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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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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9.11 19:24
연재수 :
6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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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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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글자수 :
3,946,228

작성
23.07.0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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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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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26. 누가 옳은 것인지

DUMMY

새하얀 꽃잎들이 하나둘씩 내려온다.

그 꽃잎 사이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슈트를 입은,

슈트를 타고 푸른 마나가 흐르는,

굉장히 아름다운,

붉은 머리카락의 앨리스가 내려왔다.

“ ..오랜만에 보는군.. “

앨리스는 그런 크릭을 눈동자만을 돌려 잠깐 바라본다.

대공방에서 마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살벌한 오라가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 “

뭐..

지금의 마나 상태로도, 크릭의 특성으로도

싸우고 싶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말이다.


크릭은 정말 수많은 사람의 마나를 보아왔지만 앨리스의 마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만큼 진한 농도에 꿈틀댄다고 느껴질 만큼 요동치는 마나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맞부딪쳤을 때는 기대 이하였다.

마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했지만 어떻게든 꽉 끼는 옷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걷기 위해 노력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오직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는 듯이 주위의 마나들이 굉장히 어울리게, 화려하지만 고요하게, 안정적이지만 열정적으로 흩날린다고 느껴졌다.

뭐..

그래도 결국 최초의 신에게서 파생된 마나.

마나에게 사랑받는 크릭에게는 닿지 못할 것이다.


크릭은 흩날리는 하얀 꽃잎 중 하나를 붙잡았다.

“ 신의 대리인이여. 고작 이 정도로 날 막겠다고 그러는 건가? 어이가 없군.. “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 아디나의 아르카나가 크릭에게 넘어가기 직전인데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수는 없는데..

어떻게든 앨리스가 시간을 벌어주는 틈을 타 도망쳐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디나는 앨리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다 보니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 앨리스..! 부탁할게! 시간을 끌어줘... ...? “

앨리스는 크릭에게서 눈을 떼고 그대로 앉았다.

앨리스의 눈앞에 춘향이 검은 피를 흘리고 있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쉬지 않는다.

“ ..그.. 앨리스. 미안.. 그런데 지금 그럴 시간이.. “

“ 잘 시간이 아니잖아.. “

앨리스는 아주 가볍게 잠든 아이를 깨우듯이 춘향의 볼을 집게손가락으로 콕 찌른다.

아주 차가운 볼이 느껴진다.

힘없이 앨리스가 미는 대로, 놓는 대로 머리가 움직인다.

“ 춘향은 이미.. “

알고 있다.

죽은 상태다.

그러면 뭐 어떠한가.

살리면 그만이지.


주위에 흩날리던 모든 꽃잎이 그 자리에 멈춘다.

크릭이 붙잡은 꽃잎을 제외한 모든 꽃잎이 하나의 싹이 되어 이 일대에 나무가 자라고, 풀이 생기며, 심지어는 나비도, 다람쥐도, 새들도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말도 안 된다.

레크라시아에 저렇게 생긴 곤충이나 동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창조다.

분명히 창조다.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 모든 나무에서도, 풀에서도 생명력이 너무나도 넘쳐 흐른다.

마치..

이 일대의 평범한 땅을 살려내 생명을 꽃피운 것처럼..

“ 큭..! 흡!! 하아..! 하아...! 어우.. 깜짝이야...! 여기 어디야? 어? “

춘향이 정말로 자고 일어난 것처럼 벌떡 일어난다.

..크릭의 머리가 따라잡지 못한다.

“ 나보고 그만 자라고 할 땐 언제고.. “

앨리스의 말에 조금씩 진정된 춘향이 앨리스를 보고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다.

본인도 죽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앨리스는 근처에 있지도 않았으며, 여기는 적진이니까.

“ ..하하.. 날 깨운 게 카린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하마터면 여자랑 키스할뻔했잖아? “

앨리스가 피식 웃고서는 춘향의 볼을 한 번 더 찌르고 일어난다.

춘향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지금까지 춘향을 끌어안고 있던 아디나를 바라본다.

“ 아하하...! 죽기 전 그대로구나! 시간이 얼마 흐르진 않았나 보네! 킥.. 얘 놀란 거 봐. 아무리 신의 대리인이라고 해도 이런 건 처음 보나 보지? “

한차례 아디나를 놀려준 춘향이 온몸을 돌려본다.

음.

역시 앨리스다.

