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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601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29 07:10
조회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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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대로 알아봤어(3)

DUMMY

인터넷의 여러 맘카페에서는 병철이 광고한 유기농 주스가 너무 잘 팔려서 구하기 어렵다는 글들이 매일같이 올라왔다.


-슈퍼 가도 없어요ㅠㅠ

-우리 첫째 한 번 먹여보니까 환장하던데 매일 먹으니까 수가 너무 빨리 줄어요ㅠㅠ

-편의점 한 번 가보세요. 편의점에는 있을 수도 있어요. 대신 좀 비쌈ㅠㅠ

-저희 지역 슈퍼에는 아직 남아있어요! 한 번 가보세요!


이런 식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주스 광고를 통해 병철의 얼굴을 익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즘 과대광고 같은 게 많아서 걱정인데···

-저 가수, 딸이랑 같이 오디션에 나가서 노래 부르고 각별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니까 딸한테 이상한 걸 먹일 거 같진 않아요.

-주변에서 하나같이 그런 얘기 하더라고요. 방송에서 보니까 딸을 너무 아낀다고. 이미지는 확실히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이 직접 병철이 얼마나 은혜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입소문을 퍼트리게 되면서, 병철의 이미지가 점점 좋아졌다.

그에 따라 당연히 주스의 판매량은 천장을 뚫을 듯 치고 올라갔다.


“정말 병철 씨를 모델로 모시길 잘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지혜가 입꼬리를 내릴 줄 모르며 병철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광고 결과물이 최고의 결과물이 되도록, 은혜가 준 재능까지 써가며 병철은 최선을 다했지만, 이렇게까지 판매량이 잘 나올 줄은 몰라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저희가 시간도 예산도 빠듯하게 드렸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주시다니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닙니다. 저야말로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병철 씨가 워낙 좋은 성과를 내주셔서 앞으로 병철 씨가 출연하는 광고에는 확실하게 투자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혜는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병철에게 다음 광고 계약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번에는 요거트 광고였다.

저번에 찍은 광고처럼 새로 나온 신제품이 아니라 회사에서 간판으로 밀고 있을 정도로 잘 팔리는 요거트였다.


‘이거 은혜가 가끔 사달라고 조르던 거였는데.’


병철 역시 은혜를 통해 이 요거트를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병철은 은혜랑 함께 보던 예전의 광고를 떠올리고 의문을 품었다.


“그런데 그 광고는 이미 찍고 있던 분이 있지 않았나요?”

“네. 하지만 교체하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지혜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선대 모델이 여러 구설수를 일으키는 바람에 지혜는 교체가 필요하다고 이전부터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 자식들이 꾸물거리는 바람에 회사 이미지만 계속 깎아 먹고 있었지.’


그럴 때 마치 구세주처럼 병철이 등장했다.

그것도 기대 이상의 엄청난 성과를 내주면서.

지혜 입장에서 병철은 놓치고 싶지 않은 동아줄이었다.


“저희 쪽에 피해가 오진 않겠죠?”

“물론이죠. 저희 측에서 계약 관련 문제는 다 처리해두었습니다.”


요거트는 특히 아이들이 선호하는 간식류인 만큼 병철과 은혜의 이미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지혜는 덧붙였다.

병철은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은 후, 문제없이 다음 요거트 광고까지 계약을 맺었다.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뭔가요?”

“혹시 CM송을 제가 만들 수 있을까요? 일단 전 본업이 가수니까요.”


병철의 옆에 있던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가수가 중독적인 CM송을 만들어서 잘 된 광고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게다가 병철의 본업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냥 얼굴만 알리는 건 의미 없으니까.’


병철 역시 매니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혜에게 받은 여러 폭넓은 재능들을 본업인 뮤지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고 싶었다.

그것이 병철의 고집이자 꿈이었다.


“좋은 생각이네요! 고려해보겠습니다. 병철 씨는 첫 앨범도 매우 화제가 되었던 실력 있는 가수분이시기도 하고···”


지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병철은 지혜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은혜랑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병철을 들뜨게 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병철 씨.”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병철은 지혜와 가벼운 악수를 나누고 이야기를 좋게 마무리 지었다.


