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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599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4.03 07:10
조회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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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2)

DUMMY

솔로 기타의 연주와 병철의 보컬만으로 MR이 흘러나오지 않는 상태에서도 무대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병철 킴! 병철 킴!"


기타의 현란한 연주소리와 병철의 울림이 깊은 목소리가 어우러져 관객들은 MR이 현재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잊은 채 신나게 야광봉을 흔들었다.

번쩍거리는 조명 아래의 병철을 보고 관객석에 앉은 두 자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진짜 대박이다.”

“언니, 나 눈물 날 거 같아. 병철 킴을 이렇게 가까이서 영접하다니.”

"울지 마. 네 우는 얼굴 존나 못생겼는데 병철 킴이 보면 어떡해?"

"오늘은 내가 봐준다. 진짜."


무대 위에서의 병철은 그야말로 조각상처럼 완벽한 미모였다.

오디션 마지막 공연 때보다도 화려하게 잘 꾸민 모습에 여자 관객들이 너도나도 환호성을 질러댔다.

자매들 옆에 앉아있던 어머니가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네.”

“원래 콘서트란 게 그런 거야, 엄마. 그냥 즐겨!”


자매의 어머니는 픽 웃으며 자매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래. 표 구하느라 고생했다. 너희들.”

“엄마가 병철 킴 얼마나 좋아하는지 우리가 다 알잖아. 오디션 마지막 무대 때 울기도 하고.”

“얘는 언제 적 이야기를···”


두 자매의 어머니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또래의 중년들도 많이 와있는 것을 보고 안심한 듯 힘껏 야광봉을 흔들었다.

겨우 음향이 고쳐졌는지 스태프가 열심히 병철한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병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 있다가 MR을 흘려보내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빨리 내보내는 편이 좋지 않나?’


스태프는 의문에 휩싸였지만 이내 알았다고 한 후, 병철이 신호를 보내는 대로 MR을 틀기로 했다.

병철은 갑자기 MR이 흘러나올 경우, 겨우 잡아둔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하나, 둘···바로 지금!’


후렴구 부분이 시작할 때가 되자, 병철은 신호를 보냈다.

후반부에 한 번에 터트리는 느낌을 내기 위해 풍부한 사운드의 MR을 그때 내보내기로 계획한 것이다.

병철의 지시대로 스태프들은 이번에는 MR을 흘려보냈다.


“가까워지고 멀어졌던 그 세월, 너만을 생각했던 그 세월~!”


관객들은 병철이 내지르는 후렴구를 들으며 소름이 쫙 끼치는 경험을 했다.

병철의 콘서트를 스트리밍하고 있는 사이트도 순간 렉이 걸릴 정도로 엄청난 양의 채팅이 올라왔다.


-소름 돋았어 개멋있다 진짜

-역대급인데? 나 콘서트 자주 다녔는데 진짜 오늘 와"

-현장 갈걸ㅠㅠ카메라로 보는데도 이정도면 현장에서는 얼마나 쩔겠냐

-세월 하고 외치는 부분에서 지렸음 진짜

-나 팬티 10장은 갈아입고 왔어


솔로 기타 사운드로 담담하고 억제해왔던 슬픔과 감정이 결국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 같은 연출.

전혀 의도치 않은 사고에서 비롯됐음에도, 마치 미리 계획됐던 무대 연출처럼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무대가 되었다.


“음향 사고가 났는데 이렇게까지 임기응변을 해내다니.”


바쁘게 움직이던 스태프들도 병철의 무대를 보고 일순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였다.


“병철 킴···대단해. 신인가수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속에 사실 데뷔 50년 차 가수가 들어가 있는 거 아냐?”

“지금 농담이 나와? 빨리 움직여! 또 사고 나면 큰일 난다고!”


스태프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발로 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철의 첫 번째 무대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


병철은 비틀거리며 무대를 잠시 내려왔다.


‘역시 열이 더 올랐어···’


병철은 임시방편으로 매니저에게 해열제를 부탁했다.

열이 있다는 말에 매니저는 화들짝 놀라 병철을 걱정했다.


