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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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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3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4.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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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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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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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1)

DUMMY

병철의 멍한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

설마 제대로 예매를 누르기도 전에 클릭 한 번 못해볼 줄은 예상치 못했다.


-광탈한 울 아빠ㅠㅠ그리고 나도ㅠㅠ

-성공한 사람 있긴 함?;;

-엄마가 좋아해서 티켓팅 도전하려고 했는데 진입도 못함ㅠㅠ효도 실패bb


채팅창은 예매를 놓쳐서 슬퍼하는 팬들의 울음 이모티콘으로 도배되었다.

병철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이거 장소가 좀 더 넓은 편이 좋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이렇게 빨리 매진될 줄은 몰랐어요.”


병철은 소소한 축하와 위로의 말을 팬들에게 랜선으로 건넸다.


“티켓 구매하시는 분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아깝게 놓친 분들, 다 수용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마음 같아서는 다 만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러다 병철은 갑작스럽게 큰 건을 발표했다.


“그래서 이번에 스트리밍 티켓도 일주일 뒤에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현장에 오실 수는 없지만 집에서도 콘서트를 보실 수 있어요.”


스트리밍 티켓을 판다는 소식에 채팅창의 속도가 10배는 더 빨라졌다.


-??

-???헐헐헐

-오늘 알리려고 했던 게 스트리밍 얘기였어?

-헐, 대박!! 꼭 산다ㅠㅠ


긍정적 반응뿐만 아니라 돈독 올랐나는 악플도 우르르 올라왔지만, 스트리밍 티켓이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 금방 화력에 묻혀버렸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저의 콘서트를 보고 즐겨주셨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회사 측과 상의해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기로 했어요.”


실제로 병철이 낸 아이디어가 맞았다.

회사 측은 비용이 더 들어가지 않을지, 촬영이 가능한 환경인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침 콘서트 장소가 이전에도 공연을 촬영한 적이 있었고, 병철이 벌어들인 앨범 수익으로 촬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음이 밝혀지자 일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갓ㅠㅠ

-현장에 가고 싶었지만 스트리밍 티켓이라도 꼭 살게요!


채팅창은 티켓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방안을 생각해준 병철을 찬양하기에 바빴다.

병철은 웃으며 또 다른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한 가지 알려드릴 게 더 있어요. 제 단독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 사실 은혜 생일이에요. 그래서 콘서트 중에 작은 이벤트가 열릴 수 있습니다.”


은혜의 생일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채팅창은 케이크 이모티콘으로 가득 찼다.

병철은 화면을 캡처해서 은혜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은혜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어.’


그것이 병철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지 은혜의 마법이 큰 도움이 되어줬다.


“콘서트를 즐겨주시면서 저의 가장 큰 보물, 은혜의 생일도 같이 축하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간단하게 노래 리퀘스트를 받고 조금 이따가 라이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병철이 리퀘스트를 받겠다고 하자 채팅창은 너도나도 나서서 노래를 신청해댔다.


‘이걸로 라이브도 안심하고 볼 수 있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새겨두자.’


물론 결정적인 신뢰를 줄 순 없겠지만,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는 충분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빨랐던 채팅창이 글자를 다 읽기도 전에 페이지가 넘어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어, 너무 많다···이거 다 부르려면 제 몸이 백 개여도 모자라겠어요.”


병철은 당황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유쾌하게 상황을 대처했다.


“추첨기요? 아, 그걸 돌리라고요. 네. 그럼 해보겠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한테 배워가는 게 많네요.”


병철은 채팅창에 들어온 조언대로 추첨 프로그램을 돌려 사람들을 뽑았다.


“첫 번째 당첨자는···아빠의 가짜큰딸님! 강보라 선배님의 너 없는 사계절을 신청해주셨네요. 그러면 즉석으로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병철과 듀엣까지 했었던 보라의 곡이 걸렸다.

모두 기대하며 채팅창에서까지 조용히 하라는 코멘트들이 마구 올라왔다.


-헐 내 최애곡인데

-두근두근

-쉿 다들 조용

-쉿쉿


채팅창의 반응을 보고 병철은 무심코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제 노래 들을 거니까 채팅창도 조용히 하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다들 엄청 귀여우시다···”


채팅창에는 병철이 더 귀엽다는 말과 난생 처음 귀엽다는 말을 들어봤다는 반응으로 양분되었다.


