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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597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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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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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딸이 생겼다(1)

DUMMY

UV엔터테인먼트 회사 건물 내의 오디션 장.

곧 지상파에 방영될 예정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촬영장이기도 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참가자 다섯 명이 심사위원들 앞에 서 있었다.


“그럼 38번부터 시작해주세요.”

“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병철은 자신의 어쿠스틱 기타를 쥔 채 차례를 기다렸다.

하지만 목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목이 그대로 갈라질 것 같았지만 병철은 통증을 꾹 참았다.


“잘 들었습니다. 다음 45번.”


심사위원이 불렀음에도 병철은 노래 가사를 외느라 바로 눈치 채지 못했다.


“45번?”

“아, 네! 죄송합니다.”


병철이 거친 숨을 내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기회다.

병철은 어쿠스틱 기타를 들어 직접 연주를 시작했다.


“사랑을 주···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던 두 남자가 실수한 병철을 냉정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사~랑을 주지 못···”


목에 핏대가 세워질 정도였지만 음이 도저히 올라가질 않았다.

병철의 끔찍한 목소리를 들은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미간을 팍 찌푸리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잘 들었습니다.”


실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병철은 한숨을 애써 목 뒤로 흘려 넘겼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병철이 마지막 순서였기에 심사위원들은 정리 멘트를 던졌다.


“수고하셨습니다.”


병철과 함께 들어온 5명의 참가자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디션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지라 다들 멍한 표정이었다.


‘기껏해야 한 소절 부르는 게 다니까.’


문제는 자신이 겨우 그 한 소절에도 삑사리를 내버렸다는 거다.

어제 너무 연습을 과하게 한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저 사람은 붙지 않을까? 노래 진짜 잘했는데. 저기 왼쪽 끝에 사람은 자작곡을 들고 왔는데도 잘했고.’


능숙하게 잘 부른 다른 참가자들에 비하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병철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오디션장을 나갔다.


“수고했어!”

“어때? 붙을 거 같아?”


가족인지 친구인지 모를 사람들이 나타나 다른 참가자들을 꼭 안아주었다.

소리를 죽여 훌쩍훌쩍 우는 참가자도 있었고, 이제는 후련하다며 기뻐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병철은 늘 그랬듯 혼자였다.


‘이번에도 떨어졌겠네.’


그렇게 혼자서 실패를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오디션을 그렇게 많이 보고 다니면 이제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앞에서는 반응이 좋았는데 떨어진 경우도 허다했다.


‘27살이나 처먹고 여기서 울면 진짜 쪽팔린 거다.’


코가 매워지고 목울대가 울렁거렸지만, 병철은 꾹 참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참가했건만, 후회만이 가득했다.

병철은 서둘러 짐을 챙겨 오디션장을 나갔다.


“저 사람, 진짜 잘생겼다.”

“그치? 무슨 아이돌 연습생인 줄.”


병철의 등 뒤로 병철의 뛰어난 외모를 칭찬하는 잡담이 들려왔다.

하지만 병철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예전에 명함은 많이 받긴 했지만···’


하지만 형편없는 실력 탓인지 케어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연습생이 되기 일쑤였다.

결국 데뷔가 무산되고 회사 자체가 망해서 뛰쳐나오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병철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고, 또한 오기를 줬다.

겉모습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해서 이름을 떨치는 뮤지션이 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


병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학원비가 부담되어 혼자서 열심히 연습했지만, 당연히 전문 훈련을 받은 참가자들에 비해 확연히 실력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병철에게는 꿈과 열정만 있을 뿐 재능이 없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 목 완전히 맛이 갔네···”


마지막이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연습한 결과가 이렇게 돌아왔다.

병철은 계속 기침을 하며 힘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졸음과 피곤함이 단번에 몰려왔다.


-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병철의 이력서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 외모만 보면 참 괜찮은데···”

“우리가 뭐 미스코리아 같은 거 뽑는 것도 아니잖아.”