“병철 씨,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열만 내려갈 수 있으면 돼요.”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무리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꼭 오늘 무대를 해내고 싶어서 그래요.”


병철의 눈에 단단한 결심이 어려있는 것을 본 매니저는 결국 더는 만류하지 않았다.

대신 빠르게 해열제와 물을 가져다주었다.


“알겠습니다. 꼭 마지막까지 무사히 마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다음 무대 준비해주세요!”


병철은 빠르게 약을 삼킨 후, 옷을 갈아입고 무대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병철 씨,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가수는 처음 봐. 난 정말 대단한 가수의 매니저를 맡았구나.’


매니저는 병철의 뒷모습을 보며 크게 감탄했다.


-


임시방편으로 해열제를 먹고 병철은 바로 무대에 섰다.

사정을 모르는 관객들은 병철의 등장에 다시 한 번 크게 환호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으려던 순간, 병철은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마이크가···?'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스태프들이 크게 당황하며 아까처럼 빠르게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병철은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아까 음향 사고도 그렇고, 이런 돌발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아.'


병철은 이전에 선배 가수들이 무대에서 문제를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아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꽤 흔하게 일어나는 사고였다.


'그럴 때 대선배님들이 했던 방법은···'


이렇게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면 데뷔한 지 오래 된 프로 가수들도 기운이 꺾일 터였다.

하지만 병철은 신인임에도 꺾이기는커녕 더더욱 타오르고 있었다.


'마이크가 없이도 들릴 수 있도록 성량을 키운다.'


관객석을 둘러보며 병철은 어떻게 해야 마이크의 부재를 모면할 수 있을 정도로 성량을 높일 수 있을지 짧은 순간동안 고민했다.


‘성량은 목을 혹사시키기만 해서는 오래 갈 수 없어. 몸 전체를 잘 써야만 해.’


다행히 은혜에게 저번에 받은 축구의 재능으로 병철은 예전보다 자신의 신체를 구석구석 잘 파악하고, 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병철은 마이크를 입에 대는 척 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아아아아~”


병철의 성량과 묵직한 울림 덕에 관객들은 현재 마이크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몇몇이 병철이 마이크에서 입을 꽤 멀리 떼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긴 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하고 그냥 넘어갔다.


"와, 콘서트라서 그런가? 목소리가 훨씬 뚜렷하게 잘 들리는 거 같아!"

"이게 진짜 병철 킴의 목소리라는 느낌이네. 진면목을 본 거 같아."

"미쳤다···진짜···연차내고 오길 잘했어!"

"병철 킴! 병철 킴!"


관객들의 마이크의 효과를 받지 않은 병철의 목소리를 듣고도 오히려 더욱 뚜렷하고 맑게 들린다며 환호성을 보냈다.

일행과 같이 온 관객들은 소란스러운 환경에서도 병철의 목소리를 듣고 받은 짜릿한 감정을 서로 공유하기에 바빴다.


"보여? 나 완전 귀까지 바르르 떨은 거?"

"야, 뭔 느낌인지 존나 알아! 나도 그랬어."

"호오오오우! 병철 킴!"

"노래의 신! 병철 킴! 갓 오브 싱!"


관객들은 병철을 향해 노래의 신이라고 연호하기까지 했다.

이윽고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병철은 발매 당시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너를 보낸다아아!”


바로 샤우팅과 순차적으로 5단씩이나 올라가는 고음이었다.

찢어지는 음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샤우팅과 신인가수인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능숙한 고음.

당시 선배 가수들과 평론가들에게도 신이 내려준 놀라운 재능이라고 평가받은 영역이었다.


“와, 내가 이걸 라이브로 듣게 되다니!”

“미쳤다, 미쳤어! 병철 킴! 사랑해액!!”

"병철 킴은 신이다!"


관객석은 그야말로 단번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관객들은 이젠 거의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기 시작했다.

채팅창도 아까보다 한층 더 열기를 띄웠다.


-아 계속 렉걸려;;

-(사망

-저게 사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냐?

