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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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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9.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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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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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4. 가족을 지키는 방법

DUMMY

확실하지는 않지만, 피렌의 마지막 말에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의 머리가 움찔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놀이라는 말에 분명 관심이 생긴 것이겠지.

아디나는 그런 피렌의 말에 잘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활짝 웃어 보인다.

덕분에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돌발행동하는 것을 조금은 막을 수 있겠지.

“ 아얏..! “

맨 앞에서 나아가던 아디나가 갑자기 무언가에 부딪힌 듯이 뒤로 물러난다.

모두가 주위를 경계하는 사이에 춘향이 다가가 아디나의 앞에서 손을 천천히 들어본다.

그러나 무언가 벽이 있다는 듯이 이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투명한 벽을 천천히 만져보던 춘향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 이거.. 쉽게 깰 수 있겠는데? 이딴걸 벽이라고 만든 거야? 여기는 조금 수준이 떨어지나? “

“ 방심하지마. 그렇게 보이기만 할 뿐인 것인지 누가 알겠어? “

너무나도 무방비하게 벽을 톡톡 두드리며 모두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춘향을 향해 아리나가 한마디 하자 춘향이 입을 비쭉 내민다.

“ 췌.. 하지만 진짜인걸? 영역 펼쳤지? 봐봐. 아마 너 수준으로도 이런 벽은 꿰뚫고 영역을 펼칠 수 있을걸? 그게 정상이야? “

춘향의 말에 아리나가 잠깐 하늘을 바라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의식하고 나니까 느껴진다.

자신이 펼진 영역이 이 투명한 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평범하게 펼쳐져 있다.

아무리 투명하다고 해도 이 또한 벽인 만큼 아리나가 하늘에 펼친 영역이 가로막혀야 했다.

“ 듣고 보니 그러네..? 엄청 허술한 벽인데..? “

-쩌적.. 쩍..

아리나는 살며시 손을 뻗고 살짝 주먹을 쥐어보자 보호막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 자.. 잠깐 아리나. 멈춰봐. “

“ 응? “

너무나도 가볍게 부서진다.

이 정도면 아리나가 아니더라도.. 라티안이나 피렌이.. 아니 조금 과장해 카린이 뭐라도 만들어내 던져도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렌은 뭔가 수상하다고 여겼다.

“ 혹시 이거.. 건드리면 신호가 간다거나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다.

이곳은 레크라시아.

레베른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은하의 중심축이다.

아무리 우주의 보호막이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내부에는 이런 있으나 마나 한 투명한 벽을 괜히 만들어뒀을 리가 없다.

피렌의 말에 춘향이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한 손에 낫을 만들어낸다.

“ 오~ 좋은 발상인데~ 그런 생각은 일찍 말하지 그랬어! 이미 균열이 일어나버렸으니 그냥 깨부숴버려도 돼? “

상관없다고 여기지만 왠지 모르게 일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말리려는 그때 보호막 안에서 한 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괜한 수고 들이지 마시고 이쪽으로 들어오시지요. “

-츠즈즈즈즈즈즛...

갑자기 아디나가 부딪힌 벽에서 세 걸음 정도 크기의 벽이 사라진다.

“ 우와..! 저거 뭐야..! “

공중에서부터 시작해 공중에서 끝나는 양 끝이 뾰족한 모양의 거대한 빌딩.

분명 땅에서 사는 사람들인데도 지상이라는 기준을 잡지 않는 듯이 거대한 검은 탑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퍼져있는 거대한 도시가 눈에 보인다.

보호막을 경계로 마치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듯한.

붉은 태양 덕분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붉은 느낌이었지만 벽 안쪽과 바깥쪽의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 아아.. 아디나님께서 직접 오셨군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검은 망토를 깊게 눌러쓴 늙은 여인은 아디나의 얼굴을 보더니 아주 공손히 인사를 올린다.

“ ..아. 응.. 어쩌다 보니 직접 오게 됐네. “

아디나가 딱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아디나 자체가 너무나도 유명하다 보니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다만.. 이들에게는 굉장히 안 좋은 일로 찾아온 것이고 알고 있을 텐데도 이 늙은 여인은 최대한의 예를 갖추고 있었다.

“ 그래서.. 이곳에는 전쟁을 위해 오신 건가요? 아니면 중심축 때문에 오신 건가요? “

차마.. 아디나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누가 예 저희는 당신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의 중심축을 부수러 왔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이 은하의 안정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아디나가..

온화하게 웃고 있는 늙은 여인을 향해서...