병철의 이력서를 들고 있었던 심사위원을 보며 다른 심사위원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금까지 심사하면서 들은 노래 중에 독보적으로 최악이었기 때문에 심사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음색도 거칠고 완전 꽝이야 꽝. 그런 실력으로 무슨 오디션을 보러 온 건지.”

“게다가 목도 엄청 쉬어있더라고. 자기관리도 좀 했어야지.”

“내 말이. 괜히 시간 낭비만 했어.”

“다음 참가자, 들어가실게요~”


잡담을 나누며 물을 마시던 심사위원들이 직원의 말을 듣고 다시 집중했다.

하지만 수많은 참가자들을 봐도 눈에 띄는 원석 같은 존재는 하나도 없어서 아쉬움이 가시질 않았다.


-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병철은 쓸쓸하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젠 기획사에 들어가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펼친다는 꿈도 접을 때가 된 거 같았다.

인정하기 싫어서 이 나이까지 끌고 왔지만, 자신에게는 재능이 없었다.


“병원, 이제 가야겠지?”


재능이 없는 것도 모자라, 얼마 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병에도 걸려버렸다.

성대 결절이었다.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하며 노래를 부르다가 얻게 된 병이었다.


‘그럴 거면 노래라도 좀 잘 부르게 된 다음에 걸리게 해주지. 신도 참 무심하다.’


딱히 종교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병철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오디션만 완벽하게 보고 나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진료를 받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휴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던 병철은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동기들의 카톡 프사를 보며 병철은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누구는 벌써 애도 낳고 아빠도 됐네.”


동기들의 소식을 보면, 자신 혼자만 허황된 꿈을 좇다가 뒤처진 느낌을 받았다.


“애기 귀엽다.”


자식과 볼을 부비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동기의 사진을 보자 병철은 마음이 아렸다.

홀어머니마저 어릴 때 죽고 난 이후로, 병철은 가족 없이 쭉 혼자 살아왔다.

그래서 생판 남의 가족사진을 봐도 눈시울이 금방 붉어졌다.


“크흠, 그만 보자. 기분만 우울해진다.”


병철은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있는 회사 건물을 마지막으로 올려다보았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미련이 자꾸만 생겼다.

그때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빨리 훌훌 털고 다른 취업길이나 생각하자. 목도 나아야지. 불치병도 아니니까 분명 나을 거야. 노래를···다시 부르진 못하겠지만.”


병철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지갑을 뒤졌다.


“밥이라도 좀 먹으러 가자. 배고프면 될 일도 더 안 된다.”


지갑에는 달랑 만원밖에 없었지만, 병철은 애써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와, 만 원이나 있다. 김밥에 라면도 시켜 먹을 수 있어.”


마치 물 한잔을 두고 물이 한잔이나 있다고 하는 꼴이었지만, 이렇게 입 밖으로 내니 기분이 좀 더 좋아졌다.


“어?”


근처 김밥집으로 향하려던 병철의 시선이 무언가에 이끌렸다.

회사 건물 근처 벤치에 토끼 귀마개를 낀 채 빨간 패딩을 입은 아이가 혼자 앉아 있었다.

아이는 딱 봐도 병철의 무릎에도 채 오지 못할 만큼 조그만 아이였다.


‘왜 아이가 여기 혼자 있지?’


솔직히 배고프고 추웠지만, 병철은 절대 아이를 외면할 수 있는 성정이 아니었다.

병철은 한쪽 무릎을 꿇고 조그마한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너 왜 여기 혼자 있니? 부모님은?”


아이는 크고 동그란 눈으로 병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이의 새까만 눈동자에 병철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쳤다.

아이는 말없이 있다가 조그만 손가락으로 병철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 계신다고?”


하지만 아이가 가르친 곳에는 그 어떤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병철은 인적이 드문 곳에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괜찮으면 삼촌이랑 같이 기다릴까?”


병철은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옆에 앉았다.

엉덩이가 차가웠지만, 병철은 오히려 아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애기도 추울 텐데 손수건이라도 깔아줄까?’


하지만 옆에 앉아 있는 아이는 멀쩡해 보였다.

