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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의 외계와 내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명복상의산
작품등록일 :
2022.04.02 09:57
최근연재일 :
2024.06.16 16:33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3,275
추천수 :
1
글자수 :
805,241

작성
24.06.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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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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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진정한 힘-1

DUMMY

몇 가지 추측을 하면서 제라드는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늑골이 나갔구먼. 이거 검을 휘두를 때 좀 불편하겠어.'


고통을 참으면서 검을 휘두를 순 있지만 과격한 동작은 이제 많이 어렵겠다고 생각한 제라드는 더글러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이쪽엔 회복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가 있다.'


그리고 그의 소망은 제대로 접수되었는지 몸에 검은빛 마나가 물들기 시작했다.


"음..."


그 모습을 보며 울그림은 더글러스를 노려보았다.


'귀찮게 하는군. 역시 먼저 처리해야 한다.'


금발의 남자와 장기전을 벌이면 확실히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 울그림이었으나 더글러스의 존재는 너무 큰 변수였다.


"고동치는 심장!"


'또 새로운 마법인가?'


더글러스는 놈이 가진 기묘한 힘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아까와 다른 점은 그의 기운만 움직일 뿐 맨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딱히 없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권기방출!"


놈의 발이 내디뎌진다.


그리고 그 공격은 더글러스를 향했다.


'더글러스를 먼저 해치울 생각인가?'


제라드는 놈의 공격목표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곤 울그림에게 돌진했다.


'빠르다!'


울그림은 자신의 계산보다 더 빠른 제라드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발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젠 돌진하는 주먹이 나갈 차례


그러나 울그림은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갑자기 자세가 바뀌었다.


"울부짖는 권풍!"


"뭐?!"


근접돌격이 아닌 원거리형 공격으로 급작스레 바뀌자, 제라드는 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받아쳤다.


"크으!"


균형을 잃기 전에 땅에 체중을 실어 버티면서 밀리되 날아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서 방어하는 제라드의 모습을 보며 울그림은 돌진했다.


"권기방출!"


발을 내딛고 그의 주먹이 내질러지자, 제라드는 불타는 검으로 그의 주먹에 맞섰다.


두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충격파가 발생해 땅이 움푹 패이고 뒤에서 지켜보던 더글러스는 여파로 인해 날아오는 물체를 마법으로 튕겨내며 생각했다.


'녀석은 반드시 공격하기 전에 영창을 한다.'


둘은 힘겨루기하는지 주먹과 검을 맞댄 상태로 밀고 밀리는 접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드시 그 공격과 일체처럼 보이는 움직임을 보이지!'


가령 권기방출의 경우 발을 내딛던가 울부짖는 권풍의 경우 합장을 하는 식이다.


'처음엔 내가 사용하는 속임수처럼 영창문을 이용한 교란 행위인 줄 알았지만, 그런 종류는 아니야. 나는 거짓으로 영창하고 전혀 다른 행동을 하지만 저 녀석은 마치 반드시 공격전에 영창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 것 같이 무조건 발성한다.'



어느덧 둘의 싸움은 힘겨루기를 지나 난타전으로 변해있었다.


'이유가 뭐지? 영창이 필요한 고위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움직이는 마력이 없는 데다 소절이 짧아. 하지만 고위 마법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움직이는 에너지에 비해 위력이 지나치게 강하다.'


짧은 소절로 고위 마법을 전개하는 방식은 더글러스가 속한 근원파의 비기이기에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


그렇지만 저 남자는 최상급 마법의 파괴력에 맞먹는 기술을 무차별로 난사 중이었다.


'그렇다고 저렇게 적에게 공격 예고를 하듯이 소리 지르는 습관은 반드시 파훼 당한다. 의도를 알 수가 없어'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치명상을 입었으나 그래도 이젠 몸을 가눌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잠깐만'


더글러스는 행동에 나서려다 문득 울그림이 중얼거린 말을 기억해 냈다.


'저 녀석은 저게 마법이 아니라고 했어 그럼 저게 순수체술이라는 뜻인가?'


더글러스의 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농담이 지나치군. 저게 순수 체술이라면 저기에 강화 마법이라도 걸리는 순간 답이 없어'


상대방이 자꾸 영창 하듯이 소리 지르는 이유를 찾지 못하자 더글러스는 한가지 변화구를 주기로 결심했다.