-


병철은 머지않아 CM송 허가가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은혜와 같이 병철이 직접 작곡한 CM송을 부르기 위해 녹음실을 찾았다.


“새콤달콤~”

“은혜야, 벌써 부르면 어떡해.”


병철이 사전에 들려준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은혜는 녹음실에 도착하기 전부터 계속 가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병철은 웃으며 그런 은혜의 볼을 살짝 만졌다.


“그럼 녹음 시작하겠습니다.”


병철은 CM송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가볍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짧은 곡을 만들었다.

그래서 은혜랑 같이 녹음을 해도 수월하게 마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응? 그런데 아까부터 은혜의 상태가 조금 이상한데?'


은혜는 어딘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자신의 귀보다 훨씬 큰 헤드셋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 아빠···"


녹음을 시작하려던 순간, 은혜가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얼어버렸다.


“은혜야, 왜 그래?”

“여기에서 큰 소리가 나와···무서워···”


은혜는 울먹거리며 헤드셋을 내려놓았다.

병철은 얼른 달려가 은혜의 등을 상냥하게 쓸어내렸다.


‘그렇구나. 이번에 은혜가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건 처음이구나. 그래서 낯설어서 그런 거야.’


낯선 환경인 녹음실에서 은혜는 겁에 질려있었다.

그것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챈 병철이 차분하게 은혜에게 물었다.


“은혜야, 큰 소리가 무서웠어?”

“응···”

"애가 무서워하면 그냥 빼고 가시죠."


그 말에 병철은 은혜를 난감한 표정으로 도닥였다.


‘이를 어쩌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어른에 비해 변수가 일어나기 쉬운 아이와 함께 작업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하지만 병철은 은혜를 빼고 녹음하는 것을 거절했다.


‘아이들이 잘 먹는 요거트라면, 아이인 은혜의 목소리가 들어가는 편이 광고 효과가 더 좋게 나올 거야. 애초에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만든 노래이기도 하고.’


게다가 은혜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병철이 만든 CM송을 부르고 있었다.

이번에 같이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분명 나중에라도 풀이 죽을 것이 뻔하게 보였다.

은혜의 즐거움을 아버지로서 가능한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다.


‘오디션 촬영 때랑 지금 상황이랑 다른 게 뭐였을까···’


병철은 그 차이에 대해 고민하다 문득 해결책을 떠올려냈다.


“제가 아이를 안은 채로 녹음을 하면 어떨까요?”


오디션 촬영 때는 병철이 늘 옆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녹음실에 은혜가 혼자 들어갔다.

게다가 귀 가까이에서 큰 소리가 나는 바람에 놀란 것으로 병철은 파악했다.


“은혜야, 아빠 여기 있어. 아빠 여기 있으니까 은혜는 그냥 노래 부르면 돼.”


울먹거리는 은혜를 병철이 계속 격려했다.

병철의 품에 안겨있어 은혜는 아까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녹음 관계자들은 순식간에 얌전해진 은혜의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아까는 전혀 녹음 못 할 거 같았는데 어느새 얌전해졌네.”

“역시 아빠라서 바로 달랠 수 있나 봐요.”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달라. 우리 집 애는 내가 안으면 울던데.”


은혜보다 어린 아기를 가진 믹싱 전문가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은혜를 능숙하게 달래는 병철의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제 녹음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녹음이 재개되었다.

아까와 달리 은혜는 헤드셋에서 큰 소리가 나와도 바로 울지 않았다.


‘얘 손에 힘준 거 봐.’


병철을 놓칠세라 은혜는 병철의 옷자락을 작은 손으로 꼭 붙잡고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런 은혜의 모습을 보며 병철은 조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은혜가 이렇게까지 날 의지하다니.’


병철은 은혜를 단단하게 안은 채, 자신의 파트를 녹음할 때도 은혜를 안은 채로 시작했다.

