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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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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94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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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재능도 쓰기 나름(2)

DUMMY

송민은 병철의 노래를 한 소절만 듣자마자 깨달았다.


‘뭔가 달라. 오디션 때 하고는 완전히 다른 감성이야.’


그리고 병철의 노래에 심취한 듯 송민은 눈을 감았다.

녹음실에 있던 사람들도 조금씩 병철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어우, 내가 왜 이러지···”


마치 그 당시 병철의 무대를 본 오디션장의 참관객들처럼 손수건이나 티슈로 눈가를 훔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병철이 그동안 부른 노래들도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특유의 느낌이 있었다.


“하···이거다!”


병철이 노래를 마치자마자 송민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송민을 따라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녹음실 안이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병철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나요?”

“아, 괜찮고 말고로 표현할 수준이 아니에요! 최곱니다. 단언컨대, 제가 낸 곡을 이렇게까지 잘 표현한 가수는 병철 씨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송민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눈가를 훔치며 이야기했다.

병철은 그렇게까지 극찬을 받을 줄 몰랐기에 깜짝 놀랐다.


“감사합니다. 그렇게까지 좋게 봐주시다니 영광이에요.”


송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좀 더 상의를 해봐야 할 거 같긴 한데···병철 씨, 괜찮다면···”

“네?”

“제가 이번에 내는 병철 씨 앨범 곡을 전부 작업하고 싶습니다.”


송민이 내뱉은 파격적인 제안에 병철은 물론이고 녹음실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얼어붙었다.


-


병철은 귀를 의심하며 송민에게 되물었다.


“제 첫 앨범 곡을 전부 만들고 싶으시다고요?”

“그래요. 발매가 늦어지거나 하지 않을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리 만들어놓고 묵혀둔 곡들이 많거든요. 드디어 걔네들이 빛을 본다고 생각을 하니 신이 나네요.”


진심이라는 듯 송민의 얼굴은 정말로 들뜬 감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유명 작곡가 송민의 곡을 전부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병철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병철이 곧 계약을 맺고 들어가게 되는 UV 엔터테인먼트는 마냥 반기진 않을 거 같았다.


“병철 씨는 어떠신가요?”

“저요?”

“네. 제 곡으로만 첫 앨범을 채우는 거에 대해서 병철 씨 의견을 듣고 싶어서요.”


송민의 진지한 눈빛에 병철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진심이 담긴 진지한 답을 내놓았다.


“저는 물론 좋습니다. 송민 씨 노래를 직접 부르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한층 넓어졌음을 느꼈거든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송민은 병철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든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크으, 병철 씨도 역시 느끼셨구나.”

“하지만···”


병철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건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회사 측에서 거절할까 봐 걱정하고 계시는 거죠?”

“아무래도 제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래서 말이죠. 저는 원래 계약대로의 비용만 받고 작업하려고 합니다.”


송민의 그 말에 녹음실에 있던 회사의 관계자들이 전부 숨을 죽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앨범 하나 내지 못한 신인한테 유명 작곡가가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가는 경우는 업계 내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대박인데?’


제대로 방송 거리가 나왔다고 생각한 촬영팀은 카메라를 더욱 가까이 들이댔다.

한국 대중음악계의 콧대 높은 천재라고까지 불리는 송민이 신인에게 목매는 장면은 진귀하기 그지없는 장면이었다.

방송을 타고 나가기만 하면 바로 크게 화제가 될 만한 요소였다.

시청률 고공행진의 미래를 상상하며 피디인 미영이 히죽 웃었다.


“이 정도면 회사 측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겠죠?”


송민이 회사의 관계자들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송민 씨···”

“아까 병철 씨의 답을 듣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전 꼭 이번에 병철 씨랑 작업을 하고 싶어요.”


관계자들 중에 병철의 데뷔 과정을 담당하고 있던 실장이 일어나 송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계획을 변경해서 첫 앨범은 송민 씨의 곡으로 전부 준비하도록 하죠. 계약서는 녹음을 끝내고 다시 쓰기로 합시다.”


마케팅 팀장과 홍보팀장은 흥분된 눈빛을 감추지 못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홍보도 제대로 해야겠어요! 두 천재의 세기의 콜라보!”