'뭐라도 실험해 봐야 한다. 영창문을 사용하는 체술이라니. 그렇다면 이쪽 상식을 버릴 필요가 있겠어'


"권기방출!"


아니나 다를까 제라드는 이제 전투에 적응이 되었는지 그의 목소리만 듣고도 움직임이 바뀐다.


마치 어디에서 어떻게 공격이 날아올지 알고 있다는 듯이 움직이는 제라드를 보며 울그림도 맞대응했다.


자신의 목소리와 행동이 일체화되었지만, 반드시 그건 아니라는 듯 협박하듯이 앞 동작에 연계하여 즉시 다른 공격으로 바꾸고 제라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계속 가늠하면서 혼란을 주고 있었다.


"받아라!"


주먹을 내지르는 동작에 제라드는 크게 한 발 뛰었다.


예상대로 놈의 주먹이 땅을 박살 내며 달려오자, 제라드는 받아칠 준비를 했다.


'지금이다!'


주먹을 검으로 밀어내면서 동시에 몸을 베어버리기 위해 제라드가 품으로 뛰어들자 울그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제라드는 그 미소에 불길함을 느껴 주먹을 쳐다보았다.


'주먹이 날아오는 속도가 반 박자 느리다?!'


완벽하게 타이밍이 엇갈려 버린 제라드는 오히려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검은 이미 허공을 가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엇갈린 공격 타이밍에 주도권을 완전히 놓쳐버린 제라드는 또다시 공격을 허용했다.


"!"


강렬한 고통과 함께 아주 잠깐 1초가량 의식이 날아간 제라드는 자신이 바닥에 쓰러진 사이 놈이 다시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코뼈가 부러졌는지 피가 코와 입가에 잔뜩 묻어있었으나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권기방출!"


내리찍는 발


그다음 동작은 이제 주먹에 힘을 담고 돌진하는 것이다.


제라드는 다급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놈의 힘은 최소한 제라드와 호각


제라드는 검에 힘을 잔뜩 주었다.


부우우웅!


핑!


어디선가 마법이 날아왔다.


"음?!"


갑자기 뜬금없는 타이밍에 날아온 마법


그 마법에 울그림은 무척 당황한 얼굴로 굳어져 있는 자기 팔을 보았다.


날아온 곳은 검사의 뒤편


이 일의 원흉으로 짐작되는 더글러스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더글러스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한 얼굴로 본인의 손가락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울그림은 처음 일어난 상황에 위협을 느끼고 더글러스를 추궁했으나 그 역시 모르겠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간단한 마법을 썼을 뿐이야.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군. 왜 공격하려다 멈춘 거지?"


울그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다시 공격했다.


"권기방출!"


더글러스는 다시 울그림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울그림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하였다.


'역시 우연이었나?'


어찌 되었든 더글러스 덕분에 정신 차릴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제라드는 그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더글러스에게 달려드는 울그림을 떼어내는 형태로 검을 움직였다.


'화력을 통한 단기 승부는 놈에게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머릿수로는 이쪽이 유리'


제라드는 주변에 검을 난사했다.


검을 난사했다는 표현이 웃기지만 진짜로 검을 닥치는 대로 휘둘러 울그림이 허튼짓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그러자 울그림은 한 발짝 물러서더니 눈을 감았다.


"짐승의 민첩성"


울그림의 근육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고 눈에는 붉은 안광이 서렸다.


하지만 제라드와 더글러스는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울부짖는 권풍!"


익숙한 합장의 몸짓


그의 몸집은 신체 강화가 되었는지 한층 더 빨라졌다


더글러스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아까보다 훨씬 빨리 동작을 취했는데?!'


그런 그의 앞에선 제라드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이미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당황한 울그림


"크으으!"


불에 살이 지져지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도 울그림의 동작은 멈춤이 없었다.


바람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공격이 허공을 가르고 제라드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다시 공격해 왔다.


그러자 울그림은 다시 권기방출을 사용하려 했다.


"권기...?!"


퍽!


어디선가 날아온 마법


그 마법은 너무나 하찮기 그지없어서 원래라면 상처 하나 입지 않을 마법이었으나 놀랍게도 그 하찮은 마법에 울그림의 준비 자세는 깨져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자신의 공격이 저지당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울그림은 계속되는 이변에 여유가 조금씩 사라졌다.