병철이 계속 옆에 있어 줬던 탓인지 은혜는 아까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로 무사히 CM송을 끝마쳤다.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병철은 은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혜야, 이제 괜찮아?"

"응, 아빠가 계속 옆에 있어서 괜찮아."


은혜는 어느새 평소의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병철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


저번과 달리, 예산을 팍팍 들인 티가 나는 호화로운 촬영장에서 병철과 은혜는 귀여운 페어룩까지 입고 순조롭게 광고를 끝마쳤다.

이번 광고의 감독도 저번에 주스 광고를 함께 찍었던 감독이었다.


“감독님, 이번에도 함께 작업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병철이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휴, 아니에요. 저야말로 병철 씨랑 또 광고를 찍게 돼서 얼마나 좋았는데요.”


첫날 만났을 때 퉁명스러웠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독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빡빡한 예산과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병철과 함께 퀄리티 높은 광고를 찍었던 것이 호평을 받아 이번에는 높은 몸값에 고용되었다.


‘병철 씨 덕분에 나도 좋은 일이 생겼지. 하하.’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런 감독의 열정에 맞춰 병철도 열심히 은혜와 함께 광고를 찍었다.

그리고 영상을 같이 보며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 광고도 정말 잘 나올 것 같네요. 특히 CM송이 톡톡 튀니까 젊은 층들에게 잘 먹힐 거 같아요.”

“네. 사실 저처럼 젊은 부모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광고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죠. 아무래도 그런 부모들이 SNS라던가 능숙하게 다루니까 홍보도 그만큼 빨리 되니까요.”


이야기가 빨리 통하는 병철에게 감독은 호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병철 씨는 정말 다재다능한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영철이 걔가 그렇게 칭찬한 이유를 알겠어. 난 무슨 오버하는 줄 알았는데.”


감독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병철이 놀라 감독에게 물었다.


“영철 감독님을 아세요?”

“네, 네. 제 후배거든요. 요즘은 뮤직비디오 일은 쉬고 원래 하고 싶었던 영화를 찍는다고 하던데 혹시 모르죠? 병철 씨를 캐스팅해갈지 하하.”

“설마요. 제가 배우도 아닌데.”

“요즘은 가수들도 배우 일하는 사람 많은걸요. 능력만 있다면야.”


감독은 마치 병철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병철은 아직 연기 쪽에서 활동하는 자신의 모습이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진 않았다.


‘이게 재능의 힘인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어.’


병철은 주먹을 꼭 쥐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


요거트 광고도 대박을 터트려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가도 병철의 CM송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로드 매니저는 그야말로 복덩이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병철에게 살갑게 말을 꺼냈다.


“아, 병철 씨. 실은 이번 광고도 연속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됐잖아요? 그래서 병철 씨 인지도도 정말 많이 높아졌어요.”

“네. 이제는 얼굴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장도 쉽게 가겠더라고요. 하하.”


이제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도 바로 사인을 원하는 팬들이 우르르 달려올 정도였다.

그래서 몇 번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민폐를 끼칠 정도가 되자, 병철은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번에 열리는 단독 콘서트 장소를 더 넓은 장소로 옮기는 건 어떨까 합니다.”

“넓은 장소요?”

“네. 지금 정해진 곳보다 네 배는 넓은 곳으로요!”


매니저가 꺼낸 말에 병철의 입이 저절로 떡 벌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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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3) 21.04.04 367 4 12쪽
23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2) 21.04.03 362 7 12쪽
22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1) 21.04.02 387 9 12쪽
21 콘서트 티켓팅 21.04.01 364 6 12쪽
20 예상치 못한 접점(2) 21.03.31 365 5 13쪽
19 예상치 못한 접점(1) 21.03.30 385 5 12쪽
» 제대로 알아봤어(3) 21.03.29 438 7 12쪽
17 제대로 알아봤어(2) 21.03.28 419 9 12쪽
16 제대로 알아봤어(1) 21.03.27 411 10 13쪽
15 주제를 알라(2) 21.03.26 434 7 12쪽
14 주제를 알라(1) 21.03.25 46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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