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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투수는 언제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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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남
작품등록일 :
2024.02.28 15:12
최근연재일 :
2024.05.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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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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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가을은 춥기만 하진 않다. (1)+

DUMMY

[김성태 ┃ 6학년 ┃ 키128CM ┃ 37KG ┃ 2루수, 유격수.]

[6학년 기록 47타수 21안타 볼넷 6개 5할 2푼 5리 도루 21개.]

[코치 멘트 – 타자로서 좋은 눈과 타고난 배트 스피드가 남다름 대신 과도한 주루로 주루사가 많음.]

[투수로선 공이 느리지만 볼 끝이 굉장히 좋고 타고난 디셉션과 폼으로 성장 후 투수로서 성공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생각됨 하지만 피지컬 적인 문제가 있기에 차후 성장을 지켜봐야 함.]


주원초의 야구부 감독 안성기는 한 선수의 프로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더 괜찮네.”


멘트를 작성한 코치가 선수들을 평가할 때 굉장히 냉정하게 했기에 감독은 만족한 듯 침음성을 흘렸다.


[특이사항 – 편모가정. 어머니의 키는 167CM고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어머니의 말로는 185CM정도라고 하심. 차후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아빠가 없어?”


요새 아빠 없는 게 무슨 흠이 되는 건 아니지만 프로필에 있는 성태의 문제점은 따로 있었다.

A4용지 아래에 있는 회비란에 빨간색으로 체크된 것보다 체크되지 않은 빈 공란이 더 많았다.


“누군 땅 파먹고 장사하나.”


감독은 인상을 찌푸린 채 야구부실 밖 청백전을 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다 이내 프로필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다.

카앙!!


작은 키에 걸맞지 않은 호쾌한 어퍼스윙.

배트에 맞은 공은 쭉쭉 뻗어 나가 안전망 상단을 때렸고 성태는 1루를 지나 2루로 몸을 던졌다.

우익수가 공을 잡고 2루로 던지려고 할 때 성태는 조금 욕심을 내봤다.

청백전이기에 설렁설렁해도 되지만 감독의 눈에는 녀석의 독기가 마음에 들었다.

결국.


“세이프!”


주원초에 하나밖에 없는 코치인 김구현이 세이프를 외쳤고 성태는 박수를 치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아싸!”


청백전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성태를 보며 김구현 코치는 피식 웃었다.


“야 인마 경기에서나 이렇게 해.”

“저 경기에서도 이렇게 잘 해요!”


당당하게 말하는 녀석.

김구현 코치는 다가가 녀석의 엉덩이를 두들긴 뒤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야구부실에서 감독이 코치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했고 코치는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살짝 찡그린 채 야구부실로 뛰어갔다.



***



“네 알겠습니다.”


감독은 김구현 코치에게 뭐라고 지시를 한 뒤 먼저 자리를 떴고 한숨을 내쉰 김구현 코치는 감독에게 건네받은 A4용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돌겠네.”


그가 코치가 된 지는 이제 3년.

프로에 있을 때는 2군까지 경험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진 못했고 백수로 지내고 있을 때 자신을 불러준 게 안성기 주원초 감독이었다.

그가 자신에게 하고 간 말은.

‘이 친구 회비가 많이 밀렸네. 이걸 감독이 말하긴 좀 그렇지 않아?’였다.


팀원의 안타로 홈을 밟은 성태가 방방 뛰며 좋아했고 그는 벤치에 있는 녀석을 불렀다.


“성태한테 코치가 좀 보자고 말해줘.”

“네 코치님.”


잠시 후 방안으로 들어온 성태.

녀석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네! 코치님 부르셨다고요?”

“그래 앉아봐.”

“네!”


방실거리며 의자에 앉은 성태는 코치의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았기에 눈치를 살폈다.


“그래 코치가 널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회비가 좀 밀렸네?”


회비가 밀렸다는 소리에 당황하는 성태

코치는 하기 싫은 말을 이어갔다.


“여섯 달이 밀렸어. 혹시 엄마한테 말씀드렸니?”

“네? 네에···.”


