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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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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글자수 :
19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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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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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주제를 알라(2)

DUMMY

병철이 맡은 부분의 녹음을 마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겨우 정신을 차린 담당자가 병철에게 말을 건넸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보라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병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철은 보라와 비슷한 해석을 골라서 비슷한 음색으로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자연스럽게 튀기는커녕 오히려 보라의 음색과 아주 잘 어우러졌다.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담당자가 보라가 녹음한 파트와 병철이 녹음한 파트를 틀었다.

녹음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보라와 병철의 보컬을 신중하게 들었다.


“아주 좋은데요.”

“역시 보라 씨 보컬은 완벽해요.”


보라의 파트를 듣자마자 모두 칭찬을 쏟아내었다.

병철은 차분하게 자신의 파트에 대한 평가를 기다렸다.


“보라 씨는 이별을 이겨내고 나아가려는 반면, 병철 씨 파트는 그렇지 못하고 울부짖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맞아요. 그래서···곡이 더 다채로워졌다는 느낌이에요. 곡의 양면성을 표현해냈다고 해야 하나?”

“병철 씨는 그 부분을 잘 집어내셨네요. 어우, 정말 좋습니다.”


병철의 파트에 대한 평가를 듣고 난 후, 보라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사람이 이별 이후에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바로 들지 않잖아요. 잠시 슬픔에 젖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시기도 있고.”

“맞습니다. 보라 씨의 강하고 힘찬 보컬을 듣고 난후에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런 약한 마음을 잡아내는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보컬을 듣고서 그렇게 정하셨다고요?”


보라가 놀란 표정으로 병철에게 물었다.


“네. 강인하고 힘찬 목소리로 보라 씨를 따라갈 가수는 한국에 거의 없죠.”


병철은 일단 보라의 보컬을 칭찬한 후,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그래서 억지로 강한 음색으로 맞추는 것보다 보라 씨가 만들어내는 강한 선율 밑에 잔잔하게 흐르는 식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음실에 있던 관계자들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병철의 다음 설명을 기다렸다.

보통 보라와 듀엣을 시도했던 가수들은 완벽한 보컬의 보라와 맞추기 위해서 자신의 음색도 강하게 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병철은 그런 안정적인 길 대신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 편이 사랑과 이별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 차이를 나타내면서 듣는 사람에게 재미와 흥미를 안겨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가사도 잘 읽어보면 여자보다 남자 파트 쪽에 좀 더 강한 미련이 서려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병철의 설명을 듣고난 후, 보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호소력 있는 가창력만이 아니라, 뛰어난 가사 해석력 역시 병철의 크나큰 강점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왜 깨닫지 못했을까?’


보라는 병철의 대단함을 실감함과 동시에 병철에 비해 열정이 부족했던 자신을 탓했다.


“그렇구나···좀 더 주의 깊게 볼 걸 그랬네요. 제 실책이에요.”

“아니에요. 제 파트인 걸요.”

“병철 씨는 제 파트까지도 자세히 읽어보시고 그런 결정을 내리신 거잖아요? 저도 그렇게 했어야 했어요.”


보라는 다시 가사가 적힌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녹음 담당자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 아까 파트 녹음 다시 할게요.”

“네? 보라 씨 아까 것도 굉장히 좋았는데.”

“아니에요. 병철 씨 파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불렀어요. 이래서는 만족할 수 없어요.”


보라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저도 병철 씨한테 지지 않는 서사를 만들어내겠어요. 가수는 단순히 가사에 음율을 붙여서 읽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래요. 가수는 온몸으로 곡의 세계를 표현해내는 예술가죠.”


병철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보라의 말에 호응했다.

병철을 깔보던 매니저가 어딘가 감동한 표정으로 병철과 보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보라 씨, 다시 녹음 가겠습니다.”

“네!”


보라가 힘차게 대답했다.


-


보라의 열정적인 녹음은 쉽사리 끝이 보이지 않았다.

병철에게 자극 받은 보라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강한 음색 말고도 여러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녹음을 하며 가장 곡에 어울리는 최선의 선택을 고를 작정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휴식시간이 오자마자, 병철은 매니저에게 불러나가 사죄를 받았다.

매니저는 병철이 당황할 정도로 고개를 깊게 숙이고 몇 번이고 사과했다.


‘실력으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사과를 받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매니저는 병철의 실력과 태도에 크게 감화된 것처럼 보였다.


“아, 그렇게까지 고개 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정말 부끄럽습니다. 보라 씨에 비해 경력이 짧은 신인이라는 이유로 당신을 무시했습니다. 제가 추천한 사람들보다 급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생각이 바뀌셨나요?”


매니저는 병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보라 씨 표정을 봤습니다. 매니저로 옆에서 봐오면서 그렇게 생기 넘치던 표정은 오랜만이었어요. 마치 가수로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같은 상쾌함이 있었지요.”


매니저의 말에 병철 역시 동의했다.

방금 전의 보라는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해낸 은혜처럼 순수하게 들떠있었다.


“그저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 라는 단순한 열정만이 있었습니다. 대중들의 반응이나 결과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요.”


매니저는 잠시 눈을 감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표정을 보고 제 자신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담당 가수를 잘 케어 하지 못했다고 말입니다. 병철 씨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네요. 보라 씨는 좋은 매니저를 두셨네요.”


병철은 자신을 깔본 매니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사과도 열심히 했고, 좋게 마무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했습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관계자가 휴식시간이 끝났음을 알렸고, 매니저와 병철은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녹음실 안으로 들어갔다.


-


겨우 보라의 마음에 차는 버전이 나왔고, 녹음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휴우···”


확실히 지쳤는지 보라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소파에 앉아 쉬고 있었다.