몸 상태가 완벽이라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는 상태다.

솔직히 말하자면 춘향으로서도 이번엔 살아날 수 있을지는 몰랐다.

단지 아디나의 아르카나가 크릭에게 넘어가는 순간 네이렌을 포함한 소중한 사람들.. 아니..

이 은하의 모두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뛰어 들어가 버린 것이다.

운 좋으면 앨리스가 발견해서 살려줄 테고..

만약 살아난다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

“ 어이가 없는 녀석들이군....! “

크릭이 한순간 최고속도로 가속해 앨리스를 향해 손을 휘두른다.

다른 마나를 지닌 사람들이었다면 자신의 마나를 활용해 막아냈을 기습이지만 앨리스는 크릭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기에 순수 육체의 움직임으로만 크릭의 손을 피한다.

크릭은 그대로 멈추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앨리스와 크릭의 사이에 거대한 검은 낫이 끼어들었다.

“ 춘향. 맡길게. “

“ 그래... 걱정 말라고!! “

한순간 크릭의 주위에 검은 사슬이 튀어나와 크릭을 묶어낸다.

아까 전 몸을 일으킬 때 앨리스가 빼곡하게 피워올린 꽃과 잔디밭 사이로 자신의 검은 마나를 퍼트려둔 덕분에 이렇게 한순간에 뽑아낼 수 있었으며, 덕분에 크릭에게 절반의 사슬을 맞추는 데 성공한다.

“ 고작 이 정도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못 막겠지.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면 앨리스가 아디나를 붙잡고 도망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 킥킥... 니녀석은 분명 강하지..! 하지만..! 다른 마나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깡통에 불과해! “

상대가 날린 마나를 자신의 마나로 뒤바꾼다.

그것이 불이 되었든 번개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다.

최초의 신에게서 파생된 마나라면 가리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싸운다.

하지만 지금 크릭과 춘향 단둘만 남은 상황에서 춘향의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순간 크릭에게는 무기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점을 노리고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하는 춘향이 온갖 사슬들을 뿜어내며,

거대한 낫을 휘두르며,

검은 토끼들을 날리며 크릭을 상대한다.

거대한 낫을 활용해 훨씬 더 깊게 찔러넣어 등 뒤에서 한번,

한순간 손을 놓고 양손에 작은 낫을 만들어 베어내면서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앨리스가 만들어낸 나무 위에서 대낫을 만들어 던진다.

곧바로 크릭의 밑바닥에서 토끼를 만들어내 크릭의 발을 집어삼키려 든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온 힘을 다해 싸워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지만 안타깝게도 크릭은 춘향의 공격에 자잘한 생채기가 나는 수준에서 그친다.

그러나 이것은 춘향이 의도한 대로였다는 것이 느껴지는 공격들인지라 크릭의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 칫.. 귀찮게 굴기는...! “

춘향은 따라오는 크릭을 향해 토끼를 집어 던지며 나무 틈으로 도망치다 크릭이 멈추는 순간에만 공격을 퍼붓는다.

“ 큭큭... 정말 짜증 나게도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의 나는 너한테 상대가 안 돼. 깔끔하게 인정할게! “

춘향이 평소에 쓰던 얇은 한 손 낫으로는 크릭의 몸에 생채기도 나지 않는다.

그나마 크릭의 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거대한 대낫은 숙련도가 매우 부족해 춘향 자신도 쓰기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검은 마나를 활용한 마법을 쏟아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깔끔하게 인정한다.

그렇기에 묶어두기만 한다.

그러다 보면 동료들이 와주리라..!

-쿠구구구구구.......

한순간 거대한 진동과 함께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던 붉은 달빛이 가려진다.

춘향은 그 진동을 느끼며 크릭에게 달려가다가 대낫을 나뭇가지에 걸고 나뭇가지를 축으로 삼아 공중으로 도약한다.

“ 야! 손잡아!! “






춘향을 남겨놓고 앨리스와 아디나가 무너져 내리는 중심축에 다시 돌아왔다.

그곳에는... 참 놀라운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 앨리스! 아디나! “

아리나가..

레베른과 함께 쓰러져있는 네 명을 간호하고 있었다.

“ 이게 뭔 일이람..? “

“ 아~.. 좀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하하.. “

지금까지 이곳은 아리나와 베리엔 두 사람만이 움직일 수 있었다.