“ 둘 다 맞아! 중심축도 부숴버리고 그동안에 레베른이 오면 죽여버리고! 대답이 됐을까? 이제 들어가도 될까? “

“ 으.. 맞네..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하나 있었지.. “

당연하게도 당황하며 뒤로 물러나거나 안된다고 거절하며 공격해오거나 할 줄 알았지만 당당하게 앞에서 양손을 허리에 대고 웃고 있는 춘향의 생각과는 반대로.. 아니 모두의 생각과는 다르게 노인은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 네. 중심축까지 안내하겠습니다. 다만.. 저희도 공격당하는 것이다 보니 크릭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만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여기 있는 평범한 사람들만큼은.. 부탁드립니다. “

늙은 여인의 말에 모두가 한순간 멈춘다.

“ 에.. 음.. 괜찮아? 우리 공격하러 온 거라구? 이렇게 안내해줘도 돼? “

“ 예 괜찮습니다. 이것이 크릭의 뜻입니다. 저희가 위험하다면 그 어떤 것이든 다 내어주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세계의 중심축이라고 하더라도요. “

음.. 자신의 가족들만큼은 무조건 지킨다는 것인가.

레베른의 성향상 가족을 지극히 생각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이 레크라시아의 모든 사람들까지 포함일 줄 몰랐다.

심지어는 자신의 야망도 포기해서라도 사람들을 지키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거 아냐..?

“ 아~ 그.. 알았어.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싶어서 온 건 아니니까. 그렇게 할게. 얘들아 괜찮지? “

아디나가 뒤를 돌아보며 모두에게 묻자 당연하게도 네이렌 전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고 온 게 아니니까. “

“ 우리를 죽이려고 오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공격해도 이해해줘. 아니.. 이런 말 자체가 좀 이상한데..? 뭐라 해야 하지..? “

“ 라티안.. 그냥 가만히 있어 줘. 아무튼, 그 제안을 받아들일게. “

아리나의 승낙까지 받아낸 아디나가 예쁘게 웃으며 다시 늙은 여인을 바라본다.

“ 그럼 안내 부탁할게. “




평범한 길을 걷고,

특이하게 높은 건물로 들어간 뒤,

투명하고 네모난 공중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타고,

공중에 떠 있는 빌딩으로 들어가서,

다시 한번 통로를 타고 지나간다.

왠지 일부러 꼬아서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상에 빈 곳 없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원래 이런 길이 맞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늙은 여인은 자신의 귀걸이를 매만지더니 아디나에게 보고한다.

“ 다 왔습니다. 이곳이 여러분들께서 찾으시던.. 크릭이 새로 쓴 세계의 중심축입니다. “

아주 검게 물들어있는.

그러면서도 굉장히 멋들어진 장식이 조각된 문이다.

가장 특이한 것은 그냥 고정되어있는 문이 아닌, 끊임없이 다른 문양으로 조각되고, 변화하며, 진화하기 위해서 꿈틀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다.

“ 제가 안내하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이만.. “

“ 고마워. 아. 최대한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놓든지 숨어있든지 해줬으면 좋겠어. 실수로 건드릴까 봐 무섭거든. “

늙은 여인은 마지막까지 미소를 유지한 채로 고개를 깊게 숙이고 왔던 길을 돌아간다.

“ 자.. 크릭도 오고 있다니까 빨리 시작하자고! 카리엘.. 카린! 빨리빨리! “

“ 으으으으..! 알고 있으니까 빨리 문 열어..!! 빨리 끝내고 떠나게!! “

카린은 이미 손에 아르카나를 만들어 낸 채로 아디나를 밀치고 급하게 검은 문을 밀었다.

“ ..알아서 열리고 있는데 그걸 굳이.. 어어 옆으로 열리잖아. 앞으로 밀지 마 바보야! “

“ 헹. 저 녀석 지 목숨이 달리니까 행동이 빨라졌네? 생각보다 이용해먹기 편할지도? 킥킥.. “

아디나와 춘향이 카린을 따라 들어가는 것을 보며 아리나가 머리에 손을 짚는다.

“ 하아.. 왠지 저 녀석.. 다음부터 카린한테 협박하면서 원하는 걸 뜯어낼 것 같지 않아..? “

“ 뭐 그때 되면 필사적으로 막아야지.. 쟤라면 진짜 죽일지도 몰라. “

“ ..우리도 가자. “

앨리스의 말에 라티안도, 피렌도, 아리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검은 탑으로 들어간다.






정말 많은 수의 인원이 모여있는 우주선 안이었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분위기에 휩쓸렸다거나, 아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곳의 모든 레베른은 단 하나의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누가 감히 우리의 ‘ 새로운 고향 ‘ 을 공격하는가.

누가 감히 우리의 가족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가.

아마 미리 연습한 대로 잘 행동한다면 안전할 테지만.. 혹시라도..

진짜 만약에..

단 한 명이라도 우리 가족이 죽는다면...

다른 모든 외계인을 전부 죽여버릴 것이다.

-카드드드득....

