병철 씨를 희철 선생님이 직접 주연으로 지목하셨다고 해서”···

“네? 방금 뭐라고···”


병철은 순간 믿기지 않아 매니저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매니저는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병철에게 천천히 전했다.


“희철 선생님이 병철 씨를 주연으로 세우고 싶다고 저희에게 연락을 취해오셨어요.”


-


아침 일찍부터, 병철과 여러 회사 관계자들이 모여 병철의 뮤지컬 출연에 대해 논의했다.


“이건 기회입니다! 분명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질 거예요. 그냥 뮤지컬도 아니고 무려 그 나 희철 선생님이 참가한 극이잖아요!”

“하지만 라디오 방송 스케쥴이 잡혀있는데 그건 어쩌죠? 주말 말고는 시간이 비지 않는데···”

“보통 뮤지컬은 평일과 주말로 나눠서 공연을 하니까요. 병철 씨가 주말 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스케쥴하고 충돌하지 않겠지만···”


병철의 매니저가 대화에 끼어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병철 씨는 과로하다 쓰러진 전적도 있는데 너무 하드한 스케쥴이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관계자들은 병철의 몸이 축날 수도 있다는 것에 동의하며 잠시 침묵했다.


“병철 씨 의사는 어떤가요?”


그동안 병철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보고 있었다.

솔직히, 뮤지컬에 욕심이 났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가수의 재능과 연기의 재능, 그리고 춤의 재능까지 한꺼번에 제대로 쓸 수 있는 무대라면 역시 뮤지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하지만 병철 역시 매니저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단독 콘서트를 했을 때처럼, 갑자기 무대에 섰을 때 아픈 일이 생기거나 하면 곤란했다.

여기서 스케쥴을 더 늘려도 될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했다.


“그렇게 하세요. 여기 보내준 대본도 읽어보시고.”


병철은 관계자가 건네준 뮤지컬 대본을 받아들였다.

대본 앞장에는 큰 글씨로 뮤지컬의 제목이 적혀있었다.

뮤지컬의 제목은 날개였다.


-


병철은 집으로 돌아와 차분하게 대본을 읽어보았다.

역시나 은혜가 병철을 가만 두지 않았다.


“아빠, 뭐해?”

“응? 아빠 지금은 대본 읽고 있으니까 나중에 놀아줄게.”

“치이···”


은혜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자, 병철은 웃으며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늘 저녁에 또 아빠랑 나가잖아?”

“아, 맞아!”


은혜는 금방 마음을 풀고 자신의 놀이방으로 들어갔다.

방송 스케쥴이긴 해도, 은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생긴 덕에 은혜를 설득하는 것도 한층 쉬워졌다.


‘그래. 일이 이렇게 되긴 했지만 라디오 출연하길 잘했어.’


병철은 다시 대본 읽기에 집중했다.

병철에게 요청이 들어온 주역은 외동아들을 두고 있는 젊은 홀아버지 역할이었다.


“지금 내 상황이랑 비슷하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병철은 대본을 넘겼다.

아들을 혼자 기르는 힘든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순수한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은 항상 현실을 모르고, 철이 없다는 비난을 주위 사람들에게 매일 듣는다.


‘꿈을 꾸는 것만으로 이렇게 비난받다니···불쌍해.’


병철은 어느새 대본 내용에 몰입하며 열심히 장을 넘겼다.

주인공의 꿈을 방해하는 여러 악역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꿋꿋하게 이겨낸다.


「카를로: 아버지는 바보야!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야! 아버지의 꿈은 이루어질 리가 없어.」


하지만 주인공은 하나뿐인 아들에게까지 비난을 듣고 크게 절망하고 만다.

병철이 그 부분을 읽는 순간, 대본 위로 병철의 눈물이 뚝 떨어졌다.


“어, 어···나도 참···”


병철은 서둘러 눈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렸다.


“아빠?”


놀이방에서 달려 나온 은혜가 눈물이 그렁한 병철을 보고 걱정하며 달라붙었다.


“아빠, 울어? 울지 마아···흑···히잉···”

“으, 은혜야, 울지 마. 아빠 괜찮아! 놀랐구나···”


병철은 울먹거리는 은혜를 안아 올려 등을 토닥거렸다.

그러는 중에도, 머릿속에는 대본 속의 상황이 떠나가지 않았다.


‘은혜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면, 나도 정말 절망했을 거야. 믿어주었으면 하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가슴이 찢기는 듯했겠지.’


병철은 잠시 눈을 감았다.

눈앞에 이미 선명하게, 무대에서 주인공을 연기하며 울부짖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아들을 향해 손을 뻗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병철은 다짐했다.


‘내가 해야만 해.’


병철은 마음을 굳혔다.


-


하지만 섭외 요청에 응하기로 다짐한 병철은 요청을 보류한다는 소식을 맞닥뜨렸다.


“섭외 요청을 보류한다니요?”


매니저는 침울한 얼굴로 병철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갑자기 가수인 병철 씨를 캐스팅한다고 해서 연출가와 의견 충돌이 생겼다고 하네요. 그래서 당장 병철 씨를 캐스팅 할지 말지 결정할 수가 없게 됐다고···”

“그랬군요···”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까지 하면서, 꼭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생각에 잠긴 병철의 모습을 보고 매니저가 먼저 나서서 의외의 말을 건넸다.