너무 오지랖을 부리는 것도 수상하게 보일 것 같아 병철은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있잖아, 기다려도 부모님 안 오시면 삼촌이 경찰 불러줄게.”


병철의 말에 아이는 팔자 눈썹이 되더니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싫어?”


병철은 잠시 당황하다가 금방 이해했다.


‘아, 경찰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긴 그런 애도 있을 수 있지.’


병철은 아이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이 추운 곳에서 애기랑 계속 기다리기만 할 순 없지. 좀 있다가 근처 카페에라도 들어가서 기다리던가 해야겠다. 그러다 몰래 경찰을 부르면 되겠지.’


고민에 빠진 병철에게 아이가 갑자기 막대사탕을 슥 내밀었다.


“삼촌 주는 거야? 고마워. 잘 먹을게.”


병철은 고맙게 사탕을 받아들었다.

가뜩이나 배가 고픈 상태라서 당분이 절실한 상태였다.

사탕은 입에 넣자마자 순식간에 녹아내려 병철의 혀에 스며들었다.


‘무슨 사탕이 왜 이렇게 빨리 녹아.’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병철은 사탕의 맛을 음미했다.

달기도 하면서 동시에 씁쓸하기도 한 오묘한 맛이었다.

분명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맛은 아니었다.


‘근데 이거 목캔디 비슷한 건가? 목이 아까보다 편해진 거 같은데···’


병철은 신기한 기분에 무심코 목을 쓰다듬었다.

통증이 아까의 절반으로 줄어든 기분이었다.


‘어···이상하게 졸립다···여기서 졸면···안 되는데···’


갑자기 심하게 졸음이 몰려왔다.

눈꺼풀이 내려앉으려는 것을 병철은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자꾸만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병철의 눈이 완전히 감기기 직전, 아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빠.”


아이의 말을 들은 병철은 겨우 실눈을 뜬 채 웅얼거렸다.


“아빠 왔어? 잘 됐다. 그러면···음냐···”


그런데 배가 무언가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


낭랑하고 쨍쨍한 목소리가 병철의 허름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아빠아! 아빠아!”

“엉?”


병철은 부스스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혼자 살고 있던 원룸이었다.


“뭐야? 내가 언제 집에 왔지?”


병철은 눈을 비비며 크게 하품을 했다.


‘아까 그건···꿈이었나?’


평소에 꿈같은 건 안 꾸고 깊게 자는 병철은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병철이 서서히 상반신을 일으키려던 찰나, 양갈래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병철의 가슴팍을 여러 번 두드렸다.


“억!”

“아빠아! 일어냐. 일어냐.”


꿈에서 본 아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가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병철은 반쯤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뭐라고?”


병철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탄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 어떻게 된 거야?’


아이는 부들부들한 볼을 병철의 턱에 대고 문질렀다.

훅 끼쳐오는 아기 냄새가 빠져나간 병철의 정신을 되돌려놓았다.


“아빠아! 왜 안 일어냐아!”

“이, 일어날게. 지금 일어날 테니까 그만 누를래?”


상황 파악이 덜 됐지만, 병철은 일단 투덜거리는 아이를 달랬다.

아이는 그제야 만족한 듯 병철의 몸에서 내려왔다.

아직 머리가 무거운지 아이는 내려오는 데도 몸이 아니라 머리가 휘청거리며 먼저 내려왔다.


“어, 어! 조심해야지.”


병철은 기겁하며 아이의 머리를 살짝 손으로 받쳤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모습에 기가 찼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진짜 얘 아빠처럼 굴고 있잖아.’


까치집이 된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병철은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차근차근 정리해보자.’


지상파에 방송될 예정인 오디션 프로그램 예선에서 존나 못해서 떨어졌다.

그리고 오디션 장 근처에서 어떤 아이를 만났다.

아이의 부모가 오기를 기다리던 중 아이가 준 사탕을 먹고 목이···


“어? 그러고 보니 목이···?”


병철은 깜짝 놀라 자신의 목을 어루만졌다.

숨만 쉬어도 통증이 오던 목이 지금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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