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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592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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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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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재능도 쓰기 나름(1)

DUMMY

“은혜야···”


스태프에게 사전에 전달받은 사회자가 병철과 관객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마지막 결승전에 참여하지 못한 우리 은혜양이 현장에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진에서 깜짝 화상통화를 준비했습니다!”


지직거리는 목소리로 은혜가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해맑게 외쳤다.


“아빠아! 우승 축하합니다! 아빠 노래 너무 좋아!”


그리고 팔을 하트모양으로 만든 후 배시시 웃었다.


“사랑해요! 많이 많이~사랑해요!”


병철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크게 울지는 않았다.

대신 애써 웃어 보였다.


“은혜야, 고맙다! 나도 사랑해.”


마지막까지 의연함을 지키려 했던 병철 대신 관객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모두 김 병철씨와 김 은혜양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아!”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이 다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관객들의 진심 어린 환호성과 박수 속에서 병철은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병철은 유미와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병철 씨, 오늘 무대 정말 굉장했어요!”

“유미 씨 무대도 멋졌습니다. 유미 씨와 같이 팀을 짜서 무대 한 경험은 아마 잊지 못할 거예요.”

“에이, 과찬이세요.”


유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병철의 어깨를 툭툭 쳤다.

경욱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경욱 씨는 곧바로 경찰들이 데려갔어요.”

“그렇게 빨리요?”

“네. 경욱 씨가 마약한 게 맞다고···팀 경쟁했을 때 같이 했던 그 밴드의 드러머가 진술한 거 같더라고요.”


병철은 저절로 자신 같은 아빠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수줍게 말한 드러머의 앳된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은혜를 너무 오래 혼자 놔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만 은혜를 데리러 가봐야 해서 가보겠습니다.”

“아···빨리 가셔야겠네요.”


유미의 목소리에 명백히 아쉬움이 묻어있었지만, 병철은 눈치채지 못했다.


“은혜는 이제 괜찮아요?”

“네. 다행히 열이 금방 내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은혜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병철은 유미와 작별 인사를 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병철은 급하게 택시를 탔다.

지인에게 맡겨둔 은혜를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병철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 병철씨 휴대폰 맞나요?”

“누구세요?”


피싱전화인 줄 알고 병철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아, 저에요. 강보라.”

“보라 씨?”


병철은 깜짝 놀라 순간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갑자기 전화 드려서 많이 놀라셨죠?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사실 제가 이번 오디션 심사 마치고 새로운 음반을 낼 계획이 있거든요. 그 음반에서 병철 씨랑 함께 작업하고 싶어서 이렇게 직접 연락을 드렸어요.”

“네?”


예상했던 것보다 엄청난 이야기에 병철은 입을 떡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병철이 대답이 없자, 보라가 재차 말을 걸었다.


“병철 씨?”


보라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병철이 대답했다.


“아, 네! 조금 놀라서···”

“역시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부탁을 드렸나 봐요. 물론 제안 드린 건 저니까 제가 병철 씨 스케쥴에 맞출게요.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병철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기분으로 보라와 통화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연락해온 것도 놀라운데, 그 강보라가 자신의 스케쥴에 맞추겠다고 할 정도로 자신과의 음반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강 보라가 콜라보 작업을 하는 건 손에 꼽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항상 한국의 최고 아티스트들하고만 협연을 해왔을 정도로 보라는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음반 작업을 같이 하자고 하고 있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보라 씨하고의 음반 작업이면 제가 영광이죠. 꼭 함께 하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보라 씨를 존경하기도 했었고요.”

“어머, 기쁘네요. 그럼 작업 기대하고 있을게요. 수고 많으셨어요. 다시 한 번 우승 축하드려요.”


통화를 끊고 나서도 병철은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택시 좌석에 머리를 기댔다.


-


병철은 은혜가 있는 지인의 집에 도착했다.


“은혜야! 아빠, 왔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던 은혜는 바로 벌떡 일어나 병철에게 뛰어왔다.


“아빠다!”


감기가 나은 은혜는 평소처럼 팔팔한 모습이었다.

병철은 은혜를 꼭 안았다.

다시 눈물이 울컥 삐져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아빠아, 울었어? 은혜 보고 울었지?”

“그래. 울었어.”

“왜애?”


은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았다.


“너무 행복해서.”

“행복한데 왜 울어?”


아이에게는 아직 행복한데 눈물이 나온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인 듯했다.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나와. 은혜도 알게 될 거야.”


지인에게 감사 인사와 사례를 전한 뒤, 병철은 은혜를 안고 나왔다.

병철은 은혜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은혜와 같이 있었던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음에도, 병철은 은혜에게 깊은 정이 들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얼떨떨했는데 말이야. 정말 내 자식이라는 느낌도 아니었고.’


하지만 은혜가 감기에 걸리고, 잠시 떨어져 지내면서 병철은 은혜의 빈자리를 계속 상기했다.

분명 처음에는 은혜의 마법이 재능을 가져다줘서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은혜의 존재 자체가 병철에게 큰 행복이 되었다.


“은혜야, 고마워. 행복하게 해줘서.”


은혜는 늘 혼자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던 병철에게 찾아온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아빠, 행복해?”


은혜가 웃으며 병철에게 물었다.

병철은 은혜를 마주보고 대답했다.


“응.”

“그럼 앞으로 더더 많~이 행복해지자!”


은혜는 그렇게 말하며 병철의 목을 꽉 안았다.

더 큰 행복. 병철은 은혜의 말을 곱씹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앞으로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서 은혜랑 같이 힘내자.’


그때 병철의 전화가 울렸다.

잠시 은혜를 땅에 내려놓고 병철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미영 피디입니다.”

“아, 피디님.”