-아빠가 더 귀여워~

-와, 30대 남자인데 귀엽다는 말 들어봄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형한테라면 들어도 좋···읍읍


채팅창이 빠르게 돌아가는 동안, 병철은 기타를 고쳐 맸다.


“그럼 시작합니다. 즉석이라 잘 부를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병철은 가볍게 기타의 줄을 튕겼다.

원곡은 보라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와 강렬한 사운드가 어우러진 다소 강한 느낌의 곡이었지만 병철이 부르자 또 다른 느낌의 곡이 탄생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그대로 따라해 봤자 의미 없어.’


병철은 노래의 가사를 곱씹으며 자신이 해석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바를 은은한 기타 연주에 실어 보냈다.


-와···

-원곡이랑 느낌이 많이 다른 듯

-난 이게 원곡보다 더 좋은데? 귀가 편함

-후려치기는 ㄴㄴ

-난 원곡을 좀 더 좋아하는데 이 버전도 엄청 좋다!


그 결과, 괴로운 일생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원곡과 달리 묵묵하게 마음 속 태풍을 견디는 새로운 느낌의 곡이 되었다.

원곡은 여성 보컬이다 보니 고음을 내야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 병철에게 그런 것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네, 여기까지 부르겠습니다. 정말 좋은 노래니까 원곡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채팅창은 벌써 끝났냐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올라왔다.

그리고 다음 신청곡은 뭐가 될지 기대하는 코멘트들도 뒤이어 우수수 올라왔다.

병철의 예측대로 콘서트가 더 기대된다고 하는 코멘트들도 많았다.


-라이브 방송에서도 이렇게 잘 부르는데 콘서트장에서는 얼마나 쩔까

-아 못 기다리겠다 내일 당장 시작했으면


그 뒤에 나온 신청곡들도 병철은 자신의 색으로 바꿔 색다르게 불렀다.

병철이 라이브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뒤늦게 들어온 유입자들이 겹쳐 채팅창이 오류가 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계속 오류가 나서 영상이 멈춘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병철은 이만해야겠다며 마무리 인사를 하고 라이브를 종료했다.


“그럼 콘서트장에서 만나요~감사합니다!”


병철의 첫 라이브 방송은 그렇게 많은 호응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쳤다.


-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 콘서트 당일이 다가왔다.

병철은 긴장한 얼굴로 메이크업을 받았다.

원래 뚜렷했던 이목구비가 화장을 더하자 더욱 뚜렷하게 빛났다.


“아빠, 멋있어!”


메이크업 담당자들이 귀엽게 양갈래를 한 은혜를 보며 웃었다.


“은혜야, 아빠 멋있어?”

“응! 티라노 사우르스만큼 멋있어!”


은혜가 꺼낸 말에 병철 말고 다른 이들은 당황했다.

공룡만큼 멋있다니 어른으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철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아, 요즘 은혜가 공룡에 빠져있어서요. 은혜한테 공룡만큼 멋있다는 건 칭찬이에요.”

“어머, 그렇구나. 좋으시겠다.”

“최고의 칭찬을 받은 거죠.”


메이크업을 마친 후 병철은 의상 체크에 들어갔다.

원체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데다 축구 때문에 고생한 이후로 꾸준히 체력을 위해 운동을 해서 몸이 더욱 좋아진 상태였다.

그런 몸에 옷을 입히니 무슨 옷을 입히건 태가 났다.


“이야, 모델 하셔도 되겠어요.”


의상 담당자가 무심코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정도였다.

다소 마니악한 디자인의 옷도 병철은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아빠, 브라키오 사우르스같아.”

“아까는 티라노라고 하지 않았어?”

“아냐! 브라키오 사우르스 같이 멋있어!”


은혜의 깜찍한 칭찬에 병철은 웃으며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첫 콘서트다보니 긴장해있었는데 은혜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


“리허설 곧 들어갑니다!”


스태프의 말에 병철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바쁘게 뛰어다녔던 나날의 첫 번째 결실을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실수 없이, 최선의 무대를 보이고 싶었다.


“아빠, 파이팅!”

“응. 아빠 잘 하고 올게.”


병철이 은혜를 번쩍 안아들고 등을 토닥거렸다.

은혜는 두 손을 모으고 병철에게 귓속말했다.