병철이 보라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끝까지 프로의 태도로 녹음을 끝마친 보라가 대단해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병철 씨도 수고 많으셨어요. 제가 너무 시간 끌었죠?”

“아닙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렇죠.”


보라는 빙긋 웃으며 병철을 바라보았다.

간만에 자극이 되는 파트너를 만나 보라의 표정은 기쁨이 가득했다.

동시에 이 즐거운 협동 작업이 곧 끝난다는 것이 아쉽다는 감정도 얼굴에 떠올랐다.


“다음에도 작업 꼭 같이 하고 싶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앨범 낼 때 보라 씨를 부를게요.”

“어? 정말이죠? 무르기 없기!”


보라는 신난 표정으로 병철을 바라보았다.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던 보라는 그야말로 위엄이 넘치는 가수였는데, 지금은 어딘가 은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순진무구했다.

병철은 그 갭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 그래? 음반 발매일이 그렇게 겹쳤다고···알았어. 내 생각에는 그렇게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긴 한데. 그래,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매니저의 통화 소리가 둘에게 들려왔다.

통화 중에 발매일 관련 화제가 나오자 보라가 먼저 매니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 이번에 보라 씨 음반 발매일이 미뤄졌잖아요? 그래서 빅블랙이라는 그룹의 음반 발매일이랑 딱 겹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들어본 적 있어요. 첫 데뷔곡부터 음방 1위를 한 실력파 그룹이라고···”


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빅블랙에 대해 아는 것을 늘어놓았다.


“첫 데뷔 음반 성적도 신인 그룹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정말 좋았고.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해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병철은 어쩐지 그룹의 이름을 듣자마자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빅블랙···’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려낸 병철이 매니저에게 물었다.


“혹시 그 그룹, RY 엔터테인먼트 소속인가요?”

“아, 맞아요.”


예감이 들어맞았다.

병철은 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이렇게 또 듣게 될 줄이야. 그 쓰레기 회사 이름을.’


그 회사는 병철의 외모만 보고 병철을 캐스팅해놓고, 오랜 기간 동안 그냥 방치만 해뒀던 회사였다.

그래놓고 병철의 실력이 아직 모자라서 데뷔 조에 끼어줄 수 없다느니 하면서 은근히 병철의 탓으로만 돌렸다.


‘그래놓고 나포함 다른 오래된 연습생들을 다 제쳐놓고 부장의 조카를 덜컥 데뷔 조에 앉혀놨지. 그 데뷔 그룹 이름에 블랙이 들어갈 거라고 듣긴 했는데···’


병철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때 회사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비록 그때는 재능이 없던 시절이긴 했지만, 먼저 데려다놓고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은 회사가 잘했다고 볼 순 없었다.


“병철 씨?”


병철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본 보라가 걱정하며 물었다.

병철은 고개를 저으며 얼버무렸다.

구구절절 그 회사에서 이런 안 좋은 일을 겪어서 감정이 있다고 전할 수는 없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 걱정하시는 거 아니에요? 음반 성적이 좀 안 좋게 나올까봐?”


보라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병철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뇨, 걱정은 전혀 안됩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최선을 다해 녹음한 음반인걸요.”


보라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병철을 바라보았다.

보통 보라가 있어서 음반 성적이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병철은 음반에서 자신이 기여한 점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고 있었다.


“좋아요. 결과가 기대되네요.”


보라는 그런 병철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했다.

매니저 역시 병철의 실력을 인정한 만큼, 그런 병철을 지적하지 않았다.

병철은 부드럽게 웃으면서도 칼을 품고 있었다.


‘제대로 밟아주지. 낙하산 그룹.’


-


한편, 음반 발매일이 음원 강자인 보라와 겹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RY 엔터테인먼트 측은 난리가 나있었다.

관계자들은 골치 아픈 머리를 붙잡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하필 강 보라하고 겹치다니···”

“원래 일주일 전 발매 아니었나요?”

“그게···소문이긴 하지만, 병철 킴이라는 신인가수랑 듀엣을 하려고 스케쥴을 그렇게 잡았다고 하더라고.”

“강 보라가 그렇게까지 했다고? 대체 어떤 신인이길래?”

관계자들이 웅성거리며 병철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 병철이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우리 회사의 연습생이었어. 이젠 나갔지만.”


병철을 기억하고 있던 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밤새 연습할 정도로 열심히 하긴 했지만, 별로 눈에 띄는 연습생은 아니었는데. 실력도 그다지였고.”


팀장의 말을 듣고 관계자들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크게 밀리진 않을 수도.”

“그 실력 없던 연습생이랑 같이 했던 듀엣곡보다야 이쪽의 곡이 낫겠지. 물론 강 보라가 단독으로 녹음한 곡들에 비하면 밀릴 지도 모르지만.”


연습생 시절의 병철만을 기억하고 있던 이들은 병철에게 어마어마한 재능이 생겼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태평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발매 일까지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


일주일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음반 발매일, 병철은 은혜에게 정신없이 아침밥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때 병철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여보세요?”

“저에요! 보라.”

“보라 씨?”


보라는 녹음실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들뜬 목소리로 병철에게 말했다.


“저희 듀엣 곡 들어간 음반 성적 보셨나요?”

“네?”

“빨리 확인해보세요! 아, 저는 이만 끊을게요. 나중에 다시 전화 주세요.”


뒤에서 보라를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보라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병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첫 앨범 성적을 확인했을 때처럼 여러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에 들어갔다.


“우와···”


병철이 접속하는 족족, 그 어떤 사이트 건 보라와 병철의 듀엣곡이 실시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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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콘서트 티켓팅 21.04.01 364 6 12쪽
20 예상치 못한 접점(2) 21.03.31 36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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