사실 김구현 코치도 성태의 가정이 넉넉지 못하다는 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녀석이 쓰는 노란 글러브는 3만원 정도 하는 마트에서 파는 글러브.

스파이크는 기부로 들어온 싸구려, 개인배트가 없어 다 찌그러진 공용배트를 사용하는 녀석.


“성태야··· 야구 중학교 가서도 할 거야?”

“네! 당연하죠. 제 꿈이 프로 선수인데요.”


김구현은 고개를 돌려 한숨을 내뱉었다.

안타깝지만 야구는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나마 주원초는 프로에 진출한 선배들이나 졸업자들의 기부금으로 특별활동비가 면제고 회비 50만 원만 내면 됐기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말이 달랐다.


“성태야 야구는 돈 많이 드는 거 알지?”


어린애에게 돈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는 건 어떨까? 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그나마 돌려서 말했지만, 성태는 알고 있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굳은 태도에 김구현은 입술을 씰룩이다 결국 준비했던 말을 시작했다.


“성태야 중학교 올라가면 개인 장비도 사야 하고··· 그리고 회비도 더 비싸지고. 특별활동비도 내야 하는데 괜찮겠어? 취미로만 야구를 하는 거면 그냥···.”

“저 야구 계속하고 싶어요.”


결국, 녀석의 입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자 준비했던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면 아니다. 성태야 코치가 엄마한테 전화를 드릴 테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 볼래?”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엄마에게 직접 말을 전해야겠다고 다짐한 김구현 코치.

성태는 90도로 인사를 하고는 장비를 챙겨 쓸쓸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잠시 뒤 야구부실에서 나온 김구현 코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폐로 담배 연기가 들어오자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했고 정문에 다다른 성태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듯 중얼거렸다.


“차라리 이게 낫지. 괜히 희망만 품고 있다가는···.”


어째선지 성태를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가난한 집에서 야구를 하고 값비싼 레슨비를 지불하고 야구에 모든 인생을 바쳤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집은 빛만 쌓였다.

자신과 같은 전철을 저 녀석은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 코치 끝냈어?”

“들어가신 거 아니었습니까?”


집으로 간 줄 알았던 안 감독이 옆에서 튀어나왔고 그가 담배를 물자 다급하게 불을 붙이는 김구현 코치.


“잘하나 보려고 했지.”


김구현 코치 옆에 앉은 안 감독이 담배를 길게 내뿜으며 말을 이어갔다.


“김 코치, 쟤만 가난하다고 회비 안 받을 거야? 나중에 김 코치가 감독이 돼서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사정을 봐주면 월급은? 무급으로 일할 거야?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 거야 우린 돈을 받고, 돈을 받은 만큼 가르쳐 주면 되는 거야. 말마따나 쟤들 프로 간다고 우리 월급이 올라가나?””“네···.”


김구현은 말꼬리를 늘리며 대답했기에, 감독은 젊은 코치의 가슴속에 얄팍한 양심이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


“쟤만 가난하다고 회비 안 받으면, 돈 낸 애들은 뭐가 돼? 나중에 김 코치가 감독이 되면 그렇게 하던가?”


김구현은 감독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틀린 말은 없었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네.”



***



주원초등학교를 나서고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주택가가 있다.

당시 유행이었는지 온통 빨간 벽돌과 빨간 기와지붕들로 이어진 주택가는 대부분 2층 혹은 3층짜리 집들이다.

1층은 보통 주인댁이 살고 2층과 3층은 세를 주었고 성태의 집 또한 2층에 세를 주고 살았다.

검은색 철문 손잡이를 잡은 성태는 한숨을 쉬고 문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이내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

뒤에 서 있던 건 키가 큰 여학생.


“너 뭐하냐?”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이미래.

집주인의 딸이자 자신과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여자애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진 육상부였기에 피부는 까맣고 머리는 짧았지만 누가 봐도 여자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성태가 그녀를 지나쳐 2층으로 향하려 했고 미래는 성태의 앞으로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너 울었냐?”

“아니.”


태연한 척 굴었지만, 미래는 성태가 울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눈 주위가 빨갛고 자신의 눈을 계속 피했으니까.