서로간에는 지키고 싶은 동료들이 쓰러져 있었으며, 서로 싸우기에는 같은 번개라는 특이한 마나였기에 서로 죽이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앨리스와 아디나가 합류한 이상 당장에 베리엔이 죽어도 뭐라 할 말이 없다.

“ ...신의 대리인.. 부탁한다. 나를.. 우리를 살려줄 수 없는가? “

그 순간 아리나의 표정 또한 변한다.

이제서야 상황이 이해된 모양이다.

지금 함께 동료를 보살피고 있는 사람은 적이었다.

조금 난감한 이 상황에서 아디나와 앨리스는 아리나의 표정을 본다.

쓰러진 동료들을, 쓰러진 레베른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우리도 쓸데없는 살인은 하고 싶지 않아. 대신.. 뒤를 공격하진 마. 너희 길드에 먹칠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겠지? “

레베른을 살려준다.

분명 이들도 수많은 목숨을 빼앗은 레베른인데도 살려주는 선택을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크릭과 했던 대화 때문에 심정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지금은 자신의 동료를 살리고 싶어 하는 저 마음에 응해주고 싶은 기분만이 들었다.

“ 감사한다.. 정말 진심으로 고맙다. “

베리엔은 한쪽 무릎을 굽히며 그 무릎 위에 손바닥을 펼쳐 양손을 내보인다.

베리엔이 살던 행성의 최대한의 예를 표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런 걸 알고 있을 리는 없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표정에서, 말투에서 아디나와 앨리스, 아리나는 알 수 있었다.

“ 가자. “

빠르게 올라가지 못하는 아리나를 아디나가 업고 쓰러진 라티안과 피렌을 앨리스가 꽃잎으로 가볍게 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 함선을 만들고 ‘ 있는 카린에게 날아간다.



“ 왜 이제 온 거야!! 이 이상의 구조는 난 잘 모른다구!! “

앨리스는 옆에서 열정적으로 따지는 카린을 무시한 채 카린이 만들어낸 함선을 바라본다.

아무리 창조의 기술이 뛰어나다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에 만들어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이미 장치 대부분과 외형을 전부 만들어냈으며, 부족한 것은 보호막과 마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탑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이 짧은 순간 만에..

크릭이 만든 세계의 중심축에 들어간 재료들을 활용해,

자신의 마나로 만들어내는 창조를 활용해

네이렌이 전부 타기에 적당한 크기의 함선을 만들어냈다.

“ 응. 괜찮아. 보호막은 없지만.. 상관없어. 가자. “



-쿠구구구구구구구......

앨리스가 함선을 날리기 위해 마나를 집어넣자 거대한 진동과 함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앨리스가 주입한 마나로 날아가는 것이기에 오랫동안 날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 야! 손잡아!! “

아리나가 갑판 위에서 아래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리고 땅에서부터 뛰어오른 춘향의 손을 붙잡는다.

“ 믿고 있었다고..! 얼른 벗어나자! “




이번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가만히 있어도 춘향이 공격해오지 않는다.

진동은 아직도 끊임없이 느껴진다.

저 하늘에는..

먼 과거 네이렌이 타고 도망갔던 우주선의 축소판 같은 것이 떠 있다.

그 우주선을 바라본 크릭은 알 수 있었다.

패배했다고.

아니.. 사실 패배한 것은 상관없다.

세계의 중심축? 알 바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상처 입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중심축이 무너진다.

중심축의 구조가 뒤틀렸다.

저 함선의 밑바닥에는 중심축에 사용되었던 재료들과 마나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릭뿐만이 아니라..

탑 안의 케리니도 패배했다는 뜻이겠지.

전투능력이 없는 케리니는..

“ ..아마.. 이것도 통하지 않겠지. “

크릭은 아까 붙잡았던 앨리스의 꽃잎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캘리를 죽인 것과 똑같이 우주선을 부숴버리기 위해 꽃잎을 쏜다.

-콰콰쾅...!!!!!!!!!

...

거대한 소리와 함께 보호막이 없는 함선은 손쉽게 부서진다.

그리고.. 저 멀리..

신의 대리인이 만든 [VII. 전차(The Chariot)]를 타고 날아가는 네이렌의 모습이 보인다.

“ 그래..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녀석들이 보호막이 없는 우주선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

크릭은 알면서도 우주선을 부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레크라시아의 보호막을 두드린 다른 모든 외계인을 무시하고 모두가 한 번에 복귀해 탑을 점령하는 게 맞았을까.

