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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투수는 언제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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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남
작품등록일 :
2024.02.28 15:12
최근연재일 :
2024.05.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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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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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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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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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하기 싫은 일은 막상 시작하면 잘된다. 하지만 역시나 하기 싫다

DUMMY

여자들은 대화를 나누는데 참 진심이다. 라고 성태는 생각했다.

아니 카페에서만 1시간이 넘게 떠들었으면서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걸으면서도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성태는 인제 그만 고시엔 구장으로 가서 야구를 보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수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 고시엔 보러 안 갈래? 보고 싶지?”

“아니. 맨날 야구, 야구! 오늘은 엄마랑 같이 데이트나 하자!”


성태는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타겟을 바꿨다.


“메구미 너 고시엔 보고 싶잖아. 그지?”

“아니 난 어머니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은데?”

“어머? 말 예쁘게 하는 거 봐? 일본 애들은 다 이렇니?”

“어머니랑 있는 게 좋으니까 그러죵!”


믿었던 메구미까지 자신을 배신하자 결국 마음속으로 고시엔을 포기해버린 성태.

하지만 경기 내용까진 포기하지 못하고 츠마부키에게 문자 중계를 부탁했다.

3명의 여자를 따라다니며 오사카 이곳저곳을 쏘다니던 성태는 금세 퍼지고 말았다.

쇼핑을 하는 게 20분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로는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엄마와 메구미가 팔짱을 끼고 앞으로 먼저 걸어나갔지만 퍼져버린 성태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죽겠다.”


의자에 앉아 있던 성태는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15이닝을 풀로 던지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힘들다고 확신했다.

몸으로 힘든 건 버티면 되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건 성태에겐 지옥이나 마찬가지였고 츠마부키에게 급하게 전화가 올 때마다 고시엔에 가고 싶단 욕구가 치밀어 올랐지만 차마 야구를 보러 가겠다고 말은 못 하는 성태.

가만히 있던 미래가 엄마에게 다가갔다.


“아줌마 저 성태랑 야구 보고 올게요. 고시엔이란 거 나도 한번 보고 싶었거든요.”

“그럴래? 성태야 미래가 야구 보고 싶다던데 데려다줄래?”

“응! 알았어 나한테 맡겨줘! 내가 안전하게 고시엔 구장까지 데려다줄게!”


성태가 신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오래 참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2번째 경기는 거의 끝나가기에 볼 수 없겠지만 가장 중요했던 상고가 나오는 3번째 경기를 볼 수 있음에 기뻐하는 성태.

하지만 메구미는 갑자기 성태와 미래 둘만이 떨어져 나가자 조금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메구미도 역시 야구 보고 싶어?”


엄마의 물음에 잠깐 동공이 흔들린 그녀였지만 그녀는 사람 비위 맞추기에 프로였다.


“야구요? 에이 맨날 보는 게 야군데 됐어요.”

“이구! 이뻐라 내 딸이었으면 좋겠네!”


몸을 돌린 성태는 뒤에 미래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미래가 전 육상부였기에 잠깐은 성태를 쫓았지만 20센티 이상 키 차이가 있었기에 조금씩 벌어지다가 완전히 뒤처져버렸다.

그녀는 결국 육상부의 자존심을 버리고 외쳤다.


“야이쌔꺄!”


숨도 헐떡이지 않던 성태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미래가 무릎을 잡고 헐떡이고 있었다.


“왜?”

“뭘 왜야? 죽을래? 아오··· 후···.”


미래가 더운지 입고 있던 체크무늬 셔츠를 벗었고 흰색 나시는 땀에 젖어 살짝 비치기 시작했다.

성태가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을 어디로 둘지 모르며 당황할 때 미래가 천천히 걸어왔다.


“뭐야?”

“뭐가?”


성태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 딴청 피우자 그녀는 자신을 어색해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래가 슬며시 웃었다.


“왜 인제 와서 내가 여자로 느껴지냐?”

“뭐, 뭐라는 거야 미쳤어? 빨리 가야 한다고.”

“근데 어쩌냐? 넌 나한테 남자가 아닌데.”


미래가 피식 웃으며 앞으로 걸어나갔고 성태는 미래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그녀를 뒤따랐다.

고시엔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기차에 몸을 실었다.

3차전을 보러 가는 사람들인지 기차 내부엔 많은 사람이 있었고 앉을 자리는 포기하고 문 쪽에 자리 잡은 성태와 미래.

성태는 그녀를 문 쪽에 서도록 배려하고 자신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한참을 뛰어와서인지 미래는 손으로 부채질을 시작했고 기차 내부의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을 흘깃흘깃 쳐다보기 시작했다.


“야 셔츠 걸쳐.”

“더워.” 미래가 덥다며 혀를 내밀고 인상을 썼다.

“개냐?”

“한국보다 더 더운 거 같아. 아니 습하기까지 하니까 와 사람 살 곳 못 된다, 너 여기서 어떻게 사냐?”


미래가 딱 달라붙는 나시를 살짝 당기자 가슴골은 더욱더 노골적으로 보였고 사람들의 시선도 노골적으로 변했다.