"어디에 한눈을 파는 거냐?"


그리고 그 틈을 제라드가 파고들었다.


"억!"


공격에 맞고 밀려난 울그림은 가슴을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제라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어."


노려보는 울그림을 찬찬히 관찰하던 제라드는 불에 그을려 군데군데 타버린 살갗을 보면서 추궁했다.


"어째서 넌 내 검에 맞았는데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거지?"


"글쎄?"


허세 부리듯 울그림이 고통을 참으면서 일어났다.


"오히려 내 쪽에서 묻고 싶군."


울그림은 더글러스에게 삿대질했다.


"그쪽의 마법사야말로 아까부터 무슨 마법을 쏴대고 있는 거지?"


반드시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쏘아보자, 더글러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마법으로 만든 화살을 쏘았을 뿐이다. 아주 약한 놈으로"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울그림이 핏대를 세우면서 말하자 더글러스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지? 아까와는 완전 다른사람같군 그새 인격이라도 바뀐 거냐?"


마치 너에 대해 간파했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더글러스


"흥. 알려주고 싶지 않다면 알아내면 그만이다."


그 얼굴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는 듯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울그림은 이번엔 제라드에게 말했다.


"그쪽의 검사"


"?"


"이 몸이 상처를 입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나?"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울그림은 조건을 내걸고 제라드에게 물었다.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상처를 입지 않은 이유를 알려주지 대신..."


"대신?"


"내 공격을 어떻게 예측했는지 너도 답해라"


"으응...?"


'뭘 그리 당연한 걸 물어보지?'


제라드는 의아했지만 딱히 손해 볼 거 없다는 생각에 대답했다.


"좋아"


울그림은 더글러스를 경계하면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살짝 거리를 벌렸다.


"내가 상처를 입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상처를 입지 않는 체질이니까"


"뭐?"


황당하다는 듯이 더글러스와 제라드가 쳐다보았으나 울그림은 당당하게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다."


울그림은 바닥에서 날카로운 돌멩이를 하나 주워 들더니 힘을 주어 팔목을 그었다.


그러자 팔목에서 피가 잠시나는듯 하더니 눈 깜박할 새에 상처는 사라지고 핏자국은 증발했다.


실로 믿기 어려운 광경에 더글러스는 혀를 찼다.


"하지만 고통은 느끼는가 보군?"


"네 말대로 다 검사. 상처는 입지 않지만, 고통은 느끼지"


돌멩이를 집어 던진 울그림은 제라드의 답을 재촉했다.


"이젠 네 차례다."


"흐음... 뭐 별건 아니야 그냥 보고 피한거뿐이니까"


"뭐?"


"보고 피했다고"


"지금 나와 농담하자는 건가?"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고 느낀 울그림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잘못 보았군. 비록 적이지만 명예는 아는 자들이라 생각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농담한 적 없어"


제라드는 어이없다는 듯이 검을 들며 말했다.


"네가 증명했던 것처럼 나도 증명해 줄게 공격해 봐"


목숨을 걸고 싸우는 도중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태평한 발언에 울그림은 어이없어하면서도 공격 자세를 취했다.


"울...?!"


이번에는 더 빠르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눈앞에 있는 적을 보며 울그림은 공격을 멈추고 바로 백 텀블링하며 피했다.


"봤지?"


"대체 어떻게?"


당혹스러워하는 울그림에게 제라드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야 네가 [나 이제부터 공격하겠습니다!]라고 동네방네 광고하면서 공격하는데 그걸 계속 처맞으면 그놈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뭐?!"


"내가 무슨 이상한 말 했어?"


진짜로 모르겠다는 듯이 제라드가 대답하자 울그림은 열이 오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스킬 명이나 전조 동작은 원래 전투의 기본..."


"?"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기 싫었던 제라드는 일침을 가했다.


"이 바닥에서 그딴 짓을 계속하면 공격하기도 전에 기습당해 바로 죽을걸? 너 실전 처음이냐, 혹시? 야 상식적으로 공격하기 전에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면서 다리들거나 손을 움직이면 당연히 알 수 있는 거 아니야?"


"..."