“누가 괴롭혔어?”

“전혀 아닌데?”


성태가 미래를 지나쳐 2층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그녀의 손이 조금 더 빨랐다.


“밥은 먹어야지.”

“나 먹고 왔어.”

“거짓말하네.”


초등학생 때는 여자의 성장이 더 빠르긴 하지만, 미래는 여자치고도 키가 컸고 성태는 6학년 치고 키가 작았기에 종잇장처럼 끌려갔다.


“아 놓으라고! 점코야!”

“점코? 뒤질래?”


오른쪽 눈 밑에 점이 있었기에 점코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그 별명을 부를 때마다 뒤지게 맞았기에 성태는 급하게 입을 막았다.

1층 집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가자 집안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놀라며 물었다.


“성태 일찍 왔네? 훈련 벌써 끝났어?”

“아··· 네 오늘은 일찍 들어가래요.”


아주머니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라고 했지만, 미래가 초를 쳤다.


“야구부 훈련 안 끝났어, 아까 보니까 하고 있던데?”


성태는 미래의 이런 모습을 싫어했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나 숨기고 싶었던 것들을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것.


“끝났거든? 나 잘했다고 오늘 일찍 들어가라고 한거야.”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했지만 미래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거짓말 할래? 너 거짓말 할때마다 눈을 빙빙 돌리더라?”

“거짓말 아니거든!”


둘의 말싸움이 커지자 방안에서 나시만 입은 아저씨가 나왔다.


“그렇게 싸워서 누구 하나 죽겄어?”

“아빠 성태가 자꾸 거짓말 하잖아!”

“야 미래야 그러다가 성태가 너 미워하면 어쩌려고 그랴?”


아빠의 말에 미래는 잠시 멈칫했다가 성태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미워 하면 나야 땡큐지! 너 나 미워 할 수는 있냐?”

“나 너 별로 안좋아하는데?”

“뒤질라고!”


한바탕 싸움이 붙으려는 둘을 떼어놓은 아저씨가 성태를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다.

오늘의 저녁은 당근이 많이 들어간 고기조림이었다.

아주머니는 한국자 퍼서 성태의 앞에 놔뒀고 성태는 밥을 먹고 왔다는 거짓말 한건 기억하지 못했는지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엄마는 야근 때문에 매일 집에 늦게 들어오셨기에 성태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미래네 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곤 했다.


“성태야 오늘 연습은 잘핸겨?”


아저씨가 물었다.


“네 안타 두 개 쳤어요!”

“그래? 잘했네! 역시 프로선수가 꿈인 사나이!”


미래는 오늘 학교에 있던 일을 마구 떠들어댔고 성태는 화기애애한 미래네 가족을 보며 아까 코치가 했던 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


집으로 돌아온 성태는 엄마가 집에 올 시간인걸 확인하고 보일러를 틀었고 때마침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현관으로 나갔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피곤한 모습의 엄마가 성태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아들!”

“오셨어요? 오늘 어땠어?”

“어구구 피곤해 죽겠어!”


엄마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방과 코트를 넘겼고 성태는 자연스레 받아들여 정리했다.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돌아온 엄마는 양말을 벗고 빨래통으로 던졌다.


“뒤집어 놓으라니까요.”


성태는 엄마가 던져놓은 양말을 뒤집으며 말했고 엄마는 웃었다.


“괜찮아!”

“뭐가 괜찮아?”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엄마는 농담을 던지며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고 성태는 혹시 코치님한테서 전화를 받았나 엄마를 졸졸 쫓아갔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기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소파에 앉았다.

잠시 뒤 샤워를 끝낸 엄마가 화장실에서 나왔고 성태는 할 말이 있는 듯 손만 꼼지락거리다가 먼저 자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에 누운 성태는 엄마가 들어오면 꼭 말해야겠다며 중얼거렸다.


“엄마. 회비 내야 한데.”

“엄마. 회비 깜박했지? 코치님이 회비 아직 안 냈다던데 깜박했어?”

“음. 엄마 코치님이 회비 깜빡했냐고 물으시던데?”