성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셔츠를 뺏어 강제로 입혔다.


“더워 죽겠다니까?”

“내가 부채질해줄게.”

“얼씨구?”

“넌 여자애가 부끄럽지도 않냐?”

“선비님 납셨네, 네가 패션을 알아?”


미래의 비아냥에서 성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쳐다보는 게 싫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미래만을 쳐다보는 건 아니었다.

기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야구 팬이었기에 성태를 알아본 것이었고 의외로 미래를 향한 시선은 많지 않았다.

성태 혼자서 오해했을 뿐.

성태는 그녀가 시원해지도록 온 힘을 다해 한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손이 크긴 크네, 언제 이렇게 컸지?”


자기 손으로 부채질을 할 때보다 확실히 불어오는 바람의 양이 달랐기에 물어본 질문이었다.


“글쎄.”

“완전 남자다잉?” 장난기가 돌았는지 성태의 배에 주먹질하는 미래.

“아 좀 가만히 있어.”



***



오사카에서 고시엔 구장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에서 내린 뒤 성태와 미래는 곧장 고시엔 구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자신을 뒤쫓는다는 사실에 성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너무 가까이 붙자 성태가 먼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들은 접근을 멈추긴커녕 자신들끼리 귓속말을 했고 혹시나 하던 성태의 예감은 사실로 드러나는 듯 보였다.


“뭐야?”


한 손으로 미래의 앞을 막고는 뒤쫓아 오는 이들에게 경고하듯 말하는 성태.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다가오더니 한 남자가 성태 앞으로 나섰다.


“유성··· 김성태 씨 맞죠? 미야기고등학교의 김성태 선수.”

“아. 네 맞습니다.”


그제야 그들이 쫓아온 이유가 미래가 아닌 자신이란 걸 깨달은 성태가 민망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와 정말 팬이에요! 오늘 3번째 경기 보러 오신 건가요? 역시 상고는 놓칠 수 없으니까요?”

“네네. 맞습니다.”

“와 아는 척하길 잘했다! 진짜 팬이거든요. 혹시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성태는 한 명 한 명 악수하며 사진도 찍고 사인까지 해주곤 그들을 먼저 보냈다.

옆에 서 있던 미래가 성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후려쳤다.


“올, 뭔데 연예인? 뭐 그런 거? 올, 우리 코흘리개가 연예인?”

“아 놀리지 마.”

“애, 놀뤼지 뫠.”


성태는 미래의 놀림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아까까지 어색했던 것들이 모두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한 대 맞은 성태가 오히려 미소를 짓자 미래가 정색했다.


“뭐야? 왜 웃어 징그럽게.”

“그냥.”

“그냥은 팍씨!”


성태가 옛날 생각을 떠올리며 장난으로 미래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렸다.

하지만 미래는 생각보다 더 많이 아팠는지 주저앉으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당황한 성태가 머리에 손을 대려다가 떼곤 물었다.


“어? 괜찮아?”

“야 괜찮겠냐? 아호··· 아파라.”


너무 아파하는 그녀를 보며 ‘옛날에 내가 당했을 때도 그렇게 아팠다!’라고 말하려다 그녀의 원망하는 눈빛을 보며 침을 삼키는 성태.


“미안.”

“다음부터 그러지 마, 죽는다?”

“어.”


조금 시무룩해진 성태.


“옛날에 이런 장난 많이 쳤잖아.”

“야 여자하고 남자하고 성장한 뒤에 피지컬이 같냐?”


미래의 말이 옳다고 느꼈지만, 괜스레 억울한 기분에 입술이 삐쭉 튀어나온 성태.

그들은 다시 살짝 어색한 상태로 고시엔 구장에 들어갔다.

사인해주고 투닥거리느라 경기는 시작됐고 2회 초 상고의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성태는 츠마부키에게 자리가 어딘지 설명을 들었지만 제대로 찾지 못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관중석의 열띤 응원에 전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겨우 떠듬떠듬 찾아 그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여기, 여기!”


중간에 츠마부키가 일어나 손을 흔들었고 성태도 반가워하며 자리로 향했다.


“경기는?”


고개를 들고 전광판을 확인하는 성태.

1-0으로 상고가 리드하는 중이었다.


“테츠이가 홈런 쳤어 1회에.”

“아 봤어야 했는데 찍어놓은 거 있어?”

“없지 어떻게 찍어 나도 경기보느라 정신 없었는데.”


5번 타자인 카시와라가 안타를 치며 기세를 올리는 상고.

츠마부키는 성태의 옆에 있는 미래를 보며 조용히 물었다.


“누구야?”

“누구긴 작년에도 봤잖아 내 친구 미래.”

“미래? 작년에 그 친구? 그 친구가 저분? 저분이 그분?”

“왜 이래?”

“대체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확실히 한국인이 우리보다 피지컬이 좋다고는 하는데.”


츠마부키가 고개를 빼꼼 들어 미래를 바라봤다.

하지만 미래가 시선을 느끼고 츠마부키 쪽을 바라보자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돌린 츠마부키.


“억!”

“미친놈.”