울그림은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마냥 멍하니 정신이 나가버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라드는 더글러스와 자신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녀석에 대해선 자세히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어린 나이부터 계속 전장에서 경험을 쌓은 거로 알고 있어 나 역시 마찬가지고 이쪽 세계에선 말이야 작은 습관이나 실수 같은 건 치명상이나 죽음으로 바로 이어져. 그 말을 반대로 말하면 전투를 숨 쉬듯이 한 우린 그걸 이용해 상대방에게 반격하거나 약점을 후벼파는 것 정도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이제 답이 됐냐?"



계속 전투를 해댄 건 아니지만 더글러스는 그냥 가만히 제라드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의 말에는 딱히 틀린 부분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몇초간 있었을까?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얼어버린 울그림은 갑자기 온몸을 부들대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왜 저러지?'


몸이 꽤 회복된 더글러스는 일부러 아직도 부상이 심한 척 바닥에 앉아 울그림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울그림의 상태가 급격하게 이상해지자 더글러스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해'


놈이 마나가 아니라 뭔가 다른


그러니까 이질감이 드는 이상한 에너지를 쓴다는 것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 제라드와의 대화가 끝나자 갑자기 그 미묘한 이질감이 줄어든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이다.


"제라드 녀석이 뭔가 할지도 몰라 조심해"


"응? 어"


울그림은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주먹 쥔 손에서 빠득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울그림은 허탈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뭐야 저 녀석?"


웃음은 한층 더 강해져서 이젠 실성한 것처럼 보였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그렇군. 네 말이 맞다!"


울그림은 웃음을 멈추더니 허탈한 듯이 혼잣말했다.


"기껏 고향 땅에 돌아왔는데 정작 나는 이방인이나 다름없었구나!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래서야 광대놀음이나 다름없군 하하하!"


비릿한 쓴웃음을 짓던 울그림은 갑자기 정색하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동포여 너희의 명예를 더럽힌 것은 다름 아닌 나다."


'뭐야? 저 자식?'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갑작스러운 사과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울그림을 보며 더글러스와 제라드의 표정은 굳어졌다.


뭐랄까


상황은 혼란스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난장판과도 같지만, 고개를 숙인 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굉장히 불길하면서도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죄는 사과만으로 씻을 수 없는 법. 그에 따른 값을 치러야겠지"


'주지 않아도 돼'


치이이이익!


갑자기 허공에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사죄의 뜻으로 내 진심을 보여주겠다. 전사를 모욕한 대가는 반드시 전력으로 갚겠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고'


속으로 딴지를 걸던 더글러스는 울그림의 손위에 떠오른 기묘한 물체를 보았다.


'붓?'


"알리오스님께 받은 힘과 내 권능의 집결체를 너희에게 보여주마. 이것이 내 최대의 사죄다!"


'그러니까 사죄하지 말라고'


울그림은 팔뚝의 앞쪽만 한 길이의 붓을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허공에다 대고 글을 썼다.


"광전사의 붓이여 내게 답해다오!"


"광전사의 붓?"


제라드가 방어 자세를 취하면서 물었다.


"이 광전사의 붓은 나의 권능. 나의 스킬을 하나 봉인하는 대가로 지정된 대상의 스킬 하나를 봉인할 수 있지"


"?"


"나는 먼저 저쪽의 마법사를 지정 [절망의 낫]과 나의 [지탄]을 봉인한다"


붓을 허공에 휘갈기자, 허공에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마구 쓰이더니 먹물화 되어 더글러스에게 날아갔다.


촥! 촥!


더글러스는 손목으로 먹물을 막으려고 했으나 마치 노예의 낙인을 찍듯이 뺨에 먹물이 가차 없이 스며들었고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먹물은 사라졌다.


"이건?"


처음 보는 마법에 당황한 더글러스가 뺨을 손으로 문질렀으나 손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어서 나는 검사를 지정 나의[자수탄지공과] 검사의[리치]를 봉인"


마찬가지로 먹물이 날아가자, 제라드는 이를 악물고 피했으나 마치 유도된 것과 같이 먹물은 가차 없이 제라드의 뺨에 스며들었다.


'어차피 낫은 지금 상태로는 쓸 수 없었다. 나에겐 의미가 없어'


기분 나쁜 느낌을 애써 손으로 문질러 지우면서 더글러스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제라드의 리치는 달라'


진짜로 놈의 말이 맞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더글러스의 눈에 비친 제라드의 힘이 약해졌으니까.