“아빠, 사실은 아빠가 공룡보다 더 좋아.”

“그랬어?”


은혜의 귓속말은 사실 모두에게 들리고 있었다.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병철과 은혜를 바라보았다.

병철은 은혜를 내려놓고 무대로 향했다.


-


리허설을 마친 병철이 가쁜 숨을 쉬며 물을 마셨다.


“휴···”


스스로 이마에 손을 짚어 봐도 알 수 있었다.

병철은 열이 나고 있었다.

다행히 미열이긴 했지만 증상이 언제 더 심해질지 알 수 없었다.


‘무대를 끝까지 진행할 수 있을까?’


그동안 광고 촬영과 여러 일정들로 인해 피로가 겹치는 바람에 결국 몸에 무리가 오고 말았다.

하지만 병철은 오늘의 무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은혜한테 공룡만큼 멋진 모습 보여줘야지.’


그리고 이곳을 찾아와준 팬들에게도 그 성의에 보답하고 싶었다.

병철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를 악물고서라도 오늘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표정 관리부터 잘 해야지.”


병철은 평소의 밝은 얼굴로 돌아와 다시 무대를 체크했다.

다행히 음향 상태고 괜찮았고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무대가 끝나기 전에 정신을 똑바로 붙들고 있으면 되는 문제였다.


“10분 뒤 본 무대 시작합니다.”


병철은 다리를 후들거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꼿꼿하게 서 있었다.

열 때문에 시야는 흐려졌지만 관객들의 함성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그래, 이 순간이 오길 계속 기다렸어.’


마음이 기대로 부풀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와아아아아!”


무대의 막이 오르자, 관객들의 함성소리가 한층 더 열기를 띄웠다.

그리고 병철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공연장이 그대로 무너질 것처럼 고함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병철 킴! 병철 킴!”


병철은 미소를 지으며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병철의 환대에 응답하듯 관객들이 모두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이젠 병철을 오빠 대신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한 광경이 되었다.


“와아아아! 아빠아아악!!”


얼굴에 열이 오르고 있었지만 병철의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오디션 무대 이후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펼쳐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기뻤다.

MR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야광봉을 흔들었다.


"안녕이라고 말할···"


병철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때, MR이 갑자기 툭 끊겼다.


'어? 분명 아까 음향 체크를 해뒀는데···'


분명 꼼꼼하게 체크했음에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무대 위에서도 동분서주하며 뒤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관객들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잠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MR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아니면···'


하지만 이대로 달아올린 분위기를 훅 꺼뜨렸다가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병철은 무반주인 상태로 계속 노래를 이어나갔다.

반주 없이도 병철의 성량과 울림이 짙은 보컬은 이런 사고 상황을 무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부족해. 그렇다면···'


병철은 나중에 들고 올 예정이었던 기타를 조명이 닿지 않은 어두운 곳에서 꺼내왔다.

그리고 노래를 잠시 멈춘 뒤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지금 최초 공개합니다."


무엇을 최초 공개한다는 건지 알수 없었건 관객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병철에게 주목했다.

그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병철은 빠르게 기타의 줄을 튕겼다.

기타의 사운드가 흘러나오면서 원래 있던 MR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반주가 흘러나왔다.


"와아아아!!"


관객들은 열광하며 병철의 무대에 다시 빠져들었다.

병철은 기타 하나만으로 노래를 부르던 초심의 시절로 돌아가, 열이 오른 몸으로 한껏 무대를 불태웠다.


'내 무대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병철의 땀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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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3) 21.04.04 367 4 12쪽
23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2) 21.04.03 360 7 12쪽
»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1) 21.04.02 387 9 12쪽
21 콘서트 티켓팅 21.04.01 364 6 12쪽
20 예상치 못한 접점(2) 21.03.31 364 5 13쪽
19 예상치 못한 접점(1) 21.03.30 384 5 12쪽
18 제대로 알아봤어(3) 21.03.29 437 7 12쪽
17 제대로 알아봤어(2) 21.03.28 418 9 12쪽
16 제대로 알아봤어(1) 21.03.27 410 10 13쪽
15 주제를 알라(2) 21.03.26 433 7 12쪽
14 주제를 알라(1) 21.03.25 462 7 12쪽
13 이사하기 좋은 날 21.03.24 46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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