목을 잡은 츠마부키가 성태의 귀에 조심히 속삭였다.


“가슴에서 미사일 나가겠다.”

“염병하네. 야구나 봐.”


성태가 헛소리하지 말라며 가볍게 츠마부키의 뺨을 때렸고 자연스레 경기를 보는 츠마부키.

하지만 사실 성태도 궁금하긴 했다.

고작 1년 사이에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성장긴가? 라는 생각을 하던 성태.

잠시 고민하던 성태가 미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야 너 성형수술 했냐? 애가 물어보던데?”

“끼야약! 내가 언···.”


츠마부키가 당황하며 말을 끊으려 했지만, 성태의 힘이 더 강했고 제압당해 손만 버둥거리는 츠마부키.

미래는 잠깐 인상을 썼다가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자연이거든? 넌 날 알면서 물어보냐?”


오히려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당황하는 건 성태였다.


“아니 내가 궁금한 게 아니라 애가.”

“끼께엑! 내가 언제!!”


츠마부키가 성태의 팔을 마구 때렸지만 대미지는 없었다.


“야 츠마부키 자연이래.”

“이런 개···.”


미래는 조금 불쾌했는지 팔짱을 꼈지만, 오히려 가슴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었다.

츠마부키가 조금 얌전해지자 성태가 그를 풀어줬고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잠시 뒤 다시 성태에게 속삭이는 츠마부키.


“남자친구 있으시대?”

“네가 물어봐.”


츠마부키의 질문에 성태가 크게 대답하자 조용히 말하라며 검지로 입을 가리키고 화를 내는 츠마부키.


“아 좀! 좀!!! 제발!”


둘이 투닥거리는 사이 뒤에 앉아 있던 타케노가 그 둘의 사이에 조용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성태는 갑자기 귀에 입김이 닿자 깜짝 놀랐고 하마터면 입술이 타케노의 더러운 얼굴에 닿을뻔하자 불같이 화를 냈다.


“아씨! 깜짝이야 뭔데?”


성태의 반응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이상한 놈이야’라며 다시 야구에 집중하려던 성태를 향해 조용히 속삭이는 타케노.


“나. 오늘부터 가슴파다.”

“미친놈 아냐, 야구나 보라니까? 우리가 여기 놀러 왔어?”


성태가 다시금 화를 냈지만, 왼쪽에 앉아 있던 친구들 전부가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곤 성태는 머리가 아팠다.


“나 결혼하고 싶다.”


다시 한번 타케노가 조용히 속삭였고 이번엔 츠마부키의 옆에 앉아 있던 사토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왜? 넌 또 뭐? 뭐?”


성태가 화를 냈지만, 사토는 조용히 팔을 내밀어 쪽지 하나를 건네며 턱으로 미래를 가리켰다.

쪽지를 받곤 곧장 펴버리는 성태.

사토가 앓는 소리를 내며 팔을 휘둘렀지만, 성태는 간단하게 무시하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는 히로시마의 미래 아! 미래 씨의 이름도 미래군요! 이것 참 우연입니다. 저는 김성태가 제일 아끼는 절친 사토 슌스케입니다. 키는 181cm이며 몸무게는 81kg으로 평소 야구로 단련한 나이스 바디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이성이 추파를 날렸으나 단 한 번도 수락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이 쪽지를 드린···.]

여기까지 읽은 성태는 쪽지를 마구 구긴 담에 사토에게 던졌다.


“이거 완전 미친놈들 아니야? 너희 고시엔 안 갈 거야?”

“왜? 고시엔이 뭔데? 고시엔이 나한테 해준 게 뭔데!”


평소라면 절대 내뱉지 않았던 말이지만 여자에 미친놈들에겐 답이 없었다.

옆에 앉은 미래가 화를 내는 성태의 어깨를 두들겼다.


“야 조용해 주변에서 다 쳐다보잖아. 뭔데?”


한숨을 깊게 내쉰 성태가 미래를 바라봤다.


“아니 너 남자친구 있냐고 재들이 물어보잖아, 너 남자친구 없잖아? 맞지?”

“나? 있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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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계단이 끝나는 줄 알고 헛디뎌 당황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2) +1 24.04.30 149 4 12쪽
69 계단이 끝나는 줄 알고 헛디뎌 당황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1) +1 24.04.29 165 2 13쪽
68 0에서 1을 만드는 건 힘들다. 근데 1에서 2도 힘들긴 함. +1 24.04.28 177 3 13쪽
67 0에서 1을 만드는 건 힘들다. (3) +1 24.04.27 181 2 14쪽
66 0에서 1을 만드는 건 힘들다. (2) +1 24.04.26 179 4 13쪽
65 0에서 1을 만드는 건 힘들다. (1) +2 24.04.25 197 3 14쪽
64 일을 미뤄두면 복리로 돌아온다. 근데 해도 안 해도 티가 별로 안 나긴 한다. 24.04.24 207 3 12쪽
63 일을 미뤄두면 복리로 돌아온다. (4) 24.04.23 210 4 13쪽
62 일을 미뤄두면 복리로 돌아온다. (3) 24.04.22 21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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