"리치가...!"


자신의 대량의 마나를 지불하는 대가로 공격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 리치


자신의 검의 기본은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한 연계 기술이기에 리치가 사라졌다는 것은 제라드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어서 [에르고 영역]을 발동!"


"에르고 영역?"


'저 울그림이란 녀석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녀석을 가만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더글러스는 다리를 붙잡고 간신히 일어났다.


"너 괜찮냐?"


"걸어 다닐 정도는 회복했어."


비틀거리는 더글러스를 쳐다보던 제라드는 무시무시한 빛을 뿜어내는 붓을 쳐다보았다.


"똑똑히 봐라! 이곳에서 가이스트의 위대함을 보여주겠다! 우리 숙원의 결정체를! 진정한 나의 힘을!"


붓의 주위에 자연적으로는 절대 생기지 않을 반으로 갈라진 음영 지대가 만들어지고 그 음영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붓은 점점 회전하더니 주변에 바람을 일으킬 만큼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그리고 그 바람을 따라 울그림의 마나가 빨려 들어간다.


"마나?"


"왜 그래?"


"저 녀석에게선 항상 이상한 느낌만 느껴졌는데 갑자기 마나가 느껴져"


"?"


제라드도 그의 마나를 느꼈는지 붓 쪽을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저 붓을 주변으로 놈의 마나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야 마치 바람에 마나가 실려서 소용돌이치는 것 같아!"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저 녀석 마나가 전부...!'


마나를 내던져버리는 수준으로 소모하는 울그림


'아니 마나를 버리는 게 아니야 뭔가로 변해서 다시 흡수되고 있다.'


붓에 흡수당한 마나는 다시 울그림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마나에서 느껴지는 힘이 공허했다.


스르르


회전이 멈춘다.


그리고 멈춤과 동시에 붓은 사라졌다.


얼핏 보기에는 울그림의 외견은 변한 것이 없다.


"레귤레이션"


"또?"


연이은 마법을 본 제라드는 울그림에게 달려들었다.


울그림은 제라드의 움직임을 곁눈질로 보면서 자신의 우하단을 잠시 쳐다보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이번엔 또 뭘 한 거지?'


기세가 바뀐 뒤로 강력한 마법을 난사한 울그림


"크악!"


그가 무언가 했음을 짐작한 더글러스는 굉음과 함께 자신의 옆을 날아가는 제라드를 보게 되었다.


"!"


더글러스가 부릅뜬 눈으로 앞을 바라보는 순간 울그림의 주먹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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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진정한 힘-2 24.06.16 4 0 17쪽
» 진정한 힘-1 24.06.08 7 0 19쪽
101 동포-4 24.06.02 8 0 16쪽
100 동포-3 24.05.19 11 0 16쪽
99 동포-2 24.04.28 9 0 17쪽
98 동포-1 24.04.21 7 0 17쪽
97 눈속의 마법사-2 24.02.24 9 0 16쪽
96 눈속의 마법사-1 24.01.01 8 0 17쪽
95 피어나는 겨울 23.09.03 10 0 18쪽
94 도주-1 23.07.08 19 0 19쪽
93 학교-3 23.06.18 23 0 17쪽
92 학교-2 23.06.18 17 0 17쪽
91 학교-1 23.06.11 20 0 18쪽
90 그림자의 위협-3 23.06.05 20 0 18쪽
89 그림자의위협-2 23.06.03 21 0 16쪽
88 그림자의 위협-1 23.05.29 21 0 17쪽
87 꼬리잡기-5 23.05.21 19 0 17쪽
86 꼬리잡기-4 23.05.20 20 0 17쪽
85 꼬리잡기-3 23.05.06 22 0 18쪽
84 꼬리잡기-2 23.05.01 22 0 16쪽
83 꼬리잡기-1 23.04.30 26 0 17쪽
82 작별 23.04.30 21 0 19쪽
81 기습 23.04.22 22 0 17쪽
80 이질감 23.04.09 22 0 17쪽
79 앞당겨진시간 23.02.26 25 0 17쪽
78 앞당겨진 시간 23.02.12 25 0 17쪽
77 포위망-2 23.02.05 29 0 17쪽
76 포위망 23.01.28 31 0 20쪽
75 24시간 23.01.15 35 0 17쪽
74 이별의 전조 23.01.08 40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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