자신이 있으니까.

상대는 최초의 신에 의해 파생된 마나들 이었으니까.

무조건 이긴다고 확신했던 걸까.

모두가 중심축을 버리고 신의 대리인을 노리는 게 맞았을까.

모두가 신의 대리인을 버리고 탑의 구조를 뒤바꾸는 녀석을 죽이는 게 맞았을까.

쓸데없는 대화를 하기보다 무작정 죽이는 것이 맞았을까.

아니면..

레베른을 만든 것이 잘못이었을까.


오만했다.

자신의 힘은 당연히 자신도 강하다고 알고 있다.

레베른은 약하지 않다.

그렇기에 모든 적은 자신의 발아래에 있다고 착각했다.

“ 크릭. “

마치 연기처럼 흩어졌던 마나들이 다시 합쳐지며 크릭의 앞에 다프트가 만들어진다.

“ 다프트.. 미안하군. 캘리의 복수를 하지 못했어. “

다프트는 분한지 주먹을 꽉 쥔다.

그러나 그 분노는 캘리의 복수 때문이 아니다.

“ ..케리니가.. “

역시..

죽은 건가.

“ 그래. 말 안 해도 돼. “


케리니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최선을 선택하라고.

최선이라..

“ 다프트. 나는 너무 오만했다. “

“ ..무슨 소리야. “

“ 우리 가족이 함께라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

상대가 아무리 많아도 우리 가족들과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부숴버리려고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

크릭은 거의 다 무너져내린 중심축을 바라본다.

“ 레베른은 고작 나 하나로 품을 수 있을 만한 크기가 아니었어. “

크릭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결단을 내린다.

“ 다프트. 너에게 세 가지 명령을 내리마. “

어딘가 변한 분위기에 다프트는 가족인 크릭이 걱정되었다.

분명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

중심축은 무너졌고, 상대는 도망쳤다.

우주에 나가 있는 다른 가족들은 얼마나 많은 수의 외계인을 죽였을지는 모르지만..

레크라시아 내부에서는 패배한 것이 맞다.

“ 첫 번째 명령이다. 우주선이 복귀하는 대로 나에게 소형 우주선을 넘겨라. “

뭔가.. 알 수 없는 명령에 살짝 당황스럽다.

이 세상은 전부 크릭의. 레베른의 것이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가족으로서 넘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된다.

“ 두 번째 명령이다. 레베른은 해산한다. “

...

뭐?

“ 세 번째 명령이다. 기다려라. 내가 이 은하를 점령하고, 모두를 죽여버리고, 우리 가족들만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




신의 대리인.

아디나가 그렇게 말했다.

손을 내밀었으면 거기서 끝내야 했다고.

다독이고, 업어주고, 함께 나아가면서 등에 기대기만 하게끔 둬서는 안 됐다고.

혼자서 일어날 수 있게끔.

혼자서 나아가 혼자서 해나갈 수 있게끔 해주기만 하고 지켜봐야 했다고.

그래 아디나..

어디 누가 맞는 말을 했는지 보자고.

레베른의 다른 가족들이 나에게 업혔듯이.

나도 내 가족들에게 언제나 업혀 갔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갔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어디.. 네 녀석이 한 말이 맞다면..

지금부터 네 녀석의 말대로 내 가족들을 두고 ‘ 혼자서 ‘ 은하를 파괴하려는 나를 막아봐라.

지금 이 순간

혼자서 일어선 나를 네 녀석이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내가(레베른이) 옳은 것이고,

혼자서 일어선 나를 네 녀석이 막아내는 데 실패한다면 네 녀석이(최초의 신이) 옳은 것이다.



최초의 신이 미래를 내다보았다는 것.

그렇게 내다본 미래를 통해 레베른이 만들어낸 세계의 중심축을 파괴해야겠다고 결정한 것.

그 말뜻은 곧 중심축을 가동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힘이 레베른에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그 순간을 기다린다.

세계의 중심축을 다시 세워 신의 자리에 올라 이 은하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아디나와 크릭.

두 사람의 생각 중에 누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은하를 부숴버리기 위해 크릭은 때를 기다린다.

크릭은..

아디나가 말한 대로

걷는 법을 익힌다.


작가의말

하나가 또 끝났네요

조금 찝찝하게 끝났지만요

후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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