미영은 크게 들뜬 목소리로 병철에게 전화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은 저희가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속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승자인 병철 씨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해요.”

“제 이야기를요?”

“네! 우승자에게는 음반 발매 지원 혜택이 들어오는데 음반 녹음 과정에서부터 육아 일상까지 담아내는 폭 넓은 주제의 프로그램을 만들려고요.”


병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화를 붙들었다.


“오디션 이후에도 병철 씨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저희가 열심히 지원해드리려고요. 다시 한 번 우승 축하드려요.”


미영의 축하에 병철은 차분하게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그런 기회를 마련해주셨다면 꼭 참가하고 싶어요. 은혜와 같이 지내는 일상을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평소에도 생각해왔으니까요.”


미영은 더더욱 들뜬 목소리로 병철의 결단을 환영했다.


한꺼번에 많은 일이 들이닥쳐서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은혜랑 더 행복해지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병철은 곧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에게 오는 기회는 놓치지 않고 모조리 쥘 생각이었다.


-


며칠 뒤, 병철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음반 녹음현장에 도착했다.

녹음현장에는 이미 여러 대의 카메라들이 있었다.

병철은 녹음현장에 먼저 도착해있던 작곡가와 악수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승자는 UV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가수들과 작업하여 이미 여러 히트곡을 낸 최고의 작곡가 이송민의 곡 하나를 앨범에 넣을 수 있었다.

우승자에게 주는 혜택 중에서 병철이 생각하기에 가장 큰 것이었다.


‘지금도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 차트 10위권 내에 이 사람이 만든 곡이 꼭 있을 정도지.’


여러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송민의 곡을 받고 싶어서 줄을 서 있었지만, 송민은 호락호락하게 곡을 주지 않았다.

송민이 환영하는 가수는 강보라를 포함한 극소수의 실력파들뿐이었다.


“안녕하세요!”


같이 따라온 은혜가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송민은 웃으며 같이 인사를 했다.


“제가 사실 이번 제의는 거절하려고 했었거든요. 아무리 오디션 우승자라고 저랑 하는 작업이 맞을 리가 없으니까.”


잠시 커피를 마시며 송민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병철은 잠시 긴장한 채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병철 씨 무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병철 씨랑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작곡도 잘 만드시더라고요. 이거 제가 필요 없었던 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뇨, 아직 한참 부족하죠. 제가 오히려 너무 영광입니다.”


병철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물론 자작곡을 모아 앨범을 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유명한 것은 병철보다 송민의 곡이었다.


‘지나치게 비굴해질 필요도 없지만 건방지게 굴 필요도 없지.’


받을 수 있는 혜택이란 혜택은 다 받기로 한 병철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럼 준비되면 녹음 들어가겠습니다.”


병철은 본격적으로 녹음하기 전에 곡을 살펴보았다.


‘흐음, 조금 어렵네···’


송민이 작곡한 곡은 병철이 잘 불러오던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이성 간의 사랑이 주제였다.

남이 지은 가사를 호소력 있게 부르는 건 공감 능력과 더불어 정확한 해석 능력까지 필요로 했다.


“아빠, 괜찮아? 힘들어?”


병철이 고민하는 사이, 은혜가 옆으로 다가왔다.


“아니야, 아빠 괜찮아.”


병철은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화제를 돌렸다.


“은혜 여기서 책 읽고 있었어?”

“응. 그런데 혼자 읽으니까 재미없어.”


병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녹음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아빠가 읽어줄까?”

“응!”


은혜가 싱글벙글 웃으며 병철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병철은 차분하게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그런데 너무 차분해서 은혜가 원하는 흥미진진한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


“재미없어···”

“재미없니?”


병철이 당황하면서 묻자 은혜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에잇, 아빠가 동화책을 잘 읽게 되어라!”

“뭐어?”


병철은 깜짝 놀라 은혜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마법을 쓴다고?’


이번에는 자신이 요구하지도 않고, 은혜가 멋대로 쓴 마법이었다.

이번에도 하얀빛이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동화책 잘 읽는 게 나한테 무슨 득이 되려나···’


반신반의하며 병철은 동화책을 읽었다.

그러자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 톤이 튀어나왔다.

마치 전문 구연자처럼, 병철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동화책을 읽어내려갔다.


“병철 씨, 녹음 곧 시작하려는데···”

“바로 그때! 늑대가 입을 쩌억! 벌리더니~”


이제 녹음 들어간다고 알리러 온 송민이 그대로 멈춰 섰다.

병철이 들려주는 동화는 어른인 자신도 내용이 궁금해서 그대로 멈춰 설 정도로 박진감 있고 흥미진진했다.


“와아아! 아빠 최고!”


병철이 동화책을 다 읽어주자 은혜가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병철의 동화구연에 아주 만족한 모양이었다.

병철은 송민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섰다.


“다시 녹음 가려고요.”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하하, 저도 모르게 병철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동화책도 진짜 잘 읽으시네요.”


병철은 머쓱하게 웃다가 은혜에게 말했다.


“은혜야, 아빠 다녀올게.”

“파이팅!”


녹음실에 들어가기 전에 병철은 다시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었다.

그런데, 병철은 1분도 채 보지 않고 가사를 다시 내려두었다.


“가사 더 안보세요?”

“네, 바로 녹음 들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자신만만해진 병철을 보고 송민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화 구연···그것도 남이 적은 텍스트를 해석해서 나의 표현력으로 전달하는 것과 똑같았던 거야.’


병철은 은혜가 마음대로 걸어준 마법이 쓰일 장소를 제대로 파악했다.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송민을 향해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기대 반, 걱정 반이 섞인 눈빛으로 병철의 녹음에 귀를 기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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