안 그래도 송민의 곡이 들어갔다고 홍보할 예정이었는데, 앨범의 전곡을 송민이 담당하게 된다면 얼마나 박 터지는 관심을 받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병철은 회사의 관계자들과 송민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병철 씨를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하하.”


병철은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재능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자신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인 송민에게 극찬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송민이 자신의 첫 데뷔 앨범의 모든 곡을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하지만 병철에게는 이것이 현실이었다.

병철은 다시 한 번 의욕을 다졌다.

은혜가 준 재능이 헛되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서.


-


송민이 다음 곡을 준비해오는 동안, 병철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오랫동안 기다린 은혜가 녹음실 구석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은혜야, 졸려?”

“응···은혜 안자. 은혜, 아빠랑 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은혜의 크고 무거운 머리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눈은 거의 감겼고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치 잠꼬대처럼 흐릿했다.


“아니야, 은혜 먼저 자. 자장자장···”


병철이 조용히 자장가를 부르며 등을 토닥거리자 은혜는 금방 병철의 무릎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조곤조곤 자장가를 부르며 병철은 은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은혜야, 고마워.’


촬영팀은 부녀의 흐뭇한 광경까지도 착실히 촬영했다.

병철이 부른 자장가에 감정이 울렁거렸는지 코를 훌쩍이는 팀원도 있을 정도였다.

한편, 급하게 핸드폰에 저장해뒀던 가사들과 곡들을 찾아내고 있던 송민은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병철의 자장가를 들으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무슨 자장가도 예술로 부르냐···더 욕심나네. 그러고 보니 묵혀둔 곡 중에 자장가 테마가 있었던 거 같은데···”


송민은 소화해낼 가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묻어둔 곡들을 저장해둔 파일들을 마구 파헤쳤다.

꽤 고된 작업임에도 송민의 얼굴에는 신바람만이 가득했다.

병철은 그야말로 송민의 이상향을 펼쳐줄 완벽한 보컬과 표현력을 가지고 있었다.


‘간만에 바빠지겠어.’


준비를 끝마친 송민이 병철을 부르러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


순조롭게 앨범 녹음을 끝낸 병철의 모습이 방송되었다.

병철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통해 병철의 앨범 곡이 짤막짤막하게 공개되기도 했다.

당연히 반응은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없었다.


<케이팝의 대가 이 송민, 오디션 우승자 병철 킴의 첫 데뷔 앨범 전곡 제작!>

<최고의 앨범이 될 것···이 송민, 그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이번 병철킴의 데뷔 앨범 명은···>


마케팅 담당과 홍보팀장이 제대로 뛴 덕분에 온갖 유명 포털사이트에서는 병철의 앨범 발매 소식으로 가득 찼다.

게다가 아직 앨범이 발매되지도 않았는데, 병철의 앨범에 대한 키워드들이 검색어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장악했다.

SNS에서는 병철이 노래를 부른 부분만 딴 영상이 마구 돌아다녔다.


-한 소절만으로 사람 울리기 있냐?

-벌써 음원 차트 올킬 각

-요즘 들을 노래 가뭄이었는데 빨리 앨범 나왔으면 좋겠다

-은혜한테 불러준 자장가. 그것도 앨범에 넣어주면 좋겠음ㅠㅠ안 되겠지만···


SNS에서 돌아다니는 병철의 짤막한 영상을 보라 역시 자주 보고 있었다.


“꼭 같이 녹음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보고 있네?”

“아, 오빠!”


본인은 자각이 없는 것 같았지만, 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끝낸 이후로 쉬는 시간만 되면 무조건 병철의 노래 관련 영상을 틀어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보라의 매니저가 못 말린다며 웃었다.


“네가 이렇게 남자 신인한테 주목하는 건 처음 보는 거 같아.”

“에이, 무슨 소리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보라 역시 스스로의 모습이 신기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같이 작업할 날이 기다려지는 아티스트는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았다.

보라의 가슴이 크게 두근거렸다.


-


병철은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촬영장에 도착했다.

은혜도 특별 출연을 하기 위해 병철과 같이 촬영장에 와있었다.