“이렇게 되면 단념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매니저님···”


병철이 하는 일이면 무조건 격려하고 보던 매니저였기에, 병철은 그 발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찌어찌 감독님이 밀고 가셔서 병철 씨가 캐스팅 된다고 해도 반대하는 일원이 있으면 수월하게 진행되지도 않을 거고···”


회의 때도 병철의 건강을 걱정하던 매니저는 이번에도 병철을 위해 이대로 포기할 것으로 권하고 있었다.

병철은 매니저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는 병철이 포기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애써 밝은 얼굴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그러면 이 건은 이대로···”

“반대하는 사람이 없으면 되는 거겠죠?”

“네? 병철 씨···”

“요청이 보류됐다고 해도, 오디션이나···그런 기회가 있다면 그걸 잡고 싶습니다. 저, 하고 싶어요. 이 뮤지컬.”


병철이 의지를 드러내자, 매니저는 크게 당황한 얼굴로 바뀌었다.


“병철 씨, 갑자기 어쩐 일로”···

“대본을 보고 나니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전 이 역할을 하고 싶어요.”


병철의 굳건한 눈빛을 보고 매니저는 그의 뜻을 꺾을 수 없음을 직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쪽에 여쭤보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병철 씨, 만약에 안 되더라도 병철 씨는 정말 재능이 넘치니까 꼭 다음 기회가 생길 거에요.”


혹시 병철이 실망할까 봐 매니저는 격려의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병철은 이미 감독과 자신을 반대했다던 연출가 앞에서 연기와 노래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


며칠 후, 병철은 자신을 캐스팅하려고 했던 감독, 희철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번 극에서 음악 감독을 맡은 나 희철입니다.”

“안녕하세요. 김 병철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어휴, 오히려 제가 영광이죠. 요즘 가장 유명한 가수이신데.”


희철은 병철이 캐스팅이 보류됐음에도 직접 찾아온 것이 기쁜지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저, 먼저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먼저 섭외 요청을 해놓고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보류한다고 해버리니 얼마나 당황하셨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사정이 있으셨고···”

“제가 끝까지 밀고 나가고는 싶었지만···제가 원래 그런 건 못하는 성격이라.”

“선생님의 그런 점 때문에 모두가 선생님을 신뢰하고 따르는 거죠. 나쁜 점이 아니에요.”


중년 여성이 병철과 희철의 앞에 나타났다.

병철은 그 사람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이 사람이 날 반대했다던 연출가인가?’


여성은 먼저 손을 내밀어 병철에게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 소영이라고 합니다. 이번 극에서 연출을 맡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악수를 나누자마자, 소영은 차갑게 자신의 입장을 알렸다.


“언짢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병철 씨의 캐스팅을 반대한 것이 맞습니다.”

“자네는 총대를 맨 거지.”

“네. 저 말고도 병철 씨의 캐스팅을 반대하거나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극을 진행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표로 반대하기로 하신 거군요. 극을 성공적으로 진행 시키기 위해서요.”


병철은 소영의 입장을 듣고도 담담하게 대응했다.


“이해합니다. 오히려 그런 태도가 이 극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영은 그런 병철의 태도를 보고 적지않게 당황했다.

화를 내거나 따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병철은 자신이 캐스팅에서 보류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담담함과 무엇보다 무대의 성공을 우선하는 듯한 태도가 소영에게 꽤 충격을 주었다.


‘뭐지? 이 사람, 극 전체를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아냐. 그럴 리가 없어. 단지 대중가수일 뿐이잖아.’


소영은 애써 동요를 숨기고 병철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주실 줄은 몰랐네요. 이번 극에 정말 참여하고 싶으셨나 봐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병철은 입고 왔던 외투를 벗어서 잠시 옆에 있던 의자에 내려놓았다.


“여기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이 저를 인정할 수 있게 만들 겁니다. 그러면 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겠지요?”

“네? 뭐, 뭐라고···”


소영은 병철이 던진 말에 크게 당황했다.

대중 가수인 병철이 실력만으로 모두가 인정하게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철은 흥미롭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주 재미있군요. 굉장히 자신만만한 태도지만,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절대 그렇게 만들 수 없을 겁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 분이 제일 먼저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소영은 병철이 단순한 객기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진지하게 병철의 실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좋아요. 그러면 병철 씨의 실력을 제대로 감상해보죠. 어느 부분을 연기하실 거죠?”

“아들에게 비난을 받은 직후의 장면입니다.”


병철의 대답을 듣고 소영은 순간 뒤로 넘어갈 뻔했다.


“그 부분을요?”


보통 주역 오디션을 본다면 주인공이 가장 인상적이고 멋지게 빛나는 장면을 고르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병철은 주인공이 가장 비참해지는 장면을 골랐다.

도무지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


“좋습니다.”


희철은 침착하게 병철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잠시 숨을 고르던 병철은 소영과 희철이 시작하라고 신호를 보내자 곧바로 연기를 시작했다.


“아···”


병철의 숨소리가 새어 나오는 순간, 소영과 희철은 저도 모르게 자신들의 입을 막았다.

입을 막지 않으면 그대로 비명을 지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 어찌 내게 이러십니까···나의 하나뿐인 보물조차 나를 버렸나이다!”


소영과 희철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병철이 아닌, 뮤지컬의 주인공 달로스가 목청이 터져라 울부짖는 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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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3) 21.04.04 367 4 12쪽
23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2) 21.04.03 362 7 12쪽
22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1) 21.04.02 387 9 12쪽
21 콘서트 티켓팅 21.04.01 364 6 12쪽
20 예상치 못한 접점(2) 21.03.31 36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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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대로 알아봤어(2) 21.03.28 41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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