몇 번을 연습했지만, 엄마는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성태는 귀를 쫑긋 세웠다.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 1층에 가신 것 같았고 얼마 뒤 엄마는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1층에 가신 이유가 뭔지 6학년의 성태는 알고 있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성태야 자니?”


엄마가 방문을 열고 물었고 성태는 잠이 든 척 눈을 껌벅였다.


“아니 잠이 오려고 했는데 왜?”

“엄마가 회비를 깜박했지 뭐람? 자주 깜박하잖아. 내일 아침에 식탁에 올려놓은 봉투 챙겨서 코치님 가져다드려 알겠지?”

“응··· 근데 엄마 회비 많이 비싸지?”

“아니? 전혀 몇 푼 하지도 않는데? 엄마가 돈을 얼마나 잘 버는데!”

“응.”


잠시 뒤 엄마가 이불을 정리한 채 누웠고 성태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우리 아들이 하고 싶은 거 엄마가 다 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대로. 그냥 이대로 천천히 자라면 되는 거야 알겠지?”

“응···.”


말을 마친 엄가 성태를 꼭 끌어안았고 성태는 고맙다고 입만 벙긋거렸지만, 소리로 나오진 않았다.



***



아침 7시 다른 학생들은 등교를 준비할 시간에 성태 혼자서 거울을 보며 야구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언제부터 나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체가 땀으로 젖은 거로 봐서는 오랫동안 휘두른 듯 보였다.

성태는 코치가 지적했던 어깨가 열리는 습관을 고치려 했지만 혼자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웅!! 부웅!!


“난 프로 선수로 성공한다. 그리고 엄마를 편하게 모실 거야. 큰집도 사고 엄마한테 차도 사줄 거야.”


어린애가 할 말은 아니지만, 성태는 몇 번이나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배트를 꽉 쥐었다.

철컹.


멀리 훈련장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성태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코치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성태를 바라봤다.

즉시 코치를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성태.


“안녕하십니까! 코치님!”

“어··· 성태 오늘도 일찍 왔네?”

“넵! 아! 코치님 저 어깨 열리는 버릇 고쳐졌는지 좀 봐주실 수 있나요?”

“응? 그래 어디 한번 보자.”


코치는 부지런한 성태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3일 전 어깨가 열리는 습관을 지적했었다.

습관을 고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기에 김구현 코치는 며칠 만에 고쳐진 습관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히 재능은 있는데.’


물론 말로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성태는 재능이 있다.

이건 코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감독 또한 성태가 잘 배우면 좋은 야구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을 공유했으니까.

지금이야 키가 작지만 앞으로 클 테고 중, 고등학교에서 부쩍 크는 애들은 많으니까.

하지만 부지런함과 재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코치는 씁쓸해졌다.


“아! 코치님 엄마가 이거 가져다드리랬어요.”

“어? 어.”


잃어버리지 않게 몇 번이나 꼬깃꼬깃하게 접혀있는 봉투를 가방에서 꺼내 건네는 성태.

아직 어린 녀석이 돈의 가치를 알고 있는지 돈을 건네면서 살짝 손을 떨었다.

코치는 마음이 아렸지만 차마 내색하지 않고 몸을 돌려 돈의 액수를 확인한 뒤 다시 몸을 돌렸다.


“성태야 너 야구 정말 하고 싶어? 앞으로 더 힘들어질 텐데?”

“네. 프로선수가 돼서 돈 많이 벌 거에요.”


반짝이는 성태의 눈을 보자 코치는 씁쓸한 미소를 보인 뒤 봉투에서 50만 원을 꺼내 성태의 손에 쥐여주었다.


“코치가 잘못 계산했네, 이건 엄마 가져다드리고 내일 아침부터는 코치랑 같이 연습할까?”

“네? 아, 네! 좋아요!”

“잠깐만 기다려.”


성태가 방긋 웃자 코치도 기분이 좋았는지 야구부실로 들어가서 자신의 지갑에서 50만 원을 꺼내 봉투에 채워놓고 감독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책임은 못 지더라도 내가 어른인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자신도 박봉이라 50만 원은 큰돈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후련한 표정으로 야구부실을 나왔다.

초6 이미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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