전문가의 손길로 분장을 받고 난 병철은 평소보다 훨씬 빛나는 외모로 촬영팀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빠, 멋있어!”


은혜가 엄지손가락을 들며 병철을 칭찬했다.


“진짜?”

“응, 왕자님 같아. 공주님은 어딨어?”

“공주님?”


난처해하는 병철 대신 촬영팀 중 한 명이 나서서 은혜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저기 있네, 공주님.”


병철도 무심코 팀원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단아한 분위기의, 검은 단발머리의 마르고 가녀린 여자가 대본을 보고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세계를 살고있는 것처럼, 독특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와, 진짜잖아. 내가 한 미림이랑 뮤직비디오를 찍게되다니. 그것도 연인 역할로.’


병철은 긴장하여 몸을 굳혔다.

한 미림은 주로 드라마를 위주로 활동하는 인기 여배우였다.

특히 그 청초한 이미지 때문에 CF계에서 러브콜을 자주 받기로 유명했다.

그녀가 광고하면 완판 신화를 세우는 일이 허다했다.


“와아, 공주님 예쁘다!”


병철은 혹여 미림에게 은혜의 말이 들릴까봐 쩔쩔맸다.


“은혜야, 시끄럽게 굴면 안 돼.”


하지만 병철이 제지했음에도 결국 미림이 병철과 은혜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병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자, 미림은 옅게 웃으며 가볍게 인사했다.


‘휴우, 어쩐지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야.’


오늘 촬영이 잘 될 수 있을지 걱정부터 들었다.

그때 큰 덩치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다가와 병철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감독을 맡게 된 장영철입니다.”


병철은 긴장된 표정을 풀지 못한 채 악수를 나눴다.


“잘 부탁드립니다.”


장영철 역시 뮤직 비디오계에서는 꽤 알아주는 감독이었다.

원래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잘 안 돼서, 잠시 뮤직비디오 쪽을 맡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비쥬얼로 대박을 친 전적이 있었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투자해주는구나.’


영철의 이력을 떠올리며 병철은 회사의 대우에 꽤 감탄했다.

은혜가 불쑥 나타나 감독에게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아!”

“그래, 잘 부탁해요.”


어느새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갈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가 처음이라 많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병철 씨, 긴장 푸세요. 저희들 지시대로 잘 따르면 됩니다.”


병철은 대본을 쥔 채 웃어 보였지만 역시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배우인 미림과 얼굴을 마주 보고 연인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니.


‘아무리 그래도 연인 관계를 연기해야 한다고 하니까 긴장되는데. 휴, 내가 어색하게 보이면 어쩌지?’


은혜가 병철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아빠, 긴장했어?”

“응, 아빠가 실수할까 봐”


대본에 얼굴을 파묻을 기세였던 병철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대본을 덮었다.


“은혜야, 아빠가 실수하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줄래?”

“좋아!”


그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은혜가 빙긋 웃었다.

은혜의 손가락 끝이 번쩍 빛났다.


“아빠, 잘하고 올게.”


어느새 얼굴에서 긴장이 완전히 사라진 병철이 빙긋 웃었다.


“파이팅!”


본격적인 연기가 아니라서 대강 분위기만 적혀있던 대본이었음에도, 병철의 머릿속에는 이미 노래의 테마와 어울리는 대하 드라마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남자가 어떤 기분으로 여자를 바라봐야 하는지 전부 손끝에서부터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병철이 그렇게 바뀌었음을 전혀 모르는 영철은 별 기대 없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시했다.


“그럼 마주 보는 장면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레디···”


그때 영철을 포함한 촬영자에 있던 관련자들이 전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미림을 바라보는 병철의 눈빛이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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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콘서트는 무조건 마친다(1) 21.04.02 387 9 12쪽
21 콘서트 티켓팅 21.04.01 364 6 12쪽
20 예상치 못한 접점(2) 21.03.31 365 5 13쪽
19 예상치 못한 접점(1) 21.03.30 38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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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대로 알아봤어(2) 21.03.28 418 9 12쪽
16 제대로 알아봤어(1) 21.03.27 41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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