크릭이 자기도 모르게 눈앞의 테이블의 끝부분을 구겨버리자 케리니가 한쪽 발을 바닥에 탁탁 치며 불만을 토해낸다.

“ 크릭. 화나는 건 알겠어. 걱정되는 것도 알겠어. 불안한 것도 알겠어. 그래도 우리 물자를 파손하지는 말아줄래? “

유일하게 크릭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자, 레베른의 머리를 담당하는 케리니가 하는 말에는 크릭도 뭐라 반항할 수가 없었다.

“ 그래.. 미안해. 너도 화날 텐데 내가 더 화나게 해버렸군. “

크릭은 어떻게든 구겨진 테이블을 펴보려고 하지만 힘 조절에 실패해 깨져버리고 만다.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가족을 죽여버린 춘향이라는 이름을 지닌 녀석이 살고 있던 그 행성에 복수하고 돌아오는 틈을 노린 공격이라니..

정말..

최초의 신은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복수하기 위해 여러 행성을 부숴버렸기 때문에?

우리의 힘을 늘리고자 강한 자들을 전부 가족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새로운 은하의 중심축을 멋대로 세워버렸기 때문에?

아니면..

레베른이기 때문에..?

무엇이 되었든 최초의 신이라는 녀석은.. 정말 못 써먹을 녀석이다.

“ 자리를 비운 틈에 레크라시아로 쳐들어오다니... 비열한 자식들...! “

크릭 레베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크릭 레베른과 싸워 죽이면 된다.

최초의 신은 그럴만한 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최초의 신은 크릭 레베른과의 싸움을 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는 우리의 ‘ 새로운 고향 ‘ 레크라시아로 향했다.

“ 하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

케리니의 질문에 분노로 가득 찼던 크릭의 머리가 억지로 굴러간다.

사실 이런 손익계산 자체는 케리니의 몫이었기에 크릭이 내릴 결정은 단순하다.

가족들을 보호할 것인가. 가족들을 공격한 쓰레기들을 파괴할 것인가.

“ 근처의 모든 우주선을 부숴버리고 레크라시아로 돌아가면.. 우리의 가족들이 무사할 확률은? “

케리니는 딱히 깊은 고민도 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린 채로 대답한다.

“ 알 수 없지. 상대가 몇 명인지,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는 이상 단정 지을 수 없어. 하지만 외계인이라는 특성상 얼마든지 인질로 잡고 있을 가능성은 있지. 최대한 빠를수록 좋아. “

-까드득...

크릭이 테이블을 강하게 움켜쥐는 대신 이를 강하게 악물었다.

“ 후우... 가족이냐 신념이냐... “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레베른을 공격한 자에게는 톡톡히 값을 치른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을 희생해서 치르는 복수라면 의미가 없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이 우선이다.

하지만 복수를 하지 않으면 저들은 만만하게 볼 것이고, 결국 우리 가족들을 또 공격해올 것이다.

또 한 번.. 모든 것을 뺏길지도 모른다.

크릭은 주위를 둘러본다.

모든 가족들의 얼굴을 한 번씩 마주 본다.

그래.

더이상 말은 필요 없다.

“ 우리는 레크라시아로 복귀한다. “

레베른은.

가족도, 신념도 전부 지킨다.

“ 그리고 쳐들어온 ‘ 모든 ‘ 외계인들을 부숴버린다. “


작가의말

빨리빨리 끝내고 튀자 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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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250. 이제부터 너희가 해야할 일은 23.07.31 257 1 13쪽
256 249. 검은 왕국의 왕 23.07.30 255 1 13쪽
255 248. 두 가지 의뢰 23.07.29 256 1 14쪽
254 247. 제2차 작명 토론 23.07.28 254 1 15쪽
253 246. 차원이 다른 존재 23.07.27 25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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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242. 자유의 도시 23.07.23 255 1 15쪽
248 241. 큰 돈의 용도 23.07.22 257 1 14쪽
247 240. 정해진 승패 속의 베팅 23.07.21 258 1 14쪽
246 239. 본격적인 수사 준비 23.07.20 257 1 13쪽
245 238. 새로운 행성의 가장 큰 문제는.. 23.07.19 258 1 14쪽
244 237. 천사의 휴일 23.07.18 255 1 16쪽
243 236. 3월의 뜬금없는 파티 23.07.17 252 1 15쪽
242 235. 최강자를 가려라 23.07.16 256 1 16쪽
241 234. 아리나와 피렌이 그린 그림 23.07.15 254 1 18쪽
240 233. 뛰는 춘향 위에 나는 천사 23.07.14 255 1 14쪽
239 232. 새로운 세상 특별한 동료 23.07.13 254 0 13쪽
238 231. 그래서 대체 뭐라고 부를건데 23.07.12 25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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