-사실 사람 아니고 외계인이라고 주장해본다

-악마한테 영혼 팔아도 이 정도로 잘 부르진 못할 듯


모두의 귀를 시원하게 뚫고 지나간 병철의 보컬에 중독되어 관객들은 노래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즐기느라 정신이 쏙 빠져있었다.


‘휴, 어떻게든 넘어갔다.’


병철의 몸은 이제 거의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온몸에서 쥐어짜내 소리를 지른 탓이었다.

금방이라도 지쳐 넘어갈 것 같았다.


“아빠, 티라노 사우르스만큼 멋있어.”


정신이 혼미해지려던 찰나, 병철의 의식을 은혜의 해맑은 목소리가 붙들었다.


‘그래, 오늘은 은혜의 생일이잖아. 멋있는 아빠가 쓰러지면 안 돼.’


병철은 한 쪽손을 번쩍 들어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함성소리가 높아질수록 병철은 기운이 충전되는 것이 느껴졌다.


-


마이크는 다행히 노래가 끝나자마자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사고였던 모양이었다.

병철은 나머지 노래들을 순탄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


“여러분, 오늘 잘 즐겨주셨나요?”


곧바로 네, 라고 외치는 함성이 되돌아왔다.

함성소리만으로는 연령도 성별도 알 수 없는 것을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이 콘서트 장에 모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저번에 한 라이브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사실 오늘은 저의 가장 큰 보물인 은혜의 생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은혜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답니다.”


관객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딸을 위하는 병철을 격려했다.


“여기 모여주신 분들도 은혜의 생일을 축하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 속에서 은혜가 무대로 걸어나왔다.

은혜의 품에는 거의 은혜의 키와 맞먹는 커다란 장미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아빠를 본 것이 마냥 반갑고 즐거운지 은혜는 크게 웃었다.


“아빠아!”


병철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은혜의 품에 들린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이건 계획되지 않은 거였다.


“콘서트, 축하합니다!”


매니저가 무대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병철에게 비밀리에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병철은 눈물을 살짝 글썽거리며 한쪽 무릎을 굽혀 은혜와 시선을 맞췄다.


“은혜도 생일 축하해.”


그러다 관객석에서 생일 축하한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


다수의 사람들이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에 은혜는 마냥 신나 무대 위에서도 방방 뛰었다.


“고마워요!”


은혜가 손을 흔들며 관객석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러자 갑자기 무대 장치가 움직이면서 왕이 앉을 법한 의자가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의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은혜에게 병철이 바로 스태프가 가져온 왕관을 씌웠다.


“자, 가실까요? 공주님.”

“은혜가 공주님이야?”


은혜는 신이 나 병철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병철이 안내하는 대로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은혜를 의자에 앉히고 병철은 관객석을 향해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여러분, 이벤트는 이겁니다. 오늘 이후로는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노래를 은혜를 위해서 부르겠습니다.”


병철이 갑자기 내뱉은 발언에 관객들이 술렁거렸다.


“이 노래는 오직 오늘 은혜의 생일만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즉, 오늘만을 위한 노래라서 앞으로도 앨범에 싣지 않을 겁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병철의 설명을 들었다.

오늘만을 위한 노래, 이 콘서트에서밖에 들을 수 없는 노래.


“내년의 은혜는 새롭게 자라서 또 다른 모습이 되어 있겠죠. 그러면 또 그에 맞춰 새로운 노래를 만들 예정입니다. 부디 즐겁게 들어주세요.”


병철이 발표를 마치고 고개를 꾸벅 숙이자 관객석에는 저마다 다른 감상이 터져나왔다.


“나 벌써 눈물 나.”

“은혜는 정말 행복하겠다. 저런 아버지를 둬서···”

“우리 딸도 저렇게 어렸을 때가 있었는데···”

“정말 그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새롭고 예뻤어. 우리 아이···”


아이를 가진 중년들은 병철의 마음을 이해하며 벌써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아이가 없는 젊은 사람들도 특별하게 대우 받는 은혜를 부러워하며 병철의 세심함과 자상함에 감탄을 쏟아내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병철의 첫 콘서트가 드디어 마지막 장에 돌입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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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2) 21.04.03 362 7 12쪽
22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1) 21.04.02 38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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